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강변 ‘氣運山莊’ 探訪記 힘든 중에도 동창회 산행을 쫓아다닌 것이 지난 3월의 백운산부터이니 벌써 5번째이다. 많이 익숙해졌지만 이번은 한여름 산행이라 강과 계곡이 함께 어우러지는 곳으로 정했다기에 일찌감치 산에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洗足記를 쓸 요량으로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던 마태복음의 성경구절을 생각해 보았지만 막상 홍천강가로 가보니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늘 생각이 앞서는 것이 나의 병통이다. 해서 지난번 총회 때 공언한대로 探訪記로 제목을 바꾸니 맥락은 좀 어수선하지만 홍천강변 成耆運 산장으로의 나들이가 글의 주제로는 제격이다. 동창회를 위해 애를 많이 쓰는 한도상 총무가 강서 쪽에서 출발하는 친구들을 위해 신도림역으로 차를 몰고 나오니 이상배, 김상종과 함께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갈수가 있었다. 88도로를 타고 미사리 쪽으로 가니 최근 개통한 춘천고속도로가 그대로 연결이 된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20여분 달리니 금새 설악 인터첸지가 나온다. 오지중의 오지였던 가평군 설악면이 이제는 서울 근교 거리에 불과하니 세상이 점점 좋아짐을 실감한다. 설악 인터첸지를 빠져나와 20여분 가니 홍천군 모악면 개야리에 이른다. 왼쪽으로는 시원스레 홍천강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가면 소리산이다. 삼거리로 마중 나온 前 마을이장 성기운과 반갑게 재회하니 속속 산우들이 도착한다. 지난달 청계산 산행에 나왔던 권정호와 오랜만에 나온 김한득이 모습을 보이니 산행파의 진용이 갖춰진다. 신동일 대장을 선두로 박철, 이순모, 임종륜, 이상배, 김문수는 산으로 출발하고, 나의 꼬임에 넘어간 제정일은 편한 길을 찾아 한도상, 김상종과 함께 강가로 이동했다. 성기운, 박용철 부부는 친구들 대접 준비 차 산장으로 돌아가고 뒤이어 이효선이 이제는 남편 동창들 모임에 익숙해져가는 부인과 함께 나타난다. 지난번 백운산 산행 때와 똑같이 부부 포함 26명이 함께 모이니 이 또한 우연 중에 의미가 있음이다.
기운이 사는 마을로 들어서니 입구에서 촌로가 입장료를 징수하나 그 정도는 맑은 공기와 산세, 강을 관람하는 삯으로는 오히려 싼 것이니 북적거리는 강 입구와는 달리 강가에는 한 팀의 낚시꾼 뿐 사방이 다 고요하다. 하루 전에 미리와 동창생들 어죽을 끓여주려 물고기 낚기에 열중인 안우길 부부와 이명운, 김용기가 강 한가운데서 견지낚시에 여념이 없다. 시원한 강물에 몸을 담그고 오랜만에 만난 정일, 상종, 도상과 기운이 배달해준 막걸리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니 세상사 걱정이 다 부질없다. 벌거니 익은 몸으로 강을 벗어나 조금 가니 펜션과 기도원이 나오고 계곡 산마루 자락 끝에 기운의 산장이 안온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여니 전원주택처럼 보여주기 위해 지은 집이 아님이 요연하니 주인 부부의 땀과 생활이 곳곳에 배어있다. 오지였을 이곳까지 찾아와 터를 잡은 기운의 안목이 비상하다. 울창한 앞산이 바람을 막아주니 임산낙지로 온 산의 氣가 다 이곳으로 모여드는 형국이라, 해서 기운의 이름을 그대로 차음하고 첫 글자만 기운 氣로 바꾸어 “氣運山莊”이라 명명해 본다. 이곳에서는 기가 자연스레 운행하니 요즘말로 기운이 Up 이 되는 곳이다. 오후 늦게 부인의 퇴근 후 함께 찾아온 원성규 말마따나 “이곳에서 하룻밤을 자고나면 기분이 다르다”니 바로 이를 이름이다. 산장 앞마당에는 널찍하게 베란다를 마련해 놓고 천막과 그릴을 갖추어 놓았으니 야외파티에는 십상으로 많이 손님을 치러본 솜씨이다. 수십 년간 의류사업을 하다 이제는 사업을 조금씩 정리하며 전원생활을 즐기는 기운 부부는 부창부수로 부인이 더욱 이곳 생활을 즐긴다고 한다. 지난 수년간 매해 동창들이 이곳에 모여 가든파티를 즐겼고 수시로 드나드는 친구들도 많을텐데, 남편 친구들 뒷치닥거리에 한번도 짜증을 안내는 부인의 정성과 성품이 갸륵하다. 內子之德이 어찌 홀로 생기리오, 기운의 품격이 바탕 한 것이리다. 지난해 큰딸 혼사에 많은 동창생들이 참석하여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감사원에 근무하는 잘생긴 사위를 얻은 기운 부부를 축복하였다니 평소에 친구들을 챙기고 덕을 쌓았음이 여실하다. 누군가가 “왜 골프장 회원권을 사느냐, 회원권 가진 친구를 두면 되지” 했다는데 그것은 좀 약 빠른 얘기이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민폐를 안 끼친다면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들을 맞아 허허롭게 친교하며 지내는 것이 바로 공자가 말한 인생삼락중의 하나인 “朋友自遠來하니 不亦悅好也”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사위가 다 조용한 산장의 시원한 베란다에 앉아 먹고 마시며 40년 전 까까머리 고교동창들과 정담을 나누니 “한 여름 밤의 꿈” 인 듯싶다. 박철의 말처럼 “우리 동창들이 서로 절제하고 아끼며 혼자 떠드는 사람이 없으니 참으로 다 좋은 친구들이다”. 하기사 튀는 친구래야 이날 온 중에는 철이와 기덕이 밖에 더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도 이날만은 조금 말을 자제하였음을 부기한다. 아쉬움을 안은 채 대개는 세속의 구덩이 속으로 돌아가고 낚시꾼들과 기를 받으려는 성규 부부는 하루를 더 묵으니 경동 26회 산우들의 정은 더욱 깊어만 간다. 다음 달엔 하남의 검단산 산행이 있고 인근의 이명호 공장 마당에서 바베큐 뒷풀이가 있다하니 이렇게 2009년의 여름은 익어간다. 이제 다시는 안 올 한여름 밤의 낭만을 친구들의 추억 속에 접어두며 또 새로운 계제를 기대해 본다. |
출처: 수심정기 원문보기 글쓴이: 安堂 崔基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