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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4일, 화요일, Shiraz, Anvari Hotel
(오늘의 경비 US $22: 숙박료 140,000, 점심 11,000, 저녁 12,000, 식료품 7,000, 5,000, 5,000, 택시 10,000, 인터넷 8,000, 환율 US $1 = 9,000 rial)
아침 6시 경 버스 안에서 깨어보니 거의 Shiraz에 다 왔다. 근처에 보이는 산 경치가 지금까지 보던 산 경치와는 달리 나무가 좀 보인다. Shiraz에 도착하니 아침 7시 정도인데 벌써 매우 덥다. Shiraz는 Esfahan처럼 가로수가 우거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푸른 도시다. 내 시계의 고도계가 1,800m를 가리킨다.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본 다른 이란 도시보다는 고도가 높은 것 같다. 좀 더 시원했으면 좋으련만.
어제 버스에서는 비교적 잘 쉬었지만 이틀 계속 밤 버스를 타고나니 지칠 대로 지친 기분이다. 빨리 호텔 방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쉬고 싶은 생가뿐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다른 버스 정류장과는 달리 이곳은 버스 정류장에 택시 사무실이 있어서 그곳에 가서 어디 가고 싶다고 하면 돈을 받고 택시를 불러준다. 다른 도시 같으면 8,000 real인데 10,000 real을 받는다. 가까운 거리라 5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다. 많이 알려진 호텔인 듯 택시 기사가 호텔 이름만 듣고 금방 찾아간다.
호텔 첫 인상이 좋다. 아직도 10대인 듯한 젊은이가 리셉션 일을 보고 있었는데 영어가 유창하다.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Esfahan에서 당한 일이 되풀이될까 걱정했는데 이곳은 딴판이었다. 호텔에 들어갔는데 말이 안 통하면 정말 낭패다. 외국인을 상대하는 호텔은 대부분 영어를 조금이라도 하는 직원이 있는데 Esfahan에서 묵었던 호텔 같은 곳은 없었다. 매니저가 영어를 전혀 안 하려는 눈치였고 이란 말을 모르면 다른 곳으로 가라는 눈치였다. 아직 까지도 호텔에 들어서서 이렇게 안 통한 적은 없었는데. 남미에서는 저쪽에서 영어를 모르면 내 서투른 스페인어로 해서 문제없이 통하면서 다녔는데 이곳에서는 내가 이란 말을 못하니 때로 문제가 일어난다.
젊은 매니저이지만 일을 척척 잘해낸다. 지금 내가 원하는 방은 있지만 아직 청소가 안 되어서 다른 방을 줄 테니 그곳에서 잠깐 쉬고 있으면 내 방을 치우는 대로 방을 옮기란다. 임시로 준 방에서 샤워를 하고 커피를 끓여 마시고 있는데 방이 준비되었다고 해서 방을 옮겼다. 이란에 들어와서 제일 좋은 방이다. 욕실이 붙어있고 냉방이 잘 되어있고 베란다까지 있는 밝은 방이다. 침대도 둘이나 있는 널찍한 방이다. TV도 있어서 오늘 독일-이탈리아와 내일 프랑스-포르투갈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볼 수 있겠다.
나가서 점심과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음식점에서 먹는 것 보다 호텔 방안에서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 방에 조그만 냉장고도 있어서 마실 것도 사다 넣어 놓았다. 맥주를 살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이 나라는 금주의 나라니 도리가 없다. Lonely Planet에 소개된 여행사에 가서 내일 아침 7시 반에 떠나는 Persepolis (Susa와 함께 페르시아의 옛 수도) 단체관광 신청을 해 놓았다.
저녁 6시 경 나가니 아직도 덥다. Shiraz의 중심지인 Shohada에 걸어가니 여행안내소가 있어서 다음 목적지인 Yazd 버스 출발시간을 혹시 아느냐고 물으니 밤 8시 버스가 있고 낮 버스는 없다고 한다. Yazd는 별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 아니고 낮에는 너무나 덥기 때문에 밤 버스밖에 없단다.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전화를 건다. 결과는 아침 7시 반, 오후 2시 그리고 오후 8시 반 세 버스가 있단다. 역시 여행안내소 사람들은 버스 스케줄은 잘 모른다. 터기 Istanbul의 여행안내소 사람들처럼 버스회사에 알아보라고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 많은 버스 스케줄을 그리고 항상 변하는 버스 스케줄을 여행안내소 사람들이 정확하게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곳 직원은 좀 아는 척을 했다가 나한테 좀 당했다.
