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복합도시가 ‘지역균형발전 선도’를 기치로 내걸고 이 달 부지조성공사에 본격 착공, 세계속의 21세기형 첨단 행정중심신도시로 비상하기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선거공약에 따라 2003년 계획 수립에 착수한 지 4년여 만이다.
당초 행정수도를 목표로 추진됐던 이 사업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한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청와대와 입법·사법 등 주요 기능을 뺀 중앙부처 중심의 순수 행정도시로 건설한다는 선에서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이번에 ‘착공’이라는 첫 단추를 꿰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착공이라는 역사적인 시점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오늘과 미래 비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사업 규모나 역사적으로 보아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건설된 신도시와는 전혀 다른 21세기형 신도시로 건설된다. 이중환상형 도시구조, 유비쿼터스 도입,연도형 청사배치,선진형 교육시스템 등은 행정중심복합도시만의 자랑거리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국민 현상공모를 통해 ‘세종’이라는 새 이름이 부여됐다.
■이중환상형 도시구조로 친환경 신도시
세종도시는 기존 신도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도시구조를 갖추게 된다. 도시 기본 골격은 도시둘레 20㎞를 따라 교통축을 만들고, 이 축을 따라 인구 2만∼3만명의 마을 20여개가 조성된다. 도시중앙에는 100만평의 대규모 광장이 조성돼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된다. 즉 빌딩 등 업무시설이 빽빽히 들어서 있는 기존 도시와는 차별화된다.
환상형 도시구조는 종전 선형도시의 단점인 도심교통 체증, 환경훼손, 주민 일체감 부족, 비효율적인 토지이용 등을 대폭 보완할 수 있는 21세기형의 새로운 도시구조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환상형 도시구조는 도시기능의 분산과 순환을 통해 도시발전과 주민들의 화합과 조화를 꾀할 수 있고, 무질서한 도시 확산에 따른 주변 녹지 훼손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친화형 청사배치·직주근접형 자족도시
세종자치시의 계획인구는 자족기능을 확보할 수 있는 50만명으로 설정됐다.초기단계에는 정책적인 유입인구(정부청사 이전 공무원)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하고, 그 뒤에는 도시의 자족적 경쟁력 확보에 따른 인구유입이 이뤄지도록 설계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세종자치시의 도시성장은 초기 활력단계(2007년∼2015년), 자족적 성숙단계(2016년∼2020년), 완성단계(2021년∼2030년)의 3단계로 구분, 인구 규모가 각각 15만명→30만명→50만평으로 점차 확대되도록 했다.
행정청사는 시민편의와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배치된다. 세종자치시로 이전하는 12부 4처 2청 등 총 49개 정부기관은 장남평야 북서쪽에 자리잡게 된다. 이전되는 정부기관을 4∼6개의 유사기능별로 묶어 업무연관성이 높은 기관을 소규모 군집형태로 배치한다.
또 시민과의 친화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워싱턴,독일 베를린,프랑스 파리처럼 도로변에 인접하는 연도형으로 청사가 배치된다. 청사 주변이 야간에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을 적극 유치하게 된다. 청사 모양도 정부과천청사와 같은 획일적인 형태를 벗어나 부처별 업무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도시경관과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지어진다.
■쾌적한 주거,국제적 수준의 교육환경 조성
세종자치시에는 20만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 생활권 규모를 2만∼3만명으로 정해 20∼25개의 주거단지가 조성된다. 주거지 인구밀도는 ha당 300명 안팎으로 경기 분당(614명),화성 동탄(451명),성남 판교(312명)보다 훨씬 낮게 계획됐다. 이는 개발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코호구(298명)와 다마(347명)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를 위해 전체 주택의 93%를 용적률 150% 이하의 중·저밀 또는 테라스하우스 및 타운하우스 등의 저층형 공동주택으로 건설한다.
