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도 제대로 펴기 힘든
단칸 셋방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18평짜리 집으로 옮겼을 때
딱히 거실이라는 공간도 없었지만
부모님과 여섯 식구가
부대끼며 살았다.
24평짜리로 이사한 뒤
얼마나 넓어보였던지..
그래도 옆방의 숨소리가
들릴만 했다.
한참 밖에서 시달리는 시기였기에
조그미터라도
나 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했다.
이제 부모님도 안계신 30여평의 집은
네식구만 산다.
지들 각자의방으로 들어가면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이듷방과 딸래미 방이
아주 멀어 보인다.
어쩌다 거실에 같이 모여도
하나는 스마트 폰에,
하나는 게임기에,
하나는 티비에,
나는 그저 쇼파에
길게 드러누워 있을 뿐이다.
이게 아니다.
베란다를 꾸몄다.
옛날 사진도 걸어놓고,
화분도 가져다 놓고
조명도 켜 놓고,
조그만 물레방아도 돌리고
카페 티아모라 했다.
요 좁은 공간에
마주 앉으니 발끝들이 맞 대인다.
바로 앞에 아들이, 딸래미가
그리고 아내의 초롱한 눈들이 나를 본다.
할 말들이 생긴다.
지금 내린 커피 향이
조그만 탁자 위 포도 맛이 좋단다.
딸래미 아침에 조금만 더 서둘러
제발 아침 밥 좀 먹고 가라는 엄마 말에
입꼬리가 쫑끗쫑끗 거린다.
취업준비 중인 아들,
서두르지도, 조급해 하지도 마라하니
자신있으니 걱정마시라 고개를 끄덕인다.
매일 저녁이면
아주 잠깐이라도
우린 이 좁은 공간에서
그러나
너무도 넓었던 공간을
가족간 사랑으로 채워 나가고 있다.
2014. 9. 16
카페 게시글
* 좋은글
카페 티아모에서(2)
정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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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0
14.09.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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