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정년이?
"당신도 건물주 될 수 있다"... 은퇴 전 준비하는 '연금빌딩' 투자 4계명
이경은 기자
입력 2025.12.04. 03:00업데이트 2025.12.04. 09:02
대출·세금·월세, 숫자로 꼼꼼히 따져라
개인 vs 법인, 내게 유리한 건물 명의는?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월급이 끊기면 어떻게 먹고살까.” 은퇴를 앞둔 많은 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이다. 이럴 때 현역 시절처럼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는 ‘연금 빌딩’이 있다면 삶의 불안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퇴직을 앞둔 60대 김모씨가 최근 이 길을 택했다. 그는 일산의 목 좋은 위치에 있는 30억원대 상가 건물을 사들였다. 임차인만 10곳이 넘지만 공실이 단 한 곳도 없어,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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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처럼 퇴직 후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해 건물 매입을 고민하는 예비 은퇴자가 늘면서 ‘연금 빌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아파트는 감(感)으로 투자해도 되지만, 건물은 숫자를 철저히 검토하고 계산한 뒤 결정해야 한다.”
빌딩 전문 중개 법인 ‘빌딩부부’의 조남인 대표는 “아파트는 시세 흐름을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건물은 수익 구조와 시장 상황, 상권의 변동성 등에 따라 가격이 훨씬 민감하게 움직인다”며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월별 수익과 금융 비용, 공실 리스크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 25년 동안 누적 거래액이 1조원에 육박하는 건물을 중개해 온 전문가다. 최근 아내 손미혜 씨와 함께 ‘아들아, 의사 대신 건물주가 되어라’라는 책도 펴냈다. 조 대표가 말하는 ‘연금 빌딩’ 투자 전 꼭 체크해야 할 네 가지 포인트를 정리했다.
중소형 빌딩 평균 매매가는 2016년 30억원대에서 가파르게 올라 2023년 100억원을 돌파했지만 이후 시장이 위축되면서 90억원 이하로 하락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대출 천차만별… 감정가에 발목 잡힐 수도
“건물 살 때 현금 20%만 있으면 됩니다.” 예비 건물주들이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절반만 맞는 얘기’라고 말한다.
“대다수 건물은 대출로 매입할 수 있어서 아파트보다는 초기 자금 부담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역이나 건물 조건에 따라 대출 비율이 80%까지 나오기도 하고, 60%에 불과할 때도 있어요. 지역마다 은행이 설정해 놓은 담보인정 비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지방은 대출 조건에서 크게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자기자본 20%로는 건물 매매가를 충당하기 어렵다. 취득세(약 4.6%), 수수료, 기타 부대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내가 매입하고자 하는 금액 대비 얼마를 대출받을 수 있는지, 또 금리에 따라 실제 부담해야 할 이자가 얼마인지 따져봐야 한다.
탁상 감정가(은행 내부 감정가)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탁상 감정가란, 현장 방문 없이 서류만으로 부동산의 대략적인 가치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시장 매매가가 100억원인 건물이라도 감정가가 90억원이면 대출 한도는 90억원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20억원이 있다고 해서 100억원짜리 건물을 바로 살 수 있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건물 매입 과정에서 대출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채, 덜컥 계약부터 체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건물의 구조·용도·불법 여부 등에 따라 아예 대출이 나오지 않는 사례도 있는 만큼 반드시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중개인이 알아서 챙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는 버려야 한다. 매수자가 직접 여러 은행을 찾아가 조건을 비교하고, 금리와 한도를 대조해 가장 유리한 대출을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 기간 크게 상승했던 중소형 빌딩 공실률은 이후 낮아졌다가 지난해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건물 부가세까지 봐야 ‘진짜 수익’ 보인다
임대 수익률 검토도 중요하다. “대출 금리가 3.8%인데 임대 수익률이 4.3%니까 남는 장사 아니냐”는 식의 단순 비교로는 판단을 그르치기 쉽다. 금융비용과 임대수익은 퍼센트가 아니라 실제 금액 기준으로 따져봐야 한다.
