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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군 ‘7장 소백산의 여름’ 마지막 부분에 드디어 지리산에 도착한 남부군의 감동이 절절하게 묘사되어 있다. <“동무들 저기가 달뜨기요. 이제 우리는 지리산에 당도한 것이요!”... 달뜨기는 그 옛날 여순사건의 패잔병들이 처음으로 들어섰던 지리산의 초입--- 남부군은 기나 긴 여로를 마치고 종착지인 지리산에 들어선 것이다. 1천 4백의 눈동자가 일시에 그 시퍼런 연봉을 응시하며 ‘아아!’ 하는 탄성이 동시에 일었다.... 이현상이 ‘지리산에 가면 살 길이 열린다’ 고 했던 빨치산의 메카 대 지리산에 우리는 마침내 당도한 것이다> 여기서 달뜨기 능선이 위치한 곳은 웅석봉(1,099m)이다. 말 그대로 ‘곰 바위’ 산이다. 경남 산청 한 가운데 자리하며 최근에는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05. 09. 18 15:30 지난 주말 높은산 사다리합동 산행에서 오자마자 친구들과의 정기산행을 줄줄이 하다 보니 컨디션 회복이 쉽지 않았었다. 고질적인 발바닥 통증은 쉬 가라않질 않고 완전하지 않다. 몸 상태가 안 좋으니까 마음까지 약해진다. 과감히 포기 할 줄 아는것도 용기라는데... 젠장 오르기도 전에, 내 자신과 타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약한 생각, 한편으론 야릇한 흥분과 설렘. 이런 잡다한 생각으로 뇌가 꽉 차있을 쯤 고속버스는 산청 톨게이트를 빠져 나간다. 19:30 19:50 어천마을 ‘물가 쉴 만 한집’ 민박집에 도착하여 식사와 함께 민박집 안사장님으로부터 태극종주에 대하여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방명록을 보니 태극종주자들이 묵어가고 정보를 공유하는 듯 하다. 방명록에 ‘산정무한 www.oksadary.com’ 이라 적어본다. 2005. 09. 19 04:10 안사장님의 안내로 어천 마을 들머리에 선다. 까만돌님, 처음 뵙는 어울림님, 지리산 화-대종주를 12시간에 하셨다는 준족이시다. 저분 쫒아가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경 쓰지 마시고 페이스대로 진행하시라고 말해본다. 내 자신에겐 ‘오버 페이스 말자‘ 주문을 외우고, 자신에게 체면을 걸며 진행한다. 웅석봉을 향하는 등로는 매우 좋으나 초장부터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두 분이 앞서가고 혼자 진행하는데 등로 옆에 무언가 인기척에 반사적으로 손 랜턴을 비추니 내몸 두배는 되어 보이는 멧돼지가 후다닥 도망간다. 땀이 식을 정도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러는 사이 웅석봉 도착한다. 05:45 날씨가 받쳐주어 웅석봉에서 일출을 감상한다. 어제가 추석이라 반대편쪽 지는 보름달과 천왕봉이 코앞에 있듯이 무척이나 깨끗하고 가깝다. 지리산에 온 이래 최고의 날씨를 맞는 행운을 얻는다. 웅석봉의 조망은 천왕봉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동부 지리산의 ‘하봉, 쑥밭재, 왕등재’ 등의 장대무비함은 천왕봉에서의 조망과는 색깔이 다른 감동이자, 무상의 축복이다. 디카를 안가지고 온 것이 못내 아쉽다. 안일하고 생각이 짧았던 자신을 꾸짖어본다. 06:00 땀이 식기전에 출발을 재촉한다. 가야할 마루금이 선명하게 육안으로 들어온다. 달뜨기 능선을 뒤로하며 달바라기를 했을 그들을 생각해본다.