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順 慶
1940년 출생. 동아일보 기자. 「월간 자동차 생활」·「카 마스터」·「오토」·「경정비」 편집이사 역임. 저서로는 「베스트 드라이브코스 101선」, 「아름다운 그곳 언제 가면 딱 좋을까」, 「음식기행 사계절」, 「한국의 음식명가 1300집」 등이 있다.
金順慶 여행, 음식전문가
<초록 빛깔로 단장한 내장사의 초여름 풍경.>
內藏山(내장산)의 절경은 가을 단풍 만이 아니다.
내장산을 오래 찾다 보면 5월 초 밝고 화사한 草綠(초록)빛 단풍잎으로 단장한 내장산의 또 다른 모습에 다시 생각하게 된다.
5월 초 불꽃처럼 피어나는 신록의 초록빛 단풍은 붉게 타는 가을 단풍과 견주어 앞서고 남을 만큼 찬란하다.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이른 아침 내장사 뜰에 들어서면 이같은 경이로움을 실감할 수 있고, 누구나 한 번쯤은 넋을 놓게 된다.
절을 감싼 內藏九峰(내장구봉)의 그 밝고 화려한 초록 빛깔들이 몽땅 절 마당에 내려앉은 듯하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신록의 기운이 몸 안 가득히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 길의 흐름
내장사로 가는 길은 대략 네 갈래로 열려 있다. 정읍IC에서 정읍을 거쳐 들어가는 길이 정석처럼 알려져 있고, 다음은 내장산IC를 이용해 시가지를 우회하는 새 길이다. 또 백양사IC로 들어가 백양사 약수계곡을 거쳐 돌아 내려오는 길도 있다. 서울과 중부권 운전자들에게 알맞은 길이다.
그리고 영남에서는 88고속도로 순창IC와 담양을 거치면, 백양사와 내장사 어느 곳이나 쉽게 연결된다.
1박2일 또는 2박3일로 서울과 중부권,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에서도 무리가 없고, 숙박지와 출입구의 선택 등 출발 전 알뜰하게 계획을 세워 가면 내장사를 비롯한 호남의 명소들을 골고루 둘러보며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나들이를 엮어낼 수 있다.
초록빛 단풍이 눈부신 내장사와 맑고 청량한 약수계곡, 추령재를 넘으며 바라보는 신록의 내장산, 내장산IC에서 井邑詞(정읍사)의 고장 정해마을을 지나는 호젓한 시골길, 무공해 숙박지의 풋풋한 인심 등 모두가 놓치기 아까운 정경들이다.
정읍IC와 내장산IC까지 서울과 중부권에서 대략 4시간~4시간30분 거리다.
정읍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장산行과 신정동(서당)行을 이용하면 내장사와 백학농원은 큰 불편 없이 닿을 수 있다.
◆ 먹거리/山蔡(산채)로 즐기는 내장산의 운치
초여름 내장산은 연하고 기름진 산채들로 맛의 향연을 펼쳐 낸다. 참취와 고사리, 참고비와 두릅, 참나물 등 최상의 맛을 선보인다.
특히 내장산 일대 취나물은 곰취가 아닌 참취로,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돌며 향이 뛰어나 데쳐서 무치거나 쌈을 싸 먹을 수 있고, 여린 것은 생채로 내기도 한다.
정읍과 순창의 고추장과 감식초,참기름들도 이곳 산채 맛을 빛내 주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특산물들이다.
1) 내장산한일관
내장산한일관은 1980년대 초 문을 열면서 내장산산채정식을 처음으로 메뉴에 올렸다고 한다. 내장산산채정식의 실질적인 원조집인 셈이다. 시설 규모도 일반 관광식당과 다른 분위기를 선보인다. 시끌벅적한 상가지역 뒤편으로 몇 걸음 올라앉은 차분한 분위기가 좀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별미를 감상할 수 있다.
음식은 창업 때부터 주인 김정희(55)씨가 직접 조리하며 20년 내력을 쌓고 있다.
특히 5월로 접어들면 내장산과 순창, 담양으로 이어지는 산간에서 나는 산채나물들이 제철을 맞으며 산채정식 상차림이 절정을 이룬다.
