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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수
삼척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
삼척시 도계읍은 현재 국내 최대의 무연탄 생산지이고, 193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광부들의 집단적인 주거공간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탄광사택은 일본인 관리자 사택과 한국인 광부 사택으로 구분되는데 일본인 관리자 사택은 도계에서 가장 터가 넓고 주거여건이 좋은 도화산 아래 계급에 따라 규모를 달리하여 건립했고, 한국인 광부사택은 탄가루가 날리는 갱 근처의 경사지에 군대의 병영막사 같이 조성하였다.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가장 위쪽으로 일제시대 당시 소장과 부소장이 쓰던 단독형 관사가 있었고, 그 바로 옆에 분수대를 갖춘 손님맞이 공간으로서 객실이 위치했다. 그 밑으로 2칸 사택이 조성되고, 그 아래 4칸 사택과 6칸 사택이 조성되었는데 이들 집엔 목욕탕과 화장실을 갖추고 텃밭까지 있었다. 공동우물과 공동화장실을 쓰던 한국인 광부사택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1970년대에도 석유파동으로 많은 사택들이 지어졌다. 5집이 한 몸으로 구성된 사택이었다. 유신사택, 협동사택, 장미사택, 평화사택, 자립사택 등이 그것이다. 김재홍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태백·정선·영월·문경·보령·화순 등지의 탄광촌에도 사택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도계읍의 탄광사택이 가장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대적 건축 특징을 잘 보여주고, 우리나라 탄광촌 집단주거가 마을 단위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도계역의 급수탑과 같이 등록문화재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값진 보물인가.
근대문화유산으로 관광자원화에 성공한 사례는 많다. 부산에 있던 임시수도 정부 청사의 경우 1990년 대단위 아파트 건립 조성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학계와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동아대학교에서 매입하여 복원 수리한 후 임시수도나들이·부모님과 함께 하는 박물관 체험·방학을 이용한 생생박물관 등의 프로그램 운영으로 소중한 문화자원이 되었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던 소금창고·염부들의 사택·목욕탕·관리사무실 등은 2007년 소금창고를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한 다음 소금내기(대파질)· 수차돌리기·전통자염만들기 등의 체험프로그램 운영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보물섬이 되었다. 대만의 진과스는 일본군 전쟁포로 탄광으로서 금 채굴작업이 활발하였으나 20세기 후반에 금이 고갈되어 폐광되었는데 그곳에 황금박물관·광부도시락·금광체험장·주변경관 정비를 통해 현재는 대만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고, 미국의 은광촌 캘리코(calico)는 1907년 은값 폭락으로 폐광된 이후 유령도시<고스트타운(ghost town)>란 별명을 얻었지만 주민들의 노력으로 서부개척시대의 폐광촌을 재현하고 고스트타운 기차투어 등의 관광사업을 추진하여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 모두가 문화유산이 지역관광의 아이콘이 되어 지역재생을 이끈 성공사례이다.
도계의 탄광촌사택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탄광주거 문화유산이다. 오래된 것도 보물이지만 도계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이기에 더 값진 보물이라고 본다. 느티나무 주변의 일본인 관리들의 사택을 원형대로 복원하고 70년대 이후의 광부사택도 잘 보존하여 교육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보물을 보물답게 만드는 일은 순전히 주민들의 몫이다. 폐광지역활성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위치백리조트나 유리관광테마파크조성과 함께 한국건축학계에서 보물로 평가하는 탄광촌사택의 보존과 활용프로젝트도 병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