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기업은 물론 이익을 추구해야 하지만 이익 추구가 기업의 존재이유는 아니다. 기업의 전제는 그렇게 천박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전제는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고, 사회에 고용과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며 함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p392
저자가 설파하는 기업의 목적이 가슴 통쾌하기도 하다. 자사의 대표는 기업의 목적을 주주가치의 극대화에만 한정지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물론 구성원의 다수가 우리사주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기에 주주가치가 향상된다는 것은 조직구성원의 만족도도 높아진다는 것이겠지만, 소유한 사주가 오늘 몇 백원이 올랐다고 해서 조직에 헌신할 새로운 모티브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박경철의 말대로 조직구성원의 행복을 위해 회사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차라리 설득력이 있을지 몰라도.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은 다분히 현학적이다. 이는 저자 스스로가 밝힌 사실이다. 따라서 소화해내기에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저자의 의견을 독자에게 설파하기 위해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한 부분도 독자의 이해를 어렵게 만든 원인일 수 있다. 그래도 감동적이다. 세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지닌 박경철이란 사람을 알게 되어서.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은 저자의 다양한 관심을 싣고 있다. 철학에서 인문학까지,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부터 기성세대에 대한 질타까지를 담고 있다.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 이성이 시작된다."
이는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인데, 가히 '생각'의 본질을 관통하는 선언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동작과 행동들은 본능에 의존한 관성일 뿐 생각의 결과로 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p 28~29
저자는 이러한 전제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상은 복잡하지만 본질은 단순하다"는 주장을 인용해 반값등록금 문제, 부의 양극화, 사회적 기회 상실, 부패, 기득권층의 이기와 탐욕, 저축은행의 불법대출 같은 사안의 본질은 자본독주에 의한 기득권의 문제라는 점에 주목하면 단 하나의 명제로 압축된다고 말한다.
경제전문가 다운 혜안이 빛난다. 이어서 그는 대한민국 기득권 혹은 기성세대에 대한 질타로 '말하기의 무능성', '생각의 무능성', '판단의 무능성'으로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내뱉고, 주류가 내세우는 프레임에 걸려 비판적 분석 능력을 잃고, 판단능력을 상실한 이들은 다른 누군가를 적으로 규정하며 모욕하고 공격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표현인 초절정재벌 한 분이 역설한 '만 명을 먹여살리는 한 명의 인재'를 비판하면서
'만 명을 먹여살리는 한 명의 인재가 '팔로 미(follow me)'를 외치면 9,999명이 뒤를 다라 뛰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공공의식이 없는 리더십에는 대중이 곧 염증을 느낀다. 어떻게든 성공만 하면 되고, 남을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고, 잘나고 똑똑하면 모두가 따르던 리더십에 염증을 느낀 대중들이 간절하게 공공의식을 가진 공감형 리더십을 요구한다.' p 384
리더십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밝히고 있다.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는 독서와 경험과 사색을 요구하며 스스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험이라고 말하며,
'현실이 이렇다 해도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길은 다양한 체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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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일을 체험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간접체험이다. 광범위한 독서를 통해 다양한 분야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고, 문화예술을 접함으로써 자신의 영감을 테스트해볼 수도 있으며, 새로운 곳에 여행을 다니고 봉사활동에 참여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귀고 어울리는 재능이 있는지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 가장 필용한 준비는 호김싱이다. 호기심이 없는 사람과의 대화는 편안하지만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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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즐기던 분야의책만 읽는다면 그것은 익숙한 놀이지 호기심이 아니다. 간접체험의 여정에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 . . . . . .
..' pp 197~198
저자는 [자기 혁명]을 통해 사회의 불평등을 지적한다. 가진자들이 그들 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그들의 자녀에게 대물림을 하기 위해 불공정한 경쟁을 벌이기에 대다수의 청년들은 출발 자체가 다른 선에서 경쟁을 시작한다고.
하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 진정한 노력이 돋보이는 것이고, 그런 경험이 있어야 보다 큰 시련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노력에 대해 저자가 인용한 다니엘 레비틴 박사의 '만 시간의 법칙'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레비틴 박사가 베를린 뮤직아카데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8,000시간을 연습한 학생과 1만 시간을 연습한 학생들 간의 실력차가 크더라는 발표는 이미 알고 있던 진리를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
1만 시간을 연습한 학생보다는 2만 시간, 2만 시간을 연습한 학생보다는 3만 시간을 연습한 학생이 연습에 적응한 뇌와 몸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 많은 연습량보다는 실전에서의 경험이 성장의 또다른 촉매제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추어 시절 이름을 크게 날렸다 하더라도 무명으로 프로세계에 들어와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빛을 발하는 사례들을 보더라도 입증이 된다.
물은 절대 99도에서 끓지 않는다. 대부분의 소년이든 청년이든 성인이든 '이 정도면 됐다'라는 생각에서 멈춘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에 상응하지 못한 결과를 받았다고 억울해 한다.
물이 끓기까지의 마지막 1도가 부족했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시험 보기 전 딱 1시간 만 잠을 줄이고 훑어보았으면 맞출 수 있었던 문제, 일을 시작하기 전 한 번 만 더 기안서를 보았다면 줄일 수 있었던 실수들, 말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했으면 했던 어휘들. 모두가 마지막 1도 부족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경철과 마찬가지로 의사로 출발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문가로 기업가로 교수로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는 안철수 교수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진행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느블리스 오블리제'를 언어적으로는 강연을 통해, 방송을 통해 실천하고 있고 문자적으로는 도서출판과 기고를 통해, 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물질적인 부분까지도 실천하고 있는 안철수 교수는 대한민국의 뉴스메이커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시골의사 박경철 또한 안철수 교수의 행보에 어떤 조력자가 되어 나타날지, 대등한 동반자가 되어 그 옆에 서 있을지, 다음 장면들이 기대된다.
<기억에 남는 한마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최선이란 자기의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다. - 조정래 p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