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자동차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두 딸의 학부모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의 앞집의 아이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평소에 보고 느끼며
생각했던 것을 이렇게 글로 옮깁니다.
중국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교 5학년(한국학년)되는 남자아이인데 아침이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문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몇 번 목격했습니다.
결국은 한국으로 돌아가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후문을 듣고(가정부였던
조선족 아주머니에게서) 무분별하게 중국학교에 보내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중국학교에 가서 적응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몇 명이나, 몇 퍼센트나 되는지는 통계가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모르겠습니다.
저는 중국에서 3년째 생활하고 있는데 두 아이(중 1, 중 3)를 5학년, 중 1
부터 한국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학비도 비싸고 중국어 습득도 느린 것 같고
해서 이번 학년부터는 중국학교로 보내려고 생각도 했습니다.
중국에서 2년이 넘게 살았는데도 중국학교로 옮긴다고 하니 작은애는 걱정이
태산 같더군요. 제 또래 아이들보다 키도 훨씬 큰데 학년은 낮추어 들어가야
하고 이런 것 저런 것을 생각하니 굉장히 심난해 했습니다.
그렇지만 중국학교로 전학 간 아이들이 다시 되돌아오고 학기가 끝나면 또
전학시킨다고 하는 사실을 보고 듣고 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니 학교에서 배웠던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더군요.
방과 후 영어학원 보내고 주말이면 한글학교에 보내고 하니 학원비도 만만치
않고 길에 버리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책으로 한국학교로 다시 택했습니다.
중국학교로 간 아이들의 수업 형태를 보면 오전에 학교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어학원이나 특례학원으로 갑니다. 그럼 중국 선생님 입장에서 내가 그런
위치에 있다하면 어떨까를 생각해봅니다.
윗선에서 외국학생을 배정하니 어쩔 수 없이 받기는 할 것입니다. 말도
안통하는 외국아이가 와서 오전 수업만 하고, 먼 산만 바라보고 끼리끼리 놀며,
점심은 입에 맞질 않으니까 따로 먹고, 위화감만 조성되니 어떤 마음이겠습니까?
제나라 아이들 챙기기도 바쁜데 외국아이 공부하든 말든 신경 안씁니다.
하긴 치맛바람 일으키니 신경 쓴다고 하긴 하던데...
중국 선생님들도 통제불능의 외국학생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하더군요.
아이의 일생에 가장 중요한 시간을 어떻게 중국학교 선생님들에게 맡겨놓고
방관하고들 계십니까?
반대로 아이 입장에서는 한국내에서도 전학만 가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데
말도 안 통하는 2~4살 차이나는 어린 동생들 반에 들어가서 (같은 학년이라도 중국
애들이 1살 어립니다) 화장실은 문이 없어 가지도 못하고 (문 없는 곳 아직도
많습니다)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부모님은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수업하는 것과 생활하는 것은 본 적 있습니까?
우리 아이가 과연 무엇을 배웠는지 확인해 보셨습니까?
선생님이 제대로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릅니다. 실력 있는 선생님도
많지만 급조된 선생님도 많습니다. (6.25때 장교 양성한 것처럼)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사상교육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하면 아이들은 그대로 믿습니다. 물론 일부 학교에서는
외국 학생에게는 사상교육 시간을 뺀다고는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학교 다닐 때 꼭 그 시간에만 배우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 않았습니까?
중국 학교는 쉽게 졸업장을 안줍니다. 학기 끝나면 졸업장 때문에 고민하는
학부형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흔히들 앞으로는 영어가 기본이고 중국어든 외국어 하나를 원어민 정도 구사
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들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한국어를 더 잘해야
된다는 전제 아래서입니다.
언어 쪽을 선택한 아이들의 목표가 동시통역사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학원에서는 한국어 실력을 훨씬 더 높게 평가합니다.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자를 연구하는 교수들이 중국에와서
조선족 통역담당과 함께 평소에 교류가 있던 중국 교수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중국 교수들이 "어떤 일 때문에 오셨느냐"고 묻자 우리 교수들은
"공자의 높은 뜻을 찾아왔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통역은
'공자'에 대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工作(꽁쭤)'라고 하면
월급이나 일에 대한 대가라고만 여기고 있었습니다. 결국 통역은 자기 임의
대로 "월급이 높은 곳을 찾아왔다"고 대답을 해서 중국 교수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습니다.
