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꽃의 정원
최학용
양평의 세미원. 여기서 해마다. 7월 초부터 8월 15일까지 연꽃 잔치가 한창이다. ‘연꽃 축제’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여러 해 동안 이맘때면 우리 부부는 이곳을 즐겨 찾았다. 30도가 넘는 더위지만 전철을 이용하니 시원해서 무리 없이 도착했다. 연중행사처럼 이곳을 찾는 날, 누가 우리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준비하고 나서는 우리, 서로 기분이 좋은 날이다. 덥기는 하지만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 절로 발걸음이 가볍다.
몇 해째 해마다 찾는 연꽃 축제장, 이곳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용담지다.
집 근처 상 왕십리역에서 전철로 1시간 정도 걸려 도착. 양평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으면 이곳 정문에 이른다. 이름하여 (세미원)이라는 넓은 정원이다.
더위 속에서도 여기저기 인파가 북적인다.
연꽃 만발한 연못마다 꽃의 색깔도 다르고 잎의 크기도 다르다. 연잎으로 머리를 가리면 하늘을 가릴 듯 펼쳐진 커다란 연잎. 여러 가지 색 다른 커다란 환한 꽃들이 구경꾼들을 환호하게 한다. 연꽃 정원 중에도 내가 꼽는 백미 중 백미는 붉은 연꽃들이 장관을 이루는 홍련지다. 붉은 꽃들이 돌다리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노라면 맑은 물 흐르는 소리도 경쾌하다. 머리 위로는 우거진 숲처럼 큰 나무들이 그늘이 되어주고 조용한 물소리가 정답게 우리를 반긴다.이 기분 평소에 쌓였던 피로를 풀어 주는 듯한.. 아니 하늘로 날 듯한 기분 좋은 순간이다. 맑은 물 개울을 건너며 도달한 곳은 장독대 분수라는 곳이다.
한약 탕기 같은 작은 크기부터 시골 장독대에 큰 장독 만 한 크기의 항아리에서 규칙적으로 물을 뿜어 낸다. 하늘을 향해 내 뿜는 물이 더위를 식혀준다. 하늘로 향하는 물줄기 따라 기분도 좋아지는 순간들.
반복되는 시원한 물줄기의 향연이 극치에 달하는 곳이다.
초면인 사람들이 우리 둘이의 사진을 찍어준다는 친절함도 꽃 속에서의 기분 때문일꺼다. 멋쩍지만 우리 둘이는 어색한 포즈로 낯선 사람 앞에서 쑥스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꽃 속에선 모든 이들이 선남선녀가 되는 것 같다. 여러 장째 찍은 사진을 아들 딸에게 보내는 남편. 더위에 물 많이 드시고 조심하라는 메시지 도착이다.
늘 부모를 응원하는 자식들이 오늘도 든든한 우리의 지원 군이다.
지난해 어느 문학 모임에서 시 낭송회를 했었다. 여기 커다란 다리 밑에서였다. 20여 명이 함께 했던 시 낭송회!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 거대한 다리 밑에서 낭만적이었던 시 낭송회를 떠올려본다.
내가 낭송한 시를 외워본다.
제목 <알프스를 추억하다.>
최학용
알프스 3500미터 까지 케이불 카로 올랐다.
눈 앞에 펼쳐지는 만년설
만년의 숨결로 날아든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
우주와 지구의 시간들
하늘과 땅의 신비가 피부로 스며든다.
이태리 출장중 보낸 아들의 사진
아들의 환한 표정도 함께왔다.
1968년 유럽 여행 중 스위스 땅.....
하늘에 닿을 듯 쌓였던 눈
몽블랑에서의 추억도 꺼내 본다.
아름다웠던 세계
행복했던 시간들이
아쉬운 마음
내 곁으로 와 앉는다.
2022 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