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길의 치밭목 산장이 달뜨기 능선을 바라보며 달 바라기를 했던 전망대였다고 한다. 가야할 마루금을 눈으로 그어보며 진행하다보니. 왕재 안부, 888봉을 지나 밤머리재로 내려선다. 07:30 밤머리재 도로 개설전에는 웅석봉 등반하는게 천왕봉 오르기보다 힘들었다고함. 웅석봉1099m 라는 사실만 믿고 지곡사, 어천계곡,방향 등에서 오르다 혼쭐이나 다시 찾고 싶지 않은 산으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밤머리재 도로 개통후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졌다고함. 07:50 간이 매점에서 칡즙 한잔하고 물 보충, 간식하고 출발한다. 대략 400m의 표고차를 가파르게 극복하고 도토리봉(908m)에 도착한다. 08:20 08:30 도토리봉을 출발하여 완만한 오르내림 반복하다 동왕등재 도착 09:30 09:40 동왕등재 에서 서왕등재 가는길은 지나온 능선을 뒤로하고 좌측으론 가야할 능선길이 눈앞에 펼쳐지고 저 아래 보이는 계곡이 유평리 대원사 계곡쪽이다. 동부지리산이 조망되고 북쪽으로는 왕산과 지능선을 두고있어 마치 천연요새처럼 보인다. 서왕등재 도착. 10:55 11:00 왕등재습지에 도착하여 주먹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습지물로 예비 500cc 물보충한다. 물 색깔이 찝찝하지만 급하면 먹어야 할 것 아닌가! 가라않는 이물질은 두고 빈통에 물만 조심스레 따라서 이온음료가루를 넣고 맛을 보니 먹을 만하다. 11:30 왕등재습지는 토사가 흘러 내려 평지를 만들고 빗물이 스며들어 물이 빠지지 않고 늪지가 형성됐다는 설이 있는데, 1,000m 되는 고지위에 늪지가 형성 됐다는 것이 신기하기만하다. 11:50 외고개 12:15 새재에서 새봉 오르는 길은 지리 동부능선에서 오름의 하이라이트이다. 좌측으로는 대원사 계곡 상류지점이다. 표고350m를 극복해야 하지만 새봉 에서의 조망도 일품이다. 새재에서 대략 6-7부 능선까지는 잡목, 싸리나무로 그늘이 없기에 진행은 고역이다. 날씨는 뜨거워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새봉 13:15 새봉 갈림길에서 휴식을 취한다. 직진하면 벽송사길이고 좌측이 천왕봉길인데 이정표가 없고 오히려 표식기가 벽송사 쪽으로 많이 붙어있다. 여기서 길들을 많이 잘 못 간다기에 유심히 살펴보니 길 헤매기 딱 좋다. 13:52 쑥밭재로 생각됨.(우측 얼음골) 지참한 램덤지도가 잘못표기 됐슴. 14:10 청이당골(조계골상류) 식수를 보충해야 하는 동부능선상의 중요지점이다. 식수위치 확인차 통화한 풍악 이상진님 네모난 표식기가 보인다 어찌 반가운지... 표식기대로 좌측 50m 따라가니 물맛 좋은 계곡물 이 흐른다. 배 터져라 물부터 마시고, 간단히 몸도 씻고 상의, 수건 빨고 간식과 함께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14:45 16:05 하봉 날씨가 심상찮을 조짐이다. 16:45 중봉 안개로 인해 전체 조망없음. 17:10 천왕봉 안개와 바람으로 인해 곧바로 하산시작 동부능선을 계획보다 10분정도 오버했지만 13시간 마의 동부능선, 전체 삼분의 일을 마무리한다. 무리없이 진행했으니 컨디션 괜찮다. 17:50 장터목에서 매식으로 햇반과 캔김치 사서 찌개끓여 저녁식사와 야등준비함. 19:10 장터목 출발하는데 바람이 매섭다. 그럼 그렇치 지리산이 그리 호락호락 하겠는가! 잠바를 입었다 벘었다를 반복한다. 비올 것만 같아 걱정이다. 태극무박종주는 날씨가 성공 좌우를 50% 차지 한다는데... 