세종자치시에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복합커뮤니티가 조성된다. 복합커뮤니티는 동사무소,경찰지구대, 유치원, 초·중·고교, 도서관 등과 같은 공공시설과 병·의원, 금융기관 등 민간시설을 한 곳에 집중 배치해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돕고 지역 공동체 형성에 중심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교육환경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가 수준으로 만들어진다. 유치원 40∼50개, 초등학교 40∼50개, 중·고교 20∼25개소가 들어선다. 학급당 학생수 20명, 학교당 학생수 600명 수준이다. OECD 회원국가의 학급당 평균학생수는 초등교육 21.6명, 중등교육은 23.9명이다. 또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영형 혁신학교와 특성화된 교육과정이 도입된다.
■숲속에 파묻힌 친환경 도시로 조성
세종도시는 전체 2200만평 중 절반인 1100만평이 공원과 녹지,친수공간 등으로 조성된다.이러한 녹지비율은 분당(27.4%), 판교(34.2%)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이를 위해 녹지축(Green Network)과 하천축(Blue Network)으로 나눠 조성된다.
녹지축은 도시 중심부에서 외곽의 국사봉∼원수산∼전월산∼괴화산∼꾀꼬리봉으로 이어지는 녹지대가 각각 구축된다. 하천축은 주요하천인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지점을 거점으로해 금강·미호천을 하천 연결축으로 설정했다. 주녹지 연결축에서 하천축으로 연결되는 계곡을 녹지∼하천 연결거점으로 설정, ‘Blue-Green Net work’를 구축하고, 전체 도시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1100만여평은 공원·녹지 및 친수공간으로 조성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특별자치시)는 도시 내부는 물론 외부와도 거미줄 교통망이 구축된다.
전국 어디에서나 1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철도,고속도로,항공 등 대대적인 대충교통망이 구축되고 내부에서는 어디든 10분대면 도달할 수 있도록 첨단 교통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정부는 세종신도시와 전국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구축에 총 3조3359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철도,도로 등 12개 간선도로가 신설·확장되고 주요 노선에는 간선급행버스(BRT)체계가 구축된다. BRT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게 하는 대중교통시스템으로 정시성과 대량수송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정부기관 등이 이전하는 2012년 이전에 3318억원이 투입돼 경부고속철도 오송역과 연결하는 간선도로 11.2㎞가 신설된다.
또 4369억원을 들여 세종신도시와 충남 천안∼논산고속국도 정안 나들목을 연결하는 641번 및 691번 지방도가 현행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된다.
정부는 또 오는 2017년까지는 3521억원을 투입,세종신도시∼충북 오송∼청주국제공항 연결도로를 신설하고 1543억원을 투입,공주시와 연결되는 36번 국도를 4차로에서 6차로로 넓힌다.
이와함께 2017년 이후에는 각각 2592억원과 7695억원을 들여 인근 충북 청주시와 연계교통망 구축을 위한 연결도로를 신설하고, 외곽순환고속도로도 건설한다.
정부는 이 밖에 세종신도시 내부에서는 차량 등으로부터 지장을 받지않고 도시 전 지역을 걷거나 자전거로 다닐 수 있도록 하는 '녹색교통수단'을 도입한다.
노약자·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안심하게 다닐 수 있는 무장벽 보행체계도 갖춰진다. 특히 주택가 등에 속도저감용 곡선도로, 일방회전 교차로 등 교통정온화 기법(Traffic Calming)을 도입, 교통사고 없는 도시로 가꿔진다.
정부 관계자는 "BTR시스템을 고속철도(KTX)와 연계해 서울·수도권과의 교통 연계를 원할히 하고, 도심에서도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도록 하는 친환경·무공해 교통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030년 5월18일 아침 세종특별자치시에 거주하는 김철수씨(45·가명)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쁜 하루를 시작한다. 김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가족과 함께 도심 중앙에 위치한 357만㎡(108만평) 규모의 공원에서 조깅을 한다. 운동을 마치고 걸어서 5분 거리인 아파트로 돌아와 금강을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한다. 식사 후 인근 월산산업단지에 위치한 영상음향기기 회사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자동차로부터 전혀 지장을 받지 않도록 잘 구축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 넉넉 잡아도 20분이면 회사에 도달한다. 저상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시내를 연신 달리고 있지만 연료를 천연가스나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공해에 따른 건강 훼손 걱정이 없다. 점자 안내판 등 노약자나 장애인을 배려한 버스가 친근하다. 고등학생인 딸도 자전거로 통학한다. 도로나 건물입구에는 턱이 없거나 낮아 불편함이 없다. 딸이 다니는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으로 다른 선진국보다 적다. 인근에 2개의 유망 신흥 대학도 있어 딸만은 외국이나 서울로 유학 보내고 싶지 않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은 주말마다 집으로 내려온다. 발달된 도로사정으로 1시간 남짓이면 족한 거리여서 서울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세종신도시가 완성될 2030년의 세종신도시에 거주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가상으로 꾸며본 내용이다.
