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여섯째날(8월26일.토)
■오늘의 일정 = 런던 민박집 -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 - 런던 루튼 공항 - 이지젯 편으로 파리-파리에서 릴.
■ 런던을 떠나는 날 날씨는 왜 이렇게 화창하게 맑은지......
도시 런던에 대한 첫 느낌이 너무 좋아 4박5일이라는 짧지 않은 여행일정이 아쉽게 느껴지는 차에, 날씨마저 그런 아쉬움을 더하게 했다.
런던에서 아침을 맞이한 지난 사흘 모두 아침에 비가 내리거나, 비가 오락가락하며 전형적인 런던날씨를 보였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화창한 날씨다. 하늘도 무척 높고 파랗다.
오전 9시쯤 런던 동남쪽 뉴 크로스의 민박집을 출발, 런던 택시 '미니캡'을 타고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으로, 그곳에서 그린 라인(green line) 757번 버스로 런던의 정반대쪽 북서쪽의 루튼 공항으로 향했다.
루튼 공항으로 향하는 그린 라인 버스는 마침 런던 시내 한복판을 관통하겨 지나가는 코스라 런던 시내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그린 파크, 하이드 파크, 리전트 파크 등 공원이 차창으로 모두 쳐다보이는 코스인지라 녹지로 우거진 런던 시내 공원의 모습도 만끽.
<'저가' 항공사 이지제트>
파리행 비행기편으로 우리가 일본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한 이지 제트(Easyjet)는 일반 항공사에서 탑승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없애거나, 최소화해 가격을 다운, 같은 노선의 일반 항공기 가격의 20-40%대의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유럽내 저가 항공사이다.
비행기 예약도 전화도 아니고, 인터넷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그리고 티켓이 없다. 탑승할 때 여권이나 신분나타내는 신분증명서만 체크 인 창구에 제시하면 오케이다. 좌석번호도 없고, 비행기에 타서 마음에 드는 곳에 앉으면 된다.
말하자면 인건비를 비롯, 경상경비를 최소화해 경영하는 항공사인 셈이다.
우리가 이용한 비행구간인 런던-파리 구간의 경우 에어 프랑스나 브리티시 에어라인 등 익히 알려진 유럽 항공사들을 이용할 경우 1인 가격이 130-140파운드에 달하지만, 우리는 이지제트를 이용해 우리 가족 3명이 모두 131.47 파운드에 런던에서 파리로 날아왔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5만원 정도인 셈이니 서울-제주 항공권 가격보다 싼 셈이다.
물론 이지 제트를 이용할 경우 다른 비행기에서 제공되는 질 좋은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다. 옷을 예쁘게, 그리고 멋있게 차려입은 늘씬하고 건장한 스튜어디스나 스튜어드는 없다. 이지 제트 승무원을 표시하는 조끼를 찬 승무원만 있을 뿐이다. 공짜로 주는 기내식이나 샌드위치 서비스도 없다. 다만 먹고 싶은 사람은 돈내고 사서 먹을 수는 있다. 비행기도 대형비행기가 아니다. 150명 정도 탑승할 수 소형비행기이다.
그렇다고 불편한 것은 없다. 없어도 굳이 아쉬울게 없는 서비스를 줄이고, 대신 가격을 싸게 해주는 비행기이기 때문에 우리같은 여행객들한테는 인기 만점이다.
이지 제트 말고도 유럽에는 이런 저가 항공사가 잇따라 생겨나 기존의 항공사들한테 타격을 주고 있다고 한다.
<나타나지 않는 짐- 첫 사고 발생>
여하튼 싼값에 비행기까지 타고 1시간만에 런던에서 파리까지 날아온 것까지는 좋았으나 파리 공항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 가방 1개가 분실된 것. 파리 샤를 드골공항에 도착, 수하물이 나오는 곳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 짐은 나오지 않았다.
공항 수하물 센터에 문의했더니 한 여직원이 이리저리 찾아보다, "아마 런던에 짐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황당한 얘기이다. 참 소설이나 드라마 같은데서 보았던 비행기 짐 분실사고가 우리한테 일어나다니....
그것도 렌터카를 빌려 유럽대륙여행을 시작하려는 첫 출발지에서 말이다.
여하튼 짐 분실 신고를 하고, "찾으면 숙소로 보내주겠다"고 하길래 앞으로 나흘동안의 숙박지 일정을 모두 가르쳐주고. 파리를 떠났다.
공항측으로부터 건네받은 이지제트측의 서류에는 '... 이런 경우 대부분 잃어버린 짐은 분실신고후 곧바로 발견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믿고 기다리는 것외 도리가 없다. 정말 잃어버렸다면 큰일이다. 그 짐속에는 옷가지뿐 아니라 유럽여행도중 해먹기 위해 준비해온 쌀을 비롯, 육개장.곰탕 등 국, 김치 등 반찬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또 유럽여행을 기록할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의 충전 바테리도 있었다. 옷이나 밧데리야 사면 되지만, 민석엄마가 정성껏 준비한 쌀.반찬 등은 유럽 어디에서 구한단 말인가.
며칠 늦어질 뿐 틀림없이 도착하겠지라고 믿고 공항을 떠났다.
<마음에 드는 렌터카>
첫 유럽 대륙 렌터카 여행이 시작됐다.
인터넷 예약서류대로 샤를 드골공항 2터미널의 렌터카업체 유럽카(europecar) 센터를 찾았다. 절차는 간단했다. 예약서류와 국제운전면허증만 제시하니 직원이 차량 열쇠를 건네줬다.
차량은 프랑스 르노사의 메게인(MEGANE)이라는 차량이었다. 신청했던대로 에어컨이 달린 컴팩트(compact)형 차였다. 짐을 싣는 트렁크 크기도 넉넉했고 우리 가족이 자동차 여행을 하는데 아주 적합한 소형차량이었다.
게다가 계기판을 보니 8천여킬로미터를 달린 비교적 새 차였다. 차량도 물론 깨끗했다.
당초 오토매틱을 신청하려다 비용절감을 위해 수동식 차량을 선택했다.
유럽대륙 여행하는 25일동안 렌터카 비용이 보험료까지 포함해서 우리 돈으로 106만원이다. 하루에 5만원꼴인 셈이다.정말 쌌다.
대학생들 배낭여행다닐때 끊는 한달 유레일 패스 가격이 80만원 가량 된다고 들었는데, 우리 가족이 민석이 빼고 유레일 패스도 다니면 160만원 가량드는 것을 생각하면 훨씬 싸다.
기름값 포함하더라도 싼 것은 물론이고 우리 마음대로, 우리 일정대로, 유럽 시골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렌터카 여행 선택은 잘한 것 같다.
나는 운전면허딸 때만 수동차로 연습했을뿐 면허취득후 줄곧 오토매틱 차로만 운전해온 터라 내가 익숙해질때까지 민석엄마가 운전하기로 했다.
차를 몰고 공항를 빠져나와 파리에서 벨기에쪽으로 연결되는 A1 고속도로를 탔다. 오늘의 목적지는 벨기에에 가까운 프랑스 북쪽 도시 릴(Lille)이다.
유럽대륙 자동차 여행 첫날인데 민석엄마는 시속 160-170킬로로 차를 몬다. 프랑스의 고속도로가 워낙 곧고 잘 뻗어 있어 별로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비까지 내려 조심스러웠으나 워낙 다른 차들이 빨리 달려 덩달차를 쌩쌩 몰아 어두워지기 전에 릴에 도착, 숙소도 잘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