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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11. 9. 터어키 이스탄불 *
11월 9일은 오전 9시 30분에 시내의 도서관 방문이 예정되어 있어서 아침에 조금 여유가 있었다. 일찍 일어나 호텔식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은 후 몇 사람과 함께 호텔 주변 지역을 산책하였다.
사진 1) 호텔 아침 식사용 음식(빵)
사진 2) 호텔 아침 식사용 음식(치즈)
보스포러스 바다 연안부두 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이스탄불 역이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파리에서 출발하여 빈을 거쳐 달리는 초호화 열차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종착점이라고 한다. 즉 유럽의 종점인 것이다. 그러나 이스탄불은 유럽쪽에서 보면 그 끝이지만 아시아 쪽에서 보면 유럽의 출발점이며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사진 3) 이스탄불 역(1)
사진 4) 이스탄불 역(2)
거리엔 출근하는 사람으로 분주한데 부두에 가니 이른 아침부터 긴 릴낙시대로 낙시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참을 거닐다가 되돌아와서 숙소 위 히포드럼 광장쪽으로 올라가니 때마침 지나가는 전차가 어릴 적 추억을 자극하며 정류소에 멈춰서 손님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 5) 히포드럼 광장으로 가는 도로의 전차
시간이 되어 버스로 이동하여 이스탄불 시내의 ATATÜRK KİTAPLIĞI 도서관을 방문했다. 아타투르크 도서관(Ataturk library)은 터키 최대의 도시인 이스탄불에 소재하고 있는 시립도서관으로서 터키의 국민적 영웅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 (Mustafa Kemal Ataturk)를 기념하여 건립된 도서관이라고 한다. 도서관 전용 건물 6개, 박물관과 도서관을 겸한 건물 6개, 이동도서관 전용 버스 5대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자료 봉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각 건물․ 버스 별로 오 천권에서 만 여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다고 하였다. 방문한 아타투르크 도서관은 만 여권의 장서를 비치하고 있었다.
사진 6) 아타투르크 도서관(Ataturk library)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1층은 전체로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료실이 있고, 2층은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열람실, 신문․ 잡지 코너가 있으며, 지하에는 매점과 사서들이 자료를 정리하는 정리실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었다. 전체 직원 140명 중 사서는 17명이며, 그 외는 행정, 복사 등의 업무를 하는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곳은 대부분 자료를 찾으러 오는 이용자가 많아 열람실 좌석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 7) 아타투르크 도서관 내부 모습(1)
특징적으로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고, 갤러리 실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어 전시회, 콘서트 등이 계속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하였다. 1년에 약 이십만 명의 주민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으며, 자료실 대출이용은 15일 이내 2권까지 가능하다고 하였다. 전화로 도서대출 예약이 가능하나, 한정된 자료에만 한정되어 있어 이에 대한 보다 나은 서비스 확대가 시급한 것 같았다.
특히 눈에 띠어 우리에게 다소 실망을 안겨준 것은 한약방의 약재서랍처럼 생긴 자료검색용 목록함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목록함을 이용한 자료 검색과 무인복사기의 미비 등으로 보아 도서관의 정보화는 우리보다 상당히 뒤처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미적 감각을 가미한 자료실 내 서가배열과 5각형의 열람실 좌석배치, 개인별 독서 스탠드 설치 등의 공간 활용은 예술적 측면에서는 본받을 만 하였다.
자료실 내에 별도 코너를 설치하여 일정한 권수 이상의 도서를 기증한 사람들의 사진 및 약력 등을 전시해 놓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지역주민들에 대한 홍보 효과를 높이고 도서관의 역사적 의미를 깊게 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진 8) 아타투르크 도서관 내부 모습(2)
도서관 방문 후 시간이 남아 점심때까지 30분쯤 시내 탁심(TAKSIM) 거리를 관광하였다. 서울의 명동과 같은 번화가라고 하는데 상가들이 밀집해 있고 행인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서울의 거리보다는 한산해 보였다. 도로 가운데로 아담한 모양의 전차가 문을 연채로 지나다니고 그 위로는 터어키공화국 80주년 기념 빨간 현수막이 거리를 따라 길게 걸려 있었다. 그리스의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한 것이었다면 이곳은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쳐보였다.
사진 9) 탁심 거리
사진 10) 탁심 거리의 전차
12시가 되어 세히르(Sehir) 식당에서 현지식인 도네르케밥으로 점심을 먹고는 톱카프궁전으로 발길을 옮겼다. 터어키의 음식은 그런대로 먹을 만 하였다.
