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아파트관리 사진자료 모음(아사모)
카페 가입하기
 
 
 
 

친구 카페

 
 
카페 게시글
○ 길손 스크랩 한국의 魂 두바이 하늘을 뚫다
길손 추천 0 조회 127 06.10.31 11:54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한국의 魂 두바이 하늘을 뚫다

삼성건설, 21세기의 피라미드 ‘버즈 두바이’ 공사… 700m 넘는 세계 최고층
공사비 9000억원… 1063일 동안 사흘마다 한 층씩 올리는 첨단기법으로 신기록 도전


 

버즈 두바이는 두바이 고유의 사막 꽃(블루 딕)을 형상화하면서 이슬람 건축을 접목시킨 독특한 형상과 건물이 나선형 패턴으로 상승하는 모양이다. 블루딕 6개의 꽃잎 중 하나 건너 하나씩 3개 잎을 떼어내면 버즈 두바이의 단면 모습이 된다.

꼭대기 첨탑은 세계로 뻗어가는 두바이 경제를 상징한다. 1층부터 39층까지는 호텔이며, 40층부터 108층까지는 고급 아파트, 그 이상은 사무실과 전망대로 쓰인다. 이미 아파트와 사무실은 90% 이상 분양된 상태다.

두바이를 둘러싼 이라크, 이란, 이집트 등 중동지역은 고대문명의 발상지로, 인류 최초의 도시가 탄생한 지역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고층 건축물로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곳이기도 하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무대이며 이집트의 피라미드, 이라크의 지구라트(신전으로 쓰인 계단식 피라미드) 등 고층 구조물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또 52m짜리 건물 몸체에 나선형 계단이 빙 둘러 올라가는 이라크 사마라의 첨탑(말위야·일명 사마라탑)에서도 하늘을 향한 중동인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사마라탑의 나선형 계단은 아마 버즈 두바이의 나선형 패턴을 이미 잉태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 후손이어서일까? 고층건물에 대한 중동인의 원념(願念)은 남다른 듯하다. 초고층 빌딩이 20세기 초 미국에서 출현해 동남아, 중국에 이어 이제 중동에서 다시 한번 모래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버즈 두바이가 더욱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한국의 대표적 건설업체인 삼성건설(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이 세계 건축사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삼성건설은 지난해 말 이 공사를 함께 수주한 베식스(벨기에 회사), 아랍텍(두바이 회사)과 3사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건물을 짓고 있다. 삼성건설이 리딩컴퍼니(Leading company)로서 전체 공사를 책임지고 이끌고 있다. 공사비는 8억7600만달러, 우리 돈으로 9000억원에 달한다. 당시 삼성건설의 버즈 두바이 수주 쾌거는 경기침체로 우울증에 빠져 있던 국민에 용기를 북돋아준 계기가 되었다.

건물의 전체 설계는 미국의 세계적 설계회사인 솜(SOM)이 담당했다. 하지만 지을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설계가 훌륭해도 소용없다. 과연 누가 지을 수 있을까? 삼성건설 버즈 두바이 추진실의 정해길 부사장은 “세계 건축사의 한 장을 장식하게될 기념비적 건물을 한국 기업이 짓게 된 것은 초고층 건물 분야에서 최근 수년간 쌓아온 삼성건설의 신뢰와 기술력이 높이 평가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폭발하게 된다. 도대체 삼성건설이 어떤 시공기술을 갖고 있기에 세계 최고층 빌딩을 수주해서 짓고 있는 것일까.  삼성건설 이상대 사장은 “고강도 콘크리트, 초고층 양중(揚重)기술, 첨탑 리프트업(Lift-up) 공법 등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층당 3일 공기(工期·3일 사이클)로 구조물을 시공하는 여러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버즈 두바이 공사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일반인에겐 어려운 건설용어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만큼 공사와 관련한 세계 신기록도 양산하게 된다. 아무래도 두 눈으로 확인하고 기술자들에게서 직접 들어봐야겠다. 5월 초 비행기로 10시간 걸리는 두바이로 날아갔다.

