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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5 (아랫삼승령-독경산-창수령-맹동산-명동산-화매재) |
4개월 전의 기억을 더듬어 오지마을인 영양읍 기산리 저시마을을 찾아간다. |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밤10시경 아랫삼승령에 무사히 도착한다. 암흑의 적막감 속에 |
맑은 하늘의 별들이 쏟아진다. 다시 찾은 이 곳이 나와 광연이의 오늘밤 잠자리다. |
서둘러 비박준비를 한 후 라면에 소주 한 잔을 겯들인다. 함께 왔으면 엄청 좋아했을 |
NS와 YS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내일을 위해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아늑한 침낭 |
속으로 기어든다. 설레이는 마음에 잠은 오지 않고, 바람이 찾아온다. 바람이... |
바람! 이 곳에서 부는 바람의 의미는 무엇일까? 여름을 보내는 바람? 가을을 부르는 |
바람? 가을 꽃을 피우는 바람? 울적한 내 마음을 날려버리는 바람? 나는 바람소리를 |
듣고 싶다. 나는 바람을 맞고 싶다. |
봄바람은 엉큼하고, 여름바람은 시원하고, 가을바람은 상큼하고, 겨울바람은 무섭다. |
모양도 없는 바람, 색갈도 없는 바람, 맛도 없는 바람, 냄새도 없는 바람. |
그래도 나는 그 모든 바람이 좋고 좋다. |
숲 속의 풀벌레가 도란도란 가을 이야기를 전하고 별들의 소삭임을 자장가 삼아 |
엎치락 뒤치락하며 낙동의 품안에서 잠이든다. |
새벽잠이 없는 광연이의 부산스러움에 예정보다 일찍 잠을 깬다. 서둘러 정리를 |
마치고, 06시 저 멀리 독경산을 향해, 맹동산 명동산을 향해 화매재를 향해 출발한다. |
밤잠 없이 밤 새 쉬지않고 불어댄 바람은 여전히 바쁘다. 여명이 밝아오고 짙은 |
가을냄새에 취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여유있는 시간에 발길을 재촉하지 않고 |
쉬엄쉬엄 걷는다. 세상사 모든 이야기를 다 해야 할듯이 쉴새없이 대화를 나누며 |
정신없이 걷는다. 7도 안팎의 날씨가 전혀 춥지를 않고 산행하기에 최적의 날씨다. |
온통 숲에 가려져 원경은 없어도 가까이서 느껴지는 계절의 맛은 최고일 수 밖에 |
없다. 쉰섬재에서 라면을 끓여 김밥을 먹는다. 산 속에서의 라면맛이 아주 독특하다. |
내 잘못으로 인하여 물 대신 포카리스웨트를 넣었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아주 |
특별한 경험을 하는 중 산객 둘이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
독경산을 지나 창수령이다. 쉼없이 울치재를 향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
오늘 산행은 울치재에서 끝난다. 양구리 마을은 의외로 가깝다. |
양구리마을회관 앞 잔디밭을 잠자리로 정한 후 고추 운송차량을 얻어타고 창수령 |
갈림길까지 간다. 구멍가게 아주머니의 "---니껴?" 소리를 들으며 찐한 시골냄새를 |
맡는다. 영양에서 목욕을 하고 식사중에 기가막히게도 산행중 만났던 산객을 만난다. |
그들은 우리가 차를 세워놓은 아랫삼승령에서 택시를 타고 나왔다는 것이다. |
진작에 알았더라면 차키를 맡겨서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아쉽기만 하다. |
17:30분 기산리행 버스를 탄다. 죽파를 경유한 버스는 한 시간이나 되어서야 |
저시마을 팻말이 있는 곳에서 우리를 내려 놓았다. 다시 1Km남짓 걷는다. |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차를 몰고 기산리를 빠져나온다.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
마을에서 오십리길을 빠져나오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차알바를 할 정도로 |
'나비'가 통하지 않는 곳이다. |
영양에서 추가 식사를 하고 양구리 잠자리를 찾아간다. 마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
작은 인적이 아예 없는 곳이다. 그래도 마을회관도 있고 넓은 잔디밭에 아리따운 |
정자도 있다.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맥주 한 모금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순간 |
오랜만에 만나는 은하수가 잠을 못자게하며 같이 놀자한다. 아 정말 아름다운 하늘. |
밤새도록 울어대는 고라니 소리에 바람소리가 아주 멀리서 은은하게 들려온다. |
간 밤에도 잘 잤는지 광연이가 일찌감치 수선이다. 어린애처럼 나는 개긴다. |
자리를 정리하고 04:50에 울치재를 향한다. 영상4도의 날씨가 전혀 부담스럽지 |
