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를 모르는 이 별로 없겠지요. 특정한 사물에 한정하여 그 이름을 나타내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잘못된 간척사업 보통명사로 굳은 이름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시화호의 여름 낭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시화호에는 12.67km의 긴 방조제가 있습니다. 시화 공단과 대부도를 연결하는 긴 둑이지요. 중앙분리대를 중심으로 한쪽은 차가 달리는 길이며 다른 한쪽은 아직 개통하지 않은 포장길입니다. 양 끝 출입구가 굳게 닫혀 있지요. 그 길다란 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인라인스케이트,자전거 매니아들이 속속 모여들어 그들만의 경연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바퀴달린 물건 가지고 노는 사람은 바퀴가 잘 구르는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기 마련입니다. 옛날의 여의도 공원이 자전거를 타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탈만한 장소였는데 그 곳은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비좁아 맘놓고 달리지를 못했었고 전망,공기가 별로였습니다. 여기 시화호 방조제 길은 꿈의 길입니다. 탁트인 바다,낙조,새떼,바람,갯벌,별... 거의가 가족 단위이며 동아리 회원들,친구,연인들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그 어떠한 상업적 시설이 들어서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을 즐길수 있는 것입니다. 나무지기는 이 코스를 얼마전에 알고 시간만 나면 가 보았는데 되돌아 오기는 딱 한번해보았습니다. 자전거를 타다가 걷다가 놀다가 쉬다가 4시간이 더 걸리더군요. 그 날 밤 난 다리며 어깨며 얼마나 쑤시고 아팠는 지 다시는 못일어나는 줄 알았습니다. 6살짜리 아들은 끄떡없이 새근새근 잘도 자더군요. 여름방학 목표는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워 그 길을 되돌아 오는 것입니다. 아마 그길은 모르긴해도 영흥 화력 발전소가 건설되고 나면 늘어나는 교통량을 소화하기 위해 확장하는 길인 것 같은데 제 생각엔 그냥 두었으면 참 좋겠습디다.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 그 길에서 세계적인 인라인 스케이트 대회를 개최하고 포도가 나는 철에는 대부도와 연계하여 포도 축제도 열고(이미 있더군요) 대부도 쪽으로 연장하여 마라톤 코스도 만들고(이것도 이미 있더군요) 갯벌 탐사,철새 관측 프로그램을 만들어 생태 학습장으로 만들고 윈드 서핑,요트를 띄우고 싶네요. 악취 풍기는 공장은 멀리 쫓아 내 버리고 말이지요. 며칠전 방조제 한가운데서 별을 보며 자전거 타다 끄적거린 졸시랍니다.
서해 밤바다
파르스름한 어두움이 서해 바다 자욱하게 번지니 여기 저기 흩어진 높고 낮은 섬들 하나 둘 등불 켜들고 나직한 소리로 서로를 부르며 둥그렇게 둥그렇게 모여듭니다.
♣♣♣ 바다 ♣♣♣
전 바닷가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난 뒤 바다를 벗어 난 적이 없었답니다. 첫부임지는 해운대 근처 그 다음은 광안리 부근 경기도로 날으니 서해바닷가이거든요. 서해 바다는 바다빛이 날이면 날마다 다르기에 난 칠면조라 부른답니다. 물안개가 피어오른 날이면 섬들이 가슴팎까지 안개에 잠겨 봉우리만 둥둥 떠 있는데 천년 묵은 전설이 기웃기웃거리며 떠돌아다니는 것 같구요. 맑은 날 거침없는 하늘을 떠가는 구름을 보노라면 이세상의 여행객이구나를 절로 느끼게 되지요. 비가 내리는 날 바다는 설명이 필요없구요.
비내리는 바다
하늘도 바다도 섬도 구름도 은회색 수채물감으로 젖어들고 물새 한마리 그림 속을 튀어나와 선 가로지르는데 행여나 섬이랑 부딪칠까 바다로 빠져들까 가슴이 조마조마
♣♣♣ 섬 ♣♣♣
시화로 발령을 받고는 사흘에 한번꼴로 시화 방조제를 퇴근하여 애 둘 태우고 달렸답니다. 대부도라는 섬 그 매력에 얼마나 푹 빠졌는 지 모릅니다. 물이 들어온 날은 일몰에 취해 공휴일은 더 넓은 갯벌에서 노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지요.