◆ 삼성, 20개 ‘다국적군’ 총지휘

5월 3일 오후, 두바이. 한국은 아직 봄이지만 두바이는 이미 여름이 성큼 다가온듯 낮에는 40도를 웃돈다. 도로변 나무와 잔디밭 밑으로 물을 주기 위한 관개(灌漑)시설이 길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 ‘바로 이곳이 중동’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두바이 시내에서 수도 아부다비 쪽으로 난 세이크 자예드(Sheikh Jayed) 대로를 달리다 제1 인터체인지에서 좌회전,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곧바로 오른쪽 넓은 부지에 거대한 공사장이 나타난다.

현장 주변 도로변 입간판에 쓰여진 ‘히스토리 라이징(History Rising)’이란 표어에서는 이번 공사에 대한 두바이 사람의 꿈과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버즈 두바이를 계기로 두바이의 역사가 새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장에 가까워지자 수십 미터짜리 대형 타워크레인 수십여대가 마치 학이 춤추듯 서있었다. 무거운 자재를 들어올리는 장비를 크레인(鶴·학)으로 이름 지은 까닭이다. 버즈 두바이 공사장 주변은 호텔, 쇼핑몰, 아파트 개발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버즈 두바이 현장은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등 세계 20여개 나라에서 몰려온 쟁쟁한 기술자 90여명과 인도, 파키스탄 등지의 800여명 기능공이 김경준 현장소장의 지휘 아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다국적군(多國籍軍)이다. 공사가 피크타임(Peak Time)이 되면 공사관리자는 150여명, 현장기능공은 3500~4000명으로 늘게 된다.

현장의 삼성건설 소속 직원은 22명. 이 중 한국인 직원 18명은 대부분 핵심기술자다. 18인의 ‘기술전사(戰士)’인 셈이다. 김 소장 밑으로 김재호 기술팀장, 강상구 공사팀장, 신동균 공무팀장, 이주하 공정관리팀장, 이영욱 기전팀장, 정순섭 전기팀장 등 삼성맨이 외국인 기술자를 이끌고 있다. 또 건축구조 박사인 송영훈 구조담당 엔지니어, 관리담당 백원기 과장, 설계팀장 조운성 과장, 공정관리 안병철 과장, 구조담당 정재광 과장, 가설 및 초고층 장비 담당 김창선 과장, 공무담당 박현준 과장, 거푸집 공법 담당 신혁 과장, 고강도 콘크리트 설계 및 품질관리담당 김규동 과장, 초고층 건물 공사 담당 강정욱 대리와 이승엽 대리 등은 회사에서 버즈 두바이 프로젝트를 위해 본사와 세계의 현장에서 차출한 ‘최정예 엔지니어’이다.

물론 현장기술자만이 시공을 책임진 것은 아니다. 현재 삼성건설 본사에는 초고층 관련 인력만도 120명에 이른다. 현장과 본사는 긴밀히 협력하면서 대역사(大役事)의 벽돌을 한 장씩 쌓아가고 있다. 현장의 삼성건설 기술자는 “과거 중동에서 한국인 노무자들이 선진국 기술자의 지시를 받으며 공사하던 때와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제개발에 매진한 지 30년, 어느덧 한국의 기술자가 외국 기술자와 기능공을 이끌며 세계 최고층 건물을 짓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 모래폭풍 물리치고 코어월 올린다

5월 4일 오후, 공사 현장엔 막 하늘을 향해 솟아나기 시작한 코어월(Core Wall)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핵심(Core)이 되는 벽체(Wall)’란 뜻인 코어월은 고층건물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서 구조적으로, 기능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콘크리트 벽체를 말한다. 사람으로 얘기하면 척추에 해당한다. 코어에는 엘리베이터, 화장실, 계단, 전기 및 설비 배관 등이 배치된다. 땅을 파고 철근 파일을 박는 기초공사가 끝난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코어월 공사에 돌입했다. 기술진은 “코어월은 초고층 건물의 특징이자 상징이며 코어월이 제대로 올라가면 기계·전기공사, 외장공사 등 나머지 공사 수행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적다”고 말했다.


특히 버즈 두바이는 건물 중심에서 옆으로 꽃잎 모양의 공간이 나선형으로 퍼져나가는 형태여서 상층부로 갈수록 면적이 좁아지기 때문에 중심부분을 제대로 세워야 가지 치듯 옆으로 건물을 이어지을 수 있다. 코어월의 두께는 0.6m 이상으로 최고 1.3m에 이르는 부분도 있다.

