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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10일, 목요일, Hampi, Hotel Gautam
(오늘의 경비 US $7: 숙박료 150, 점심 120, 홍차 2, 버스 8, 릭샤 10, 나룻배 10, 신문 2, 환율 US $1 = 44 rupee)
오늘 아침에 Hospet 기차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Hospet 도착시간이 열차시간표 책에 안 나와 있어서 어제 기차를 타기 전에 Enquiry 창구에 가서 물었더니 오전 5시 25분에 Hospet 도착이라고 했다. 기차에 올라서 TTE를 (차장) 찾아서 물어봤더니 4시 반 도착이라며 걱정 말란다. 자기 차트에 메모를 해 놓으면 자기와 교대를 하는 TTE가 나를 깨워줄 것이란다. 그러면서 내 좌석번호를 자기 손바닥에 쓴다. 내 침대 건너편에 자는 젊은이는 Hospet 도착이 아침 3시 반일 것이란다.
세 사람의 말이 모두 다르니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Hospet 도착시간이 열차시간표 책에 나왔더라면 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왜 안 나왔는지 모르겠다. 걱정이 되어서 세 사람 말 중에 제일 이른 시간인 새벽 3시 알람을 마쳐놓고 잤다. 결국 어제 기차역 Enquiry가 말한 5시 반이 맞았다. 그리고 나를 깨우러 온다던 TTE는 오지도 않았다. TTE 말을 듣고 알람을 마쳐놓지 않고 잤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 Hospet 역에 내리기 전에 진짜 Hospet 역인지 세 사람에게 물어서 확인을 했다. Hyderabad에서 생긴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기차역 밖으로 나가니 아직 캄캄하다. 다시 기차역으로 들어가서 "Upper Class Waiting Room"에서 아침 7시까지 기다렸다. Upper Class Waiting Room은 조금 비싼 기차표를 가진 사람들이 기다리는 방이다. 보통 대합실에는 너무 사람이 많고 땅바닥에서 자는 사람들도 많아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기차역 Enquiry에 가서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시내 쪽으로 약 1.5km 가서 있단다. 역사를 나와서 시내 쪽으로 걷고 있는데 릭샤가 따라오면서 타라고 조른다. 처음에는 20 rupee를 내라고 하다가 10 rupee로 내려갔다. 10 rupee를 주고 버스 정류장까지 타고 갔다. 버스 정류장에서 또 릭샤꾼들이 덤벼든다. 벌써 Hampi로 가는 것을 알고 50 rupee를 내라고 하다가 금방 30 rupee로 내려간다. 천 원도 안 되는 돈이지만 이른 아침에 릭샤로 가는 것이 안전할지 몰라서 7시 반에 떠나는 버스를 타고 갔다. 인도에서는 모든 면에서 조심을 해야 한다.
한 30분만 달리더니 Hampi란다. 그러나 내가 가려는 Hampi Bazaar는 아닌 것 같아서 버스 차장에게 여기가 Hampi Bazaar냐고 물으니 "next"라고 하는 것 같았다. 발음이 이상해서 "next"라고 했느냐고 다시 물으니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인도 특유의 "머리 대답"을 한다. 우리 식으로 하면 “예”도 아니고 “아니요”도 아닌 혼란스러운 머리 동작이다.
“예”라고 하는 것으로 단정을 하고 조금 더 가니 진짜 Hampi Bazaar가 나와서 내렸다. Hampi Bazaar에서 방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 Lonely Planet이 추천하는 곳으로 갔더니 하루 밤에 200 rupee를 달란다. Lonely Planet에는 80 rupee라고 나와 있는데 200 rupee라니 너무 한다. Hampi는 중국 Guilin (계림) 근처에 있는 외국 배낭 여행객 집합소인 Yangshuo를 연상시키는 곳이다. 어디를 봐도 외국 배낭 여행객들 천지다.
Hampi Bazaar는 너무나 복잡해서 마음에 안 든다. 좀 한가해 보이는 강 건너로 배를 타고 갔다. 큰 바구니 같은 배로 건너는데 배낭 여행객들로 만원이다. 배에서 내려서 강 언덕을 올라가서 첫 번째 호텔에 들어가니 1인용 방이 200 rupee란다. 좀 더 둘러보겠다고 하니 다시 오면 방이 나갔을 것이라고 겁을 준다. 지금이 성수기인 모양이다. 다음 간 호텔도 만원이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배낭은 무거워온다.
첫 번째 호텔로 되돌아갔더니 그 사이에 방이 나갔단다. 불과 5분 만에 나간 것이다. 한참을 더 걸어가니 다른 호텔이 나와서 들어가서 물어보니 150 rupee 짜리 1인용 방이 있단다. 막 손님이 체크아웃을 하는 방이다. 방마다 이스라엘 여행객들이다. 남미 경험에 비추어보면 이스라엘 배낭 여행객들이 묵는 숙소는 싸고 좋다.
이스라엘 여행객들에게 Hampi에 며칠이나 묵고 있나 물어보니 한 친구는 1주일, 또한 친구는 2주 묵고 있단다. 주위에 볼거리가 많단다. 이 호텔에는 음식점도 있고 인터넷 카페도 있어서 편하단다. 호텔 한 가운데 큰 정원이 있고 그 주위로 음식점 겸 휴게실, 인터넷 카페, 기념품 가게, 그리고 방갈로 방들이 있다. 방에는 욕실이 딸려있고 침대에는 모기장이 있다. 모기가 많은 모양이다. 호텔 전체가 야자수로 덮여있어서 전원 같은 분위기이다. 마음에 꼭 든다. Mumbai나 Hyderabad에 비하면 천국 같다. 나도 한 1주일 정도 묵어야겠다.
