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자료 식인사회의 광인―「광인일기」 꼼꼼히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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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사회의 광인―「광인일기」 꼼꼼히 읽기

1. 계몽 문학과 문학 계몽

1918년 5월, 󰡔신청년(新靑年)󰡕 제4권 제5호에 발표된 루쉰의 ｢광인일기｣는 중국 최초의 현대적 단편소설로 꼽힌다. 그것의 “내용과 형식상의 근현대화 특징은 중국 현대소설의 위대한 시작이 되었고 소설 발전을 포함한 중국 문학 발전의 신시대를 개척했다.” 이후 루쉰은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작품을 발표하여 1923년 8월에 󰡔외침(吶喊)󰡕을, 1926년 8월에는 󰡔방황󰡕을 출간했다. 중국 현대소설은 루쉰의 손에서 시작되었고 또한 루쉰의 손에서 성숙했다. 이것은 역사상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다. 이처럼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루쉰은 창작 초기부터 “소설로 역사 발전에 참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창작에 임했다. 그는 소설 창작을 “그 역량을 이용하여 사회를 개량”하는 것이라 하면서 소설을 쓰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개괄했다.

물론 소설을 쓰는 데 스스로 무슨 주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왜’ 소설을 쓰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10여 년 전의 ‘계몽주의’ 사상을 품고 있다고 대답하겠다. 그것은 ‘인생을 위하고’ 인생을 개량하는 것이다. 나는 이전에 소설을 ‘소일거리로 읽는 책’이라 여기는 것을 깊이 증오했을 뿐만 아니라 ‘예술을 위한 예술’은 ‘소일거리’의 신식 별칭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병태적 사회의 불행한 사람들 속에서 제재를 많이 취했는데 그 의도는 병의 고통을 들춰내어 치료하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 있었다.

루쉰 사상의 전변을 이루었다고 하는 1927년에서 6년이 지난 시점인 1933년에도 루쉰은 여전히 그의 소설 창작의 목적을 ‘국민성을 개조’하는 ‘계몽주의’ 정신에 두고 있었다. 그는 기층의 ‘불행한 사람들’을 계몽대상으로 보았고, “민족의 기초를 이루는 대다수를 환기(喚起)시키는 것”을 문학의 기본 임무로 삼음으로써 “‘민족영혼 개조’라는 문학개념”을 제창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층 민중을 각성시키는 과정에서의 지식인의 역할이다. 루쉰의 󰡔납함󰡕과 󰡔방황󰡕에 등장하는 수많은 지식인들은 대개 계몽적 성격을 가진 각성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휴머니즘과 계몽주의를 중심축으로 중국을 근현대화 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은 실패의 연속이었기에 개혁을 시도했던 선각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개혁의 혜택을 비자각적으로 기대했던 일반 민중의 경우에도 개혁의 실패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도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렇게 볼 때 루쉰에게 있어 ‘불행한 사람들’이란 기층민중의 주요 성원인 농민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계몽하려고 했던 지식인까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볼 때, 5․4를 전후한 중국에서 농민이 계몽의 대상이었다면 지식인은 계몽의 주체였다. 인류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함께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분리가 생겨나고 그 후 그들 사이의 대립이 발전했다. 모든 적대적 계급 사회에서 육체노동은 착취당하고 지배받는 인민 대중의 상징이었고”, “정신노동은 소유 계급 혹은 그 계급에 의해 특권이 부여된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여기에서 소유 계급에 의해 특권이 부여된 사람들이란 바로 지식인 계층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정신노동에 직업적으로 종사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 계층”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식인은 진리충실성과 상승지향성을 그 속성으로 한다. 전자는 “지식인으로서의 역사적, 사회적 책임인식에 따른 민중지향성”으로 표현되며 지식인으로 하여금 민중을 위한 정신노동에 복무하게 하는 것이다. 후자는 주로 개인주의적 속성과 결합되어 개인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도록 만든다. 변혁기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대개 전자적 성향을 가지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경로의 발견과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특히 계몽 대상인 일반 대중과의 관계 정립은 지극히 어려운 문제였다.

