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이 납치된 후 살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끔찍한 사건으로 한 가정은 처절하게 파괴되었고, 장교였던 딸의 아버지 그리고 이 가정과 관련된 사람들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게 된다. 결국 이들은 이 비극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복수를 선택한다.
이스탄불을 출발하여 런던으로 향하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탐욕과 거짓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살인범은 오리엔탈 특급열차에서 모두 열 두 곳의 자상을 남긴 채 처절하게 살해되었다.
우연히 이 열차에 동승한 세계적인 탐정 포와로는 열차회사의 요청에 의해 살인범의 추적하기 시작한다. 예상치 못한 눈사태가 열차를 깊은 산 계곡의 교량위에 정지시켰다. 공작부인, 백작부부, 의사, 사업가, 간호사, 교수 등 다양한 승객 12명을 직접 면담하고 증거를 수집해 가던 포와로는 마침내 중요한 사건이 이들 모든 승객과 관련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이들은 자신들을 끊임없이 괴롭혀 온 마음의 상처를 지우기 위해 서로 돌아가며 악의 화신의 몸에 예리한 칼을 꽃아넣었다. 결국 이 열차살인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탐정 포와로는 승객 전원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사건의 전모를 밝힌다.
그러자 소녀의 할머니인 한 여인이 범행은 자신의 계획에 의해 의도되었기에 자신만이 유일한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탐정이 시험삼아 내민 총으로 자신의 목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물론 그 총은 총알이 없는 빈총이었다.
평소 원칙과 균형, 법의 공의를 신봉했던 포와로는 이 사건 앞에서 갈등한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그의 원칙과 균형의 수호, 법과 정의, 양심의 호소는 그의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균형이 잡힌 수염으로 상징된다. 매일 아침 먹는 달걀 두 개가 스푼을 얹었을 때 정확히 수평을 이루지 않으면 즉 정확히 크기가 같지 않으면 먹지 않는 등의 기이한 행동으로 묘사된다.
이런 법과 원칙의 수호자가 갈등한다. 법이 인간의 모든 행위와 생각, 특히 인간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호하는데 너무나 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승객들을 떠나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나는 당신들을 살인죄로 기소하여 처벌을 받게 할 수 없을 것 같소. 당신들은 처벌이 필요하다기보다 치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법이라는 그릇은 수없이 많은 상황과 행동의 결과, 그리고 자유로운 생각들을 담기에는 너무 작다.
그래서 법은 가슴과 양심을 움직이고 두드리는 음악(樂)을 필요로 한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예법을 공의나 율법으로 규정한다면 음악은 은혜이고, 성령의 감화이다. 법이라는 기준으로 볼 때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가 법의 원리 위에 있는 자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을 은혜라고 한다. 그리고 이 은혜 안에 거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슴을 두드리는 성령에 감응하며 살아간다.
법은 판단하고 처벌하는 데 급급하지만 음악은 치유와 용서를 제공한다.
오리엔탈 특급열차를 탄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지성을 대표하는 교수와 의사가 있고, 경제적 능력을 상징하는 사업가가 등장한다. 명예를 중시하는 공작과 백작 부부가 등장하며, 더 나아가 신실한 신앙을 가진 간호사도 있다. 법의 테두리 하에서는 지식도 명예도 경제적 능력도, 심지어 제도화된 규범하의 종교행위도 이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양심의 가책을 유난히 강조한 탐정 포와로는 가슴의 울림을 느낀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해야 하는 아픔이 있지만 그는 용서를 택한다.
가슴을 두드리는 자극 속에서 호흡하고 있음이 감사할 뿐이다.
첫댓글 아......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