이곳에 오면서 한국 젊은이들 두어 그룹을 보았다. 얘기는 못했다. 강을 건너는데 그림 우편엽서를 파는 10여세 먹은 소년이 한국, 중국, 일본 여행객들은 왜 우편엽서를 안 사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한다. 다른 나라 여행객들은 잘 사는 모양인데 한중일 여행객들은 왜 잘 안 사는지 나도 궁금하다.
이곳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조금 비싼 편이다. Biriyani가 50 rupee, 맥주가 70 rupee이다.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인데 취해지는 것이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다. 더 이상 맥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원래 술에 약해서 많이 안 마시지만 이제는 취해지는 것 자체가 싫어지니 참 이상하다.
Hampi Bazaar에서 강을 건너는 곳이다
커다란 바구니 같은 배로 건넌다
외국 배낭여행객으로 만원이다
Hampi는 Mumbai나 Hyderabad에 비하면 천국 같은 곳이다
내가 선택한 호텔이다
음식점도 있고 인터넷 카페도 있다
2005년 2월 11일, 금요일, Hampi, Hotel Gautam
(오늘의 경비 US $7: 숙박료 150, 아침 35, 점심 35, 저녁 35, 콜라 15, 식료품 20, 나룻배 5, 환율 US $1 = 44 rupee)
아침에 일어나니 전기가 나갔다. 그래서 아침 커피를 못 끓여 마셨다. 이곳은 전기 사정이 좋지 않은 모양으로 하루 종일 전기가 들락날락한다. 어제 밤 옆방에서 늦게까지 음악을 틀어놔서 귀마개를 하고 잤다. 이곳은 까마귀 같은 새들이 우는 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아침 산보를 한 시간 정도 했다. 호텔 주위에는 논이 많다. 벼를 심은 지 얼마 안 되는지 논이 짙은 녹색이다. 논 너머로는 산이 있는데 집채만 한 바위들이 수없이 널려있는 바위산이다. 호텔들이 있는 지역을 지나니 조그만 마을이 나온다. 그곳에도 음식점이 한 둘 보인다.
어제 처음 들어갔었던 호텔 음식점에 가서 아침 식사를 했다. 음식점에서 보이는 경치가 좋아서 들어간 것인데 혹시 빈방이 있나 해서 물어봤더니 1인용 방은 없고 400 rupee 짜리 2인용 방이 곧 난단다. 블랙커피와 토스트를 시켰는데 토스트와 버터는 15 rupee이고 잼을 더하면 20 rupee란다. 토스트 한쪽을 더 시켰더니 5 rupee를 더 받는다. 인도 사람들은 후한 데는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빈틈도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서 Hampi Bazaar를 구경했다. 강가에서 빨래하는 사람들과 목욕하는 사람들 구경도 했다. 인도 여자 옷 Sari를 빨아서 말리는 광경이 이채롭다. 남자들은 입고 있던 옷을 금방 빨고 말려서 다시 입는다. Sari는 약 3m 길이의 천인데 바느질 할 필요가 없고 단추 같은 것도 없는 아주 간단한 옷이다.
빨래하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호객꾼이 다가와서 릭샤로 Hampi 주위를 3시간 구경시켜 주는데 300 rupee라며 하란다. 3명이 같이 하면 한 사람 당 100 rupee란다. 이럴 때 나같이 혼자 여행하는 사람은 손해다. 그러나 자전거를 30 rupee에 빌려서 구경을 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강을 건너오는데 한국 여자 여행객을 만났다. 혼자 여행을 한다고 하며 내일 혼자 자전거로 구경을 할 예정이란다. 같이 하자고 하려다 그만 두었다.
인도에는 얘기 듣던 대로 길에 소들이 많이 보인다. 어슬렁거리면서 다니며 길가에 난 풀도 뜯고 쓰레기도 뒤진다. 때로는 과일이나 야채를 파는 노점에 다가와서 두리번거린다. 너무 가까이 오면 노점 주인이 막대기로 땅을 쳐가며 쫓아버린다. 소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가 내 몸을 건드려서 돌아다보니 소다.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것 같다. 개들은 다가와서 그저 쳐다보기만 하면서 먹을 것을 달라는데 소들은 다가와서 몸을 건드린다. 소가 개보다 더 적극적이다.
점심은 숙소 음식점에서 먹었다. 파리가 너무 많이 덤벼들어서 먹는데 아주 힘들었다. 모기도 덤벼든다. 손님들은 다 구경을 나갔는지 음식점은 텅 비었다. Vegi fried rice를 (야채 볶음밥) 시켜먹었는데 중국식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인도식이다. 어제 먹은 byriani와 비슷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아담한 마을로 산보를 갔다
깨끗하고 아담한 마을이다
땅바닥에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은 그림을 그려 놓았다
새파란 논이 싱그럽다
Hampi Bazaar 거리 풍경
상점들이 즐비하다
아름다운 Virupaksha 힌두교 사원
바나나 행상
장작을 싸놓았다
인도 여자 옷 Sari를 빨아서 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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