저녁을 먹으러 Lonely Planet에서 추천하는 옛날 공중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음식점 Hammam Vakil에 갔다. 사람들은 많은데 전부 사진이나 찍고 있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없다. 저녁을 먹으러 왔다고 직원에게 얘기했더니 무어라고 하고 가버린다. 아무 테이블에나 앉으라고 하는 줄로 생각하고 앉았더니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지를 않는다. 한참 기다리다가 이상해서 직원에게 열었느냐고 물어보니 한참 생각하더니 “nine" 한다. 저녁 9시에 연다는 뜻 같다. 한 시간 반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미심쩍어서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역시 한참 생각하다 ”eight" 하더니 “no English" 하면서 가버린다. 결국 밤 8시 아니면 밤 9시에 연다는 얘기다. 배가 출출한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그리고 밤 10시에는 월드컵 준결승 경기 중계가 있는데. 그곳을 나와서 호텔 근처에 있는 피자 음식점에 가서 피자를 시켜서 저녁으로 먹었다. 터키 음식이 생각이 난다. 터키 음식은 참 맛있고 너무 잘 먹어서 배가 나오는 것처럼 느꼈는데 이란에 들어와서 제대로 먹지를 못해서 다시 들어가 버린 것 같다. 역시 배는 너무 잘 먹으면 나오는 것일까?
이란에서는 밤에 길을 건널 때 정말 조심해야한다. 이란 도시에는 신호등이 없다. 네거리는 전부 로터리 식으로 되어있어서 차들이 서지 않고 적당히 돌아가면서 간다. 신호등이 없으니 보행자들은 알아서 차들 사이로 헤엄을 치듯이 건너간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건너간다. 차들이 완전히 없을 때를 기다려서는 복잡한 길에서는 절대 못 건넌다. 차 사이를 헤치며 건널 수밖에 없다. 나는 이란 사람들이 건널 때 그 사람들에 묻혀서 건너간다. 복잡한 길에서는 절대 혼자서는 안 건넌다. 여자들은 전부 박쥐같이 검은 옷을 입었는데 가로등도 시원치 않은데 운전사들이 어떻게 보는지 정말 위험하다. 여행할 때 제일 무서운 것은 후진 국가의 도시를 달리는 차들이다. 이란에서는 정말 차 조심을 해야 한다.
Shiraz 가는 길에 보이는 산
2006년 7월 6일, 목요일, Shiraz, Anvari Hotel
(오늘의 경비 US $27: 숙박료 140,000, 점심 20,000, 저녁 9,000, 식료품 5,000, 이발 20,000, 입장료 3,000, 택시 10,000, 10,000, 10,000, 인터넷 8,000, 4,000, 환율 US $1 = 9,000 rial)
오늘은 느지막하게 일어났다. 어제 낮잠을 푹 자고 밤 10시 반부터는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월드컵 경기를 보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이겨서 참 좋다. 프랑스가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게 이겨서 월드컵 챔피언이 되면 한국은 챔피언과 비긴 나라가 되어서 위상이 올라갈 수도 있다.
어제 다음 도시 Yadz가는 버스표를 예약해 놓았지만 마음이 안 놓여서 아침에 택시를 타고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표를 샀다. 이젠 내일 오후 1시 반쯤 버스 정류장에 나타나기만 하면 된다. 버스 정류장이 지금까지 본 중 제일 좋다. 정류장 안에 없는 것이 없다. 버스회사 매표소 외에도 음식점, 조그만 수퍼마켓뿐 아니라 인터넷 카페도 있고 이발소도 있었다. 이발소에 들어가서 이발을 했다. 두 달 전에 아제르바이잔에서 말이 잘 안 통해서 머리를 너무 짧게 자른 후에 머리가 제법 자랐다. 보통 머리 길이보다도 짧은데도 날씨가 더우니 부담이 되어서 잘 못 잘랐던 짧은 머리가 오히려 좋게 생각이 되어서 이번에는 실수가 아니고 정식으로 요청해서 두 달 전처럼 짧게 잘랐다. 자르고 나니 훨씬 시원하게 느껴진다. 보기도 긴 머리보다 오히려 더 깨끗하게 보여서 더 좋은 것 같다. 앞으로 이렇게 머리를 짧게 해야겠다.