않다. 연 이틀째 계속되는 산행에 광연이의 상태를 은근히 점검한다. 괜찮아 보인다. |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이른 새벽의 여명과 어우러져 신비의 세계로 우리를 |
안내한다. 날은 완전히 밝아지고 바람도 다시 찾아와 함께한다. |
봄바람이 올바람이라면 가을바람은 갈바람이다. 갈바람에 휩싸인 OK목장의 모습은 |
서부영화에 나오는듯한 아주 이국적인 풍경이다. 백여개의 풍력발전기를 연결하는 |
넓은 비포장도로가 능선을 깍아 가끔은 등산로가 헤깔리지만 대체로 무난하다. |
사방팔방이 확 트인 능선에서 멀리 동해바다가 손에 잡힐듯이 보인다. 절개지 위에 |
맹동산 팻말이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양지바른 곳에 |
자리잡고 앉아 김밥 한 줄로 아침식사를 한다. 나처럼 마냥 즐거워하는 광연이를 |
쳐다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
어제 못다한 이야기가 끝이 없다. 명동산을 향한 길은 순하기만 하다. 여전히 낮은 |
온도지만 한기는 느낄 수가 없고 바람은 불어도 나무 꼭대기에서의 일이다. |
고랭지 농사일로 여러 사람들이 줄맞춰 일하는 모습이 고된 그림으로 보인다. |
계속되는 나무숲을 지나고 명동산에 올라서니 다시 사방이 탁 트인다. 모든 것이 |
산행하기에는 최적이다. 이 좋은 조건에서 보다 많은 산행을 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
지론이다. 덥지 않은 상큼한 날씨가 어제에 이은 오늘의 산행을 가능케 한다. |
오랜만에 마주 오는 산객을 만난다. [한국의 산하]에 산행기를 올리는 '성봉현' |
이란다. 왼 손에 지도와 메모수첩을 들고 오른 손에는 카메라와 볼펜, 목에는 나침반 |
그리고 양 손에 스틱. 마치 학술탐사를 하는 모습이다. 어쨌거나 우리와는 거리가 |
먼 모습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대를 하며 우리를 반기는중 송이밭에 쳐놓은 줄 |
때문에 엉뚱하게도 포산리마을에 접어들게된다. 우리 또래의 주민과 이런 저런 |
대화를 나누고 길을 묻고 행선지를 향해 떠난다. 광연이는 일꾼들의 새참차리에 |
끼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길가의 사과를 따서 하나씩 깍아 먹는다. |
꿀맛같은 사과맛이다. 사과맛에 취해 막판에 심심한 알바를 한다. |
오늘도 남은 한시간동안의 길은 멀고도 멀었다. 드디어 화매재에 도착한다.(17:00) |
서로의 노고에 축하 악수를 하고 석보택시를 부르는 사이 村婦에게 물과 쵸코바를 |
건네니 사과농사를 짓는 村夫가 싱싱한 사과 두 개를 준다. 정말 아름답고 즐거운 |
추억이다. 길고 맑은 삼의계곡을 지나 양구리에서 택시를 내린다. 짐을 정리하고 |
어디로 갈까??? 동해바다에서 횟감을 사서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소주 한잔에 |
긴 산행의 여독을 풀기로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 바람도 잔잔하고 바다냄새도 |
은은하고 파도소리 조용하고 초승/상현달이 미련을 남기며 서쪽 산으로 넘어가고, |
또 다시 우리는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싱싱한 회를 입 안으로 마구 |
쑤셔넣으며 맛깔스런 매운탕을 즐긴다. 여보 마누라님들 여러가지로 미안하고 |
고맙습니다. 내일 새벽 4시반에 당신들을 향해 출발합니다. 잘자요. |
2011.9.30-10.3 |
我無之山 |
아랫삼승령의 저택
유일한 이웃
출발에 앞서
10월1일 산행끝
양구리 마을회관 앞 정자
여기서 아랫삼승령까지 약1Km 15분 거리
밤낮없이 돌아가는 바람개비 - 소리가 무서워
산 ... 산 ... 산 ...
몹시 춥단다.
쑥부쟁이
이른 아침의 동해바다
고된 노동
봉화대
우리가 지나온 길
우리가 가야할 곳
영덕군 영해면 앞바다
외로운 고사목
포산리마을
부들부들 부들
울진 어느 조용한 바닷가 정자 / 3박째
배가 터지도록 먹고도 반 이상 남겼다. 매운탕은 다 먹었다.
첫댓글 ㅋ ^^;; 맛났겠다....
미안해! 변명이 아니고 하산이 늦었고, 춘양까지는 좀 멀지^><^
춘양하니 생각나네... 형님이 안부전하라는 역무원(최성희?)은 그날 비번이라서 직접은 못하고 안부전해달라고 햇어요^^ 잘했죠?
정말 큰 일 했네. 맥주 한 잔 사줄게 ♪
멋지고 아름답고 기억에남는 산행이었습니다^^ 다음번에도 불러주세요... 수고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만들수 없는 추억들
한 마디로 참, 대단하십니다! 비박으로 3박을...
두 분 마나님들 긴장하셔야겠네요. 아무래도 영감님들 바람나겄어욤.ㅎㅎ
이미 온갖 바람은 다 들었네. 더 이상 바람 날 것도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