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새벽 6시.
안구회장한테 연락이 온다. 지금 자택에서 사당역으로 출발한다고~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내린단다.
창문을 열어 젖혔다.
이곳 전주는 맑은 날씨고 비 내릴 기미가 없다고 보고 했다.
일기예보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지만 기상청 직원들이 체육대회나 소풍가면 항시 비가 오지 않았던가!!!
괜찮을거야~~~
성공적인 산행을 기원하며 TV를 켜니 기상이 좋지 않아 죄 없는 리모콘만 던져버린다.
이 새벽에 이 궂은 일기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서울 친구들, 광주 친구들, 순천 순옥이, 경주에서 올 양균이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명치끝이 아파온다.
여기저기서 전화벨이 울리고~~~~~ 반복되는 말~~~~~ 강행한다고~~~~~
07:30
전주 집결지로 향했다. 도착하니 벌써 광주 친구들이 보였다. 부지런도 하지!!!
향기나는 남자 병훈이와 몇 해 전 문화일보에 게재되었던 속 주인공과 다름없는 강안 남자(?) 귀복,
젊은 교감선생 원규가 반갑게 손을 내밀고,
순천에서 새벽열차를 타고 올라온 순옥이도 도착.
약속시간이 가까워 짐에 따라 속속~~~~~
음식을 장만한 선숙회장이 기사(강서방)를 대동하고
은순 역시 기사(김서방)와 함께 도착.
트렁크에서 떡, 음료, 맥주, 과일, 찰밥, 콩나물국, 머리고기, 김치등을 내린다.
해년마다 전주 친구들의 행사 시 협찬을 마다하지 않으니 늘 미안할 따름이다.
인원점검을 끝내고 출발~~~
지금까지 전북지역은 맑은 날씨고 이따금씩 햇볕도 든다.
대둔산을 4km 남겨두고 운주계곡에서 준비해 온 아침을 들면서 재미나게 떠들고, 웃고, 소리치고.....
이때 안구회장한테 연락이 왔다.
곧 도착한다고~~~
서울에서 내려오는 일행들은 계속 비를 몰고 왔다고 한다.
차라리 비를 다시 몰고 서울로 가라고 하고 싶다.
아니나 다를까 대둔산에 도착하니 제법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다.
서울친구들의 도착이 임박했음을 비가 알려준다.
전주 친구들에게 우의를 다 갖추어 입게 하고 관리사무소에 가서 케이블카 6장을 VIP용으로 받아와서 대기상태에 있던 차
안구회장이 입구 주차장에서 찾는다.
불려가니 반가움도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산행을 취소한다고.....
회장의 지시인지라.....
네, 알겠습니다.....
뒷풀이 장소로 예약되었던 화산 붕어찜 집으로 연락을 취하고 길 안내를 해야 한지라 서울일행들 차를 탔다.
옆자리에 앉은 경호는 불쑥 입이 나와 있다.
불만이 가득 차 있다.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다.
또 다른 자리에 있는 회장의 얼굴을 본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찬 표정,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깊은 고뇌가 엿보인다.
사실 회장을 비롯한 핵심 산악 회원(경호, 명희, 규식, 희숙, 금옥, 명자, 진후, 길성, 순이, 용욱, 인숙)들은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50名이 넘는 인원의 안전문제가 우선순위 였을거라 생각한다.
정기적인 산행으로 무장된 회원들과는 달리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더구나 대둔산은 긴 구름다리도 있고, 경사가 급한 사다리 오르는 길목도 있으니~~~~~
나는 안다.
나뿐만 아니라 참석했던 친구들 모두 알고 있다.
안구 회장이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했다는 것을.....
아울러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으며 수장으로서의 덕목도 빛났다는 것을.....
11:00
화산 붕어찜 전문 음식점인 산수장 가든에 도착하여 전주 친구들과 서울 친구들, 기타 지역 친구들 모두 얼굴을 맞이하게 되었다.
