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멀고 험난해 보이는 EU 가입이라는 목표를 포기하고 다시 친중동외교노선으로 선회하는 것 같다. 이는 비교적 종교적으로 세속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터키의 사회에 이슬람 보수 물결이 확산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터키가 EU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투자를 받아들이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참으로 힘든 작업이다. EU의 표준에 맞추어 터키의 이슬람 색채를 상당히 제거해야 하고 유럽 수준의 신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터키 안에서는 굳이 EU가입이 필요하는가 하는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로 유럽의 경제 사정이 크게 악화된 반면 고유가시대를 맞아 중동의 자금이 워낙 풍부해진 상태라 EU에 가입해서 유럽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의 투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빠르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를 신오토만주의(Neo Ottomanism)이라고 부른다. 과거 오스만제국이 통치하던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 외교역량을 집중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최근 한동안 소원했던 이란과 시리아 등 시아파 이슬람 국가에 손을 내밀고 있다. 터키 자국 내의 유프라테스강 댐의 방류량을 늘려 가뭄에 시달리는 시리아를 지원해주고 있고, 시리아-이스라엘 사이의 평화협상을 중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로 했다. 이란과도 유전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또 오스만제국 당시 인종청소를 명분으로 150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한 사건 때문에 과거사문제로 껄끄러운 아르메니아와도 적극적인 화해에 나서고 있다. 그런가하면 국제형사재판소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급되는 등 국제적으로 고립을 당하고 있는 수단의 알바시르 대통령을 두 차례나 터키로 초청하는 등 아프리카를 향한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유럽을 포기하는 듯한 외교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터키가 EU 가입이 어려운 이유는 유럽 여러 나라와 문화적 배경이 워낙 상이하다는 이질감과 함께 유럽 여러 나라들이 이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7600 만 명이나 되는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터키인들이 대거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자국민의 일자리가 줄고 이슬람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터키가 EU 가입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오히려 서방국가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란 시리아 하마스 헤즈볼라 등과의 끈끈한 유대를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몸값을 올려 EU 가입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