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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망에 담아 온 금강산 이야기(3) -신이 빚은 천하명산, 바위와 나무·햇빛·바람·물에 씻긴 감회- 이곳 내금강 표훈사까지 오는 길에 차안에서 이북 관광안내원이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진헐대에 올라 금강산의 풍경을 이렇게 시로 읊었다고 유창하게 암송한다. 정양사 진헐대에 올라 앉아보니 여산의 진면목이 여기서 다 보이네. 어허라, 조물주가 왜 이리 요란스러운고. 날거든 뛰지 말고, 섰거든 솟지 말지. 연꽃을 꽂은 듯, 백옥을 묶은 듯.
이번 금강산 주 탐방목적은 내금강의 가을 단풍과 금강의 별칭인 풍악산의 비경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나 또한 자못 큰 기대를 가지고 내금강에 들어섰는데 이건 완전히 빗나갔다. 현대아산 담당자말이 올해는 날씨가 더웠고 단풍이 늦게 들어 단풍구경을 충분히 하 수 있을 것이란 영업적 꼬임을 당해 좀 늦은 가을에 찾은 것이 그만 시기를 놓쳐 풍악산의 구경은 허사가 되어버렸다. 단풍잎이 붉게 물들어 나뭇가지에 달려있어야 하는데 잎은 벌써 다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그 모습을 들어 낸 채 서 있었다. 그러나 아쉬운 대로 전나무와 소나무와 산 향나무 등 푸른 침엽수 잎만 돌산과 어우러져 그 자태를 뽐내며 서 있지 않았던가. 풍악산은 이렇게 벌써 가을 끝자락에 들어 와 있었다. 이 풍악산을 찾은 시인 묵객들이 남긴 서화와 시는 풍악을 그린 것들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시일을 며칠 늦춘 것이 참 아쉬움으로 남았다.
표훈사 주차장에 내려 주위를 살피니 이 절을 중심으로 금강산의 주요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사방을 둘러선 한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가연 명찰이었다. 먼저 그 절의 내력을 안내원으로부터 들으니 의상대사의 제자인 표훈이 신라시대에 창건하여 중축과 중창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으며 따라서 절 이름이 표훈사라 한다. 이 절은 찬사를 들을 만큼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절 앞으로 만폭동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물이 세차게 바위틈을 치고 흐르며 천연의 음악을 연주하고, 주위에는 기암괴석이 즐비해 과연 절경이로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나는 설명은 귀로 듣고 눈은 절 건축미를 살펴본다. 우리민족 선조들의 슬기와 재능을 보여주는 건축조각 미를 보여 주었고, 곱게 단청돼 있는 처마 끝이 숲 사이에 빛나고 바람이 일지 않아 풍경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비어(飛魚)가 다소 하늘거려 절의 풍경을 느낄 수 있음은 다소 위안이 되었고, 대웅전 안을 처다 보니 먼저 온 남쪽 참배객이 향을 피워 향로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구름마냥 피어오르는 대웅전은 향냄새로 가득한데 그 옆에 선 중을 보고 나는 의아해 했다. 외금강의 신계사엔 남한의 조계종에서 파견한 스님이 주지여서 민머리의 전형적인 중이었는데 이곳 표훈사의 승복 입은 스님은 머리를 기른 스님이어서 안내원에 ‘저분은 뭣 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니 ‘북한의 스님’이라 답해 준다. 아니 북한은 이렇게 스님이 개화하고 현대문명의 첨병이 되어 시대를 앞지르는가 하고 마음에 역 발상을 일으키게 했다. 이북에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참 알 수 없는 관경이다. 이곳은 남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북한의 전형적인 신라 때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깊은 사찰인데 스님은 이런 모습이고 이렇게 변했단 말인가? 수행자의 바르고 굳세고 예리한 지혜를 한자로 옮긴 것이 금강金剛이고 금강 가람의 영화와 적막을 홀로 지키고 있는 표훈사는 불교의 성지인데 스님의 품위가 이래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잠시 절에 머뭇거리다 계곡을 따라 오른다. 완만한 경사진 협곡이어서 딱 알맞은 산책로 같은데 20분 정도 오르니 미륵불과 석가불 및 아미타불의 세 부처상이 새겨진 '삼불암‘이 마중을 한다. 이 '삼불암‘과 근처에 있는 ’울소’(명연鳴淵이라항 소리가 울리는 못)에 얽힌 이야기는 길지만 다 기록할 수는 없다. 금강산엔 경치 좋은 곳이나 절과 바위, 나무, 돌, 바위 굴, 물과 폭포, 계곡 등 온갖 전설과 설화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다채롭다. 그토록 내가 내금강에 들면서 처음 마주친 곳도 전설이 몇 개나 되는 ‘울소‘와 ’삼불암‘이다. 이 ‘울소’엔 푸른 돌멩이들이 흘러들어와 깔려 여러 가지 형상을 만들고 물빛이 더 푸른 웅덩이형상을 하고 물소리가 마치 사람의 울음소리와 같다고 해서 ‘울소’라 불리며,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가 마치 세상을 비웃는 천둥소리 같은데 사람들은 슬퍼도 울고 기뻐도 울기 때문에 그 맑은 울음을 ‘울소’가 대신 울어 준다는 설화를 들려준다.