친구들을 맞이하며 모두가 반가워한다. 수다를 떤다~~~~~
반가움 보면서 느낀 건 그 옛날의 날카로운 눈빛과 위태로운 표정이 닳아 없어지면서 하나같이 얼굴이 둥그레졌다.
벌써 누구는 아랫배가 볼록 나오고 누구는 머리가 희끗희끗하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이런 얼굴을 보면 “웬 아저씨가 나왔나” 하겠지만
그게 바로 나이고 내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젊음을 유지하는 몇몇 친구들도 보인다.
그들의 공통점은 산악회원들이었다.
정기적인 산행을 통해 몸을 만든 친구도 보였다.
젊음과 몸 상태들만을 논할 수도 없다.
산악회 핵심멤버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들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평소에 높은 산에 올라 만고의 시름도 잊었을 것이다.
숨도 차고 심장이 죄여오는 느낌도 들었을 것이고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신선한 땀방울의 기쁨도 맛보았을 것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그들만의 넓은 가슴도 가졌을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경호는 사업이 번창하여 전주에도 사무실을 OPEN 예정인가 보다.
규식이도 쉰을 향한 나이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여 높은 연봉으로 직장을 옮기고
순이는 왕성한 사회활동에 매진하고, 진후는 몸짱이 되어 있고,
명희는 날로 소녀가 되어가고,
인숙이는 산에 올라 정기를 받고 자녀교육을 잘 시켜 서울대에 입학시키고
서울대 자녀를 둔 부모들을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에 답은 only 산이었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술과 인생, 변두리 인력으로 불리우는 나의 삶과는 오버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11시부터 잔치가 시작되었다.
완주 화산 별미인 붕어찜과 준비해 간 음식들을 차려놓고 경천 저수지를 바라보며,
창가에 부딪히는 비바람을 부대끼며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본다.
술잔이 돌아가며 신종플루, 4대강, 세종시, 미디어법등은 우리하고는 먼 이야기이고
그냥 모두가 웃었고, 모두가 떠들었으며, 모두가 하나가 되었으며, 모두가 기념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
많은 것을 넉넉하게 준비하여 함께 나누어 먹고 감사하며, 보듬어주고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14:00
비가 멈췄다.
안구회장이 호출을 한다.
이런 황금시간을 계속해서 술판만 벌일 수 없으니 짧은 시간대의 산행이나 산책을 할 수 있게끔 장소를 수배하란다.
또다시 비가 내릴 시 곧바로 대피할 수 있는 곳으로~~~
대둔산은 4~5시간의 소요시간이 필요함에 따라 제외되고 50분정도 소요되는 완주군 동상면에 위치한 대아리 전주 수목원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 소식을 접한 경호는 소년처럼 즐거워하며 술판을 중단시키고 친구들을 독려하며 앞장선다.
차량으로 30분을 이동, 전주수목원에 도착하여 산행 아닌 산행에 나섰다.
산행이라보다는 맑은 공기 마시며 가을정취를 깊게 느낄 수 있는 산책길이었다.
옹기종기, 삼삼오오, 자유스럽게 산책을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다람쥐도 보면서 대둔산행의 아쉬움을 달랜다.
땀이 난다.
제법 많이 걸었다.
어떤 친구는 1시간을 넘게 걸었다.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다.
이렇게라도 산책을 마치고 주차장 바닥에 앉아 남은 음식과 남은 술과 음료들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흥겨워한다.
특히 경호가 밝아졌다.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흐르고 너무 마셔댔던 재옥이는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아마 서울 올라가면서 관광버스를 몇 번 STOP시켰을 것이다.
16:50
서울 및 타지에서 온 친구들을 위해 아쉬움을 달래며 헤여져야 할때, 못다한 이야기, 못다먹은 음식들은 내년 11월로 미루어야 할 시간이다.
