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판이란 글씨를 쓰거나 새겨서 문 위나 벽 또는 기둥 등에 거는 널빤지를 말한다.
현판은 일반적으로 집, 누각, 정자, 궁문, 전각, 당, 서원, 사찰, 도관(道觀), 관청, 상점 등
건물의 명칭을 나타내는 편액(扁額)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현판의 명칭을 그 건물에 알맞은
의미나 유래가 있는 좋은 어귀를 따서 짓고, 때로는 명칭의 의의를 설명하는 기문(記文)이나
서설(序說) 등을 짓기도 한다. 그밖에도 누각,정자,서원,재실(齋室),각 등의 기문,상량(上樑文)
또는 시부(詩賦) 등을 쓰거나 널빤지 또는 철판에 글자를 새겨서 문 위나 실내 벽에 거는 예도
있다. 또 유명한 글귀, 가훈 등을 널빤지에 쓰거나 새겨서 거는 예도 있으며,
관청이나 재궁(齋宮),각 등에는 왕의 교령(敎令)이나 규례(規例),식(定式) 등
수칙들을 거는 예도 있다.
그리고 복을 기원하고 아울러 문루를 장식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련(對聯)이나 명구(名句)를
기둥에 쓰거나 또는 새겨서 거는 주련(柱聯) 등도 있다. 현판의 글씨는 일정한 형식은 없으나 대체로 편액류나 짧은 명구는 가로로 쓰고 지기(識記),
제영(題詠) 등 시문들은 세로로 쓰는 것이 통례이다. 규격도 건물의 크기나 현판의 성격에 따라
걸맞게 만들었으며, 더러는 변죽에 칠보문이나 화문, 운문, 당초문 등을 새겨 넣기도 하고,
또는 운각(雲刻), 봉각(峰刻) 등으로 화려하게 꾸미기도 한다. 현존한 현판으로는 신라 때의 명필 김생(金生,719∼791)의 글씨로 된 공주 마곡사의
‘대웅보전(大雄寶殿)’편액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 전해지나, 다시 새긴 것인지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고려 공민왕의 어필인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無量壽殿)’의 현판과 안동시청의
정문 위에 걸린 ‘안동웅부(安東雄府)’편액, 낙동강 가의 ‘영호루(映湖樓)’의 편액이 고려 때의
것으로 시대가 오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시대의 현판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병란, 화재 등으로 소실 또는 훼손되어 조선 전기의 것은 매우 드문데, 조선의 도성인
서울의 5대궁에 중요한 현판들이 집중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이들 현판은 대체로 건물의 명칭을 나타내거나 미관 또는 잠계(箴戒),찰,칙의 목적으로
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현판이 재난을 방지하는 부적 구실도 하였다.
도성 4대문 가운데 남문인 숭례문(崇禮門)의 편액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써서 건 것은
그 남쪽에 있는 화산(火山)인 관악산의 화기를 막는다는 의미에서였다.
동문인 흥인지문(興仁之門)의 편액이 ‘흥인’ 아래에 ‘지’를 더 넣어 다른 문과 달리 4자의
편액이 된 것은 문이 위치한 동쪽 지역이 낮아서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 전한다. 또 현판의 글씨가 나주객사의 유색루(柳色樓)의 편액과 화성행궁 장남헌(壯南軒) 벽의
조윤형(曺允亨)이 큰 글씨처럼 사기(邪氣)를 물리쳤다는 기록도 있다. 또 도참설에 의하여
현판의 이름을 고친 사례도 있다. 경운궁(현 덕수궁)의 정문이었던 ‘대안문(大安門)’의 편액은
국운이 오래 창성한다는 도참설에 의하여 ‘대한문(大漢門)’으로 고쳤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