지난 4월 16일 토요일, 거대한 대역사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700m 이상 올라갈 첫 번째 코어월(지하 2층)에 콘크리트를 붓는 공사가 시작되자 현지 언론과 발주처, 설계회사 관계자들은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대역사가 이루어지기 하루 전날(금요일)은 이슬람국에선 휴일이지만 삼성건설 직원은 모두 스스로 현장에 나와 거푸집(form·콘크리트를 붓는 형틀)은 문제가 없는지, 철근은 제대로 설치가 되었는지 등을 저녁 늦게까지 점검하며 대역사의 성공적 출발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내일을 기원했다.

현장을 둘러보던 오후 4시쯤, 공사장이 갑자기 희뿌연 사막모래로 뒤덮였다. “할라스다!”
아랍어로 ‘끝’이라는 뜻인 ‘할라스’는 한국인 기술자들이 쓰는 속어. 시야를 가리는 사막 바람이 몰아쳐 공사를 못하게 되면 이렇게 외친다. 거센 사막 바람에 크레인에 달린 수백 킬로그램 무게의 자재가 춤을 추자 일시적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800명의 작업자도 천으로 얼굴을 가리며 잠시 숨을 멈춘다. 바람이 불어오는 사막 쪽을 바라보니 이미 하늘은 뿌연 모래바람에 황토색으로 변해 있었다. 위태로운 공사 현장은 그야말로 사투(死鬪)의 현장. 40도를 넘는 폭염, 시도 때도 없이 부는 사막바람은 난적(難敵) 중의 난적이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도 세계 건축사를 새로 장식하겠다는 한국인 기술자의 투혼(鬪魂)을 꺾지 못했다.

◆ 최초의 초고층 시공기술 도입

코어월 공사의 핵심은 두 가지다. 빌딩의 무게를 지탱하면서 똑바로 올라가야 한다. 김재호 기술팀장은 “코어월이 건물 무게를 제대로 지탱하기 위해 버즈 두바이 현장에서는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초고층 빌딩에 사용하는 콘크리트는 무엇보다 단단해야 한다.

고강도 콘크리트는 어느 정도 튼튼해야 할까. 콘크리트의 강도는 단위면적당 지탱할 수 있는 무게로 나타낸다. 버즈 두바이에 사용할 콘크리트는 800㎏/㎠. 가로, 세로 1㎝의 좁은 면적 위에 몸무게 70㎏인 남성 11명이 동시에 올라가도 끄덕없는 강도다. 이같이 단단한 콘크리트로 건물의 내구성을 증진시켜 진도 7.0의 초강력 지진에도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도가 약한 콘크리트를 쓰게 되면 건물이 높아질수록 벽체 외에 기둥도 두꺼워져야 합니다. 가령 100층 이상일 때 강도가 800㎏/㎠ 짜리라면 1층 홀의 기둥 폭은 가로 세로 각 1m면 되지만 500㎏/㎠ 짜리를 쓰면 기둥 폭은 가로 세로 각 3m는 돼야 하는 것이죠.” ‘콘크리트 박사’로 통하는 김규동 과장의 설명이다. 기둥이 너무 크면 당연히 사용 면적이 떨어지고 건물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강도가 세지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내부에 열이 발생해 외부온도와 30도 이상 차이가 나면 콘크리트에 균열이 생긴다.  또 작업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선 콘크리트가 빨리 굳어야 한다. 내부온도를 줄이고 굳는 시간을 보통 24시간에서 12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해 특수재료를 첨가한다.

두 번째는 콘크리트의 유동성(流動性)이다. 콘크리트는 기본적으로 시멘트에 모래와 자갈, 물을 섞어 만든다. 단단하게 하려면 물을 적게 넣으면 된다. 하지만 강도는 높은데 유동성이 없으면 삽을 넣기조차 힘들어진다. 특수 혼합물을 첨가해 강도와 유동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을 확보하는 것이 고강도 콘크리트 설계 및 생산 기술의 핵심 중의 하나다.
유동성이 중요한 것은 콘크리트를 고층 작업장소까지 쏘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장소로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파이프를 통해 대량으로 쏘아 올려야 한다. 이를 펌핑(Pumping)이라고 한다. 이 또한 예사 기술이 아니다.