시내에 있는 Arg-e Karim Kahn 요새 구경을 갔다. 페르시아를 잠깐 다스렸다는 왕조의 왕이 Esfahan의 궁전에 필적하도록 지으려고 했다는 요새 겸 궁전인데 실패작이라 한다. 안에는 별로 볼 것이 없다고 해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만 사진을 찍었다. 두 번째 구경 간 곳은 Mausoleum of Hafez, 즉 Hafez의 묘이다. Hafez는 페르시아의 유명한 시인이었는데 이란에서는 시인이 최고의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모양이다. 이란 곳곳에 시인을 추념하는 유적이 많다.
다음에는 택시를 타고 Shiraz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Eram Garden으로 갔는데 택시가 Eram Garden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다가 도착해서 보니 Eram Garden이 아니고 Eram 호텔이었다. 영어를 조금 하는 것 같아서 “Eram Garden" 했는데 Eram 호텔로 이해했던 것 같다. ”Garden"을 택시운전사가 이해할 것이라고 단정한 내가 잘못이다. 내가 묵는 호텔 근처라 내려서 점심을 먹고 인터넷을 조금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들어오면서 호텔 리셉션에 부탁해서 Eram Garden을 이란말로 적어달라고 했다. 내일 아침에 이란말로 된 종이쪽지를 가지고 택시를 타고 다시 가봐야겠다. 다음 도시 버스 출발 시간이 오후 2시이니 너무 늦게만 안 일어나면 충분히 시간이 있다. 그리고 아침 시간에 가는 것이 시원해서 더 낳다.
오후에 잠깐 정전이 됐었다. 전기는 다시 들어오는데 에어컨이 안 나온다. 리셉션에 가서 얘기를 하니 처음 보는 여자가 있었는데 영어를 전혀 못 한다. 그러나 내가 하는 얘기를 이해하는 것 같아서 고쳐 주겠지 하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10분이 지나도 에어컨이 안 나온다. 다시 내려가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얘기하니 내가 아까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른다. 답답해진다. 거기다가 자꾸만 웃기만 한다. 멋쩍어서 웃는 것 같은데 나는 더 화만 난다. 웃지 말고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웃으면 해결이 된단 말인가. 결국 직원들이 모두 동원되고 다른 손님까지 동원이 되어서 해결은 됐지만 말이 안 통하니 이렇게 힘 든다. 도와주려던 손님도 이란 말을 잘 못한다.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오만에서 왔단다. 영어는 조금 하지만 이란 말은 거의 못 한단다. 그러면서 나를 어떻게 도와준다는 말인가. 오만은 현재 섭씨 50도란다. 내 방에 들어오고 에어컨 안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한 20분 걸려서 해결이 되었는데 전원차단기 (fuse box) 스위치를 껐다가 다시 키는 작업을 제대로 못해서 생긴 일이다. 내방만이 아니고 내방 쪽의 방들은 전부 안 들어오는데 리셉션에 가서 얘기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에어컨이 안 되니 방에 잠시도 있을 수가 없어서 에어컨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리셉션에서 기다렸다.
