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는 일만을 천직으로 여기던 ‘사보라’라는 한 도편수가 임금님의 명을 받들어 영암고을의 월출산 밑에 큰 절 짓는 일을 맡게 되었다. 상량(上梁)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집짓기 공정(工程)을 살피던 도편수는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팔십 평생을 살아 오면서 도편수가 될 때까지 실수라곤 한 적이 없었는데, 정신이 흐려서인지 눈이 맑지 못해서인지 오백여 개의 서까래가 모두 정 치수보다 짧게 깎여져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나라에서 낸 명령인데다 기일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도저히 상량날까지 오백여 개의 서까래를 다시 깎을 수 없었다. 도편수는 떨리는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워 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도 묘안이 없어 그는 하루 하루 야위어만 갔다.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닥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영문도 모르고 상량일 걱정만 하는 가족들 중에서 며느리가 원인을 물었다. 한숨만 내쉬던 도편수는 자초지정을 털어 놓았다.
아무 것도 모르고 걱정만 하던 며느리는 도편수로부터 내막을 듣고 나니 더 답답해졌고, 모르는 것이 나았을 정도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차라리 다쳐서 병환이 든 것이라면 지극정성으로 병구완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 원인이 분명하고 해결할 길도 안 보이는 마음의 병인지라 아득했다. 결과적으로 왕명을 어긴 것이 돼버린 시아버지의 앞날을 생각할 때 너무나 측은해서 눈물을 비오듯이 쏟았다. 흐르는 눈물을 치마폭으로 훔치던 며느리는 희한한 일을 발견했다. 치마의 채색된 천에 떨어진 눈물에 비친 오색(五色)이 처음엔 한 줄로 가지런했다가 눈을 비비면서 얼핏 보니 두 줄로 약간 경사지게 비치는 것이 아닌가! 약간의 착시(錯視) 현상 때문에 어릿하게 비치는 모습이 요즘의 건축양식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긴 서까래 위에 약간 짧은 서까래를 덧 얹어 솟아오르게 하는 부연(附椽)같이 보이는 것이었다.
영특한 며느리는 떠오르는 영감에 따라 시아버지인 도편수에게 방편을 말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도편수는 그 길로 공사 현장으로 달려가 기일 안에 절을 지을 수 있었다.
사보라 노인이 며느리의 지혜를 빌어 건립한 건물이 바로 도갑사(道岬寺) 법당이며, 그 건축 양식은 부여(扶餘)식 건축양식으로 불리고 있다.
위의 이야기는 영암 월출산의 도갑사 창건 연기설화이다. 갑자기 사찰의 창건 설화를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의 지혜는 곧 시아버지를 극진히봉양하는 마음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이 살아 계실 당시의 생생한 법음을 느끼게 해 주는 경전 중에서 긴 내용들의 묶음인 장아함(長阿含)의 선생경(善生經)에는 부모를 잘 모시는 다섯 가지 방법을 설하고 있다. ① 능히 모자람이 없게 봉양하고, ② 자기의 할 바를 먼저 부모께 여쭈며, ③ 부모가 하시는 일에 공순하여 어기지 말고, ④ 부모 명령을 감히 어기지 말며, ⑤ 부모께서 하시는 정업(正業)을 끊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선생경은 또한 육방예경(六方禮經)이라고도 불리는데 자식이 부모에게 해야 할 일로 ① 살림살이를 잘 할 것, ② 일찍 일어나 제 때에 공양을 하게 드시게 할 것, ③ 부모께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 ④ 언제나 부모의 큰 은혜를 잊지 않는 것, ⑤ 병환이 나면 곧 의사를 청해 치료해 드리는 것을 들고 있다.이 모두가 부모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태어난 자손들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임은 물론이다.
사보라의 며느리가 한 것은 부모의 정업(正業)을 잇게 한 일이며, 오늘의 환갑 잔치 또는 칠순에 맞는 고희(古稀), 팔순에 맞는 산수(傘壽) 잔치를 불교식으로 여법하고도 즐겁게 지내드리는 것도 제 때 공양을 하게 하는 것이며, 큰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수연법회(壽宴法會) 의식을 연구해 보고자 한다.
수연법회 순서
제1부 축복의 시간
1)입장 :ㅇㅇㅇ여사(보살님), ㅇㅇㅇ선생님(거사님)의 수연법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소개와 동시에 주인공이 입장하고, 준비된 음1. 악과 박수로 축하한다.
2)삼귀의례
3)찬불가(보통 ‘님을 찬양합니다’라는 찬불가를 부르지만 준비가 가능하면 회갑축하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더 좋다.)
.4) 경전봉독 : 법구경 또는 육방예경 등의 일부분을 낭독한다.
5)수연법회 주인공 약력 소개
6) 헌다(獻茶) : 자손들이 술 대신 잘 달인 녹차를 올리고 큰 절을 한다.
7)떡(케익) 의식
8)축원 : 스님이나 법사 또는 음성 녹음
9)발원 : 수연법회 주인공의 발원
10)축시, 축가
11)기념 촬영
제2부 기쁨의 시간
1. 정성을 드립니다.(꽃다발 또는 선물 증정, 자손 1. 또는 하객이 드림.)
2. 감사합니다.(자녀 대표가 잔치에 와 주신 분들1. 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3. 기쁨의 노래, 놀이
4. 효도 행진.(자녀가 수연법회의 주인공을 업거1. 나 둘이서 가마를 만들어 태우고 모시는 일)
5. 기쁨의 메시지. (하객들의 인사)
6. 보답의 인사.(주인공이 하객에게 하는 인사)
7. 사홍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