콘크리트를 높은 곳으로 쏘아 올리는 데는 두 가지 장비가 필요하다. 하나는 펌프이고 또 하나는 콘크리트 플레이싱 붐(placing boom)이다. 펌프는 콘크리트를 쏘아 올리는 장비. 지상에 3대, 공사 중인 건물 중간지역에 1대를 설치한다. 플레이싱 붐은 지상의 펌프에서 상부까지 설치된 파이프를 통해 쏘아 올린 콘크리트를 타설할 곳까지 이동시키는 장비다. 인체의 팔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싱 붐은 총 4대로 거푸집에 부착해 함께 올라가도록 했다. 이는 삼성건설이 최초로 도입한 초고층 시공기술이다.

장비담당인 김창선 과장은 “이번에 콘크리트를 535m까지 쏘아 올리는 것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바로 세계 신기록이다. 현재까지 기록은 세계 최고층 빌딩인 타이베이금융센터101을 지을 때의 450m. 국내 기록은 260m에 불과하다. 535m 이상의 높이는 아직 공략하기 어려워 공사 중인 건물 중간지역에서 콘크리트를 받아 별도로 설치한 펌프를 이용해 한 번 더 쏘아 올리게 된다. 버즈 두바이의 콘크리트 사용량은 27만㎥. 타워팰리스 4개동(20만㎥)에 사용된 것보다도 35%나 많은 양이다.

콘크리트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거푸집이다. 거푸집은 콘크리트를 부어넣는 형틀을 가리킨다. 버즈 두바이 현장에 사용하는 거푸집의 특징은 한 층의 공사가 완료되면 기존 거푸집을 타워크레인의 도움없이 유압잭을 이용해 위층으로 올라가게 하는 자동시스템. 이를 셀프 크라이밍 폼(Self-Climbing Form)이라 부른다. 이 공법은 공기단축과 작업 대기시간 감소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버즈 두바이 공사의 경우 거푸집 규모가 세계 최대라는 데서 삼성건설의 기술력이 외국기업과 차별화된다. 거푸집 담당인 신혁 과장은 “거푸집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공기단축의 핵심”이라면서 “공사현장과 건물의 특성에 맞게 설계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 초속 55m 강풍, 7.0 지진도 버텨

고층건물은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과 같은 자연의 적(敵)에 노출된다. 이론적으론 높이의 500분의 1까지 움직여도 된다고 한다. 700m 건물이라면 좌우로 1.4m는 움직여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해도 빌딩 안에 거주하는 사람이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사람이 흔들림을 느끼지 않으려면 건물 꼭대기에 추를 매다는 등 갖가지 제어기술이 동원된다. 이는 설계의 영역으로, 아직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버즈 두바이는 초속 55m의 바람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문제는 삼성건설이 시공할 때 건물을 사실상 완벽하게 똑바로 세울 것을 발주처가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어월의 오차한계가 좌우 25㎜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층건물은  여러가지 이유로 공사 도중에 밑으로 줄어들거나 옆으로 찌그러진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수시로 건물이 제대로 올라가는지 확인해야 하며,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 즉각 수정해야 한다.

우선 건물 높이가 700m가 되면 과도한 하중으로 아래쪽은 아무리 단단한 콘크리트를 써도 미세하게 줄어든다. 높이가 700m면 전체적으로 37㎝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이를 ‘수직변위’라고 한다. 수직변위는 각 층마다 줄어드는 양을 미리 계산해서 각 층별로 교정해서 시공한다. 즉 층마다 줄어들 것에 대비해 조금씩 더 높게 하는 것이다. 구조담당인 정재광 과장은 “특히 코어월의 벽체보다, 단면적이 적은 기둥이 더 많이 줄어든다”면서 “기둥과 벽체의 차이점까지 고려한 수정작업을 해가며 층간 보정(補正)을 통해 시공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수정작업을 정확히 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시스템(GPS)까지 동원한다. 김재호 기술팀장은 “건물이 제대로 올라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GPS를 활용하면 10㎜ 이내에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건물은 GPS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지만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는 GPS를 활용한 최초의 건물이라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또 건물이 똑바로 세워지더라도 시공과정에서 옆으로 휘는 변화가 생긴다. 이를 ‘수평변위’라고 한다. 수평변위도 시공 도중에 발생 여부를 체크해서 변화를 주어야 한다. 보통 80층 되는 건물에서는 수평변위가 발생하지 않지만 초고층 빌딩은 수평변위까지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태양열에 의해 뜨거워진 건물의 한쪽은 더 늘어나고 반대쪽은 덜 늘어나면서 수평변위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측정오차를 줄이기 위해 밤에 측정을 하게 된다고 송영훈 차장은 말했다.
건물이 반듯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2대의 특별 엘리베이터 때문이다.