언젠가 일산의 한 동네 어귀에 있던 동네 달리기 동호회에서 회원모집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뛰지마라 배꺼진다'라고 쓰여있는 플랭카드를 보고
중국인이 이것을 보고 어떤 해석을 내릴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중국동포와 중국에서 대학까지 나와서 통역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또다른 중국동포에게 물어봤습니다. 답은 뻔하지요. '뛰면 배고파
진다'. '뛰면 소화가 잘된다'는 등 말도 안되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한국인의 정서를 갖지 않으면 도저히 해석 할 수 없는 상황이겠지요.
한국인 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웰빙과 다이어트를 생각하면서 재치있게
써놓았다고 생각하며 올바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어는
풍부한 어휘력과 추상적인 표현 등 국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해석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이런 글과 말이 있었기에 한도
풀 수 있고 한국인의 저력, 근성, 끈끈한 정이 생기고 더 나아가 한류가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중국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운 아이들이 회화는 잘하지만 문법에서는 오히려
떨어진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중국학교에서 한국 학생들 수준에 맞게 문법을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외국어만 필요하다면 한국의 학교에서 음악, 미술, 사회, 도덕 등 다른
수업은 왜 합니까?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사회생활을 가르치는 것 아닙니까?
오늘 날 중국에 와서 떳떳하며 자랑스럽게 생활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부모님들의
높은 교육열과 올바른 교육방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언어만을 가지고 하는 말일까요? 우리가 이곳에서 매일같이
부딪히며 상대하는 중국인, 중국동포는 어떻습니까? 속으로 여러가지
평가들을 하실겁니다.
그들의 사고 방식이나 행동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경쟁력이 있고
이곳에서 먹고 살며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부모님들은 그들이 교육받고 졸업한 학교에서
우리의 자식을 그대로 교육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선진교육과 사고방식이 좋아서겠죠? 중국어 하나를 얻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저의 큰집에 큰 형님이 미국에 이민간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일식집을
하여 상당히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큰 어머니께서 10년전에 들어가셨는데
혼자서 노인아파트에 살고 계십니다. 원인은 조카들이 제2미국인이 되어
말도 통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도저히 맞지 않아서 입니다.
사업적으로는 성공하였어도 자식농사 실패했다고 다른 자식들
미국 이민 생각도 말라 하십니다.
아이는 학교 선택권이 없습니다.어릴때는 부모가 정하는 학교로 갈 수 뿐이
없습니다.그렇치만 대학 갈 무렵이면 자기가 결정합니다.
제가 아는분의 아이도(5년째)모든것을 중국대학을 목표로 정하고
준비하고 공부하였는데 재작년 고2때 자기는 한국으로 대학교를 간다하여
난리가 났습니다.(자기주관이 있었는지,특례적용을 받는걸 알았는지)
자식 이기는 부모 어디 있습니까? 결국은 졸업장 사고 특례적용받아
한국대학을 갔지만 그 과정에서 몇 천만원 들었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우리에게는 한국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입니다.
외국어 좀 서투르면 어떻습니까? 외국인이 서툰 것은 당연합니다. 아이들은
아이답고 티 없이 맑고 순수하며 신나게 뛰어놀아야 합니다. 외국 땅에는
그러한 공간이 없습니다. 그나마 한국학교가 있기에 위안이 됩니다.
제가 감히 권하건데 유학을 생각하시면 한국에서 고등학교나 대학을 마치고
오십시요. 중국에 오긴 와야 합니다. 중국에서 배울것도 많이 있고 또한
중국을 알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 중국으로 와야 되고 오신분들은
한국학교가 있는 곳이면 한국학교에서 수업 받게 하십시요.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사랑스런 내 자식의 목에 빨간 마후라를
두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분이 모험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모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