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버튼 : 이소룡은 현재 상당한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그가 미국에서 출연한 TV시리즈가 인기를 얻자 현재 미국에서는 뜨기 시작하지만, 이곳 홍콩에서는 영화배우로써 이제 막 대스타에 등극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는 홍콩과 미국 중 어디를 선택할까요? 이는 대부분의 신인영화배우들이 좋아할 딜레마입니다.
아나운서 : “피에르 버튼쇼. 본 프로그램은 세계 주요도시에서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번 쇼는 홍콩에서 보내드립니다. 게스트로 나오신 분은 제임스 가너, 스티브 맥퀸, 리 마빈, 제임스 코번에게 가라데, 유도, 쿵후 등을 가르쳤던 사람으로, 미국에서는 배트맨, 그린호네트, 아이언사이드, 롱스트리트 등에 출연하여 잘 알려진 신예 홍콩 수퍼스타이기도 합니다. 이름하여 브루스 리(이 소룡). 그는 만다린어(표준중국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사회는 피에르 버튼씨가 하시겠습니다.”
피에르 : 이 소룡씨는 만다린어(표준중국어)를 쓰시지도 않는데, 어떻게 만다린어를 사용하는 영화에 출연하실 수 있나요? 어찌된 일이죠?
이 : 예, 우선..저는 광동어만 할 줄 압니다.
피 : 네.
이 : 광동어와 만다린어는 발음이라던가 이런저런 점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피 : 그러면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사용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이 : 네 바로 그렇습니다!
피 : 그러면 이 소룡씨는 영화에서 대사는 하신다는 말씀인데…….소룡씨가 고향인 홍콩에서 영화를 보러 가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나오는 소룡씨를 보실텐데…이상하지는 않나요?
이 : 글쎄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이곳 홍콩에서 만들어진 대부분의 만다린어 영화들은 더빙되거든요.
피 : 더빙된다구요?
이 : 네. 만다린어영화들은 찍을 때 동시녹음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별반 차이가 없어요.
피 : 영화에서의 입모양과 나오는 대사가 완전히 다를텐데요?
이 : 네. 바로 그 점이 어려운 점입니다. 왜냐하면 광동어는 만다린어와 어법이 달라요. 그래서 저는 영화 이면에 흐르는 감정이 영화에 계속 나타나도록 하기위해 공통점을 찾고자 하죠. 만다린어와 매칭되는 뭔가를 찾는다고 할까요. 듣기에 복잡하신가요?
피 : 과거 무성영화시대와 같군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홍콩에서 만들어진 영화에서 나오는 대화는 상당한 표준어라고 하던데요.
이 :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서 영화는 동작(모션)을 찍는 것이죠. 즉, 가급적 대화를 최소화 한다는 것입니다.
피 : 첫번째 배역을 맡기 전에 만다린어 영화들을 많이 보셨습니까?
이 : 네
피 : 그 영화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 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기준에 상당히 미흡하다고 저 역시 인정합니다. 하지만 만다린어영화는 날로 발전해가고 있으며, 질적인 기준으로도 점점 더 부합되어 가고 있습니다.
피 : 홍콩에서 상당한 히트를 하여 소룡씨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당산대형’의 성공비결을 놓고 사람들은 당신이 직접 액션연기를 해서라고 합니다.
이 : 음……
피 : 각종 중국무술의 달인으로서 스타가 되기 이전에 연구하셨던 영화들에서 소룡씨가 보신 옛날액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 글쎄요, 우선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무도연마는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액션과 결부시킬 의도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의 인생이 연관되어 있는 한 무술에는 매우 심오한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배우로서, 무술인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저는 무술로부터 이 모든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피 : 무술이 뭔지 잘 모르시는 시청자를 위해 무술의 의미를 정확히 설명하신 거군요.
이 : 네. 무술에는 모든 종류의 무술, 예를 들면 가라데, 유도, 쿵후, 아이키도, 합기도 기타 등등의 싸움기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격투라는 싸움의 형식입니다. 이들 중 일부 무술은 스포츠가 되었지만, 일부는 아직도 싸움기술이죠.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예를 들면, 낭심을 차거나 눈을 찌르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피 : 당연히 소룡씨는 이 분야에서 대성하셨잖습니까. 홍콩영화들은 이러한 종류의 액션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이런 영화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할 텐데요………
이 : 필요한건 폭력이죠. 하하하.
피 : 그러면 소룡씨는 홍콩에서 영화를 찍으셨을 때 대역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셨겠군요.
이 : 네.
피 : 모든 액션연기를 직접 하셨습니까?