내장산 명물인 참취와 고사리, 참고비, 두릅 등 10여 가지의 나물들을 비롯해 35가지의 찬이 오르며 남도의 넉넉한 먹거리 인심을 실감하게 해준다.
상 한가운데를 장식하는 버섯탕과 뚝배기불고기, 송이전골 등 국물 있는 찬을 주축으로 접시를 포개 놓아야 할 정도다.
아침식사로 들깨를 갈아 넣고 끓인 된장시래기해장국(5000원)이 있고, 따로 안주를 주문하지 않고도 동동주와 민속주로 반주를 곁들일 수 있다.
주소: 정읍시 내장동 46-36 전화: 063-538-8981~2 주차: 가능 카드: 사용
2) 복흥고원 화양농원의 무공해 건강별미
화양농원은 내장사에서 백양사로 향하는 추령재 정상에서 가깝다.
3만여 평에 이르는 전답을 무공해 유기농으로 운영하여 오염 없는 별천지를 이뤄 놓고 있다. 쌀과 흑미찹쌀, 콩과 잡곡류, 야채와 양념류, 과일에 이르기까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종류에 따라 유충이 발생할 때 부분적으로 살포해 화학비료와 농약의 피해가 거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농사에 사용하는 물도 외딴 산중에 있는 청정한 저수지 물과 지하수로 하고, 사용한 물은 창포밭을 통과해 자연 정화과정을 거쳐 개울로 흘러든다.
이처럼 청정한 자연에서 키운 검정 토종닭으로 흑계백숙(2~3인분 1마리 2만5000원)과 1인분 5000원인 산채백반을 낸다. 별미로 표고버섯숙회와 밤묵, 맷돌순두부, 흑미청주(1되 1만5000원), 흑미동동주(1만원)를 갖춰 놓았다.
자연에 가까운 토종닭 백숙과 함께 산채와 갖가지 무공해 찬들이 한상 가득 오르는 푸짐한 상차림이 食藥(식약)을 방불케 한다.
주소: 전북 순창군 복흥면 화양리 전화: 063-652-2345
주차: 가능 카드:사용
3) 약수계곡 정읍식당의 산채정식
정읍식당은 약수계곡 내 내력이 가장 오래고 음식 맛이 뛰어난 곳이다. 1960년대 초 절 앞에서 여관과 음식점을 하며 절 손님을 맞던 집이다.
주인 김이순(65)씨는 40년 가깝게 약수계곡에서 산채정식을 해 오고 있어, 이곳 산채와 양념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직접 담가 사용하는 고추장과 된장은 물론, 참기름과 감식초 등도 선별이 까다롭다. 손두부와 도토리묵, 돌나물김치, 더덕구이, 계란탕, 장아찌들이 고루 올라 30여 가지를 헤아리는 찬들이 어느 것이나 제 맛을 내준다는 것이 자랑이다.
손에 밴 음식 솜씨와 산중턱에서 솟는 자연샘물을 끌어다 쓰는 뛰어난 물맛이 맛의 비결이라고 이야기한다. 계란탕과 된장찌개, 더덕구이를 중심으로 가득 놓인 찬들을 한 가지씩만 맛을 보아도 밥 한 그릇이 금세 비워진다.
산채정식 1인분 1만원, 특정식(더덕구이정식) 1만5000원, 산채비빔밥은 6000원.
250석 규모의 넓고 쾌적한 식당은 화창한 날이면 바깥 평상이 더 상쾌하고 맑은 계곡바람이 음식 맛을 부추겨 주는 느낌이 난다.
주소: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252 전화: 061-392-7427 주차: 가능 카드: 사용
4) 정해마을 백학농원의 고향집정식
井邑詞(정읍사)의 고장 정해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새재골 삼신산 자락에 있는 백학농원은 「자연은 나의 생명」이란 표지판이 나붙은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새로 열린 내장산IC에서 3.5km인 신정사거리에서 700m쯤 산자락에 올라앉아 있다.