그 날도 대부도 앞 갯벌에서 게를 잡아 그릇에 담고는 바지락 칼국수 집에 요기를하러 들어갔답니다. "게 많이 잡았나요." "아뇨,몇마리 못잡았어요." 참 친절한 칼국수집 주인이라고 생각했지요. "그 게 놓아주면 안되나요." "사람들은 장난삼아 게를 잡아가는데 씨가 말라가요. 대부도 앞 갯벌은 관광객때문에 다 죽어가요." 난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답니다. 재미로 잡아다 집에가서 다 죽여놓고도 아무 생각없이 또 와서 잡아가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참 고마웠습니다. 그 아저씨는 대부도를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절대 바다에서 게를 다시 바다로 돌려 주었습니다. 자세히 게들을 관찰해 보니 다리가 잘려 있다든지 한 쪽 눈이 떨어져 나갔다든지 수난당한 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여름이 끝나갈 즈음 갯벌에서 숨쉬는 게는 정도가 더더욱 심합니다. 다음 졸시 속의 게는 대부도에 살고 있는 게입니다. 그림을 통해서는 확인하였는데 저도 실은 두어종류는 아직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도 갯벌 작은 이야기
따가워 햇살이 따가워 치켜세운 집게다리 너머 보이는 하늘엔 여름이 줄줄이 달려오고 날잡아봐,재바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칠게 촐랑대며 뻘흙에 머리 집어넣다 조개부스러기에 찔려 생채기 찔금 땅굴파기 대장 세스랑게 남몰래 연정 품었던 그집 담벼랑 파고 들어가다 줄행랑 당신으로 하여 내 몸과 영혼은 쉼을 얻으며 바위게 조개치레게 등짐지고 곰방대 물고 동네간섭 밤게 누가뭐라든 내식대로 살아 일자로 걸어다니는 아웅다웅 올망졸망 대부도 갯벌 게 사는 이야기
시화 주변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많이 있습니다. 방아머리 선착장엘 가면 섬으로 가는 배를 탈 수가 있지요. 덕적도,자월도,영흥도들이 배를 타고 갈 수 있는데 영흥도는 이제 다리가 놓여지면 육지가 되어 버리겠네요. 영흥도.. 시화에 첨 왔을 때 누군가가 방조제를 말해 주었고 가다보니 방아머리란 지명이 나오고 특이하여 들어갔다가 배가 있길래 배를 타고 한바퀴 둘러본 섬이 영흥도였습니다. 배는 사람도 태우고 차도 태우고 갈매기도 태우더군요. 애들이 참 좋아했습니다. 그 이후엔 대부도로 해서 통통배 타고 영흥도에 동료 선생님들이랑 놀러갔지요. 대부도 쪽에서 한 10년 근무하신 선생님 구석구석 녹아있는 지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법 없이도 살 법한 선한 사람들이며 풍광,인심,특산물,자잘한 삶의 이야기.....제가 살았던 것 같이 애정이 가더군요. 하지만 현재의 이 곳은 그렇게 낭만적인 곳이 아닙니다. 영흥도에 화력발전소를 세우느라 여기저기 괴물같은 송전탑이 올라가고 있으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헤져진 흙더미를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땅에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게 '우리 마을엔 절대 들어올 수 없다'는게 님비현상이라 했나요. 화장장을 짓지않기위해 주민들이 궐기하던 화면도 본 것 같습니다. 쥐방울만한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해 뇌종양이 걸리느니 한번씩 떠들썩한데 그 엄청난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피해는 어떠할 것이며 그 피해를 누가 떠맡고 누가 그 피해를 책임질 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한 혐오시설이 아니라 님비현상이 아니라 생존에 직결된 문제입니다. 이 아름다운 섬들이 수도권 사람들 뒷수발이나 드는 힘없고 초라한 섬이 아니되길 빌어봅니다.
2000 영흥도
섬기슭 걸터앉은 해송 터진 껍질마다 먼바다 풍랑 일렁대고 등굽은 호미채 들고 질퍽이는 세월 캐고있는 아낙들 바다가 하늘인줄 하늘이 바다인줄 바람부는대로 물결 넘실대는대로 그저 순리대로 살아온 순한 섬 발전소니 송전탑이니 흉흉한 소리 들리더니 도벌꾼 모양 먼곳에서 다리 하나 기어오고 다리따라 낯선 홍등 하나씩 걸리어오고 흉물스런 뼈대 밤사이 솟아나면 포도밭에서 염전가에서 갈대밭에서 섬처녀 숨죽여 우는 소리 들려오는 섬 하나 버둥대며 저물어가네.