이 : 네.
피 : 손이나 발로 대 여섯 겹짜리 송판을 격파하실 수 있나요?
이 : 제 손발이 나가겠죠. 하하하…..
피 : 다른 얘기를 해봅시다. 헐리웃에 무술학교를 차리셨다고 하던데요.
이 : 네
피 : 제임스가너, 스티브맥퀸 같은 배우들의 액션연기 지도 때문인가요?
이 : 네
피 : 왜 이런 배우들이 중국무술을 배우려고 합니까? 영화 속 역할 때문인가요?
이 :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대부분의 수제자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방법은 모든 종류의 지식의 궁극적인 의미는 자각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제자들은 제게 와서 호신술이나 공격법들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움직임을 통하여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자 합니다. 분노, 결의..기타 등등이 있겠죠. 다시 말씀 드리자면 이들은 제게 수강료를 내고 싸움의 형식과 자신의 신체를 표현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입니다.
피 : 한편으로는 연기인 셈이군요.
이 : 글쎄요.
피 : 아니면 배우가 되는데 필요한 유용한 도구인가요?
이 : 좀 철학적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연기를 연기하지 아니하고, 비연기를 연기한다고나 할까요?
피 : 뭔 소린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 그러십니까? 그러면 다시 말씀 드리지요. 이는 양자의 조화입니다. 여기에 본능과 이성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 둘을 적절히 조화시키려 한다고 합시다. 한 쪽(본능)으로 치우치면 과학적인 것과는 매우 거리가 멀게 되죠. 하지만 다른 한 쪽(이성)으로 치우치게 되면 이는 더 이상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로보트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무술이란 두 가지의 훌륭한 조화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순수한 자연의 상태도 비자연의 상태도 아닌 것입니다. 요는 비자연의 자연적인 상태, 자연의 비자연적인 상태라는 것입니다. (중도를 지키라는)
피 : 음양오행설 같은 것인가요?
이 : 바로 그것입니다.
피 : 수제자들 중에 제임스코번씨는 ‘Our Man Flint’라는 영화에 출연하여 가라데를 선보였는데요, 소룡씨한테 배운 건가요?
이 : 아뇨, 나중에 배웠습니다.
피 : 그러면 그 영화를 찍고 나서 배웠군요.
이 : 네. 아시다시피 저는 실제로 가라데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더 이상 형식을 중요시 하지 않기 때문이죠. 저는 중국식 격투법, 일본식 격투법, 기타 등등의 격투법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 인간이 발 세 개 , 다리 네 개가 없는 한, 싸움의 형식은 차이가 없거든요.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만의 절대불변의 진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형식에 얽매이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형식이 없다고 해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어떻게 완전무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라고만 말한다면, 형식이란 하나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또 다른 형식을 창조해낼 수 없습니다. 이는 하나의 지속적인 성장과정이죠.
피 : 쿵후와 복싱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이 : 우선 발을 사용합니다.
피 : 그 점부터 다르군요.
이 : 그리고 팔꿈치도 사용합니다.
피 : 소룡씨는 엄지손가락도 사용합니까?
이 : 그럴 수도 있죠.
피 : 그럼 신체의 모든 부분을 사용한다는 말씀인가요?
이 : 네,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왜냐하면 신체의 표현이기 때문이죠. 제 말은 손만이 아닌 신체 모든 부분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격투에 대해 말하자면, 만일 그것이 스포츠라면, 여기선 얘기가 다릅니다. 왜냐하면 거기엔 규정과 룰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전일 경우, 이는 어떠한 규칙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체의 각 부위를 단련하는 게 낫다는 얘기지요. 카메라 앵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제가 몸을 약간 숙이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상대를 주먹으로 가격할 때에는, 골반과 주먹을 일치시켜 가격하되, 모든 에너지를 주먹에 집중하여 이를 무기로 만들라는 것입니다.
피 : 침침한 골목에서 당신하고 맞붙기 싫군요. 정말 빠르군요. ‘쿵후’와 매일아침 젊은이들이 옥상에서 연습하는 셰도우박싱이라고 하는 ‘태극권’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이 : 태극권은 쿵후의 일종입니다. 갖가지 종류의 많은 태극권도장이 있습니다.
피 : 홍콩에서는 모든 이들이 항상 태극권수련을 하는 것 같던데요.
이 : 네, 적어도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돌본다는 이유만으로도 제겐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아주 좋습니다.
피 : 네..
이 : 매우 좋은 현상이죠. 태극권은 만다린어로 ‘타이치츄완’, 광동어로 ‘카이다쿤’이라고 하는 일종의 느린동작의 운동입니다. 특히나 노인들에게 좋은 운동이죠.