모든 농산물과 편의 시설들이 30년 가깝게 무공해로 운영되며 쌀과 농작물들이 녹색품질 인증을 받아 놓고 있다. 이같은 취지로 계절에 따라 어린이 문화교실 등, 가족건강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주인 가족들이 차려내는 고향집정식(1인분 6000원)과 전통한정식(1인분 1만5000원)을 기본 상차림으로, 별미인 한방백숙(1마리 3만5000원)과 버섯탕수육(8000원)은 옛 맛을 되새겨 보게 한다.
그윽한 기와집 안방에 앉아 무공해 쌈과 죽염된장,무공해 계란탕, 각종 장아찌 등이 고루 갖춰진 고향집 전통한정식 상차림을 받고 보면 오랜만에 고향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식탁에 온 가족이 모여 앉은 듯한 훈훈한 감흥을 느껴보게 된다.
주소:정읍시 신정동 산 117 전화: 063-535-9755 카드:사용 주차:가능
5) 태인읍 백학정의 떡갈비백반
태인농협 옆 골목에서 시할머니에서 손자며느리로 3대 25년을 이어 온 떡갈비집이다. 호남의 떡갈비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미식가들에게 백학정을 찾으면 고유한 떡갈비 맛을 실감할 수 있다고 권하는 집이다.
옛 모습 그대로인 태인 거리 모습과 소박한 식당 분위기, 이웃사촌 같은 주인 가족들의 정성이 그대로 음식 맛에 배어 난다.
갈비는 태인 장터의 몇몇 정육점과 오랫동안 거래를 터놓고, 정확한 한우 암소갈비만을 사용한다. 본래 떡갈비는 황소갈비가 채산이 맞지만, 맛은 암소갈비가 더 앞서기 때문에 암소갈비만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갈빗살을 알맞게 다져 서늘한 곳에 잠시 숙성과정을 거친다는 떡갈비는 맨입에 먹어도 좋을 정도로 간이 잘 맞고 신선한 육질과 입에 녹듯이 부드럽게 감치는 고소한 뒷맛이 제격이다.
함께 내 오는 청국장뚝배기와 새우탕, 장아찌들도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떡갈비백반 1인분 1만5000원, 갈비탕 7000원, 참게장백반(1인 1마리) 1만5000원(포장 가능).
주소: 정읍시 태인면 태성리 532 전화: 063-534-4290 주차: 가능 카드: 사용
◆ 볼거리
1) 내장산 단풍나무
눈부시게 화사한 초록빛 단풍나무들은 한 그루씩 떼어 놓고 보아도 붉게 타는 가을 단풍을 압도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전국 8경에 드는 내장사 단풍은 내장산에서 자생하는 토종 단풍나무들로 수종이 무려 11종에 이른다. 봄과 여름은 잎이 푸르고 가을에는 붉게 물들어 적갈색으로 낙엽 진다. 그래서 모두 내장산과 하나로 어우러진다.
단풍터널의 유래는 70년 전인 1933년 당시 주지였던 梅谷(매곡)스님이 앞날을 예견하듯 산 속에 자생하는 잘생긴 단풍나무들을 손수 옮겨 심기 시작한 것이 해를 거듭하면서 절 전체를 감싸게 됐고, 먼 훗날 오늘의 내장사를 지탱하는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웅전 앞 定慧樓(정혜루) 주변과 일주문에서 사천왕문까지 터널을 이룬 108그루의 단풍은 대부분 100년을 헤아리는 아름드리 고목들로 내장산 단풍의 진수나 다름없다.
2) 백양사 약수계곡
내장산에는 초여름 나들이 길에 산 너머 남쪽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백양사 약수계곡을 빼놓을 수 없다. 미륵처럼 위엄 있게 서 있는 백학봉을 주축으로 둥굴게 감싼 분지가 온통 초록빛 신록의 기운으로 가득 넘쳐나며 상쾌하기 이를 데 없다.
예로부터 물이 맑고 수질이 뛰어나 지명도 북하면 藥水里(약수리)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림 등 상록수림도 이때 만큼은 칙칙한 빛이 전혀 없는 밝은 초록 빛깔로 눈부시다.
백양사로 오르는 길목에 줄지어 늘어선 아름드리 굴참나무들이 화사한 초여름 빛깔로 장식한 모습이 장관을 연출해 내고 있다.
