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레슬러
올해 제65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으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한 미키 루크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더 레슬러'(The Wrestler)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인 빔 벤더스 감독을 비롯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슬픈 연기를 갖춘 감동적인 영화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15년간의 공백기가 내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줬다. 정직한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고
미키 루크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세월에 의해 은퇴한 총잡이, 칼잡이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영화가 많지만,
실제로 영화사 뒤 안으로 물러났던 '미키 루크'는
이 영화 '더 레슬러'로
화려한 레드카펫을 밟았고 그의 복귀를 전 세계 팬들은 반기고 있다.
이 영화는 과거에 하늘을 찌를 듯 한 스타였지만 세월과 시대 경향에 물러나 근근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프로 레슬러의 자아 성찰을 그린다. 초반의 몇몇 장면은 처절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것의 한 측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다.
현란한 테크닉과 무대 매너로 80년대를 주름잡은 최고의 스타 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 는
링 위에서 많은 팬들을 얻었던 80년대 레슬러였지만, 이제 그를 기억하는 것은 소수의 충성스러운 팬들 뿐,
늙어버린 퇴물 레슬러는 링 위에서 포효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과 함께 지구가 정지했던
그 시대의 향수 속에서 살아남길 원하지만,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20년이 지난 지금, 심장이상을 이유로 평생의 꿈과 열정을 쏟아냈던 링을 떠나 마트의 식료품코너에서
일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 스트립 걸 ‘캐시디’(마리사 토메이)에게 아무리 순정을 바쳐 사랑을 해보려 하나
그는 그녀에게 단순한 고객일 뿐이다. 그의 유일한 혈육인 딸(에반 레이첼 우드)을 통해 평범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딸조차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증오한다. 사랑하는 여자, 사랑하는 딸
두 여자에게 버림받은 그는 세상을 살아가는 용기까지 잃어버리게 된다.
모두에게 버림받은 퇴물 레슬러. 그의 꿈은 모두 산산이 무산된다. 냉혹한 현실은 그에게 더욱
큰 상처로 돌아온다. 결국,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경고도 불구하고 자신을 알아주는 곳은 오직 한 곳,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레스링 경기장 뿐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지 않은 이 세상. 그가 다시 링 위에 오르는 계기가 된 순간은 정말 우연히 찾아온다.
그가 일하던 그로서리에서 피를 뒤집어 쓴 체 아이처럼 뛰쳐나가는 그 순간은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정말 대단하다. 그는 결국 죽음을 각오하고 링에 선다. 이 세상 모두가 몰라줘도, 그의 진정한 가족은
그를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던 팬임을 알았다. 그의 심장이 링 위에서 터져버려도...그가 사랑하던
딸과 여인에게 버림받았더라도, 이 세상 아무도 몰라줘도 좋다.
팬들이야 말로 그의 유일한 가족이고,
그가 레슬러로 존재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대런의 연출력도 뛰어나지만,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예수님 마냥 머리칼을 길게 기르고 금발로
물들인 미키루크의 호연과 버림받은 레슬러의 히로인 마리사 토메이 역시 정말 대단한 연기이다.
아카데미 주연남우 조연여우에 후보에 오를만하다.
Ratt의 Round And Round 를 따라 부르면서 바에서 미키 루크와 마리사 토메이가 춤을 추는,
사랑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 까지만 했어도 관객들은 레슬러가 해피엔딩을 바랄 것이지만 ,
이 영화는 정말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차갑지만, 또한, 지나치게 뜨거운 영화이다.
대런은 끝까지 절대로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대런의 연출도 좋았지만, 로버트 시겔이라는
시나리오 작가 정말 군더더기 없는 훌륭한 각본에 훌륭한 연출! 훌륭한 연기!
레슬러는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한… 정말 지독하게 멋진 영화이다!
한국의 정서와는 좀 거리가 있지만 남성 관객 취향 쪽으로 많이 치우친 편이다.
그러나 '더 레슬러'는 마지막 장면에서 심금을 울리는 직업, 성공, 사랑 도 가족 이야기도 아니다.
쓰러져가는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처절한 자기성찰이 크레딧이 올라갈 때 심금을 울리고 여운을 남긴다.
'미키 루크'의 혼이 담긴 연기도 일품이다. 전 세계 영화인들이 기립 박수쳐 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