섬을 둘러보면 다 그기가 그기 같지만 유심히 애정을 가지고 보노라면 같은 모습이 하나도 없습니다. 해안선하며 바다빛 길 하늘 볼 때마다 시선따라 달라집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덜어다가 가슴 속에 걸어다 두고 한번씩 꺼내 보는 것도 좋을거예요. 안그러면 나무지기처럼 바다하나 뚝 잘라다 숨겨놓던지요.
숨겨놓은 바다
이런저런 이유가 생기면 시화 방조제 지나 방아머리 선착장 지나 넓디넓은 대부도 포도밭 지나 숨겨놓은 바다에 닿게 된다. 으슥한 밤 불빛하나로 낙지 한바구니 건진다는 곳 바지락 가리비 백합 대합 조개무지 도란도란 구릉을 이룬 곳 마음의 풍경을 풀어놓은 선이 있는 곳 돌보아야할 일상이 잠시 닻을 내리는 곳 굽이 돌아가는 물살 여린 음 내는 곳 한 귀퉁이 베어 먹을 때 마다 물빛이 더욱 깊어지는 곳 어느 한 시절 흔적이 바다 풀처럼 너울거리다 마른풀로 기억의 창고 향기롭게 할 곳
잡목숲 황토 고갯길도 종종 아름다웠다
♣♣♣ 포구 ♣♣♣
오래 머물지 못하고 잠시의 휴식과 충전을 위해 들렀다 떠나는 곳이 포구이던가요 이곳에는 소래포구가 있지요. 다양한 수산물이 수북수북 쌓여 있는데 바다의 깊은 맛을 모르는 사람은 소래에 와도 별 재미가 없을 겁니다. 그저 좁고 복닥거리는 허름한 수산 시장으로 밖에 보이질 아니할 겝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눈으로 보기만 해도 참 즐겁지요. 소래의 매력은 그 팔딱 펄떡 뛰는 싱싱한 해산물 맛에 있지요. ♣조개모듬.. 조개는 종류도 참 많아요. 이 조개들을 모두 캐려고 얼마나 많은 아줌마들이 갯벌에서 고생을 했을까요? 조개구이는 허물없는 사람과 와서 먹어야 맛있습니다. 비위약한 사람은 잘 못먹거든요. ♣꽃게..꽃게를 좋아하는 서방님 때문에 종종 산답니다.바다 아지랑이가 아른 아른 피어오르는 봄날에서 진달래가 필 때쯤 제일 맛있다고 합니다. 알도 실하고 말이지요. 우리가 한번씩 가는 꽃게요리집에서는 이 시기 꽃게를 냉동 보관하여 1년 내내 장사한다고 하더군요.워낙 싱싱하여 별 요리솜씨가 없어도 간만 맞추어도 맛있지요. ♣새우..왕새우구이 이건 비닐 천막 구이집에먹어야 제 맛입니다.집에서 구워먹으면 냄새 때문에 사후처리가 불편하지요.불판 왕소금 위에 왕새우가 올려져 있는데 불을 켜면 새우가 뚜껑을 때리는 소리 콩볶듯 요란해집니다.양철조각 소나기 때리는 소리같기도 해요. 가엾다는 생각이 드나 맛을 보면 금방 잊어먹지요.펄펄 뛰는 새우가 도망갈까봐 뚜껑을 꼭 눌러야 합니다. 손가락만큼 굵은 쫄깃쫄깃한 요동치는 생새우를 초고추장에 찍어 날로 먹는 맛~~~~~ ♣새우젓..김치를 이집 저집에서 공수하여 먹기 때문에 김치를 담그지 않아 계란찜 할 때만 사용하는데 계란찜이 달작지근하답니다. ♣매운탕..회를 뜨고 남은 뼈와 머리 등으로 끓인 매운탕을 서더리 매운탕이라 하던데 우리집 식구는 엽기적인 표현으로 고기 시체라 하더군요. 어찌 잊으리요 그 맛을...매운탕용 우럭도 파는데 입 짧은 아들도 잘 먹는답니다. ♣생선..한 무더기로 파는 조기를 먹고 나면 다른 곳에서 사 먹을 수가 없어요.혀끝이 녹아들어요. 어떤 사람은 간고등어가 맛있다고도 하더군요.입구에 반쯤 말린 생선은 많이 사다가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하면 다들 어디에서 샀냐고 되묻지요.그러면 두번째는 가게만 가르쳐 줍니다. 이 글을 적고 나니 나무지기가 요리를 아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네요. 물론 글로만 일류 요리사이지요.