피 : 지금 시범을 조금 보여주시죠.
이 : (시범을 보이며)자, 손을 보세요. 손을 천천히 움직여 밖으로 빼기도 하지만, 항상 움직임을 유지합니다. 굽히기도 하고, 뻗기도 하며 계속해서 움직이는 겁니다.
피 : 발레댄서 같군요.
이 : 요는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겁니다. 항상 물처럼 흘러야 한다는 거죠.
피 : 제임스가너를 비롯한 당신의 여러 수제자들 중 누가 가장 뛰어납니까? 누가 쿵후에 가장 적격이죠?
이 : 글쎄요..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파이터로써는 스티브맥퀸이 제격입니다. 그 분에겐 타고난 터프함이 있거든요.
피 : 영화에서 보면 정말 터프하죠.
이 : 스티브는 ‘여보게 난 괜찮네, 멀쩡해’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죠. 한편 제임스코번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죠.
피 : 저도 그를 뵌 적이 있습니다.
이 : 그래요?
피 : 네
이 : 제임스는 정말로 부드러우면서도 참 좋은 사람입니다.
피 : 네 맞아요!
이 : 제임스는 무술의 철학적인 면을 간파하고 있어서 무술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는 스티브보다 더 깊습니다. 그래서 누가 더 낫다고 말하기에 어렵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겠나요?
피 : 네
이 : 제 말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다는 겁니다.
피 : 흥미롭군요. 철학과 예술을 스포츠와 결부시킨 사례는 그리스시대 이후로 처음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동양에서는 이 세 가지에 공통점이 있다고 접근하는 거군요.
이 : 저에게 있어서 무술이란 궁극적으로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매우 어려운 거죠. 제가 쇼에 출연해서 온갖 잘난 척을 하고 흡족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차라리 쉬울 겁니다. 저도 모든 가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사물을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합니다. 가식을 보여드릴 수는 있지만 자신을 솔직하게, 자신을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훈련을 해야 합니다. 반사작용을 항상 몸에 배이게 해서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움직이고자 할 땐 움직이고, 움직이고 있을 땐 확실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반사작용은 에누리없이 아주 정확해야 하거든요. 펀치를 날리고자 할 때는 날리는 겁니다. 그래서 반사작용은 훈련을 통해 항상 몸에 배도록 하는 겁니다.
피 : 서구적인 방식과는 사뭇 다르군요. 소룡씨의 영화와 TV경력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전에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이 소룡씨와 함께 쿵후, 가라데, 유도등이 총 망라된 중국무술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워싱턴대 철학과를 나온 후 헐리우드시절에는 배우들에게 중국무술을 가르쳤습니다. 본 프로그램 전반부를 보셨으면 왜 무술과 철학이 함께 언급되는지 이해하셨을 것이며, 어떻게 그가 영화계에 진출하여 많은 배우들을 알게 되었는지도 아셨을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린호네트’에서 운전수 ‘가토’역을 하셨다고 하던데, 그 배역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가 ‘Britt Reid’라는 주연배우 이름을 발음할 줄 아는 중국인처럼 생긴 배우가 유일하게 당신이라서라고 하더군요.
이 : 물론 농담입니다. ‘Britt Reid’는 그냥 이름이죠. 당시 제가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저는 의식을 초월한 상태였습니다. 이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일이었죠. 피에르버튼씨가 중국어를 배우시면 그 때 얘기합시다.
피 : 네?
이 :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점은 그 언어의 숨겨진 의미입니다. 즉, 무엇이 언어 뒤에 숨겨진 표정과 감정을 표출 시키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미국에 처음 와서 백인을 봤을 때, 그가 제게 농담을 하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를 잘 몰랐을 때와 같은 겁니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에 대해 갖가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피 : 네 그렇습니다. 이는 웃음의 의미가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가진 낯선 인종을 마주 대했을 때와 거의 같은 것입니다. 사실, 웃음이 항상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거든요.
이 : 물론입니다.
피 : 방금 생각난 게 있는데요, ‘롱스트리트’에 출연하셨을 때 소룡씨가 유명해질 수 있었던 그 행운의 기회에 대해 알고 싶네요.
이 : 아…네..
피 : ‘롱스트리트’에서 이 소룡씨는 단역내지는 조역으로만 출연했음을 시청자들에게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그 행운의 기회로 인해 미국 내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고 하던데요. 그 기회가 뭐였습니까?