Shiraz 시내 중심에 있는 Arg-e Karim Kahn 요새
페르시아의 유명한 시인 Hafez의 묘, 이란에서는 옛날에 시인이 존경의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Hafez 묘 경내 한 구석에 있는 분위기 좋은 야외 찻집, 이란에서는 찻집이 매우 유행이다
옛날 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든 음식점 Hammam Vakil
Hammam Vakil 음식점의 내
전원도시 Shiraz 길
이란에는 벽에 정치 선전 문구 같은 글이 많이 보이는데 꼭 낙서같이 보인다
2006년 7월 7일, 금요일, Yazd, Aria Hotel
(오늘의 경비 $25: 숙박료 120,000, 저녁 18,000, 식료품 4,000, 버스 30,000, 택시 4,000, 10,000, 10,000, 20,000, 인터넷 12,000, 환율 US $1 = 9,000 rial)
오늘은 오후 2시 버스로 Yazd로 떠난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오후 2시니 딱 맞다. 오전에는 어제 가려다가 택시 기사 실수로 못 간 Eram Garden으로 가기 위해서 아침 8시쯤 호텔을 나왔다. 돈도 바꿔야 하는데 금요일이라 환전소가 닫았다. 환전소뿐만 아니라 닫은 곳이 대부분이다. 오늘은 우리의 일요일이나 마찬가지인 금요일인 것이다. 여행 중에는 요일 변하는 것을 잘 몰라서 불편하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달력을 안 보고는 모르겠다. 왜 내 시계에 요일 표시가 없는지 모르겠다.
택시를 타고 Eram Garden에 갔다. 택시 한번 타면 보통 10,000 real인데 (천원) 합승 택시를 탔더니 4,000 real만 받는다. Eram Garden 입장료 4,000 real을 내려하니 4,000 real이 아니고 40,000 real이란다. 벽에 붙은 요금표를 다시 보니 정말 40,000 real이다. 영어로만 써져있는 것이 외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가격인 모양이다. 아직까지 이 나라에 입장료가 이렇게 비싼 곳은 없었는데 그리고 보통 3,000 real 정도인데 이곳은 왜 이렇게 비싼지 알 수 없다. 들어가 봐야 별것 아닐 것 같아서 밖에서 사진만 찍었다. 택시를 타고 Vakil Bazaar로 갔더니 그곳 역시 다 닫았다. 할 수 없이 한가하게 길거리 구경만 하다가 인터넷 카페는 열어서 인터넷을 좀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인터넷을 하는데 한 가지 불편이 한글을 쓸 수 없는 것이다. 고교 동창회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내가 올린 글에 댓글을 단 친구들에게나 답변 글을 올릴 수가 없다. 숙소에 돌아와서 내 컴퓨터로 한글 답변을 써서 USB에 저장했다가 인터넷 카페에 다시 가서 옮기면 되지만 너무나 번거로워서 안 하게 된다. 내 컴퓨터를 인터넷 카페에 가져가서 인터넷에 연결시켜서 하면 될 것 같은데 내 컴퓨터는 산 다음에 한 번도 인터넷에 연결을 해본 적이 없어서 제대로 될지도 모르겠고 인터넷 카페 직원의 허락과 도움이 필요한데 가능한 일인지 불분명하다. 한글을 USB에 설치해서 가지고 다니며 한글을 쓰는 방법이 될 듯도 한데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한글 CD도 CD 드라이브를 안 가지고 왔으니 여행 중에는 해 볼 수도 없다. 왜 이 생각을 미리 안 했는지 모르겠다.
(2017년 후기. 이제는 세계 어디에나 WiFi가 보편화되어 있어서 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었다. 나는 수 년 전부터 여행 중이나 집에서나 8인치 짜리 삼성 Galaxy 탭을 컴퓨터 대신 사용한다. 컴퓨터는 포토샵으로 사진을 보정하고 여행기 글을 다음 카페에 올리는 작업을 할 때,하드디스크에 데이터 백업을 할 때, 스캐너를 사용할 때만 사용한다.)
오늘 고교 웹사이트에 내가 보낸 이란 사진과 여행기 글이 올랐다. 옛날 Los Angeles에서 처음 알게 된 친구 정하성이 내 여행기 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자기가 관리자로 일하는 경기고 55회 (우리와 같은 해인) 웹사이트에 내가 올리는 여행기를 퍼다가 올리고 있다고 한다. 참 이상한 인연이다. 내가 중학교 입학시험에 실패한 학교의 동창회 웹사이트에 내 글이 오르다니. 내 대학교 친구들 가운데 경기고 친구들이 많은데 그들도 볼지 모르겠다. 좀 더 조심스럽게 글을 써야겠다.
