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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7일, 월요일, Altyn Arashan, Yak Tour Guesthouse
(오늘의 경비 US $18: 숙박료 200, 3끼 식대 400, 온천 100, 환율 US $1 = 40 som)
오전에 게스트하우스 밖에서 독서를 했는데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몸이 으스스해서 숙소에 보드카 술 한 잔을 요구했더니 보드카를 병 채로 안주까지 곁들여서 한 상을 잘 차려준다. 보드카를 조금씩 마시면서 경치 구경도 하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그 동안 사막을 누비며 누적된 여로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도 사막의 더위와 싸웠는데 이제는 춥게 느껴지니 믿을 수가 없다. Karakol에 있는 Tourist Information Center에 대여해주는 영어 책이 몇 권 있어서 그 중 한 권을 빌려왔는데 제법 읽을 만 했다. 심심풀이로 그만이다. 이곳에 와서 트레킹을 좀 할까 했는데 별로 생각이 안 생긴다. 그저 하루 3끼 잘 먹고 시원한 날씨, 아름다운 산 경치와 따듯한 온천 목욕을 즐기면서 한가하게 보내는 것이 제일 좋다. 지난 두 달 동안 사막의 더위와 싸우면서 심신이 지친 모양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트레킹 생각이 안 나니.
오후에는 한 시간 정도 비가 왔다. 방안의 온도가 15도까지 내려갔다. 지금 뇌출혈로 미국 병원에 있을 고교 여자동창 김미자 생각이 났다. 그 동안 차도가 좀 있었는지 궁금하다. 우리 동창들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에게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제발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저녁때는 영국에서 온 젊은이 남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잠은 텐트를 치고 자면서 식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는 모양이다. 남자는 인도 계통이고 여자는 동양인인데 어느 나라인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이곳 게스트하우스에는 18세 먹은 독일청년이 한 명 있는데 아마 가이드로 일을 하는 것 같다. 이곳에 온지 6년이 되고 러시아어를 현지인 같이 잘 한다고 한다. 왜 독일청년이 이곳에 어린 나이로 와서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침 운동을 하고 있는 일본 여자 여행객 Haruka
내가 묵었던 Yak Tours 게스트하우스
아침에 밖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드카 술을 얻어서 마시니 속이 뜨듯해서 좋았다
안주까지 친절하게 해주었다, 비싸게는 받았지만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함께 하루를 보낸 일본 여행객 커플 Haruka와 Masaru
풍차를 이용해서 흐릿한 전등을 킨다, 그러나 컴퓨터는 안 된다
게스트하우스 옆에 있는 yurt
2006년 8월 8일, 화요일, Altyn Arashan, Yak Tour Guesthouse
(오늘의 경비 US $18: 숙박료 200, 3끼 식대 400, 온천 100, 환율 US $1 = 40 som)
오늘도 3끼 잘 먹고 오전에는 밖에서 보드카 술을 두어 잔 마시며 독서하고 오후에는 낮잠 자고 나서 온천 목욕을 했다. 어제와 같은 일정이었다. 산보 삼아서 숙소 서쪽 1.5km 정도 강가에 있는 야외 온천에 갔다 왔다.
온천에 다녀오니 내가 책을 읽고 있었던 곳에 소 떼가 풀을 뜯고 있었다. 가방을 놓고 갔다 왔는데 소 한 마리가 내 가방을 뒤지고 있어서 쫓아버렸다. 가방 안에 소가 먹을 것이 있었나보다. 이곳은 동물의 천국이다. 먹을 것 많고 공기 좋고 더 바랄 것이 없는 곳이다.
Karakol 숙소 주인 Valentine은 이틀에 한번 정도 지프차나 dune buggy 같이 생긴 차를 타고 잠깐 왔다가고 Valentine의 여동생과 딸 모녀가 이곳에 살면서 손님을 돌본다. 어머니는 30대 중반 정도이고 딸은 14살 정도로 보인다. 모녀 모두 순박하게 보이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약삭빠른 도시 사람들과는 다르다.
저녁때는 오늘 Karakol로부터 도착한 30대의 프랑스 젊은이 네 명과 함께 식사를 했다. 내일 왕복 8시간 정도 걸리는 호수에 갔다 올 예정이란다. 그 중 한 친구는 2002년 월드컵 때 일주일 정도 한국을 방문했었다 한다. 서울 시청 앞 대형 TV 화면 앞에서 응원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서울 외에 부산과 설악산 구경을 했다 한다.
내일은 Karakol로 내려가야겠다.