소래포구
소래포구에 찬 바람이 일면 알맞게 곰삭은 여인들 소풍나온 소녀되어 협궤열차 뼈대 남은 철길 건넌다. 풀기 빠진 모시 같은 모습으로 초로의 사내들 손에 손에 들통 들고 뒤따르고 새이기를 포기한 갈매기 떼는 새우잡이배 꽁무니 따라 맴을 돈다. 상호 하나 얻지 못한 아내는 연신 저려오는 다리를 잡어 섞인 동백하에 파묻는 동안 뱃전에서 선별하는 어부의 팔뚝 힘줄은 푸른빛을 더한다. 어수선하고 허름하여 아름다운 포구 성질 급한 왕새우 소금 불판 보이지 않건만 기절하여 드러누운 좌판 뒤로 담홍빛으로 농염하게 익어든 새우젓갈통 속에선 벌써 김장김치 익어 가는 소리 새어나온다
♣♣♣ 포도 ♣♣♣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보이느니 포도밭입니다. 대부도에서 제부도를 향하는 길은 포도밭의 차원을 넘어서서 포도숲이 펼쳐져 있고 화성 방향으로 돌려봐도 가도가도 포도밭입니다. 당도가 뛰어나며 전국에서도 맛좋기로 유명한 포도가 많이 많이 생산되지요. 해풍에 익어 가는 포도가 얼마후면 제 철이네요. 사시사철 포도밭 옆길을 오가다 보면 포도밭에 붙어사는 농부들의 모습에서 손길이 얼마나 많이 가는 과수나무인지 어렴풋이 짐작한답니다. 소쩍새가 울고,천둥이 먹구름속에서 울고,무서리 내리는 게 국화꽃을 피우기 보담은 포도열매를 얻기 위해서 라고 더 생각되어지기도 합니다. 도로 양편으로 포도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전을 펴고 길가에서 직접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밭에서 익은 그 오묘한 맛은 산지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맛 볼 수가 없지요. 포도농사가 대풍이어도 값이 떨어져 농약값이야 인건비 주고나면 남는 게 없다고 울상입니다. 포도 사먹는 입장에서 값싸게 실컷 먹을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실상을 알고 나니 편히 넘어가지도 않겠네요.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수고하며 지은 포도가 한순간에 쏟아져 나온다는 겝니다. 일손이 부족하여 미처 따 내지를 못해 밭에서 농익어 버린 포도를 헐값에 파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포도주 공장을 세우든지 포도 쥬스 공장이나 포도잼 공장이라도 세워져 제값 받고 그 수고로움을 두툼하게 보상받을 수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포도송이
어쩜 이리도 골고루 사랑을 받았을까 누가 더하지도 누가 덜하지도 않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어쩜 이리도 주는 사랑 바르게 느끼며 살아왔을까 모나지 않고 안달하지 않고
서로를 부축하며 먼 길 잘 왔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래도록,깊은,뜨거운 거친 숨 서로 나누며 잘 견디며 왔구나
나발 불며 기다리는 환호 없어도 주어진 길 말없이 묵묵히 그렇게
♣♣♣ 공단 ♣♣♣
대부분의 교사가 그러하지만 저도 기관지가 좋은 편이 아닙니다. 교직에 들어와서 기관지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제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안 좋았으니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합니다. 3월은 최악이지요. 새학년, 새업무,환절기 이사를 가보면 제일 먼저 제 목이랑,코,귀가 오염도를 알아챕니다. 처음 시화에 와서는 세달 내내 병원 신세였습니다. 말 한마디도 못하고 1주일을 손으로 발로 글로 살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공단옆 학교라보니 공단 옆에 살았지요. 이상야릇한 냄새도 얼마나 나던 지 안개낀 새벽 공업대 테니스장에 가노라면 숨쉬기도 좀 곤란하더군요. 개교때 계시던 선생님 말씀으로는 지금은 살기 좋아졌노라 하시더군요. 첨에는 교실 유리창 문을 열고 수업을 못했다더군요. 시민운동의 결과이리라 믿습니다. 공단과 신도시 적과의 동침일까요. 이 아름답고 순박한 소도시 공장에서 연기만 덜 뿜어내고 악취만 사라지면 애들 말대로 짱인 도시일건데 말이죠. 작년보다는 올해가 낫고 올해보다는 내년이 나아져 살기좋은 도시가 되리라 믿습니다. 다음 글은 아주 부드럽게 적어 보았습니다.
