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19일 날씨/여전히 춥고...
전편에 이어서... 그렇게 악몽의 촬영을 마치고나니,
난 더 이상 떡영화를 찍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3류 영화감독은 변강쇠류의 떡영화를 한편 딸랑 찍고는 잠수함을 탔다.
나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완전히 새 되어버렸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쉬리 촬영을 끝냈을쯤에
난 한가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내 왼쪽 눈 눈썹 끝부분에는 콩알만한 머슴점이 있었는데,
평상시에는 잘 안보이던 이 점이 조명만 받으면
툭 튀어나와 마당쇠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섭외만 들어오면 망나니, 마당쇠 고딴 역할만 들어오는 것이었다.
점을 뺄까? 말까?
근데, 우리 엄니는 그 점이 복점이라고 빼면 큰일난다고 절대 못뺀다고 하시고...
고민하고 있을 어느 날 이었슴다.
박영훈이라는 감독님이 '정인'이라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명성황후를 사랑한 어느 무사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하는 영화...결국, 엎어졌슴....)

그 영화에서 내 역할은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일본군 장교역 이었는데,..
감독님이 날 보더니 한참을 고민하는 것이었슴다.
"카아!..이거 간지는 딱인데..고 눈썹 위에 점이 딱 거슬리네..."
"니 눈섭 위에 고 점 빼몬 안되나?"
" 이거, 우리 엄니가 복점이라고 , 빼몬 안된다던데.... "
"야! 이 자슥아! 고 점 때문에, 캐스팅 안되몬, 그기 복점이가? 엉?"
"돈도 없는데...."
"야 !돈 때문이라몬 걱정하지 말아라! 내 후배가 성형외과 의사인데, 공짜로 빼줄께!"
"또 아냐? 그 점 빼고, 니 인생이 변할지?"
그렇다!.......내 인생의 중요한 변환점이, 그 날 그렇게 다가온 것 이었다.
성질 급하고 , 다혈질인 그 감독님,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전화를 한 것이다.
"어! 윤박사! 내가 배우 한 명 보낼테니까 점 좀 빼주라!"
나는 얼떨결에 개봉동에 있는 미* 성형외과에 조감독과 함께 그 윤박사라는 분을 찾아갔다.
그 분은 날 보더니, 대뜸 "경찰청스타가 오셨네요." 하면서 날 아는 척했다.
내 점을 보더니,
" 아! 이 점은 사마귀하고 같이 났기 때문에 툭튀어 나온 겄이 조명받으면 더 크게 보이겠네요."
하면서 레이저로 지지면 될 줄 알았는데,..
"크기도 좀 크니까 찢어서 도려낸 후 꼬맵시다." 라고하는 것이었다.
나는 덜컥 겁도 나고해서
"이거 복점이라고 하던데요." 하니 그 분 말, 아주 시원하게,
"그 점이 복점 이었으면, 벌써 스타가 되어있었을겁니다."
" 그 점 빼고 운명이 어떻게 변하는지 한번 봅시다!"
"마음에 안들면, 뺏다가 다시 붙여줄께요."
.....수술 시작,..수술 끝!
"수술도 잘 끝났으니, 소주나 한 잔 합시다!"
수술 공짜로 해준 것도 고마워 죽겠는데, 소주도 한잔 먹고 가란다.
난 그 분이 너무 고마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요?" 하니,
"나중에 좋은 배우가 되면, 그 때 소주 한 잔 사면되지요"
자기가 점을 빼준 책임도 있으니, 잘 되기만을 바라겠다고....
그리고 인상이 바뀔테니, 운명도 바뀔 것이라면서, 내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 인연으로, 지금은 그 분과 형님 동생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 땐 그 윤박사님이 너무 고마웠다!
그렇다면 그 날 이후로 나의운명은 바뀌었을까???
당근이지! 정말 희안한 일처럼, 내 인생의 먹구름들이 하나씩 걷히기 시작했다.
인상이 순하게 변한 것이다.
그 때부터 영화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반칙왕 , 비밀 , 산책 , 주유소습격사건, 박하사탕, 파이란






이 모든 일이 그 점을 빼고 나서의 일이었다.
고놈의 점을 진작에 뺏으면 벌써 떴을걸!
믿거나 말거나, 하여튼 나는 개봉동의 미* 성형외과의 호준형이 정말 고맙다.
오늘은 여까지....
이번 일곱번째로 10년전 일기는 마지막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금 현재의 '지대한의 배우일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지대한님의 빠른 기고 부탁드립니다.ㅎㅎ
첫댓글 윤박사 + 호준형 + 개봉동 + 미*성형외과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