울창한 소나무 숲
아름다운 Altyn Arashan Valley
저 앞산 너머에 3박 4일 멋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는데 안 갔다
저 설산은 얼마나 멀까
사이좋게 나란히 있는 뒷간
오른쪽 건물 안에 온천이 있다
초라하나 깨끗한 개인용 온천 목욕탕
온천 목욕이 끝난 후에는 이 벤치에 앉아서 내려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쉬면 참 좋다
아름다운 말 세 마리
살이 통통히 쪄 보이는 양떼
2006년 8월 9일, 수요일, Karakol, Yak Tours Hotel
(오늘의 경비 US $14: 숙박료 100, 점심 100, 저녁 66, 식료품 150, 버스 10, 우표 50, 책대여 80, 환율 US $1 = 40 som)
아침 9시에 게스트하우스 모녀와 작별인사를 하고 Altyn Arashan을 떠났다. Karakol로 걸어서 돌아가는 것이다. Altyn Arashan 3일 동안 잘 쉬고 간다. 날씨나 경치도 좋았지만 온천이 정말 좋았다. 이런 곳을 찾기 힘들다. 전기만 들어와서 컴퓨터를 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인터넷이 되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는 않는다.
이번 여행을 떠난 후로 짐을 지고 오래 걷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내리막이라 그런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짐 무게가 아마 조그만 가방까지 합해서 13kg 정도일 것이다. 내 몸무게의 4분의 1도 못되는 무게다. 나만큼 짐을 적게 지고 다니는 배낭여행자는 만나보기 힘들 것이다. 더구나 컴퓨터까지 가지고 다니는데. 지난 4년 동안 배낭여행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책 무게만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려운 일이다. 소위 e-book이나 audio book으로 일부는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Altyn Arashan에서 내려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냇물을 따라서 내려가는 길이다.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을 몇 명 만나고 올라오는 차도 두 번 만났다. 4시간 정도 걸으니 집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운 좋게 미니버스를 만나서 Karakol 숙소 근처에 와서 내렸다.
전에 묵던 Yak Tours Hotel에 가니 주인 Valentine은 안 보이고 Valentine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친구가 (Valentine의 형일까?) 반갑게 맞는다. 방이 다 나갔다고 2층 복도 구석에 칸막이로 만든 조그만 공간을 준다. 갑자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졌을까. 뒷마당도 텐트로 꽉 차있다.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도 두 명이 보인다. 유럽에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모양이다. 내 숙소 공간이 작지만 창문도 하나 있고 아담하다. 방 값도 100 som으로 싸다. 방문을 잠글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방을 준 늙은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아무 문제없으니 걱정 말란다. 그러나 다른 방은 다 잠글 수 있는데 내 방만 잠글 수 없으니 마음에 걸린다. 물건 단속을 잘 해야겠다. 또 하나 문제는 유리창을 열 수 없도록 해놓아서 공기가 후텁지근하게 느껴진다. 여러 가지로 방이 마음에 안 든다. 그래도 다른 호텔로 가기는 싫다.
짐 정리를 한 다음에 나가서 점심을 간단히 먹고 Tourist Information Center, 우체국, 인터넷 카페를 둘렀다. 이 세 군데를 걸어서 다니면서 소련식 도시는 참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건물이 쓸데없이 크고 너무 떨어져있다. 땅이 많은 나라라 그런지 모르지만 도시 중심가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데. 우체국에 들어가 보아도 내부가 매우 넓은데 일하는 사람은 두세 명밖에 없으니 내부가 텅 빈 것처럼 보인다. 자본주의 국가 같으면 (예를 들면 인도) 조그만 창구 하나 정도 있으면 족할 텐데. 이런 도시를 걷자면 너무나 힘들다. 소련 체제가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든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없는 체제다.
인터넷 카페를 두 군데나 갔는데 인터넷이 안 된다. 자기네 문제가 아니라고 변명을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인터넷 하기는 틀린 것 같다. Bishkek에나 가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GBAO 여행허가증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한데 알 도리가 없고 서울과 미국 소식도 알 수 없다.
Altyn Arashan에서 3일 동안 푹 쉬고 떠나며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동행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났다
계속 세차게 흐르는 내를 따라서 내려갔다
뒤를 돌아다보니 Altyn Arashan 계곡은 자취를 감추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초원, 막 전투를 시작하려는 두 소나무 숲 같이 보인다
저 많은 물은 눈 녹은 물이라는데 Issyk-Kul 호수로 내려간다
오정 때가 되니 제법 더워져서 그늘에서 가져온 바나나로 요기를 하며 쉬었다
여행객들을 위한 yurt 같다
이름 모를 꽃이 만발해 있다
집집마다 잘 익은 살구로 가득한 살구나무가 없는 집이 없다 Copyright (c) 2004- By 박일선. All Rights Reserved. 이 글과 사진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글과 사진을 수정하지 않고 저작자를 박일선으로 (혹은 Elson Park) 표시하는 조건으로 아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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