안구회장의 마무리 인사와 전주 친구들에 대한 판수 친구의 특별 메시지를 듣고 전주로 돌아 오는 길~
버스 안에서 노래 자랑이 펼쳐진다.
영순, 순옥, 귀복, 연성, 상덕등의 노래가 이어지고 분위기에 기분이 UP 되었는지 평소 얌전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설정이 노래도 이어진다.
심지어 설정이 노래까지도 점수가 100점 나오는 것을 보고 여태껏 몰랐던 관광버스 노래기계는 모두 100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주에 도착하여 짐을 다 정리하니 선숙이네 병원에 신랑들이 모여 있다고 하길래 찾는 이들은 다 돌려보내고 가정에서 대우(?)받지 못한 자들만 따로 자리를 만들었다.
순옥, 귀복, 병훈, 원규, 병현, 정섭, 정희, 여자 기사분, 상덕, 기수, 대익, 나, 그리고 오늘 참석은 못했지만 옥순이가 찾아와 뒤늦게 술자리에서 만남을 이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순옥이와 광주 친구들은 시간관계상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밖의 친구들은 집에 들어가기 전에 ‘딱 한잔’ 더 하며 한곡조 뽑았던 전주의 밤은 그렇게 지나갔으며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 30분.
아내와 아이들은 내가 온 줄도 모르고 깊이 잠들어 있다.
시츄녀석이 길길이 뛰어 오른다.
사람이 이렇게 반겨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단풍보다 더 예쁜 여자 동창들을 만나고 오니
옆으로 돌아눕는 아내의 모습이 호랭이 물어가게 생겼다!
목 뒷덜미에 있는 까만점이 오늘따라 대문짝만하게 보인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 점도 다 상큼했었는데.....
요즘은 레이져로 점도 쉽게 뺀다는데.....
어휴!!! 애들 생모만 아니다면.....
첫댓글 유후 멋진 글솜씨...읽어 내려올수록 작은여우 점정 더 작아진다... 조악하기 짝이없이 써놓은 산행 후기를 내려야 할까부다 앞으로는 기죽어 후기 못올리겠다...
정작 글을 쓴 본인는 알수없지만.... 작가의 개성과 매력이 녹아스며있는 산행후기라서 독자들에게는 넘 좋다는 거 아시나요?
영규씨!! 멋져요!! ㅠㅠ
또 다른 영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산행후기 정말 멋지게 글 잘쓰네....짱!!!!
영규야 내애기는 하나도 안 올렸네....ㅅ ㅅ내가 싫은겨?...
워째 정섭이 안시키고 직접 요로코롬 진 후기를 쓰셨는가?? 덕분에 즐거웠지만 버스에서 노래를 안시켜서 조금 섭섭했다네..지금껏 노래방에서 100점 맞은 기억이 없어 좋은 기회였는데...그래도 만원 벌었으니 고맙다고 해야지...ㅋㅋㅋ
영규는 참~소설가아닌가??너무나 감동적이야~!!전주칭구들 정말수고많았다오~!우리칭구들의 헌신적인맘은 잊을수가없구나~고맙구1항상건강하고행복하길바랄께~~^*^
우~왕~~굿~!!! 산기행문 명희작품 다음으로 멋져요.
굿 ~~~메리굿이다 고생했다
말만 잘하는줄 알았더니 글 참 잘쓰요이. 역시 든게 있어야 입으로든 글로든 나오는겨.....때로 배우고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오메 기죽어.^^
와~ 영규 다시봐야겠는걸~~ㅋ 마지막 글귀 마눌 안보게 조심혀라~~ 모두들 즐겁고 흥겨웠던 모습들이 눈앞에 쫘악~~ 펼쳐져 덩달아 신나고 기분이 좋넹~~
다시 읽으니 더 재밌네. 점심먹고 와서 재미난 글을 읽으니 소화가 팍팍~
정말 글 재밋게 잘 쓴다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