하나는 최고층에 있는 전망대용 엘리베이터이고 다른 하나는 소방용 엘리베이터다. 이 두 대는 단번에 최고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단번에 신속히 올라가려면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내부 공간이 반듯해야 한다.

버즈 두바이에는 엘리베이터가 모두 52대 설치된다. 엘리베이터 납품 및 설치는 외국계 회사가 하지만 삼성건설의 주도하에 예정된 시간 내에 설치되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도 세계 신기록이 수립될 전망. 전기공사와 엘리베이터 공사를 책임진 정순섭 전기팀장은 “버즈 두바이의 전망용 엘리베이터는 초속 10m, 1분에 600m를 올라간다”면서 “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현재 세계 최고층인 대만의 타이베이금융센터101 건물 정도만 이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초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 속도는 대다수가 분당 360~400m 정도다.

버즈 두바이의 엘리베이터는 두 대를 위아래로 해서 하나로 연결, 두 개 층에서 한꺼번에 열고 닫히는 더블데크(Double Deck)식이며 초속 10m의 속도를 내는 더블데크 방식은 처음이다. 두 개 층 모두 엘리베이터가 바닥에 완전히 밀착되어 정지하려면 골조시공이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 초고층 ‘양중’기술의 핵심

고층건물 공사에선 인력과 자재를 낮은 데서 높은 데로 올려야 한다. 버즈 두바이는 공사피크시 최대 3500~4000명이 건물 안에서 작업을 한다. 만약 인부 한 사람이 100층까지 올라갔다가 자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재가 1층에서 올라올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만큼 작업시간은 지연된다. 또 만약 화장실과 식당이 1층에만 있다면 50층에서 작업하던 인부가 용변을 위해 1층 화장실로 내려가거나, 식사시간에 수천 명의 인부가 한꺼번에 1층 식당으로 가겠다고 아우성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식당과 화장실도 공사 진척도에 따라 시공 중인 건물 곳곳에 적당히 설치해야 한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과 자재는 언제 얼마만큼 투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어떤 장비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문제다. 이 관리기술이 초고층 건물 시공에서 핵심기술인 양중기술이다. 강상구 공사팀장은 “공사피크 때 3500~4000명의 인부를 출근 후 1 시간 내에 모두 각자의 작업 위치에 도달토록 관리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자재와 인력 이동에 동원되는 장비는 크게 두 가지다. 무거운 자재 이동은 타워 크레인을 이용하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자재와 사람을 이동시키는 데는 호이스트(hoist)를 사용한다. 호이스트는 공사 중인 건물에 설치하는 가설 엘리베이터를 말한다. 

버즈 두바이에선 대형 크레인이 공중에 매달려 작업을 하는 장관이 연출될 전망이다. 지상에서 작업하는 주차장 및 호텔 저층부 공사에는 10대의 일반 타워크레인이 투입된다. 코어월을 비롯해 고층부 작업에는 3대의 특수 타워크레인이 투입된다. 높이 48m, 붐(팔과 같은 역할) 55m인 3대의 타워크레인은 지상에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코어월에 부착, 건물 시공 높이에 따라 이동설치(Jumping) 하는 방식이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크레인을 코어월에 부착하는 노하우는 입찰 때부터 다른 곳에서 흉내내지 못하게 비밀로 했다”고 말했다.