「광인일기」의 근현대성은 비단 주제의 계몽적 성격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점은 계몽적 주제를 어떻게 문학화 시켰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쓰허(陳思和)는 루쉰의 ｢광인일기｣의 계몽적 성격이 단순한 ‘계몽 문학’에 그치지 않고 ‘문학 자체의 계몽’으로까지 나아갔다고 하면서,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이 소설을 읽을 때 얻는 느낌은 우선적으로 이 소설의 언어와 형식에서 비롯된다. 언뜻 보기에 산만하고 두서없는 서사형태, 미친 듯 미치지 않은 독백식 의론(議論) 및 처량하면서도 의미가 충만한 달에 관한 상징, 행간에서 스며 나오는 공포, 격분, 적막, 고독의 심경, 심지어 그 경구(警句)와 묘사 및 정보는 모두 우리에게 유기적이고도 총체적인 예술적 느낌을 준다. 이러한 예술적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본래적 죄악감과 예교의 허위성에 대해 사고하게 되는 것이다.

천쓰허의 언급을 서사이론의 용어로 전환시키면, 우선 시간의 면에서 도치서술을 썼고, 시점 면에서 일인칭, 줄거리 중심이 아닌 내면 심리묘사 중심의 구조 이외에도 상징 등의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유기적이고도 총체적인 예술적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중국 소설의 근현대화 과정에서 전통 모델을 돌파할 때 시간, 시점, 구조는 분명 중요한 작용을 했다. 먼저 시간의 측면에서 보면, 전통모델에서는 하나의 시간틀 내에서 시간의 순차에 따라 전개(연관서술)되던 것이 시간의 역전(도치서술)과 두세 개의 시간틀의 동시적 운용(교차서술)에 의해 돌파되었다. 시점의 측면에서 보면, 전통모델에서는 전지적 관점에서 작가가 본 것을 이야기했는데(전지서사) 점차 일인칭서사, 삼인칭 제한서사, 순객관서사로 나아가면서 이야기의 진실성을 확보해 나갔다. 서사구조의 측면에서는, 줄거리 중심의 전통모델이 인물성격 중심과 배경 중심의 서사구조로 전화되었다. 이렇게 볼 때 「광인일기」는 분명 서사학적 측면에서도 현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의 서문에 해당하는 도입부분은 문언(文言)문으로 쓰고 있지만 ‘광인’의 일기는 백화(白話)문으로 쓰고 있어 5․4 신문화운동의 혁신적 운동이었던 ‘언문일치운동’, ‘백화문운동’을 최초로 창작 속에 녹여 내고 있다. 이 역시 언어적 측면에서의 계몽 역할을 선도적으로 하고 있다.

2. 식인사회의 광인

이러한 지식인의 계몽적 역할은 지식인 자신의 이중적 속성과 계몽 대상의 우매함으로 인해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근현대화(Modernization)’ 과정이었다. 중국 현대문학사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계몽적 역할을 자각한 지식인으로 보이는 인물은 바로 루쉰이 창조한 ‘광인’이라 할 수 있다. 일기체 형식을 빌려 피해망상증에 걸린 ‘광인’의 내면 심리묘사를 쓴 이 소설은 봉건 사회의 ‘식인’적 본질을 파헤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광인’은 비정상적인 사람을 뜻한다. ‘광인’은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는 것처럼 느끼는 피해망상증 환자였고, 점점 그 광증이 깊이를 더해 가면서 결국 “사람을 잡아먹은 적이 없는” “아이를 구해야 할 텐데 …”는 중얼거림으로 끝난다. 이처럼 작품의 표층구조의 측면에서 볼 때, ‘광인’의 일기는 그야말로 “의가(醫家)의 연구물”(29)로서의 가치밖에는 없다. 문제는 작품의 심층구조이다. 과연 루쉰은 서문에서의 화자가 말한 것처럼 의학 연구 자료로서 이 작품을 썼던 것일까? ‘민족영혼 계몽’의 과제를 제창한 루쉰이 ‘광인’을 형상화함으로써 의도한 계몽의 성격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인’이 상징하는 계몽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광인’은 비정상적인 형상이다. 작품에서 ‘광인’의 피해망상증의 원인은 분명치 않지만, 현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십 년 전 구쥬(古久) 선생의 낡아빠진 출납 장부를 짓밟아 그 양반 기분을 잡치게 한 일”(31)이 있는 ‘광인’은 일단 기존의 권위에 반항하는 인물로 추정할 수 있다. ‘광인’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과 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태도를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역사, 중국의 역사가 “‘인의’(仁義)니 ‘도덕’(道德)이니 하는 글자들”로 포장된 “식인”의 역사였음을 깨닫는다.(33) 이러한 사실을 먼저 발견한 ‘광인’은 포장된 거짓의 ‘인의도덕’을 반대함으로써 계몽을 주장했다. 그러나 ‘광인’이 직면한 현실로서의 계몽의 대상―소설에서는 그의 형으로 상징됨―은 우매한 일반 민중이었으므로 ‘광인’의 계몽은 당시 수많은 지식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좌절당한다. 이러한 좌절은 「술집에서(在酒樓上)」의 뤼웨이푸(呂緯甫)의 구식 가정으로의 도피, 「고독한 사람(孤獨者)」의 웨이롄수(魏連殳)의 권력과의 타협 및 병사(病死)의 또 다른 형태라 할 수 있다. 뤼웨이푸와 웨이롄수는 둘 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추구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이상을 완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주위 대중들로부터 소외되고,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당하자 마침내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는 형국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러한 그들의 심경은 바로 계몽의 열정과 미래에의 낙관으로부터의 좌절이며 고독으로의 이행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에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낙오된 지식인 군상, 이것이 ‘광인’, ‘뤼웨이푸’, ‘웨이롄수’ 등의 모습이다. 뤼웨이푸와 웨이롄수가 계몽적 역할에 대한 각성을 거쳐 그것을 시도하다가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쳐 좌절했다면, ‘광인’의 경우에는 각성의 과정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쳐 피해망상증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뤼웨이푸와 웨이롄수는 ‘광인’의 훗날의 모습일 수도 있다. 소설 내에서도 광인은 피해망상증이 완쾌된 이후 지방의 관리 후보로 부임했다.