이 : 제목이 ‘절권도’인 롱스트리트 특집회가 방송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프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제가 저의 진면목을 보여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피 : 진면목이라….
이 : 네. 당시 저는 말씀드린대로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했습니다. 그 덕분에 뉴욕타임즈에서는 저에 대해 좋은 평을 했더군요. ‘TV시리즈 배역을 따기에 충분히 납득이 가는 중국인’이라고요. 이 밖에도 더 있습니다.
피 : 스털링 실리펀트가 했던 핵심대사를 기억하나요?
이 : 스털링은 저의 제자 중 한 사람이죠.
피 : 그 사람도요?
이 : 네
피 : 헐리우드의 거의 모든 배우들이 당신 제자군요. 소룡씨의 철학을 표현했던 몇 가지 대사가 있었는데……기억하실런지…?
이 : 기억하죠.
피 : 들어봅시다.
이 : 이게 그겁니다.
피 : 제임스 프란시스커스가 출연했던 ‘롱스트리트’에서 이 소룡씨가 했던 대사입니다.
이 : “마음을 비우세요. 형식도 형태도 없는 물처럼 말입니다. 물은 컵에 따르면 컵, 병에 따르면 병, 주전자에 따르면 주전자가 됩니다. 물을 흐를 수도 부서질 수도 있습니다. 자…이제 물이 되세요.”
피 : 네 이제 알겠습니다. 그 이면에 숨은 힘을 알겠어요.
이 : 음….
피 : 지금 이 소룡씨에게 두 가지 일이 생겼는데요, 첫째는 미국에서 ‘무사’라고 하는 TV시리즈에 출연할 매우 좋은 기회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거기서도 무술연기를 하실 건가요?
이 : 본래는 그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파라마운트사의 ‘롱스트리트’에 출연했기 때문에 파라마운트사는 제가 TV시리즈에 출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 워너브라더스사는 또 다른 TV시리즈에 출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이 두 영화사는 서구적사상이 없는 현대화된 TV시리즈에 제가 출연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은……
피 : 서구적인 배역을 하고 싶으시군요?
이 : 네. 서부시대에는 손발로 때리는 등의 모든 폭력행위가 정당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길거리에서 사람을 때려서는 안되죠.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이 얼마나 ‘선한’사람인지는 몰라도 총에 맞게 됩니다.
피 : 네…총이라….하지만 중국시대극(무협드라마)을 보면 유혈이 낭자하잖아요!
이 : 유감스럽게도 종종 그런 경우가 있죠. 하지만 제가 출연하는 영화에서는 옳건 그르건 간에 폭력이 일어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홍콩무협 드라마들은 오직 폭력만을 위한 드라마죠. 30분 내내 싸움만 한다거나, 50번이나 칼로 찌르는 장면들만 나옵니다. (모션을 취하다 마이크를 떨어뜨림)
피 : 정말 멋지군요. 이런, 마이크를 다시 드리죠.
이 : (떨어진 마이크를 주으면서) 저는 무도인 입니다.
피 : 이 소룡씨가 헐리웃에서 뜨기 시작하자마자 홍콩으로 되돌아 오신 것에 대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 편의 영화로 슈퍼스타가 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잖습니까. 그래서 전화번호도 바꾸셔야 할테고, 거리에 나가면 팬들에게 둘러싸이실 텐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습니까? 홍콩과 미국 중 어디를 택하실 건가요?
이 : 글세요. 우선 이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슈퍼스타’라는 말은 제게 그다지 매력 있는 말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스타’라는 말은 사람들이 부르는 일종의 환영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배우로 인정을 해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야, 정말 뛰어난 배우다’라고 말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슈퍼스타’라는 말 보다 그 말이 훨씬 낫죠.
피 : 이 소룡씨는 자신이 슈퍼스타라는 사실을 시인하신 셈이군요.
이 : 네, 지금은 슈퍼스타죠. 저 역시 솔직히 시인합니다. 그 만큼 성공도 거뒀구요.
피 : 네.
이 : 그러나 제 생각엔 ‘스타’라는 말은, 물론 제가 스타라는 말은 아닙니다만, 정말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닙니다만, 제가 ‘스타’라는 말을 할 땐, 꼭 말 뜻 그대로를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왜냐하면…..
피 : 아까 여쭤본 질문에 답을 하셔야죠? 왜 엉뚱한 대답을 하시나요?
이 : 하하하…네…
피 : 홍콩에 계실건지, 미국에 계실건지, 아니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실 건지요?
이 : 둘 다 잡고 싶습니다. 저는 미국에 진정한 동양적인 것을 선보이기로 결심했거든요.
