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엔 맥도날드!

[샛별]

<점심엔 맥도날드 !>

 우산을 쓰고 맥도날드 수원성점으로 갔다.

시끄럽고 빠른 팝송이 울리고 사람들은 1F에 꽉 차 있다.  삼면이 유리로 되어 있고 우드 브라인드는 맨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맥도날드의 상징 빨강과 노랑이 섞인 쇼파가 군데군데 놓여져 있고  머리 위를 쪼이는 붉은 조명이 따뜻하다.

맥시스파이 상하이 버거 SET를 주문하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앉았다.

얼음 떨어지는 소리, "드시고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직원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지금부터 들어오는 손님은 자리가 없어 2F으로 올라가야 한다.

 셋트 메뉴를 시켰는지 빈 봉지만 수북하고 콜라가 반쯤 남아 있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는 6개월 정도로 보이는데 계속 손가락을 빨고 있다.

옆에는 유모차가 세워져 있고, 엄마는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부은 후 분유를 탄다. 남편과 아이의 머리 모양이 똑같다. 남편은 회색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로 가려고 일어선다.

 아가 엄마도 슬리퍼를 신었고 엄지발가락엔 빨간색 칠을 했다. 양말도 안 신었다.

손수건을 세모로 접어 목에 우유병을 입으로 넣는다. 아이는 힘차게 굴떡 넘긴다.

갑자기 전화가 온다. 우유병 잡은 손은 핸드폰으로 옮겨졌고 아이는 다시 손가락을 빨기 시작한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와 자리에 앉자마자 한 쪽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나머지 다리도 떨고 다시 두쪽 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계속 떨고 있다.

엄마는 통화가 끝났는지 우유병을 아기 입으로 가져간다. 아기는 금방 한통을 다 먹고 잠이 들어 버린다. 젊은 부부는 무엇을 사려는지 계속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한다.

여기서는 그것까지 보이지는 않는다.

엄마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려는데 아이가 깨서 발길질을 하니까 유모차에 태우기를 포기하고 안고 나간다. 남자는 쟁반에 담긴 쓰레기를 치우고 가방, 아기띠, 보온병을 챙겨 유모차에 싣고서 따라 나간다.

밖은 비가 오는데 우산도 쓰지 않고 어디론가 떠났다.

테이블은 비워졌다.

잠시 후에 맥도날드에서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그 자리에 앉으신다.

빠르게 셋트 메뉴를 드시기 시작한다.

허기가 지셨나...  포테이토를 하나 드시고 손가락을 티슈에 닦는다. 기름이 묻는 손가락이 불편하신가 보다. 나랑 똑같다.

검정운동화에 보라색 양말, 꽃무늬 몸빼바지를 입으셨다. 

머리는 옛날 할머니들 처럼 앞으로 쪽 넘기셔 고무줄로 묶으셨다. 쪽진 머리같다.

햄버거를 잡은 손톱에 봉숭아물이 들어 있다. 그런데 드시는 속도가 나보다 더 빠르다.

나는 두리번 거리느라 아직도 남아 있는데 할머니께서는 다 드시고 일어나신다.

금테안경을 다시 바로 잡으며 무지개 우산을 쓰시고 맥도날드를 떠나신다.

 직장인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모두 짙은색 양복차림에 여자는 높은 힐 소리가 딱딱난다. 식사는 다른 곳에서 했는지 커피만을  하나씩 주문했다. 설탕의 허리를 분질러서 커피에 쏟아 부으니

"당이 높아진다" , "그렇게 많이 넣으면 달아서 못 먹는다", "커피맛은 나지도 않겠다", " 설탕물이다"

 아우성이 대단하다.

들으면서 웃긴다.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하세요' 같다. 내가 큭큭거리니 양복입은 아저씨가 나를 쳐다 본다. 

점심시간 맥도날드 식당의 테이블이 비워지는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나는 너무 오래앉아 있었다.

다른 손님을 위해서 점심쓰레기를 버리고 우산을 챙겨 서둘러 나왔다.

점심엔 맥도날드다.

<포토일기 100-77>

[엄지공주]

내가 앉아있는곳 주변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우린 대부분 그냥 지나치죠. 샛별님의 관찰력 대단하세요.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으시고 글로 남기시네요!!

[샛별]

글을 쓰다 소재가 떨어져서요.. ㅋㅋ
책 서평쓰기만으로는 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