세종신도시는 오는 2010년 하반기 ‘첫마을’에 주민이 입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2년부터 2014년에 걸쳐 12부 4처 2청 등 49개 중앙행정기관이 단계적으로 이전된다. 이 후 2020년까지 대학·연구 등 도시자족 시설이 들어서고 도시 기반시설 설치가 완공된다.
2030년엔 도시기능 및 기반시설 등이 성숙단계를 맞는다. 총 297㎢ 면적에 도시 전체의 골격이 완성되면 중앙행정·대학·의료·첨단산업 등을 갖춘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로 완성되는 것이다.
■세종신도시,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건설
정부는 세종신도시를 21세기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건설해 2030년 도시가 완공되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도시 구조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환상형(이중고리형) 구조다. 일반 도시가 가운데부터 개발해 방사형으로 나가도록 했다면 세종은 애초에 중앙을 생태지역으로 보전하고 그 주위에 각종 도시 기능을 배치한다. 도시 중심부 생태환경 지역에는 대규모 공원이 조성돼 시민들이 어디서나 쉽게 접근해 휴식과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어느 곳에서건 탁 트인 조망권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건축 설계 대회, 시범사업 등을 통해 다양성 있는 건축물 건립을 유도해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연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주택단지도 지금까지의 다른 신도시와 차별화되도록 쾌적성을 최대한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거지역 면적의 50% 이상을 공원·녹지 및 친수공간으로 설정했고 주거지 밀도를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의 절반 수준인 ㏊당 312명으로 설정했다. 용적률도 143%의 저밀도로 개발된다.
최고의 교육환경도 자랑거리다.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교육이 가능하도록 초·중·고 학급당 학생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20명 정도로 유지한다. 학교당 학생 수도 선진국 이상 수준인 600명을 넘지 않도록 했다. 이중언어 교육을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2개 안팎의 유명 대학도 유치한다.
나아가 모든 주택은 가스밸브, 난방, 조명, 방범, 방문자 확인 등의 원격 조정이 가능하고 화상 통화, 교육 등이 가능한 첨단 유비쿼터스 기반의 도시로 조성된다.
■일자리 20만개,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
세종신도시 개발은 3단계로 나눠 개발된다. 먼저 올해부터 2015년까지가 초기 활력 단계다. 이 시기에는 중앙행정기관 및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 정부부처 중심의 행정도시 기능을 하게 된다. 인구는 15만명 정도가 이주할 전망이다.
이어 성숙단계(2016∼2020년)를 거친다. 이 때부터 문화·국제교류, 대학, 의료복지, 첨단 지식기반 기능 등이 유입되면서 총 30만명 정도가 거주하는 도시로 거듭난다. 첨단지식기능은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10개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 중 대전·충청권의 기존 산업군과 상호 보완하면서 발전될 전망이다. 아울러 출판인쇄, 전기변환장치, 영상음향통신장비, 의료·정밀·광학기기 산업 등이 유입된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는 완성단계로 국토균형발전 혁신거점으로서 기능이 완성된다. 첨단지식기반 기능, 상업업무 기능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목표 인구인 50만명이 거주하는 명품 도시로 변신한다.
상업업무 기능이 완성되면 고용인력이 2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상업·업무용 시설의 연면적만 597만60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세종신도시의 건설은 무엇보다 지난 수십년 간 이어져온 수도권 위주의 ‘일극집중’ 국토관리·도시 관리의 관념을, 지역별 특성과 장점을 살려 전국이 균형 있게 잘 살도록 하는 ‘다핵분산’ 구조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면서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21세기형 복합 명품도시로 건설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