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고성 적석산(492m)
켜켜이 쌓인 바위 딛고 올라 다도해 맞는다
자난 해 11월 무주 함양 사이의 마지막 공사가 완성되어 대전에서 진주까지의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되었다. 또 인천에서 목포까지의 고속도로도 개통되었다. 따뜻한 남쪽의 아름다운 산들을 찾아가기가 쉬워진 것이다. 서울에서 5시간 이상 걸려야 갈 수 있었던 진주와 목포를 이제 3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의 산들만 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따뜻한 전남 경남 등 남쪽 바닷가에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 이제 서울에서도 특히 추운 계절에 이 따뜻한 남쪽 바닷가의 아름다운 산들을 하루에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적석산(492m)은 지금과 같은 늦겨울철에 찾아가기에 아주 좋은 산이다.
따뜻한 남쪽 바닷가의 산이면서 산아래 양촌에 온천이 있어 산행 뒤에 온천욕을 할 수있고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맛있는 회를 저렴한 가격으로 실컷 먹을 수도 있다. 온천욕 또는 회를 맛볼 수 있도록 산행시간을 1시간에서 5시간까지 마음대로 잡을 수 있으며 주변의 명소와 유적을 돌아볼 수도 있는 실로 1석 3조의 산행지가 적석산이다.
취재팀은 발산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발산재는 여항산에서 뻗어 온 산줄기를 넘는고개이기 때문에 고갯마루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길도 찾기 쉽고 등성이에 올라서는데 힘도 들지 않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2번 국도의 확장공사가 한창이어서 산을 깊게 깎아내려 등선이도 길도 모두 없어져 버렸다. 우리는 발산재에서 마산 쪽으로 200여m를 내려가 수발사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수발삭 있는 골짜기로 들어갔다.
산길은 수발사 입구 바로 앞에서 오른편에 있는 대나무 밭으로 들어간다. 두번째 넓은 묘역에서 길은 곧게 뻗쳐 등성이로 이어진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위지대를 지날 때는 주변의 여항산 인성산 서북산 광려산 등이 보인다. 철탑 아래를 지나면 길은 임도와 만나지만 얼마가지 않아 임도는 등성이를 떠나 비탈로 갈라져 나간다. 켜켜이 쌓인 바위 사이를 비집고 오르다 큰 바위로 된 턱에 올라서면 고성의 연화산도 보이고 삼천포의 와룡산도 보일 듯하다.
깃대봉에서 적석산을 잇는 산행
깃대봉은 여항산(744m)의 한 맥이 남쪽으로 뻗어 발산재에서 일어난 산으로 그 상봉은 520m로 적석산보다 높다. 상봉은 수평으로 결을 이루고 있는 층석이 받치고 있고 곳곳에 바위와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산행의 맛이 있다. 마주보고 있는 적석산과는 대조적인 산이다.
왼편 골짜기 건너의 산줄기에 적석산 일대 지형의 특색인 수평절리의 바위 층이 보인다. 억새밭을 지나 조금 전네 건너다보았던 산줄기와 만나는 곳에 이르면 꽤 널찍한 바위가 시원스럽고 조망도 좋아서 절로 바랑을 벗고 쉬게 된다. 앉아서 쉬며 군것질을 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여기서 소나무숲과 잘록이를 지나 납작바위를 쌓아놓은 것처럼 보이는 턱을 지나면 바로 표석이 있는 깃대봉이다. 발산재에서 1시간20분쯤 걸린 셈이다.
깃대봉에서 적석산으로 가려면 왼편으로 적석산을 건너다보며 계속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한참을 내려가면 큰 잘록이(고개)에서 임도를 만난다. 거기서 임도를 따라 적석산쪽(동쪽)으로 내려가면 역시 넓은 잘록이인 벌밭등을 지난다. 벌밭들에서 임도를 일암리 쪽으로 내려보내고 숲속 오솔길을 서서히 오르면 주평리(고성군 구만면)에서 일암리로 넘는 음나무재를 지난다. 산행길잡이의 일암리에서 올라오는 3번 길을 이 음나무재에서 만난다. 여기에 안내표지도 있다.
음나무재에서 조금 오르면 적석산의 참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차곡차곡 쌓인 암봉에 매달리고 안고 돌며 오르면 위에 넓은 반석이 있다. 석문(통천문)을 지나 암봉에 오르면 조망이 좋고 동쪽으로 건너에 적석산 주봉이 한눈에 든다. 온통 바위로 되어 있는데다 반석과 암벽 그리고 괴석들이 솟아 있는 적석산에 많은 사람들이 붙어 있는 광경이 마치 개미의 행렬처럼 보인다.
잘록이를 지나 적석산의 몸통에 붙으려면 먼저 사다리를 타고 암벽을 올라 사다리 끝에서 바위의 결을 따라 게처럼 옆걸음으로 암벽을 가운데를 10여m 가로질러야 한다. 겨우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좁은 바위지만 어깨 높이에 쇠줄이 매어 있어 그리 위험하지는 않다.
적석산의 머리는 넓은 반석으로 되어 있다. 남북이 바위로 까마득하게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깃대봉에서 적석산 주봉까지 또 1시간30분이 걸린다. 적석산은 이름 그대로 납작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처럼 보이는 산이다. 그래서 쌓을 적(積)자를 써서 적산이라는 별명도 있다. 온 산이 바위로 되어 있으며 기이하고 괴상한 바위와 돌들이 널려 있어 신기롭다. 온 산의 바위가 수평으로 결(수평절리)을 이루고 있는 산이어서 며하고 결에 따라 넓은 너럭바위가 곳곳에 있어 또 신기하다.