호텔에서 돈을 바꾸고 택시로 오후 1시에 버스 정류장으로 나갔다. 돈을 바꾸는데 환전소보다 호텔이 더 나을 것 같다. 환율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모르겠지만 별 차이가 없으면 믿을 수 있고 편해서 좋다. 이란에 들어와서 벌써 두 번째로 호텔에서 돈을 바꿨다. $1에 9,100 real을 처 준다. 지난번 은행에서 환전한 영수증을 보이며 은행은 9,160 real을 주는데 왜 9,100 real만 주는가 하고 물었더니 은행에서는 커미션을 띤단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영수증을 보고는 모르겠다.
버스 정류장에서 나와 같은 버스로 Yazd로 가는 아일랜드 청년 두 명을 만났다. 인사를 나누니 한 친구가 9월부터 부산에 가서 영어를 가르친단다. 어느 영어학원과 1년 계약으로 가는데 좋으면 더 있을 수도 있단다. 서울, 부산, 광주 세 곳 중에서 부산을 골랐단다. 서울은 너무 대도시라 안 했고 부산이 바닷가라 택했단다. 아일랜드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을 한다. 원래 한국의 공립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싶었는데 수속이 너무 지연되어서 학원을 택했다 한다. 한국 있는 동안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버스가 오래된 버스인데도 볼보 버스라 편하기 그지없다. 좋은 물건은 오래 되어도 좋아야한다. 현대차가 새 차일 때는 좋아서 상까지 받았는데 3년만 쓰면 망가지기 시작해서 중고차 가격은 일본차에 미치지 못한다는 (미국에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현대는 그렇게 얕은 수를 쓰면 성공 못한다. 내가 오늘 탄 볼보 버스 같아야한다. 좌석이 2x1이라 복도가 널찍하다. 이런 버스는 이번 여행을 시작한 후로 처음 타본다. 좌석이 2x1인 버스는 보기 힘 든다. 남미에서 몇 번 타보았고 한국의 공항버스가 2x1일뿐이다. 그런데 오래된 차라 그런지 에어컨은 시원치 않아서 좀 덥게 갔다. 한참 가다가 차장이 버스 안 천장에 있는 조그만 문을 열어 놓는다. 뜨거운 바람이 들어올 텐데 왜 열어 놓는단 말인가 이해가 안 된다. 고도계를 보니 2,000m가 넘었다. 그래도 공기가 더울 텐데. 고도가 2,600m까지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가서 Yazd 도착하니 1,500m로 떨어졌다 조그만 산맥을 하나 넘어온 셈이다. Yazd가 가까워질수록 사막지대로 변한다. 어떤 곳에서는 노란 모래뿐이다. 사진기가 준비가 안 되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그 사막 한 가운데로 새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아마 지금 버스가 가고 있는 헌 도로 대신에 만드는 모양이다. 이란은 도로가 제법 좋다. 남미나 인도에 비해서 훨씬 더 좋다. 역시 석유를 팔아서 돈이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잘 살면 될 텐데 왜 만날 미국 욕이나 하며 원자탄 개발이나 하면서 다른 나라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 북한은 먹고 살 것이 없어서 그런 다지만.
이런 사막 한 가운데 갑자기 푸른 벌판이 나온다. 밀 밭, 옥수수 밭, 과수원이 제일 많이 보이고 놀랍게도 물이 하나 가뜩 고인 논도 보인다. 이란은 빵과 함께 밥도 많이 먹는다. 이란 전국이 사막 같은데 어디서 쌀이 나오나 물으니 Caspian Sea 해안 지대에서 나온다 한다. 땅이 원체 넓으니 (남한의 16배) 그 지역에서만 생산되어도 이란 7천 5백만 국민이 먹을 양이 나오는 모양이다.
