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사회 지도자를 꿈꾸는 음악목회학과 지현식 씨

[박은자]

 하나님과 함께 일어서는 참 좋은 나사렛대학교 사람들 이야기 06

존경받는 사회 지도자를 꿈꾸는 음악목회학과 지현식 씨

박은자(온양 예은교회 사모)

“엄마, 왜 나는 걷지 못하는 거야? 엄마, 나도 친구들이랑 축구하고 싶어. 공을 차고 싶단 말야. 운동장을 달려보고 싶어. 엄마, 나도 걸어서 가게에 가고 싶어. 내 마음에 드는 과자 내 손으로 사먹고 싶어.”

열 살이 되기 전에 엄마에게 떼를 쓰면 엄마는 현식 씨가 왜 걷지 못하게 되었는지, 얼마나 많이 아팠었는지, 걷지 못해도 살아 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현식 씨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말해 주었다. 그래서 현식 씨는 걷지 못하는 것이 그리 슬프지 않았다. 친구들과 축구를 못하는 것이 속상하기는 했지만 너무나 다정하신 부모님, 그리고 동생들이 있어서 울지 않았다. 그러나 열다섯 살 때던가 현식 씨는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세상이 너무 싫었다. 걷지 못하는 다리를 차라리 떼어버리고 싶었다. 자기를 그렇게 낳은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엄마에게 소리쳤다.

“왜 이렇게 나를 낳았어요? 도대체 이게 뭐에요?”

사춘기를 지내면서 고통이 참으로 깊고 길었다. 그러나 열아홉 살이 되던 해, 하나님께서 현식 씨의 마음을 만져 주셨다. 너무 고통스러워 피가 철철 흐르는 현식 씨 가슴에 예수님의 손이 닿자 고통이 간데없이 사라졌다. 현식 씨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하던 원망과 분노가 사라졌다. 고통이 있던 자리에 기쁨이 들어왔고, 원망이 있던 자리에 감사가 가득했다.

현식 씨는 하루 종일 교회에서 살고 싶었다. 종일 기도하고, 종일 찬양하고, 종일토록 말씀을 듣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교회에 한 번 가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기에 간신히 주일을 지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학생이 된 지금은 매일 예배를 드릴 수가 있다. 매일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 정말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대학 진학이 당연한 과정이었지만 현식 씨를 받아주는 대학이 없었다. 현식 씨는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면접을 하는 교수들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장애인 학생 하나로 인해 학교의 시설을 고칠 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대학 진학은 좌절되었고, 8년 동안 주일 날 교회에 가는 것 말고는 집안에서만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로부터 나사렛대학교 이야기를 들었다.

꿈에서나 가능한 대학교, 미국 혹은 유럽의 잘 사는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 우리나라 대학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을 받아주는 학교가 있었다. 장애 학생을 위해 학교 건물을 모두 개조하고, 신축건물은 장애 학생을 먼저 생각하면서 설계하는 나사렛대학교가 있었던 것이다.

현식 씨는 지금 서른 살의 나이지만 나사렛대학교 음악목회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스물둘 혹은 스물셋 정도의 동생들이다. 그래도 현식 씨는 즐겁다. 한꺼번에 많이 생긴 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동생들 역시 현식 씨를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 형 노릇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건만 동생들은 고민이 있을 때마다  현식 씨를 찾아와 의논한다.

현식 씨는 동생들에게 참 많이 고맙고 미안하다. 오른팔마저 제대로 사용을 할 수 없는 현식 씨를 위해 노트를 필기해 주는 등 정성이 지극하다. 현식 씨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착한 동생들 덕분이다. 정말 어떻게 이 감사함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나사렛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된 것, 그래서 찬양사역자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 대학교회에서 찬양사역을 할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하다. 졸업을 하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설렌다.

현식 씨는 요즈음 몹시 바쁘다. 자립형통합학습생활관에서 층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현식 씨는 정말 이런 일을 맡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늘 도움을 받고 살았던 현식 씨가 층장이 되어 다른 학생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학생들의 불편사항을 조사해 보고하고, 또 그 일이 잘 이루어졌는지 일일이 점검한다.

오늘은 수업이 끝난 후 출입문을 지켰다. 학생들은 생활관을 들어가고 나갈 때 출입카드로 체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것이다. 계속해서 “카드 꼭 찍고 문 닫아 주세요.” 라고 쉬지 않고 말해도 학생들은 번번이 그냥 나가고 그냥 들어온다. 아무래도 며칠 더 이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는 새로 시행된 출입카드 체크 제도가 정착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학생들이 무심히 나가도 즐겁다. 왜냐하면 문 앞에 지켜 서 있는 동안 더 많은 학생들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현식 씨는 학교에 오기 전 일을 생각해 본다. 늘 혼자였던 그 때는 너무 외로웠다. 참 답답했다. 만약 음악이 없었더라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음악도 더 이상 듣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상하면 어김없이 예수님이 오셔서 위로해 주시고는 했다.

얼마 전, 현식 씨에게 무척 행복했던 일이 있었다. 아마 그 날은 평생 잊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강원도 영월에서 가진 층장들 워크샵이다. 워크샵 중에 동강에서 레프팅을 했다. 한 번도 걷지 못한 현식 씨가 레프팅을 했다고 하니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비장애 층장들과 함께 레프팅을 했다. 정말 온 몸이 전율하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그 때 일을 이야기하는 현식 씨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만약 내가 나사렛대학교에 오지 않았다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사실 제가 기숙사의 불편사항을 점검하고 학생들을 돕는 층장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누가 하겠습니까?”

생활관장은 현식 씨를 믿어 주었다. 현식 씨로 인해 더 많은 장애 학생들이 보다 더 큰 꿈을 가지고, 장애를 가졌어도 얼마든지 남을 도우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식 씨는 그런 관장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현식 씨의 꿈은 일차적으로는 찬양사역자가 되는 것이지만, 나아가 사회에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꿈을 꾼다. 그렇다. 현식 씨가 장애인으로서 그런 지도자가 된다면 많은 장애인들에게 더 큰 희망을 주게 될 것이다.

나사렛대학교는 장애학생들도 훌륭한 사회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와 인권을 누리기를 꿈꾼다. 5300명의 재학생이 있는 나사렛대학교, 그 중에 장애를 가진 대학생이 300명이 넘는다.

나사렛대학교는 유별난 학교이다. 교정 곳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다. 나사렛대학교 학생들이 독특하게 만들어 가는 문화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서로 도우려고 애를 쓰는 나사렛대학교 학생들, 크리스챤이 아닌 학생들까지 사랑이 몸에 배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곳곳에 ‘나사렛대학교는 참 좋은 대학’ 이라는 소문이 났다. 나사렛대학교에 가면 저절로 공부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다.

사랑이 가득 넘치는 대학, 생명의 향기가 흐르는 나사렛대학교 학생이어서 지현식 씨는 행복하다. 그 행복의 동산에서 지현식 씨는 오늘도 하나님과 함께 멋진 꿈을 꾸고 있다.

(크리스챤신문, 2007.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