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경봉(1123m)과 제왕산(841m) 눈꽃 산행기
효산한국요산회 정기산행 2014년 2월 9일(일요일) 눈
원성연 조은영 김상운 윤여진 박선기 송우현 외 34명 참가
화려한 눈꽃으로 치장된 동화 속 풍경을 걷는다!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의 경계를 이루는 능경봉은 백두대간의 산이다. 대관령서 잠시 숨을 죽인 백두대간의 큰 산줄기가 능경봉을 일으킨다. 대관령 일대는 개마고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위평탄면 지형이다. 수천만 년 전 지표면이 침식 착용을 받아 평탄해진 뒤 세월이 지나면서 지각 변동으로 급속히 솟아오른 곳이다. 능경봉 등산 중 전망이 터지는 곳에서는 고위평탄면의 전모를 감상할 수가 있다.
능경봉은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을 가르는 백두대간 산줄기인 영동지방 사면에 위치해 적설량이 유난히 많아 한겨울 등산 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능경봉을 등산하면 동화 속 분위기 같은 한겨울의 정취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제왕산은 백두대간 능선의 고위평탄면 지형에서 강릉 방향인 동쪽으로 고도를 낮추는 능선 위에 솟아있다. 나지막한 봉우리가 몇 개 있어 등산의 묘미인 오르내림이 있고 각 봉우리에서의 전망이 빼어나다. 제왕산의 겨울 설경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나타낸다. 눈 내린 겨울날 대관령서 새봉을 거쳐 선자령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산줄기를 조망하면 뭉클한 감동에 빠져들고 만다.
효산한국요산회(회장 원성연)의 눈꽃 산행
바라보는 산을 오르는 산으로 바꾼 선각자이시며 우리나라 최초 안내 산행 단체 한국요산회를 창시하신 故 안경호 선생님은 불세출 등산의 대가이시다.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아주 정확한 안내 산행을 시행하셨다. 오늘 21년째 안내 산행을 하며 처음으로 실수를 저지르니 새삼 스승님의 가르침이 그리워진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은 효산한국요산회의 정기 산행 날이다. 오늘은 대관령 폭설이라는 매스컴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40명의 대원이 동참했다. 특히 용모 단정한 여성들이 대거 참석해 차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모두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동지방 대설특보 발효 중이라 영동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여주 휴게소는 평일에도 수많은 차로 북새통을 이루는데 오늘은 너무도 차량이 적었다. 대관령 일대는 폭설이 내린다는 매스컴의 영향 때문이리라! 차량 통행이 적은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던 차가 횡계 IC를 빠져나와 등산이 시작되는 옛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이 가까워질 때 정체현상을 일으킨다. 아마 선자령과 능경봉을 찾은 전국 각지의 산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하차하여 도로를 따라 걷는다. 상행선 휴게소를 지나 눈보라 몰아치는 악천후 속이라 하행선 휴게소를 지나친다. 시계 제로 탓도 있겠지만 산 전문가라는 사람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대원들께 잠시 알바 산행을 시킨 다음 대관령 남쪽 옛 고속도로 하행선 휴게소 주차장서 등산이 시작된다.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으로 오르는 계단 길은 쌓인 눈으로 산길처럼 돼버렸다.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탑이 서 있는 곳으로 올라서니 기념비 오른쪽으로 커다란 등산로 안내판이 보이고 능경봉 1.8km, 제왕산 2.7km란 푯말이 서 있다.
안내판 왼쪽으로 나 있는 완만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산에 올라간다. 산길 주변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동화 속 분위기와 같은 길로 700m쯤 진행하니 산불감시초소가 위치한 삼거리가 나타난다. 능경봉 1.1km, 제왕산 2km란 푯말은 이분의 일 정도가 눈에 묻혀 있다. 왼쪽임도 길은 제왕산 가는 길이다. 초소 옆으로 나 있는 산길로 능경봉을 향해 나아간다.
하얀 눈으로 덮인 산길은 한편의 풍경화처럼 환상적이다. 참나무 가지마다 눈꽃을 피워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얼마 후 된비알 길이 나타난다. 눈썰매를 타고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아이 키 높이까지 쌓인 눈에 벌렁 누워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인다.
아이젠 없이 미끄러운 급경사 길로 산에 올라선 다음 완만해진 길로 헬기장을 거쳐 능경봉 표지석이 박혀 있는 고스락(정상)에 올라선다. 고스락의 전망은 폭설로 인해 꽉 막혀 안타깝다. 하지만 주변 풍광은 불을 밝힌 듯 환한 설화가 가슴 시리게 아름답다.
산불감시 초소
능경봉을 뒤로하고 올라온 코스를 역으로 그대로 산불감시초소로 내려선 다음 제왕산을 향해 임도 길로 나아간다. 임도에서 산길로 들어서 전망이 열리는 곳에서 선자령 쪽 백두대간 능선을 바라보지만 전혀 시야가 트이지 않는다. 이곳은 경포대 앞 동해바다도 잘 내려다보여 가슴속이 후련하게 씻기는 느낌을 받는 지점이다.
제왕산 가는 길엔 군데군데 멋진 경관이 많아 발걸음이 느려진다. 눈은 온 세상에 아름다운 설화를 펼쳐 보였다. 날카롭게 솟은 멋진 바위가 자리한 전망이 뛰어난 곳에서도 전혀 전망이 터지지 않아 안타깝다, 날씨만 좋다면 선자령부터 대관령까지 백두대간 능선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장관을 이루고 있는 멋진 풍경을 조망할 것이다.
멋진 고사목이 자리한 제왕산 정상에 올라선다. 눈보라가 쉴 새 없이 몰아쳐 조망할 수가 없다. 전망이 열리는 날 제왕산을 오른다면 능경봉 뒤로 흰 눈을 뒤집어쓴 고루포기산이 고산 분위기를 자아내며 겨울 산의 풍광을 마음껏 뽐내고 있을 것이고 고루포기산 뒤로 정선의 노추산과 노추산 오른쪽으로는 남한 9봉 가리왕산까지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온 산길이 내 인생길같이 아물거리며 다가온다. 나는 산에 기대어 살아왔고 산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지만 내가 산에게 돌려주는 사랑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대관령의 높이가 865m이고 제왕산의 높이가 841m이니 등산을 시작한 지점보다 낮은 곳으로 등산을 한 것이 신기하다. 전국의 수많은 산에 오르며 등산 들머리보다 더 낮은 곳으로 오른 것은 제왕산이 처음이었다.
능경봉과 제왕산 눈꽃 산행은 참으로 좋았다. 사람의 발길로 장사진을 이루는 선자령에 비해 너무도 조용하고 고운 눈꽃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백두대간 산줄기 종주 산행을 할 때 능경봉을 지날 때는 둥그스름한 구릉지를 걷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한겨울 눈 속 풍경은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은 절경이 가득하여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나온 능선 길을 바라본다
산행 뒤풀이는 조은영 총무의 평창 친정집으로 가서 맛난 떡만둣국과 강원도 특유의 메밀 전으로 술도 마시면서 너무도 맛있게 먹으니 대원들 모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40명이나 되는 대원을 챙겨주는 그 마음이 바로 천사 같은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