‘광인’이 각성한 내용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종합하여 나름대로의 ‘연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은 바로 인의도덕으로 거짓 포장된 역사의 본질이 바로 ‘식인’으로 점철되었다는 발견이었다. 그리고 둘러보니 모든 사람에게서 ‘식인’의 혐의를 느낄 수 있었고, 심지어 자신도 그런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광인’은 마지막에 아직 ‘식인’의 경험이 없는, ‘식인’ 사회의 악습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아이를 구해야 할 텐데…”라고 중얼거린다. 루쉰은 ‘광인’이라는 비정상적인 인물을 설정하여 오랜 봉건국가로부터 현대 중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계몽기의 선각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즉 이중부정에 의한 강한 긍정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광인’ 형상이 가지는 근현대성은 바로 ‘광인’이 ‘인간 해방의 선구자’라고 하는 반봉건적 성격의 계몽을 자각한 점에 있다 하겠다.

3. 「광인일기」 꼼꼼히 읽기(細讀/ 管窺)

예술구조 분석을 통해 의미구조 파악

광인의 이미지: 루쉰 내면의 또 다른 자아. 예술 이미지, 주관적 창조물.

문화가치관념의 극변

정신병 환자, 반봉건 전사,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반봉건 전사

광인과 각성자/반역자

광 인―발병―병세 발전―이해를 구함―실망․완쾌

각성자―각성―인식 심화―계몽을 진행―실망․소외

1) 발병/각성: 1절

주변 세계에 대한 낯선 느낌, 달빛, 주체의 정신 상태에 거대한 변화

낯섦―>두려움―>경계―>예민함

시각이 바뀌니 모든 사물이 달리 보임

주변 세계에 대한 낯선 느낌, 정신적 상쾌함, 지금이 옳고 예전에는 그르다는 신선감, 막연한 두려움과 두려운 느낌에서 비롯된 민감한 의심 등등

2) 병세 발전/인식 심화: 2-6절

저녁에 발병, 이튿날 외출, 다른 사람이 알려줘 천라오우가 집으로 데려와 감금.

4절: 진찰

3) 이해를 구함/계몽을 진행: 7-10절

문화 계몽

과학 의식-맹목 미신

진화 의식-보수 수구

인도의식-생명 멸시

사회의식-명철보신

개성의식-노예 복종

개의 이미지

4) 실망, 완쾌/실망, 소외: 11-12절

과거 회상-자아 참회

사상 역정의 종결, 정신반역자의 임종 유언

반어 구조:

정신질환자 생리적 비이성적 부정적 가소로움 희극적

정신반역자 심리적 이성적 긍정적 비장함 비극적

* 역사적 중간물: 내재적 광인과 외재적 범인의 복합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