이곳을 지나 만폭동이 시작되는 금강문과 곧 마주친다. 큰 바위 두개가 서로 이마를 맞대고 서 있어 삼각모양의 공간이 생김으로써 천연 돌문이 형성되었는데 이 금강문을 지나지 않고서는 내금강에 들지 못한다. 금강문을 나서면 ‘눈이 열린다.’ 는 곳인데 새로운 금강의 경지를 감상할 수 있다. 우렁찬 물소리가 우리 관광객의 귀를 사로잡는데 마치 대자연이 연출하는 오케스트라 같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 ‘금강 대‘에 이르면 옛 신선들이 여기에 머물며 바둑을 두고 놀았다는 전설이 서린 바둑판 하나가 이 너럭바위에 실제로 새겨져 있다는데 나는 그만 그 바둑판을 미처 보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겨두고 왔으니 어쩌랴. 바둑을 취미로 즐기는 난 언젠가는 다시 이곳을 찾아보기로 하고 마음을 지금도 달래고 있다. 너럭바위에서 정면 앞을 보면 가파른 금강대가 우뚝 서 있어 만폭동 절경을 조망할 수 있게 해주면서 드넓은 등판이 펼쳐져 있어 이 탐승객의 발길을 주저앉힌다. 그곳에서 기념 촬영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나도 기록으로 한 컷 찰칵. 내금강 풍악산을 좀더 깊숙이 찾아 오르니 하늘이 맑았으나 높은 산봉우리엔 군데군데 금강산의 명물인 안개와 구름이 계곡을 휘감아 도는 운해雲海의 풍운조화미를 이뤄 감상미를 더해 넋을 빼앗는다. 그 사이사이 찬란한 맑은 햇빛을 쏟아 내려 심비 감을 더한다. 그리고 골짜기엔 수많은 담소와 폭포와 즐비한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다. 수정같이 맑은 물이 물길 따라 여울 바닥의 흰 돌을 간질이며 헤살 짓는 유희를 보여주듯 하고, 때로는 폭포를 만들어 내리 쏟아 붓기도 하며, 못을 만들어 물길이 쉬어가기도 하는 천하절경을 맛볼 수 있어 이 자연에 씻긴 내 마음의 감회가 크고 다양함을 이 원고지에 쏟아 그리지 않으면 어찌 감정을 모두 추스르랴. 그래서 옛날부터 금강산은 수도하기가 적당치 않은 곳이라 전해온다. 그 이유는 산세와 자연의 풍광이 너무 현란하고 세상의 아름다운 온갖 색의 집결체인 색채 미를 느끼게 하는 매혹적인 탓에 아름다운 여인네를 옆에 앉혀두고 수도에 정진하려는 꼴이나 다름이 없기에 환경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유 때문이리라. |
첫댓글 석근 내 걸망이었지만 걸망에 담아온 이야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다음 연이어 (4)번 째까지 써 올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다음 금강산에 가실 때 좋은 참고가 되고 감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청암 선생님 이렇게 좋은 자료 올려주시니 새벽녁 조용히 금강산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금강산 후기4편이 기대 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이번 12월 2일 재경함양군산악회 정기총회에 꼭 참석하여 주실것을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네 참석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금년 중요행사를 대부분 마무리 했기에 시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찍 찾아 온 보람이 있습니다. 낮엔 출타하기 위해 아침 산책겸 들린 이곳, 칼럼 창에서 글을 읽고 금강산으로 산보 온 기분입니다. 다음 4편을 기다리며 또 찾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의 두편도 읽으시고 또 읽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먼저 청암 선생님 감사 하다는 인사 부터 드릴께요 감사 합니다.*
*담아오신 이야기를 읽다보니 제가 무슨 엣날 협곡같은 책을 읽는 착각을 하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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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기헤가 된다면 선생님 말씀에 참고가 많이 될것 갔습니다. 감사 합니다.
금강기행문을 읽으시고 공감하시어 감사하다고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함양사람들 아직도 컴맹이 많아서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적어 카페가 한산 하다고 느낍니다.
아름다운 사진과 자세히 나열해주시는 글귀속에서 제자신이 직접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듭니다~~~감사합니다
이번 산악회 총회등반시 가능하면 참석할 예정입니다. 혹시 나오시면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