고층 작업을 하는 특수 타워크레인은 최대 25t를 들어올릴 수 있는 것이 2대, 11t짜리가 1대다. 또 버즈 두바이는 높이가 700m 이상인 만큼 자재를 들어올리는 강철 와이어(Steel Wire rope)는 800m 이상이 된다. 또 일반 크레인은 초속 20m의 바람이 불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지만 두바이 현장에선 초속 55m의 강풍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호이스트 역시 세계 신기록에 도전한다. 1대는 112층, 3대는 100층까지 운행한다.
최대 높이는 지상 400m나 된다. 지금까지 기록은 396m. 112층까지 호이스트를 타고 올라가면 현기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또 100층부터 139층까지는 2대를 운행하고, 139층에서 160층까지는 건물 안에 1대를 설치한다. 김창선 과장은 “구조물의 특성에 적합하도록 각각의 요소기술을 조합하여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 최대의 효율을 얻게 하느냐가 장비 기술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 첨탑, 160층 위에서 조립

버즈 두바이가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되는 데는 꼭대기에 올리는 첨탑이 큰 역할을 한다. 문제는, 꼭대기는 면적이 좁아져 사람들이 올라가 탑을 세울 작업 공간이 없게 된다. 여기서 첨탑을 밑에서 올리는 방법을 쓴다. 이를 리프트업(Lift-up) 공법이라고 한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에 있는 삼성생명 건물의 윗부분(탑클라우드), 즉 식당이 있는 부분을 이런 방식으로 올렸다. 건물 최상부 전체를 몇 개의 외주 기둥 구조물이 받치고 있는 형태로 마치 허공에 떠있는 구조물과 같다. 하지만 삼성생명 건물은 지상 22층에 불과하다. 버즈 두바이는 160층까지만 600m가 넘는다. 그 위로 첨탑을 올리는 것이다. 전체 건물 높이가 700m라도 첨탑 높이만 100m가 된다. 때문에 구조물을 10~20개 정도 지상의 공장에서 만들어 상부에서 연결시킨다는 계획이다.

첨탑 구조물을 160층까지 끌어올린 뒤 하나를 세워 다시 그 밑으로 첨탑 구조물을 밀어올려 차곡차곡 쌓는 방식을 사용한다. 하나의 무게만도 수톤씩 하는 첨탑을 올리기 위해 현수교 제작에 쓰는 강력한 강선과 피스톤을 이용할 계획.

◆ 건물 올리는 속도, 일반 건축물 2배

삼성건설같이 초고층 시공기술을 갖고 있어도 제때에 완성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모든 공사가 그렇지만 발주처가 원하는 빌딩을 원하는 시간에 완공해야 하는 것 역시 무시 못할 기술이다. 삼성건설은 “버즈 두바이를 47개월에 짓겠다”고 했다. 입찰과정에서 한 경쟁업체는 45개월을 제시했지만, 발주처는 오히려 믿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발주처는 설계사, 컨설턴트 업체와 함께 삼성건설이 제시한 공사일정이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건설의 목표는 ‘3일에 한층’이 목표다. 일반 아파트나 빌딩은 7~8일에 한 층씩 올라간다. 버즈 두바이는 초고층이면서도 오히려 속도는 두 배 이상 빠른 셈이다.  강상구 공사팀장은 “나라마다, 현장마다 각기 다른 조건에서 최적의 3일 사이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삼성건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현장 전체를 놓고 보면 전체 공사의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공정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여러 가지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건설공사에서 한두 공사만 엉켜도 서로 충돌해 작업지연을 초래한다. 버즈 두바이의 경우 필요한 작업을 작게 분류하면 무려 6만개에 이른다. 이 모든 작업이 차질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야 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전체 작업 개수는 2만개에 불과했다.

분류된 작업 개수만 계산해도 버즈 두바이의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하 공정관리팀장은 “당장 오늘의 작업뿐만이 아니라 몇 개월 후, 몇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면서 “삼성건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초고층 건물의 가설계획, 시공계획을 남보다 더 치밀하게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즈 두바이는 2008년 3월 15일까지 760일 동안 골조공사를 한다. 이어 2008년 12
월 31일까지는 마감공사를 한다. 총 1063일 걸린다. 버즈 두바이의 탄생 신화는 중세 중동지역을 무대로 1001일 동안 펼쳐졌던 저 유명한 천일야화(千一夜話)의 뉴 버전인 셈이다.