지리산의 심술이 시작된다. 20:40 세석대피소 지리산 야간산행통제라 랜턴 끄고 조용히 통과한다. 22:30 선비샘 한시간 반이면 오는 거리를 야간이라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주능선이 이리도 너덜지대인지 낮에는 별로 못 느꼈지만 야간산행을 하다보니 온통 돌멩이 길이다. 진행이 더디고. 게다가 영신봉부터 안개까지 끼어 시야가 너무 안 좋다. 졸음은 오기 시작하고 시야는 안 좋고 방향감각까지 무디어진다. 미수가루물에 간식으로 요기하고, 발 씻고 맨솔래담으로 발 마사지후 새 양말로 갈아 신으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안개비가 내려 갈 길을 서 두른다 23:10 2005. 09. 20 24:10 벽소령 불끄고 조용히 진행하는데 제법 빗줄기가 세다. 여름비 같으면 시원하련만 한기를 느낄만큼 빗줄기가 차다. 저온을 막으려 부지런히 움직여 보지만 밀려오는 졸음과 어둠, 세찬 빗줄기, 안개로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는 탓에 몸 움직임이 무디다. 게다가 쓸림이 시작된다.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더 이상의 진행이 무리라 판단한다. 비 피할곳을 찾지만 마땅치않다. 02:15 연하천대피소 한 시간이면 올 길을 두 시간이나 걸려 겨우 왔다. 대피소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비 그치기를, 아님 날 새기를... 아무생각이 없다. 옷과 등산화가 젖어 추운데도 자고만 싶다. 하도 추워서 젖은 옷을 벗고 판초 우의를 뒤 집어 썼다. 여기서 종주를 포기를 해야하는지... 포기한다면 영원히 재도전을 감히 못 할 것만 같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 한다는것이 너무 억울하다.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러던 사이 비 가 그치는게 아닌가! 젖은 보따리를 다시 챙기고 떠날 채비를 한다. 애초 성삼재 도착을 04:00-05:00 계획 했었는데 비로인하여 다섯시간 이상 늦어진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 두어 시간 야간등반이 예상된다. 덕두산에서 인월 내림길이 지난 봄에 갔다 왔는데 낮에도 길이 안 좋았던 기억이 있어 밤이라 걱정이 된다. 늦은 시간을 만회하려 좀 빠르게 진행하기로 맘 먹는다. 05:30 06:50 토끼봉 07:20 화개재 07:45 삼도봉 08:40 임걸령 식수보충 및 휴식 09:00 10:00 노고단 10:30 성삼재 컵라면과 밥으로 늦은 아침식사 11:05 주능선 11시간계획이 악 천우로 인해 15시간 30분 소요됨. 11:05 성삼재 출발 13:15 만복대 비 온 뒤의 햇살이 뜨겁다. 지열로 인해 습도가 높고 매우 힘이 들고 지친다. 13:55 정령치 허기도 지고 많이 지친다. 휴게소에서 이온음료 두병과 동동주 한 병사서 거푸 마시니 시원하나 곧 바로 핑 돈다. 휴게소 뒤 수도가 에서 머리감고 휴식을 취 한다. 술기운 인지 졸음이 밀려온다. 한 십분 졸았나 보다. 14:30 16:40 세걸산 고리봉에서 대간 길과는 이별을 하고 세걸산으로 향하나 가도 가도 나오질 않는다. 안개로 인해 지형확인도 안되고, 여기서 길 일어 버리면 모든 게 끝장이라 정신을 가다 듦 지만 술기운인지 정신이 몽롱하다. 그렇게 진행하는 사이 힘들게 정상석을 만난다. 어찌나 반가운지... 다시 한번 힘을 내어보지만. 발바닥. 발가락통증에 쓸림까지, 처음으로 왜 이 짓을 시작했는지 후회해보나 그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17:00 세동치 헬기장 못미쳐 50m 지점 전에는 없던 샘터 표식기가 누군가에 의해 고맙게만들어 졌다. 