사진 11) 점심을 먹은 식당
사진 12) 그날 먹은 점심(도네르 케밥)
이스탄불 최고의 관광 명소로 손꼽히는 톱카프 궁전은 성 소피아 성당 바로 옆에 있었다. 이 궁전을 처음 지었을 당시에는 ‘새로운 궁전’ 혹은 단순히 ‘궁전’ 이라고 불렀는데 19세기 중반부터 사람들이 이 궁전을 “Top 대포, Kap 문, Palace 궁전”에서 톱카프궁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궁전 앞에는 언제나 커다란 대포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16-17세기 세계 최강국이었던 오스만 터키 제국이 400여 년간 사용했던 궁전으로서 1839년 새로운 궁전 돌마바흐체 궁으로 옮길 때까지 22명의 술탄이 거주하였던 곳이라고 한다. 오스만 제국의 명성에 걸맞게 화려한 궁중생활을 엿볼 수 있는 각각의 방들은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 놓았다. 이곳에 소장된 유물은 86,000여점으로 세계적인 박물관으로서의 명성을 얻고 있다.
사진 13) 톱카프 궁전 입구
사진 14) 톱카프 궁전 중앙문 앞
이 궁전의 구조는 네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네 공간을 보통 첫 번째 정원, 두 번째 정원, 세 번째 정원, 네 번째 정원이라고 부른다. 출입문인 제국의 문을 들어서는 첫 공간이 첫 번째 정원이다. 이곳을 들어서면 대 제국의 왕궁이라기보다는 소박한 성주의 정원처럼 느껴진다. 정원은 그리 크지 않아서 두 번째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 ‘예절의 문’(바부스 셀람)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메흐멧 2세의 통치 기간 중에 만들어진 이문은 "중앙 문" 이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지붕이 없는 성벽 모양의 문이었고 1525년 술레이만 대제 때에 건축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 15) 톱카프 궁전 박물관 안내판
예절의 문을 통과하면, 곧게 뻗은 수 백년된 향나무들이 우뚝 서 있는 색다른 분위기의 두 번째 정원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은 ‘디반 메이단’ 즉 ‘의회가 있는 정원’으로 오스만 터키의 중요한 행정이 이루어졌던 장소라고 한다.
의회의 동쪽으로 발전소 굴뚝같은 것이 보여 궁금하게 생각했는데 이 건물은 부엌이 있었던 곳이라고 하였다. 이곳에서 당시 7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진 400여명의 요리사와 1,200여명의 종사원들이 3,000여명의 궁중 식사를 담당했다고 한다. 부엌 건물은 현재 도자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주로 중국의 도자기들이 당, 청, 명나라 등 연대순으로 진열되어있었다.
사진 16) 톱카프 궁전 부엌이 있던 건물
도자기 전시실 옆에는 "헬바하네’라고 불리는 터키 과자를 만들던 곳이 있는데 현재는 부엌 집기들이 진열되어 있고, 복도반대 편에는 궁전에 있던 기술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은제품과 외국으로부터 수집된 각종 은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사진 17) 전시된 은제품 유물(1)
사진 18) 전시된 은제품 유물(2)
사진 19) 전시된 은제품 유물(3)
세 번째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지복문’이라고 한다. 새로운 술탄의 즉위식, 군대의 출정식 그리고 정복을 축하하는 행사 등 궁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들은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고 한다. 이 문을 통과하면 외국 사신이나 고위 관료들을 왕이 접견하던 접견실이 있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접견실 입구에 수도꼭지가 하나 있어 왕이 사신 등을 접견할 때면 이 수도꼭지를 틀어 엿듣는 것을 방지했다는 것이다.
왕의 접견실 오른쪽에는 오스만 제국의 진귀한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는 보석관(보물 박물관)이 있었다. 이 건물에는 옛날 한 어부가 다이아몬드 원석을 바다에서 낚아 올려 스픈 3개와 맞바꾸었다고 하는 86캐럿짜리 “스푼메이커스 다이아몬드”와 250kg의 황금 왕좌, 순금 촛대, 톱카프 단검, 의식용 보석 물병 등 전 세계에서 수집한 갖가지 진귀한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외에도 세례요한의 뼈, 모세의 지팡이, 다윗의 칼, 기도할 때 쓰는 구슬, 상아와 타일로 만들어진 각종 물건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입이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보물들을 보니 역사책에서는 별로 느끼지 못했던 오스만 제국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보석의 내용에 따라 4개의 방으로 나누어 전시하면서 사진 촬영도 엄격히 금지하고 전시된 각보물마다 이중 삼중의 보안 장치를 설치하는 등 관리가 철저하였다.
네 번째 정원은 출입문이 없고 개방되어 있었다. 술탄과 그 가족을 위한 정원이라고 한다. 이 정원에 들어서니 전망이 아주 좋았다. 오른편으로는 보스포러스 해협이 한눈에 보이는데 시원스런 경치를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마침 파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보이기에 함께 사진을 찍고 고맙다고 인사했더니 그녀의 애인인 듯한 청년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어서 꺼지라고 손짓을 하였다.