맑고 청량한 백양사 풍경도 이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3) 정읍사 공원과 정읍 약수샘
井邑詞(정읍사) 공원은 정읍시를 감싸고 흐르는 정읍천 건너 정인대 조금 못미친 곳에 있다.
정읍을 상징하듯 우물정(井) 자로 장식된 약수샘과 문화원, 국악원, 정읍사 사당과 詩碑(시비) 등이 있다.
정읍 시가지가 비스듬하게 내려다보이는 공원을 잠시 산책하며 시원한 샘물로 피로를 씻으며 「井邑詞」 시구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향마을에 온 듯한 향수에 젖게 된다.
〈달아 높이높이 돋으시어/아아 멀리멀리 비추소서/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님께서 시장에 가 계신가요/아아, 진 곳을 디딜까 두려워라/어긔야 어강됴리
어느 곳에서나 짐을 놓고 쉬세요/아아, 님의 길 저물까 두려워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_김희보 엮음/한국의 옛시(가람기획 출판)
1300년 전에 지어진 백제가요의 원형으로 한글로 된 가장 오랜 옛 가요로 알려져 있다.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는 부부의 정이 담긴 노래다.
차 안에서 오가며 외워 놓고 두고두고 읊어도 좋을 노랫가락이다.
◆ 잠자리
1) 화양농원
내장사에서 백양사로 넘어가는 추령재 정상에 있다. 내장사 주차장에서 6km 거리다. 노란 창포꽃이 만발한 농원에는 논과 밭, 버섯재배 하우스, 닭 사육장, 잔디밭, 저수지까지 있다. 샤워실이 갖춰진 7개의 황토방이 3~4인(1박 3만원), 5~6인실(1박 7만원)로 구별되어 있고 아침식사가 가능하다.
주소: 순창군 복흥면 화양리
전화: 063-652-2344
2) 백양사관광호텔
백양사 약수계곡에 유일한 관광호텔이다. 1990년 오픈한 4층 규모의 53개 객실을 갖춘 산장 휴양지 같은 호텔이다. 커피숍과 양·한식당이 갖춰 있다.
침대와 온돌로 구별된 방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미취학 무료)이 함께 투숙할 수 있다. 시즌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되는데, 5월은 싱글(더블 침대) 5만~7만원, 트윈은 9만원(세금 포함).
주소: 북하면 양수리 333 전화: 061-392-0651~2(김미숙 예약담당)
3) 가인마을 민박
가인마을은 백양사 경내에 있다.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고 민박집 이름을 대면 차량을 통과시켜 준다.
사방이 산으로 가려진 계곡 속에 20호 농가가 100% 한봉에 의존하고 있다. 1000여 통에 이르는 벌을 보호하기 위해 공해와 완벽하게 차단된 마을이다.
잠시만 앉아 있어도 5~6가지의 산새들이 앞을 스쳐갈 정도로 다양한 산새들이 낙원을 이루고, 이른 아침 새들의 노랫소리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농가 소득을 위해 마을 전체가 민박마을로 지정되어 있고, 그 중 욕실을 갖춘 새로 지은 집이 두 곳 있다.
취사가 가능한 방들이(2인 기준) 1박 1실 3만원으로 깔끔하기 이를 데 없다.
백양사를 비롯해 30분 거리인 운문암까지 아침 산책길이 백미다.
백암산민박_ 전화: 061-392-6315(김대중)
산장민박_ 전화: 061-392-7740(한상문)
4) 백학농원
정해마을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삼신산 자락의 무공해 청정지역이다.
쌀을 비롯해 모든 농산물이 녹색품질인증을 받은 철저한 유기농장이다. 먹고 마시는 것은 물론, 숙박시설도 15개의 황토방을 지어 요양시설이나 다름 없다.
참호나 요새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지붕까지 황토를 얹어 1m가 넘는 두께로 지어 놓은 황토방은 찜질방 효과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 자고 나면 온몸이 개운하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장작 온돌은 사용료가 7만원, 취학아동 이상 추가료 5000원. 심야 전기 난방은 1실 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