매매가 대비 월 이자가 얼마인지, 반대로 월 임대료 수익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계산해 차액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건너뛰면 매달 수백만 원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조 대표는 “계약서에 적힌 연 수익률을 맹신하지 말고, 월 단위 수익과 이자 비용을 꼼꼼히 검토한 뒤 매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물 매입 시 부가가치세도 신경 써야 한다. 건물은 법적으로 ‘동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건물 부분에 대해 별도 부가세를 내야 할 수 있다. 예컨대 매매가가 50억원이고 그중 건물 가치가 20억원이면, 20억원의 10%인 2억원을 부가세로 납부해야 한다.
부가세를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인 방식이 ‘사업자 양도양수(포괄양수도)’다.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임차인이 모두 있고 임대사업을 그대로 승계하는 구조라면 부가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단 직접 사용할 예정이거나 신축 계획이 있다면 포괄양수도 방식은 적용되지 않는다.
조 대표는 “통상 부가세는 매도인이 부담하는 게 깔끔하지만, 매수인이 대납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럴 땐 납부 영수증을 받아 매도인에게 제출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대출 총량 관리 등 영향으로 최근 가계 대출 금리는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잘 팔릴 건물인가?”... 환금성은 직접 봐야
“이 건물을 사서 3~5년 뒤에는 얼마에 팔 수 있을까.”
건물을 매입할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환금성’이다. 단순히 현재 상태나 임대 수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얼마나 잘 팔릴지도 함께 판단해야 한다.
특히 구분상가(분양상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되팔기가 어려운 구조다. 상가 전체의 ‘땅’을 사는 것이 아니라 건물 지분만 사는 형태여서 수요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건물 환금성 여부는 ‘건물주’가 아닌 ‘세입자’ 시각에서 봐야 한다. 임차인이 만족하는 건물이 결국 공실이 적고 임대료도 안정적으로 나온다. “내가 임차인이라면 이 건물에 들어올까?”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1층 임차인이 빠졌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분식집이라도 해볼 만하다”고 느껴지는 상권이라면 경쟁력이 있는 곳이다. 반대로 새 임차인이 쉽게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면 투자 리스크가 크다.
주변 시세 확인도 필수다. 현재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다면 나중에 시세 수준으로 올릴 여지가 있다. 예컨대 1층이 월 500만원에 임대되어 있지만 주변 시세는 800만~1000만원이라면 향후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완벽한 100점짜리 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건물 투자에서는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가격을 최우선으로 두면 나머지 조건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고, 반대로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면 다소 높은 가격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개인 대 법인, 대출·세금·증여 여부 따져라
“개인 명의로 구입할까요, 아니면 가족 법인을 세울까요.”
예비 건물주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다. 대출, 세금, 증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선 개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할 때 가장 큰 장점은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자금은 별도 제약 없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어 재산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데 훨씬 유연하다.
반대로 법인 자금은 사용 목적과 사유를 명확히 기록해야 하고, 성실 신고 대상이 되어 세무 검증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출 측면에서는 법인 매입이 더 유리하다. 이유는 개인이 건물을 구입할 때 적용되는 RTI(Rent To Interest) 규제 때문이다. RTI란 연간 부동산 임대 소득을 연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가령 월세가 100만원인데 대출 이자가 110만원인 개인은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렵다.
반면 법인은 RTI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대출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조 대표는 “신설 법인은 재무제표가 없기 때문에 대표자 신용도를 바탕으로 대출 심사가 진행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여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개인은 증여가 자유롭지만, 법인은 지분을 통한 증여만 가능하다. 그런데 자녀 승계를 고려하고 있다면 법인 설립이 나을 수 있다. 법인 설립 후 자녀를 주주로 등록해 두면 자산 가치가 상승한 이후에도 과도한 세금 부담 없이 승계가 가능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개인은 소득에 대해 최고 49.5% 종합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반면 법인은 과세표준 2억원 미만 9.9%, 2억~200억원 미만 20.9%가 적용된다.
조 대표는 “은퇴자가 매수하는 연금 빌딩은 연간 임대료 수입이 2억원을 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대부분 법인은 10~20% 낮은 세율을 부담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보유 기간 중 발생하는 세금 부담은 법인이 개인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개인은 1년 미만 보유 시 50%, 1~2년 보유 시 40%의 초고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법인은 매각 시 법인세율(20%)만 적용받는다.
다만 개인에게는 장기보유특별공제라는 장점이 있다. 3년 이상 부동산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 일부를 공제받을 수 있는데, 법인은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장기 보유를 계획하고 있거나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면 개인 매입이 유리하다. 하지만 단기 매각을 한다거나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한다면 법인 설립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