사진 20) 톱카프 궁전 언덕에서 보스포러스 해협을 배경으로
사진 21) 톱카프 궁전 언덕에서 파란눈의 여인과 함께
정원 왼편으로 돌아드니 정자가 있었다. 골든혼(바다)을 바라보고 있는 바그다드 정자는 무랏 4세가 1639년에 바그다드를 정복한 기념으로 세웠다고 한다. 은과 진주, 상아 상감으로 장식된 이 정자는 우아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무랏 4세는 코카스산까지 확장된 영토 점령을 기념으로 또 하나의 정자를 세웠는데 그것이 연못 옆에 위치한 레반 정자라고 한다. 두 정자 사이에 골든혼을 바라보고 있는 황금빛 지붕의 작은 누각이 있는데 이것은 이프타리예 정자라고 하며 이슬람의 중요한 종교 절기 중 하나인 라마단 때에 술탄이 낮 동안의 금식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했던 곳이라고 한다.
사진 22) 이프타리예 정자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기 위해 3시 반까지 공항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바삐 움직였다. 입장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고 별도의 관람료를 내야하는 관계로 왕실의 여인들이 거처했다는 비밀의 방 하렘을 구경하지 못하고 나온 것이 아쉽다. 현지가이드는 톱카프 궁전 관람을 끝으로 일정을 마치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총무가 계약서를 들먹이며 지하 물 저장고 관람이 빠졌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그녀는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성소피아 성당 맞은편에 있는 지하 물 저장고로 안내하였다.
지하 물 저장고는 지하궁전(Yerebatan Sarayi)이라고도 하며 532년 비잔틴제국의 유스티니아 황제때 완공 된 것이다. 전쟁 등 유사시에 시민들의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19Km 떨어진 벨그라드 숲에서 끌어온 물을 이곳에 저장했다고 한다. 길이140m, 폭이 71m, 높이 9m로 된 이 지하저수조는 336개의 기둥으로 건축되고, 8만톤의 저수량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곳의 기둥들은 고대 그리스의 여러 신전에서 떼어 와서 키를 맞추어 설치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저수조의 한 구석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의 얼굴 두 개가 하나는 밑바닥에 옆으로 눕고 하나는 거꾸로 처박혀 기둥의 주춧돌이 되어 있는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저수조 바닥의 맑은 물에는 이름 모를 물고기가 한가히 노닐고 있었다.
사진 23) 지하 물 저장고(1)
사진 24) 지하 물 저장고(2)
사진 25) 지하 물 저장고 기둥 밑 받침대로 처박혀 있는 메두사 얼굴상(1)
사진 25) 지하 물 저장고 기둥 밑 받침대로 처박혀 있는 메두사 얼굴상(2)
서둘러 관람을 마치고 오후 3시 40분경 버스로 이스탄불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 어제 저녁을 먹었던 악수시 식당으로부터 저녁식사용 김밥도시락이 배달되었다. 공항에서 탑승 및 수화물 탁송 수속을 하는 중에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랍계 터어키인 아가씨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에 터어키 방문 첫날 현지가이드에게 배웠던 사랑의 제스처를 실험해 보았다. 아름다운 여자하고 눈이 마주쳤을 때 계란을 쥔 모양으로 오른쪽 손가락 다섯 개를 가지런히 모아 오른쪽 가슴 가까이 갖다 대면 “당신 참 아름답습니다. 아주 멋있군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후 주방장을 보고 같은 제스처를 취하면 “음식이 참 맛있습니다. 주방장 최곱니다.”라는 뜻도 된다고 한다. 내가 수화물 탁송 담당 아가씨에게 싱긋 웃으며 이 제스처를 취하자 아가씨는 입이 함박만 하게 활짝 웃으며 땡큐를 연발하였다. 비행기 탑승 대합실로 이동하여 1시간가량 대기하다가 탑승을 하려고 하는데 보안검색코너 입구에 그 아가씨가 또 나타났다. 눈이 마주친 우리는 10년 지기를 만난듯 하이파이브를 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스캔들 하나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다른 승객들에게 밀려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명함 한 장 건내며 악수만 하고 헤어지고 말았다.
오후 5시 40분 우리가 탄 이집트항공은 이스탄불 상공을 날아 카이로로 향했다. 카이로에 도착하니 라미와 현지가이드 김혜란씨가 나왔다. 첫날 가이드 강은영씨가 좀 멀리 있어 룩소 일정은 자기가 대신 수행한다고 하였다. 혜란씨는 우리를 위해 특별히 한식을 준비했다며 버스를 타고 또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였다. 터어키에서 김밥 도시락을 받았고, 비행기에서 기내식도 먹었는데, 도착하니 또 먹어야 한다니 저녁을 3번 먹는 셈이다. 여행사와 현지 가이드간 커뮤케이션에 착오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도 준비된 것이라 안 먹을 수도 없어서 VENDOME호텔 식당에서 1시간을 기다려 8시쯤에 저녁을 또 먹었다. 대신에 나는 김밥을 먹지 않고 남겨두었다. 내일아침은 룩소 방문을 위해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야 하기에 저녁식사 후 첫날 숙소인 Zoser Hotel로 다시 가서 일찍 잠을 청하였다.
사진 26) 저녁을 먹은 식당(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