한 50m 내려가 실컨 마시고 물 보충한다. 17:45 부운치 18:15 팔랑치 봄에 왔을때 철쭉과 많은 등산객의 화려함은 없고 아무도 없는 스산한 벌판이다. 팔랑치 에서 바래봉 가는 길은 음산하기까지 한다. 18:55 바래봉 정상에 어둠이 깔리고 야등준비를 한다. 19:30 덕두산 등로가 밤이어서인지 아주 안 좋다.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본다. 마지막 덕두산 봉우리에 선다. 사실 여기가 종주에 끝이다. 조심스레 하산한다. 몹시 길이 미끄럽다. ‘군대 말년에 떨어지는 낙엽도 밟지 말라’는 말이 생각난다. 조심스레 하산하는데 방향감각이 무디어진다. 아무래도 진행 방향이 잘 못된 것 같다. 왠 놈의 표식기들이 여기저기 많이 붙어있는지 헷갈린다. 한 참을 헤매다 보니 전에 왔을때 휴식을 취하던 큰 소나무가 있는 안부를 만난다. 지능선길로 거의 마을회관 길로 정확히 내려 온다는게 다 끝났다는 안도감에서 긴장이 풀어지다보니 엉뚱한 길로 빠져버렸다. 어둠 속에서 능선을 되돌아 가는데 그 능선을 찾을 수가 없다 오르내림을 반복하기를 삼 사십분. 너무 지치고 힘들다. 멀리 불빛 따라 사면을 치고 아주 작은 물 흐르는 소리를 따라 내려오니 마을이 나온다. 동네분에게 여기가 어디냐 여쭈니 구 인월 이란다. 맙소사! 태극기 휘날리는 마을회관이 바로 보인다. 힘든 완주를 했다는 사실에 가슴 뭉클 해진다. 21:45 서부능선 10시간 예상했으나 하산 길 한 시간정도를 헤 맸슴. 계획한 35시간대에는 못 미쳤지만 총 80km 41시간 35분(9/19 04:10-9/20 21:45) 동안 지리산 태극무박종주를 무사완주 할 수 있게끔 한 내 육신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올 초 내 자신과의 약속은 지켰지만 비인간적인 산행은 당분간 자제할 예정이다. -끝- |
첫댓글 산정무한 이종서님의 지리산산행기 입니다. 메일로 받아 가감없이 올립니다. 이걸 우린 노가다산행이라고 합니다.
감축 드려야지요....ㅎㅎㅎㅎ
누가 그러던데요??? 산행 들머리가 물오른 여자의 입술처럼 젖어 있었다고.........
정말 대단하십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山情無限님! 드디어 해내셨군요!! 200여리를 41시간에...장하시고,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부럽구요. 저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입니다. 제 눈을 의심할 정도로 이어지는 시간들..제 심장이 쿵쾅 거릴 정도로 긴장을 하며 읽었습니다. 동부능선 한 구간도 당일이 어려워 한밤을 쉬었다 오르는 험로를 밤 낮 구분없이
이어가신 태극로..참~ 먼길 인데요..님의 산행 열정에 탄복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뵙지는 않았어도.. 완주하신 님의 쾌거에 제가 왜? 이리 좋은지 거 참~모를일이네요. 마치 제가 한것처럼..뿌듯합니다. 여하튼 반갑고, 자랑스럽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리구요. 늘~ 건강하시고 산과 더불어 행복 가득하시길 빕니다.
풍천님, 산에가자님, 레옹님, 풍악님! 님들께서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쑥스럽구요. 모쪼록, 건강들 하시구요, 늘 산과 동화가 되어 행복하세요.
노가다산행기? 딱 맞춤입니다 저로서는 지리산속의 지명만해도 큰공부였습니다. 대단한분이란것만 은 확실한듯 ... 이분 몇학년인지 몹시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