피 : 아니, 헐리웃에서요?
이 : 지금까지의 동양적이라 함은 변발을 하고 눈 째진 사람이 분주히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이는 시대에 매우 뒤떨어진 생각이죠.
피 : 첫 출연작이 찰리 챈의 ‘Number One Son’이라고 하던데요?
이 : 네, 맞습니다. 하하하.
피 : 하지만 그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잖아요?
이 : 네, 원래 그 영화의 의도는 새로운 중국판 007제임스본드를 만들자는 것이었죠. 지금은 바뀌어, ‘나이든 찰리챈은 죽었다, 그의 아들이 뒤를 잇는다’로 바뀌었어요.
피 : 네 그렇군요. 결국 그 영화는 만들지 않았군요.
이 : 네, 대신 배트맨시리즈가 나왔죠. 모든 TV시리즈들이 배트맨 스타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피 : 그린 호네트 처럼 말이죠?
이 : 네
피 : 그린 호네트에는 출연하셨죠?
이 : 그린호네트 출연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음을 말하고 싶어요.
피 : 정말요? 그 배역이 마음에 안 드셨나 보군요?
이 : 네.
피 : 그 사실은 몰랐네요. 다음 질문입니다. 미국 TV시리즈에 출연하여 중국인 영웅으로써 직면하게 되는 골치 아픈 일들에 대해 알고 싶네요. 영화 업계 관련인 들이 와서, ‘미국인이 아닌 사람을 미국 내 시청자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도 모른다’라고 하지는 않던가요?
이 : 글쎄요, 그러한 질문이 그전에도 있었습니다. 사실, 그 문제가 현재 논의 중이고, 그렇기 때문에 ‘무사’가 현재 촬영되지 않고 있죠.
피 : 알겠습니다.
이 : 그러한 일은 불행히도 이 세상에 있게 마련입니다. 어느 나라의 특정 지역인지는 잘 몰라도, 사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요소죠. 그래서 저도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하지 않아요. 이는 마찬가지로 홍콩에서 한 외국배우가 스타가 된다면, 그리고 제가 돈이 있는 영화계 관련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배우를 홍콩에서 받아들일 지의 여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문제될게 없습니다. 왜냐하면 솔직하게 표현하니까요.
피 :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요? 홍콩 시청자들에게 이 소룡씨가 최신유행을 따르는 미국물을 많이 먹은 지나치게 서구화된 사람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잖아요?
이 : 오우! 저도 그 점 때문에 그 전에 비난 받은 적이 있어요.
피 : 그래요?
이 : 그럼요. 하지만 제가 홍콩에서 영화를 찍을 때엔 가급적 미국물을 먹은 티를 안 내고자 노력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12년간 미국에서 지내왔어요. 하지만 제가 미국에 돌아가면, 그 반대의 경우가 있는 거 같아요.
피 : 이 소룡씨가 미국인들에겐 많이 이국적이긴 하죠.
이 : 네. 그러니까 미국에서 영화를 찍을 때는 미국의 영화 제작인들이 제가 이국적인 것만을 하도록 합니다.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을 아시겠나요?
피 : 물론이죠.
이 : 정말 그렇다니까요..
피 : 홍콩과 미국의 이중국적을 갖고 계시면 장단점이 있을텐데요. ….잠시 광고를 보시겠습니다…………….. 닉슨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태도 변화 덕분에 이 소룡씨가 미국 TV시리즈에 출연하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요?
이 : 하하하. 우선, 저의 출연은 이러한 변화가 있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향후 몇 년간 매우 흥미로울 거라고 저는 분명히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어떤 쪽으로 정치성향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피 : 네 알겠습니다. 저는 그저 궁금해서리…..
이 : 하지만 일단 중국의 시장 개방이 일어나면, 더 많은 이해가 생길 겁니다. 뭔가 다른 일이 생긴다는 것이죠. 이전과는 다른 대조적인 일들이 생기겠죠. 그렇게 되면, 풍요의 시대가 열리는 겁니다. 만약 제가 40년 전에 태어났다면, 그리고 ‘야, 나 미국 TV시리즈에 출연할거다’라는 제 생각을 말했다면, 이는 아마도 허황된 꿈이라고 그랬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바로 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죠.
피 : 지금 이 소룡씨는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미국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 저 자신에 대해 한 인간으로써 어떻게 생각하느냐?…..공자님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하늘아래 인간은 모두 같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로 구성된 한 가족이죠.
피 : 네 이제 마쳐야 할 시간이군요. 감사합니다 이 소룡씨.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좋은자료 감사^^ 직접 번역하신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