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은 경주시 금장대이다. 금장대는 신라8괴(八怪)의 하나인 금장락안(金丈落雁)의 누대가 있던 터로서, 경치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시를 읊고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그리고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며, 지난 2012년에 복원된 이후 경주의 또 다른 대표적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금장대에 올라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쾌한 전망과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한껏 좋아짐을 느낀다. 그런 기분에 매료된 몇몇 사람들은 집 한 채 지어놓고 살면 멋지겠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곳에 하얀색의 고급 빌라타운을 짓는다면 말 그대로 대부분의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언덕 위의 하얀 집’이 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풍수적 관점에서 금장대와 같은 자리는 일명 ‘기가 센 터’이다. 그래서 이곳은 집터로는 맞지 않고, 절터 등의 종교부지 또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연구원 부지로 어울리는 곳이다. 왜 그런지 그 지형적 특성을 살펴보자.
풍수에서는 터 주위를 흐르는 물의 형태에 따라 터의 길흉을 판단하기도 한다. 산줄기가 구불구불해야 좋은 것처럼, 물줄기 또한 구불구불한 곡선형이 길하고, 곧게 뻗은 직선형 물줄기는 흉하다. 물이 구불구불하게 흐른다는 것은 터가 전체적으로 평탄함을 의미한다. 반대로 곧게 뻗은 직선형의 물길은 터가 평탄하지 못하고 경사가 급하다는 뜻이다.
주택이나 묘소, 마을 등 모든 용도의 터는 평탄한 곳이어야 하며, 물이 곧게 빠져나가는 경사지에서는 좋은 터가 형성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물길이 구불구불하다고 해서 모두 길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터의 위치에 따라 물길의 길흉이 달라진다. 물길이 감아 도는 안쪽을 퇴적사면이라 하며, 이 때의 물길의 흐름을 궁수(弓水)라고 한다(그림 2). 퇴적사면은 유속이 약하고 홍수의 염려가 없어, 예로부터 마을이 형성된 곳이다. 대표적인 곳으로 안동 하회마을이 있다.
반면 물길이 감아 도는 바깥쪽을 공격사면이라 하며, 이 때의 물길의 흐름을 반궁수(反弓水)라 한다. 공격사면은 유속이 강하여 통상 깊은 소(沼)와 바위절벽이 형성된 곳이다. 이런 곳에는 정자나 대(臺)와 같은 건물이 자리한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주택이나 묘터로 적합한 곳은 물길이 감아 도는 안쪽이다.
그림을 통해 정리하면, 그림 3과 같이 물이 터를 완만하게 감싸고돌면 가장 좋고, 아니면 최소한 물이 터의 좌우측으로 직선으로 흘러가야 한다. 이와 달리 그림 4와 같이 물이 감아 도는 바깥쪽에 터가 자리하거나, 물이 터를 향해 곧장 치고 들어오거나 그 반대로 곧장 빠져나가는 것이 훤히 보일 경우 흉하게 여긴다.
금장대를 형성하는 물길을 보자(그림 5). 금장대는 형산강과 북천이 수직으로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 형상이 마치 당겨진 활시위를 닮아, 소금강산과 명활산 사이를 빠져나온 북천의 물길이 직선의 화살이 되어 금장대를 치고 들어갈 기세이다.
풍수에서는 이곳처럼 물이 곧장 치고 들어오거나, 물이 감아 도는 바깥쪽(공격사면)에 위치한 터를 수살(水殺)을 받는 터로 여긴다. 이런 곳이 지닌 지형적 특성인 많은 바람과 홍수에 대한 염려를 사람에게 득(得)이 아닌 살(殺)이 되는 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풍수에서는 이런 터를 사람이 다치고 단명하거나, 파산하여 가난해지는 터로 해석한다.
물길의 형태가 지닌 풍수적 특성은 현대 도시에서 도로의 형태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도로가 곧장 치고 들어오거나, 도로가 휘어지는 바깥쪽에 자리한 터는 흉하다(그림 6). 상식적으로도 빠르게 달리던 차량이 제 속도를 못이길 경우 원심력에 의해 도로가 휘어지는 바깥 방향으로 튕겨져 나갈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도로를 따라 바람이 불어 오고나감으로 화재 위험 또한 높다. 따라서 이러한 터는 교통사고와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부동산 측면에서, 도로가 곧장 치고 들어오거나 휘어지는 바깥쪽에 위치한 터는 광고 부지로 적합하다. 이런 곳은 교통사고와 화재의 위험은 높지만, 시각적으로 눈에 확 띄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아파트 모델 하우스나 기타 광고 기능의 건물, 대형 간판 등의 설치 부지로 적합하다. 경주시 용강네거리에 있었던 아파트 모델 하우스의 위치가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