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 노래자랑 *
금년 초, 옥황상제가 하늘나라의 각료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지금 우리 명부(冥府)에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듣자하니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더구나.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예전에는 인간들의 수명을 우리가 정해줬지만, 지금은 몇명을 제외하고는 살 수 있는 데까지 살도록 풀어줬지 않느냐. 그랬더니 100세 시대라고 좋아서 난리치더니만 자신이 건강관리 잘못해서 일찍 올라온 사람들이 웬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모르겠구나!!.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들이로고." . 옥황상제는 혀를 끌끌 찬 후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내 그래서 말인데, 실의에 빠진 그들을 위로하고 침체된 이곳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데 무슨 묘안이 없겠느냐?"
그러자 문화대신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한다. "안 그래도 우리가 지금 기획하고 있는 것이 있사옵나이다"
옥황상제가 반색하며 묻는다. "그래, 그게 무엇인지 속히 말해 보거라"
"지금 인간 세상에서 제일 인기있는 프로가 '전국노래자랑'이온데 우리가 그걸 베껴서 '천국노래자랑'을 하면 어떨까 하옵니다. 며칠 전에 전국노래자랑에서 '땡'아저씨로 유명했던 김인협 악단장을 만났는데 이곳에 온 지 10년이나 됐다며 일거리를 좀 달라고 했사옵니다. 악단장도 있으니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옵니다. 또한 작년에 가수 이수미, 이동원도 이곳에 왔으니 초청 가수로 쓰면 될 것이옵니다. 게다가 작년에 와서 지금 불구덩이에 있는 전두환, 노태우도 나름 쓰임이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자 옥황상제 뿐만아니라, 여러 대신들도 기발한 아이디어라며 맞장구를 친다. "그래, 아주 좋은 생각이구나. 빨리 열릴 수 있도록 추진해 보거라."
그러자 염라대신이 걱정스러운 듯 한 마디 한다. "행사에는 MC가 가장 중요한데." 그러자 문화대신이 "그 프로는 송해가 아니면 안 될 줄 아옵니다. 그런데 송해가 오려면 아직 좀 더 있어야 하고 우리가 일부러 불러들이면 인간들의 반발이 클 것 이옵니다."
(천국에서는 송해 선생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아직 못받은 모양이다. 소식도 느리네^^^^^!!)
"그래, 그것도 그렇구나. 그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문화대신이 준비했다는 듯이 말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가 대안으로 준비한 것이 '가족 오락관'의 MC 허참을 불러오는 것이옵니다. 나이도 70을 넘었고, 요즘 맡고 있는 방송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참을 부르면 인간들의 반발도 별로 없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옥황상제는 반색을 하며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빨리 실행에 옮기도록 해라."
며칠 후 문화대신이 옥황상제를 찾아왔다. "그래, 천국노래자랑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느냐?" 문화대신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보고를 한다. "허참을 지난 2월 1일 불러왔는데 반발이 아주 크옵니다. 2019년 '아내는 지금'이라는 앨범을 내고 열심히 활동 중인데 이렇게 갑자기 불러오면 어떡하냐고 생난리입니다. 또한 천국노래자랑은 송해 말고는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며 그 프로 만큼은 절대 안 맡는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다.
옥황상제도 근심스런 얼굴이다. "그래? 그럼 어떡하면 좋으냐. 그런다고 다시 돌려보낼 수도 없지 않느냐. 그대가 잘 설득해 보거라."
문화대신은 매일 허참을 찾아가 설득했지만 허사였다. 허참의 조건은 다시 인간세상에 내려가 80세까지만 살게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그건 불가한 부탁이었다. 게다가 육신마저 불태워져 들어갈 몸도 없지 않은가. 문화대신의 근심은 나날이 깊어만 갔다.
그 모습에 마음 졸이던 예능국장이 문화대신에게 넌지시 제안을 한다. "이 참에 송해를 직접 부르는 것이 어떠할런지요. 나이도 95세니 많이 살았고, 이제 그 나이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침 아직 그 프로가 재개되지 않았고 아마 인간들도 송해의 건강이 염려돼서 다른 사람이 진행을 해도 반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염라대신에게 협조를 구해서 저승사자를 보내 송해의 의향을 떠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그래. 그것도 괜찮겠구나. 내 염라대신에게 당장 가서 협조를 구해야 겠다."
며칠 후, 저승사자가 인간 세계에 내려왔다. 송해를 찾아가기 전에 민심을 훑어보니 인간들도 송해를 데려가는 것에 대해 큰 반발이 없음을 알게 됐다. 송해를 찾아간 저승사자. "염라대왕의 지시로 왔다. 그대에게 선택권을 주겠노라. 더 살기를 바라느냐, 아니면 우리와 함께 가겠느냐."
송해는 넙죽 절하며 읊조린다. "따라가겠습니다. 이제 혼자 사는 것도 너무 힘들고 얼마 전부터는 먼저간 아내와 코미디언, 가수들이 꿈에 나타나 그만 오라고 손짓 합니다. 내 나이 95인데 더 이상 바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 것도 추하게 비쳐질 것입니다. 마침 사자님이 오셨으니 따라가겠습니다." "그래,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따라 오너라."
修文催四老/餘伴淚盈襟 수문랑(修文郞)을 뽑으려고 네 노인을 재촉해 데려가니/ 세상에 남은 친구들의 눈물이 옷깃에 흥건하네
송나라 초의 설화집 ‘태평광기(太平廣記)’에 등장하는 글로, '수문랑’은 저승에서 글 짓는 업무를 담당하는 벼슬인데 가까운 문인(文人)의 죽음을 '수문랑 자리에 앉히려고 저승에서 데려간 것으로 비유'하며 슬퍼했다고 합니다.
송해 선생님도 정녕 수문랑(修文郞)처럼 천국에서 널리 쓰시기 위해 모셔간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한창 천국노래자랑 준비에 여념이 없으실테니 임의 명복을 빕니다.
카톡에서 받은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