Yazd 버스 정류장에 밤 9시경에 도착했다. Shiraz에서 7시간 걸린 셈이다. 도로가 좋아진 모양인지 버스 시간이 Lonely Planet에 나온 시간 보다 항상 적게 걸린다. 아일랜드 청년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다음 도시 Bam으로 가는 버스표를 사러 매표소로 갔는데 이곳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불친절한지 모르겠다. 하루 일이 거의 끝날 시간이 되어서 피곤해서 그런지 말을 해도 처다 보지도 않으려 하고 말을 해도 퉁명스럽다. 전혀 도와 줄 기색이 아니다. 무언가 잘 못 된 모양인데 왜 그러는 질 알 수가 없다. 결국 포기하고 나오는데 젊은 친구 하나가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말이 안 통한다. 동문서답만 하며 10분을 보내고 다시 포기하고 호텔로 가겠다고 택시를 찾았더니 대기하고 있는 택시로 인도하는데 택시에 이 친구까지 세 명이 탔다.
합승택시인가 하고 올랐더니 떠나는데 자기네들끼리 뭔지 떠드는데 나에 관해서 얘기하는 것 같다. 한참 달리다가 젊은 친구가 호텔로 가기 전에 다른 버스 정류장을 체크하고 호텔로 가자한다. 버스 정류장이 또 하나 있단 말인가. 이 젊은이 말이 Bam가는 버스 정류장이 또 있단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러나 나쁠 것 없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한참을 달리는데 교외로 빠지는 것 같다. 좀 겁이 난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혹시나 하고 나쁜 생각까지 든다. 교외로 빠지는 듯싶더니 다시 시내 같은 곳이 나오고 어느 네거리에 버스가 두 대 있었다. 젊은 친구가 나는 차안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뛰어가서 무언가 물어보고 온다. 이곳은 버스 정류장이 아니고 무슨 이유인지 버스가 잠깐 섰다 가는 곳 같다. 그리고 Teheran에서 아프가니스탄 국경도시인 Zahedan으로 가는 장거리 버스가 아니었나 싶다. 이 버스는 Bam을 지나서 Zahedan으로 가는 모양이다. 이 젊은이 말이 나를 꼭 오늘밤에 Bam으로 가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참 한심하다. 그렇게 나는 이틀 후인 일요일에 Bam으로 간다고 해도 못 알아들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서기 달력을 안 쓰고 자기네 달력을 쓰기 때문에 날짜를 얘기할 때 매우 힘이 든다. 서로 오해하기 딱 좋다. Today와 Tomorrow는 잘 이해하지만 그 외에는 힘 든다. 그래서 요일로 얘기하는데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많다. 이 친구도 Sunday를 못 알아듣고 내가 Shiraz에서 막 도착한 것은 모르고 오늘밤 Bam으로 가려고 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마지못해서 호텔로 데려간다. 호텔 앞에서는 나는 차안에 기다리라고 하고 뛰어가더니 물어보고 오는데 빈방이 없다고 한다. 근처에 있는 Aria 호텔로 가자고 하니 다시 간다. 다행히 방이 있다. 처음에는 나 혼자 걸어서 찾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멀고 어두워서 찾기도 힘들다. 호텔을 쉽게 찾은 것은 이 친구 덕이다. 고맙기는 하지만 이 친구 만나서 괜히 고생만 했다. 택시 기사가 20,000 real을 요구한다. 나는 10,000 real만 주려하니 화를 낸다. 할 수 없이 20,000 real을 주고 젊은 친구에게 고맙다고 하고 호텔에 들었다.
오늘은 여러 가지로 운이 없는 날이다.
Eram Garden 옆길
꽃밭 옆 잔디 그늘에서 낮잠을 즐기는 남자
Shiraz 중심 Shohada 광장
타계한 정신적 지도자 Khomeini와 (오른쪽) 현재의 정신적 지도자인 Khamenei 초상화
패스트푸드 음식점
피자 음식점
Yazd 가는 길은 황량하기 짝이 없다
더 황량하다
그 한가운데 새로 도로를 건설하고 있다
이 황무지에 갑자기 농경지가 나온다, 밀밭이 거의 수확할 때 같다
놀랍게도 논도 나온다, 물이 어디서 나오는지 수수께끼다
방목하는 가축도 보인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산 위에 걸린 초저녁달이 고향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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