 
◆ 원가관리도 세계 최고 경쟁력

건설공사는 아무리 시공기술이 뛰어나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패다. 원가 관리는 공무파트가 맡고 있다. 자재비, 인건비, 장비비 등 제반 비용은 물론 발주처, 하도업체에 대한 철저한 계약관리를 통해 당초 계획된 범위 내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해외 건축공사 대부분은 발주처가 일정 공사부분에 대해 특정업체를 지정하여 가격까지 결정하기 때문에 시공사가 모든 비용을 통제할 수 없다. 원가의 60% 부분은 발주단계에서 이미 확정되는 만큼 나머지 40%에서 수주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비용절감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여기서 기술력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이유가 존재한다.

기술력이 부족한 회사는 자신이 없는 기술은 리스크가 많다고 생각해 돈을 많이 들이는 쪽을 택하게 된다. 가령 경험이 있고 기술력이 바탕이 되면 그만큼의 불확실성이 배제되어 최적의 원가를 투입하여 공사관리가 가능하나, 그렇지 못할 경우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신동균 공무팀장은 “삼성건설이 세계 초고층 빌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 중 하나는 독보적인 초고층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원가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최적의 시공기술을 효율적으로 조합하여 활용함으로써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원가경쟁력은 다시 양질의 수주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또 기계와 전기시설을 시공하는 기전분야도 경쟁력에 일조하고 있다. 기계와 전기공사는 건축공사에서 인체의 혈관과 신경으로 비유될 정도로 중요하다. 냉난방, 급수·배수, 소화 등 기계공사와 전기, 자동제어, 화재경보 등 전기 공사는 건물 높이가 올라갈수록 자체 기능과 안전 문제 때문에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영욱 기전팀장은 “삼성건설은 외국업체와 달리 한 회사에서 건축과 기전파트가 함께 일을 함으로써 공정과 품질 개선을 항상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가경쟁력이나 인력관리 능력 못지 않게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 바로 한국인 특유의 강력한 의지다. 삼성건설 소속 한국인 직원은 ‘당일 업무는 반드시 당일에 끝낸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정시에 퇴근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외국인 직원과 외국 회사 직원들은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고는 “한국인 직원들이 밤에 일을 끝낼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혀를 내두른다.

기술자들이 이처럼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것은 단순히 직업정신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을 작게는 내 손으로, 크게는 한국인이 짓는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하나하나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이번 공사를 계기로 국내엔 아직 없는 시공학 박사에 도전해 보겠다’ ‘공사가 끝나면 자식들에게 자랑하겠다’는 등 소박하면서도 당찬 꿈을 간직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저녁이 찾아오자 사막의 도시에도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한낮 사막을 달구었던 태양이 서쪽 아라비아만 너머로 붉은 빛을 토해내며 사라져가자 폭염도 기세가 누그러졌다. 한낮 땡볕에 달구어졌던 이방인 기자의 몸도 서서히 식어갔다. 하지만 더위를 피해 일몰 후 여가활동을 하는 현지 아랍인과 달리 버즈 두바이 현장의 삼성건설 직원은 여전히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열기는 가히 사막의 열기를 무색케 할 정도였다.

밤이 깊어지자 타워크레인에 설치된 전등불이 더욱 빛을 발하며 현장을 환하게 비췄다. 공사장 불빛이 밝게 빛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주변 사막 하늘은 검은색이 더해가며 적막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집트 피라미드 기술자의 이름은 오래 전에 망각되었지만 수천 년이 흘러 21세기 초엽, 이역만리 중동 땅에서 세계 최고층 건물을 세운 한국기업, 한국인 기술자의 이름은 세계 건축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두바이=이거산 주간조선 차장(bigmt@chosun.com)

 

 

출처 주간조선 2005.5.31

 
다음검색
댓글
  • 06.09.27 22:21

    첫댓글 삼성건설의 21세기의 피라미드 ‘버즈 두바이’ 공사를 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 06.09.28 10:48

    근데 해외에선 저렇게 잘 지으면서 국내공사는 그렇지 못한게 문제지요~~ 왜그럴까?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