적석산의 고스락은 마치 바위로 된 운동장같다. 널찍한 바위의 사방이 깎아지른 바위 낭떠러지여서 시원하고 조망이 좋다. 마산의 앞바다가 보이는가 하면 북쪽에 오봉산 동북쪽으로 여항산 서북산이 보이고 동쪽으로 광려산이 보이며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는 마산의 무학산도 볼 수 있다. 서쪽으로는 고성의 연화산 학남산 무량산 대곡산이 줄줄이 보이고 남쪽으로 거류산 구절산 응암산이 보이며 통영의 벽방산도 보인다. 650m의 벽방산 외에는 이 산들이 모두 400m에서 500m 정도로 별로 높지 않은 산들이다.
산행 뒤에 온천이나 회를 먹고자 할 때는 1시간 남짓의 적석산 산행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깃대봉까지 포함해 한 바퀴를 돈다. 동쪽으로 암벽을 내려서면 잘록이에 이르기 전에 일암히 저수지 쪽으로 내려가는 2번 길(산행길잡이 참조)이 왼편으로 갈라진다. 저수지와 주차장의 차들이 발 밑에 보인다.
잘록이를 지나 봉우리에 오르면 길은 산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튼다. 이 산줄기의 등성이에 있는 길은 또 하나의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오른편 아래로 임도가 보인다. 이곳을 계속 올라가면 358봉이다. 358봉에서 서쪽 2번 국도 옆의 양촌 온천단지를 내려다보며 한참을 하산하면 턱이 진 곳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이곳을 지나 또 한참을 내려가면 양촌에서 일암리로 들어가는 길에 내려선다. 바로 그곳에 변씨의 3충신을 모신 성구사(誠久詞)가 있고 하마비가 길가에 서 있다.
*산행길잡이
온천 다도해를 함께 즐기는 일석삼조의 산행지
적석산과 깃대봉의 산행코스는 크게 네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적석산을 중심으로 세 갈래가 있고 깃대봉부터 시작하는 한 갈래가 있어서 모두 네 갈래 길인 것이다.
1. 성구사 하마비(일암리)~산불감시소~358봉~잘록이~적석산
2. 백암저수지 주차장(이암리)~동편 잘록이~적석산
3. 백암저수지 주차장~큰골~음나무재~칼봉 전망대바위~적석산
4. 발산재(2번 국도)~수발사 안내판(2번 국도, 은행나무 네 그루)~수발사 입구~산등성이~깃대봉(또는 수발사~깃대봉)~잘록이~음나무재~적석산
위 네 갈래 길 가운데 1,2,3은 적석산을 중심으로 한다. 그 가운데 2번의 길이 가장 빨리 적석산에 오를 수 있는 길이다. 1번, 2번 길로 적석산에 오른 다음 3번 길로 하산하거나 깃대봉으로 돌면 된다. 3번 길로 적석산에 오르면 깃대봉으로 돌기에는 마땅치 않다. 음나무재와 적석산 고스락 사이를 되짚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3번 길로 적석산에 올라서 산행이 너무 짧다 싶을 때는, 1번 길로 내려오면 좋다.
4번 길로 깃대봉을 거쳐서 적석산까지 돌 때는 1번 길까지 돌면 너무 지루하다. 2번 길로 내려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적석산을 먼저 오른 다음 깃대봉으로 도는 것보다 깃대봉을 먼저 오른 다음 적석산으로 도는 것이 좋다. 적석산 아래에서 산행을 끝내는 것이 온천에 들거나 바닷가에 나가기에 좋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적석산만을 오르는데는 어느 길이든 1시간30분이면 된다. 발산재에서 시작해서 적석산까지 타려면 4시간30분 가량 걸린다.
*교통
승용차, 관광버스편/ 마산을 거치거나 남해고속도로 진성IC에서 2번 국도로 들어서야 한다. 2번 국도를 마산 방향으로 가다 수발재 아래의 수발사 입구에서 내리거나 대정리 또는 양촌마을에서 일암리 산행기점으로 들어가면 된다.
대중교통/ 기차 혹은 버스로 마산을 찾아가는 것이 첫 순서다. 마산에서 대정마을까지 시내버스가 자주 다니고 있다.
*잘 데
양촌온천/ 적석산 아래 2번 국도 옆의 마산시 합포구 진전면 양촌리에 있는 양촌온천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고 혈액순환 촉진 신경통 류머티즘 불면증 등에 효과가 있다 하며 최근에 개발된 온천이어서 시설이 좋고 깨끗하다. 마빈랜드(055-271-7963), 호성온천장, 궁전장, 양지온천, 동산스파월드 등 여러 개의 온천장이 있다.
*먹을 데
창포횟집촌/ 창포(진전면 창포리) 횟집촌에 마산횟집(055-271-1818) 등 10여 개의 횟집이 있다.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회 한 접시에 3만원으로 싱싱하고 비교적 싼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주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정마을 돼지주물럭단지/ 양촌온천마을 바로 곁에 있는 대정마을은 옛부터 어디를 파도 물이 좋은 샘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 이 마을에 돼지주물럭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각종 채소를 많이 쓰고 양념도 독특해서 맛이 좋다 한다.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다.
글쓴이:김홍주 1932년 충남 금산 출생. 1951년부터 교직생활을 시작하여 1997년 대전 동 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 하였다. 1993년 계룡산악상 수상. 저서로는 <아름다운 산>, <한밭 그 언저리의 산들 1,2>(이재선 공저), <한국 51명산록 1,2>, <조망의 즐거움> 등이 있다. 현재 소산산행문화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