대구의 맛(1)

[유레카]

[칼럼-박진환의 음식이야기] 대구의 맛(11)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광 목적지 최종 결정의 중요한 속성은 기후요건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 음식이 여행형태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속성으로 나타나고 있어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향토음식을 즐기는 것이 관광지 선정의 중요 속성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전세계 총생산(GWP)에서 12%를 관광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대구는 전형적인 분지로, 분지 특성상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대체로 비가 적어 건조하며 분지지역이기 때문에 복사열이 들어와 빠져 나가지 못해 덥고, 봄·가을 구분이 확실하지 않아 계절의 변화가 빠르다.

음식 습관만 해도 한 번 맛들인 음식만 줄기차게 찾는 등 입맛까지 보수적이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적고 먹거리가 넘치는 요즘도 옛 식사 습관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예로부터 바다와 인접해 있지도 않고, 호남처럼 광활한 평야에서 나오는 농산물이 풍부하지도 못해 먹거리가 기본 농산물과 염장생선 정도로 제한되어 있는데다, 안 먹어본 음식을 꺼리는 특유의 보수성이 결합되면서 입맛과 먹거리가 단조로웠다는 지적이다. 외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구의 이미지는 혹서, 맵고 짜며 딱히 자랑할 만한 향토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구의 음식 문화 발전의 큰 저해요인 중 하나는 대구의 음식점 수가 인구 1천명당 9곳으로, 각각 7곳인 인천과 부산에 비해 많다는 점이다. 인구 250만명인 대구의 음식점 수가 260만명인 인천보다 4천500여곳 더 많다.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전국에서 음식값이 가장 싼 곳이 대구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대구의 음식가격은 얼추 서울의 60%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질 좋은 재료를 찾아 음식수준을 높이는 방안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위기가 있으면 기회도 있는 법이다.

대구를 처음 찾은 외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대구역에 내려 동대구로 왕복 12차로중간에 조성되어 있는 히말라야시더 가로수숲이 인상적이라고 한다. 특히 겨울철 눈을 덮어쓰고 있을 때 동대구로는 동화 속의 나라가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도심 나무심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녹지공간 확보율이 울산, 대전에 이어 3위지만 숫자로는 서울시 다음으로 많다고 한다.

음식만 해도 전국 규모로 성공한 외식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가장 많은 곳이 대구이다. '청송얼음막걸리' '교촌치킨' '멕시카나치킨' '장우동' '신떡' '신천할매 떡볶이' 등 대구라는 브랜드로 탄생해 전국화된 음식브랜드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 수성구 '들안길'은 전국 음식의 각축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곳은 아예 식당가가 아닌 외식산업단지화된 곳이다.

이제 대구는 맵고 짠 음식만 있는 곳, 먹을거리가 적은 곳이라는 오명을 벗을 때가 됐다. 대구탕반인 따로국밥은 사골·사태를 오랜 시간 우려내 끓이기 때문에 영양학적 측면에서 한끼의 식사나 과음했을 때 쓰린 속을 달랠 때 그만한 음식이 없다.

한 가지 안주만 시켜도 일품요리에 가까운 20여 가지 안주를 무료로 주는 구이집, 하루 저녁에도 수만 명의 술안주로 제공되는 '막창', 그리고 마늘·고춧가루에 참기름 듬뿍 넣고 질좋은 선홍색의 소 생고기를 찍어먹는 '뭉티기', 얼큰한 양념으로 맛을 낸 '양푼이 갈비찜', 멸치를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말아먹는 '칼국수', 약간 매운 듯하면서 강한 중독성이 있는 '떡볶이' 등 독특한 미각을 가진 음식이 지천에 깔린 곳이 대구이다.

대구 음식의 정체성을 찾고 도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무한대로 있는 곳이 대구이기도 하다. 다만 이제껏 평가 절하돼 제대로 홍보가 안됐다. 요즘에는 특색있는 먹을거리를 찾는 관광도 관광지를 선택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 음식의 관광 상품화는 대구를 찾는 관광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킴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문화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