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전문점 은소반의 상차림은 '깔끔하다'는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다.
"맛이 2% 부족할 때는 소금으로 부족한 맛을 살립니다. 소금을 넣어야 하나하나 양념 맛이 살아나죠."
흔히 음식 맛은 손맛이라고 하죠. 소금으로 부족한 2%의 맛을 살린다니 재밌습니다. 요리의 팔방미인 소금의 쓰임새를 제대로 읽는 것 같습니다.
보양식 중 하나로 꼽히는 전복.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순 없을까? 이렇게 여수시 소호동 한화사택 건너편의 전복전문점 '은소반'을 찾았습니다.
맛을 아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조용히 입소문이 났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럴까?' 싶었는데 소금을 활용할 줄 아는 지혜가 보통 아니더군요.
게다가 생선 물회를 만들 때 설탕을 먼저 넣었는지, 식초를 먼저 넣었는지 맛보면 안다 하니 맛에 관한한 절대 미각이라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은소반', 소박한 밥상을 내기 위해 최선
생김치를 담고 있던 주인장 이인소 씨에게 은소반이라 이름 지은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손님들이 그러대요. 이왕이면 금소반이라 하지 왜 은소반이라고 했냐고요.
금소반이라 하면 좋긴 하지요. 하지만 '최고에서 살짝 빚겨난 은소반이 더 좋지 않겠어요?'하고 웃어요. 소반은 소박한 밥상을 뜻해요. 음식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죠."
어쭈구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겸손의 미덕이 엿보였습니다. 한 마디로 보통내기가 아님을 직감했지요. 그래, '정녕 그런지 맛을 보자'하는 심정으로 전복 정식을 시켰습니다.
음식도 먹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조리할 때 풍기는 냄새로 먹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가져왔을 때 색으로 먹습니다. 마지막에는 입으로 식감을 즐깁니다.
이렇듯 음식은 코로 먹고,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습니다. 맛객들은 이에 더해 오감으로 먹는다더군요.
손님을 생각하는 음식 들이는 순서가 압권
생 배추김치, 익은 배추김치와 무 김치 및 돌산갓김치, 고기전, 병어회 등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눈으로 먹는 맛도 여간 아닙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철 꽃과 야생화로 멋을 냈더군요.
갓물 김치의 색깔은 또 어찌 그리 곱던지…. 첫날 밤 수줍어하는 새색시의 볼에 핀 홍조 같았습니다.
특히 다른 곳과 달리 전복죽과 녹차 초밥, 김밥, 찰밥 등이 함께 나왔더군요.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손님들이 저녁에 만나면 요깃거리를 들기 전에 술부터 마신 후 속을 채웁니다. 저희는 속을 채운 후 술을 드시라는 의미에서 전복죽과 밥을 먼저 내는 것입니다. 그래야 술을 마셔도 든든하지 않겠습니까."
아하~, 손님을 생각하는 작은 배려까지 있더군요. 까칠했던 마음을 내려놨습니다. 이만하면 내오는 음식을 마음 놓고 즐겨도 되겠기에.
가장 여수적인, 가장 여수 맛을 내는 '은소반'
주 요리 전복과 더불어 낙지탕탕, 광어회 등이 나왔습니다. 꽃은 물론 전복껍질을 활용한 장식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복에 대한 믿음이 생기더군요. 아픈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한다는 낙지를 탕탕 쪼아 달걀 노란자를 곁들인 '낙지탕탕'이 특이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대찜, 전복 물회, 참치 마구로, 굴비 등이 나왔습니다. 은소반의 특징은 "항상 똑같은 음식을 내는 게 아니라 날마다 바뀐다."며 "그때그때 시장에 나와 있는 제철 재료를 사용해야 맛있고 신선하다."고 설명합니다.
운 좋은 날은 여수만의 별미인 샛서방 고기 '금풍쉥이'와 여수 특미인 서대회도 만날 수 있다네요. 하여, 가장 여수적인, 가장 여수 맛을 낼 수 있는 걸 낸다더군요.
조미도 직접 만든 양념을 낸다 합니다. 참, 별종이었습니다. 음식은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은소반 전복정식은 2만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합니다. 예산이 적을 경우 예산에 맞게 음식을 낸다고 합니다. 밑반찬은 그대로고 전복으로 가격을 조절한다나요.
점심 손님을 위해 1만 원 이하 요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소문난 맛집은 전국 어디나 달려가 배운다"는 이인소 씨의 요리를 맞보는 것도 맛객들의 행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