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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2010,1,6)오후부터 미주리주 콜럼비아시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미국땅에서 처음으로 맞는 겨울이지만 사흘이 멀다하고 눈이 내리니 눈이 특별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이번 눈은 달랐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눈이 오늘 아침까지도 계속돼 적설량이 15센티미터나 된다. 폭설은 이미 일기예보를 통해서도 예고가 됐었다. 일기예보 처럼 눈보라가 휘몰아치자 콜럼비아시 교육청은 서둘러 휴교령을 내렸고 학부모들은 이미 눈이 내리기 시작한 어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휴교사실을 통보받았다.
내게도 'CPS ALERT'이란 제목의 문자메시지가 전달됐다. CPS는 다름아닌 child protection service,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휴교사실을 미리 알려준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휴교 통보를 받았으니 다음날 학교에 가야하는 부담이 사라졌다. 아침에 학교로 태워다 주지 않아도 되고 아침도 일찍 먹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놀기로 하고 집 거실에 있는 벽난로에 불을 지폈다.
낮은 바깥 기온 때문인지 벽난로에 불을 피우자 마자 이내 실내 공기가 훈훈해지고 집안 분위기도 아늑해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아파트 문화가 발달한 한국엔 웬만큼 큰 집이 아니고서는 벽난로를 설치하기도 어려울 뿐아니라 작은 집엔 벽난로가 없다. 그래서, 처음에 미국에 도착했을 때 벽난로를 보고도 별 쓸모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온 가족이 난로 주위에 둘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재밌는 게임을 하다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연말 준석이 한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준 크리스마스 트리, 플로리다 여행 가느라 설치만 해놓고 한 번도 켜보지 못했던 트리에도 불을 밝혀 집안 분위기는 한층 ‘업’ 됐다.
아이들은 화롯가에 둘러 앉아 한가롭게 정겨운 이야기를 주고 받는 분위기가 좋은 지 무척 즐거워 했다. 긴장으로부터 해방된 미국 생활, 순간순간 내가 아무런 고민없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살고 있구나 느끼고 있지만 가족과의 노변정담은 ‘행복’이란 말을 떠올릴 정도로 즐겁고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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