시화공단
샛바람 마파람 하늬바람 된바람 높새 바람 어떻게 빰 간지럽히는 지 알지 못하지만 그 바람 늘푸른 뱃사람 만큼 잘 이용하지.
투명한 안개와 폭풍우와 큰 바람과 맑은 날 표정을 연인 보듯 살피며 내 예측은 관측관에 버금가지.
그리고 비 내리는, 일요일, 새벽, 은밀한 배설의 즐거움을 나는 잘 알고 있지.
시화호란 글도 하나 적어 보았습니다.
시화호
스쳐 지나는 이는 그것을 안개라 한다. 하지만 잠시라도 뿌리를 둔 이는 그녀가 추는 한 맺힌 춤사위임을 안다. 제 품에서 키우던 갯지렁이 새우떼 싸늘한 시신 두고 추는 진혼무임을 안다.
스쳐 지나는 이는 그것을 안개라 한다. 하지만 잠시라도 뿌리를 둔 이는 갇힌 야생동물의 부르짖음임을 안다. 황야를 거침없이 내달린 시절 기억하며 우리에서 시들어 가는 맹수의 포효임을 안다.
스쳐 지나는 이는 그것을 안개라 한다. 하지만 잠시라도 뿌리를 둔 이는 살기 품고 달려드는 가시임을 안다. 폐유과 폐수와 매연으로 범벅되어 코로 목으로 폐로 피부로 찔러대는 독침임을 안다.
♣♣♣ 소금창고 ♣♣♣
시화로 발령받고 얼마동안 서울 쪽에서 출퇴근을 하였지요.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와 시화 쪽으로 가는 길에 갈대밭이 펼쳐져 있는 거예요. 우와 우와 멋지다 하며 감탄사를 발하는데 갈대밭 사이사이에 이상한 다 쓰러져가는 집들이 뛰엄뛰엄 서 있는 게 아니겠어요. 제 머릿속에 내장된 잡식을 다 쏟아 내린 결론은 성황당이었습니다. '이 동네는 무속신앙이 판치는 동네였나 보다.근데 참 이상도 하다... 인가도 없는데 무슨 성황당이 일렬종대로 서 있냐' 그 길을 식구들이랑 지나게 되었습니다. "저게 뭔 줄 아니?" "응 성황당" 단답식으로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습니다. "저게 소금창고야" 아니 뭐하고 하셨나요.서방님 소금창고라고 모든 의문이 다 풀렸네요. 왜 너른 땅에 갈대가 무성한 지 왜 일렬종대로 다 쓰러져 가는 집이 서 있는 지 저 땅이 갯벌이었구나. 물길을 막아 땅이 되었구나. 소금기가 빠져 나가니 저 붉은 풀들이 자라나는구나. 갈대가 잉잉우는 땅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노동에 절은 염부의 모습 그리고 소금을 실어나르는 배,바람에 말리는 소금푸대,그리고 협괘열차... 아는만큼 보인다 했던가요
월곶,소금창고
소금이 온다. 소금이 온다. 깊고 고요한 불볕아래 달고 향기로운 내음으로 소금이 온다. 고래심줄같은 결장지 바닥 서걱거리며 멀리서 찾아드는 피붙이처럼 소금이 온다. 절은 무처럼 늙어가는 소금쟁이 그저 내 살점같은 소금이려니 비로소 햇볕을 풀어 내려놓는다.
바람이 분다. 쓰러질듯한 소금창고에 바람이 분다. 소금쟁이 스산한 한 생이 무너져내린다. 갈꽃만이 무성하다. 뭍이 되어버린 폐염전 멀찍이 쾌락의 모래성 월곶 시커먼 몸뚱아리 바람에 흔들려온다.
철새떼 한무리 노을속으로 사라진다.
♣♣♣ 유흥가 ♣♣♣
신도시 유흥가 문제는 시화의 문제가 아니라 이나라 수도권 신도시의 문제입니다. 저 아랫동네 살다 수도권으로 이사와서 제일 놀랜 것은 밤에 피어나는 빨간 불 간판들입니다. 돈이고 여자고 술이고 수도권에 집중되어 그럴까요. 어둔 밤 쪽지하나 달랑 들고 학교확인 하러 온 날 이런 동네에서 자라나는 애들은 바로 자라날까 싶더군요. 하지만 여기에서 저도 두 아이 키우고 애들 가르치며 눈 반쯤 감고 살고 있습니다. 가로수 사이 술집 현수막은 또 얼마나 줄줄이 펄럭이는 지 모릅니다. 단속을 했는 지 없어지고 나면 얼마 후 더 많이 붙어 있습니다. 선정적인 문구 이 나라 남자들 수준은 설마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또 상업지구에 일 보느라 주차 시켜 놓으면 반나의 여자들 인쇄물이 유리창에 얼마나 매달려 있는 지 낯이 뜨겁습니다. 저녁시간 애들과 식당을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호객하는 여 종업원들 향수냄새 뿌리며 명함을 돌리는 데 애들이 누구냐고 물을까 겁이 납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게고 정말이지 남자들 접대문화 문제입니다. 문제
상업지구옆 학교
제가 조사한 간판을 발표해 보겠습니다. 주말 봉사료 완전 무료 아방궁,칠공주 ,삼천궁녀 모텔 룸살롱 나이트 클럽 가요주점 안마 시술소 시화 수퍼마켓 서해 횟집 . . 쾌락이 흘러흘러 한강물따라 흘러흘러 내 교실 적시는데 아직 직조되지 않은 씨실 날실 가닥이 그 아비가 그 아비의 친구가 그 아비의 아비가 흐려놓은 물 얼룩으로 젖어들고 있는데 밥 굶는 애보다 더 불쌍하여 차마 눈을 바라볼 수 없는데 오늘도 사거리 대로에서 누이는 거침없이 표정없이 유혹하고 있다네.
홍솔님 글 눈 한번 떼지 않고 읽었습니다 저도 지금 시화에 살고 있습니다...공감되는 글들이 많아요... 전 시화에 살게 된지 5~6년 되었습니다... 살면 살수록 정이 많이 가는 곳입니다...전 개인적으로 가을날 서쪽하늘의 빨간 노을을 너무 너무 사랑한답니다...^^*
첫댓글 6년 전 쯤에 쓴 글이예요. 그림 소금창고의 동네예요. 제가 무척이나 아끼는 글모음입니다. 일하다 말고 갑자기 바다가 보고싶네요.
제법이나 긴 글이네요. 찬찬히 읽어보겠습니다.^^
그림도 홍솔님 작품인가요? 여러가지 많은 재능을 가지신것 같아서 부럽스미다.ㅎㅎㅎ
그림은 일본작가예요. 아주 유명한 ~
아~~ 그렇군요. 그림이 참 예쁩니다.^^
전 처음에 시와 그림이 있는 시화인줄 알았습니다.ㅎㅎ 시화호를 뜻하는 말인것을 알고 찬찬히 읽어 보앗습니다.글을 통해 접하는 시화호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꼭한번 가봐야겟습니다. 전 한번도 가보질 못했거든요......
홍솔님 글 눈 한번 떼지 않고 읽었습니다 저도 지금 시화에 살고 있습니다...공감되는 글들이 많아요... 전 시화에 살게 된지 5~6년 되었습니다... 살면 살수록 정이 많이 가는 곳입니다...전 개인적으로 가을날 서쪽하늘의 빨간 노을을 너무 너무 사랑한답니다...^^*
향꽃무님 시화 사신다고요. 더욱 반갑네요. 저도 그 노을을 얼마나 좋아했는 지 모릅니다. 방조제에서 인라인 타다 만나는 노을이 최고였어요. 노을을 잡으러 달리기도 했답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