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에서는 이미 폐쇄한 한 소규모 건설업체에서 50명이 넘는 악성중피종 환자가 발생하여 사망하였거나 치료 중이어서 일본 사회를 크게 놀라게 하고 있다.
악성중피종은 거의 석면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0~40명이 발생하는데 수 백 명밖에 없는 회사에서 50명이 넘게 악성중피종으로 사망하였다고 하니 수 십 년이 지나서 나타나는 직업성암의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지금도 작업장에서는 불가피하게 발암성 물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면 노출당시에는 별문제가 없으나 적어도 수 년 또는 수십 년이 지난 다음에 이 발암성물질에 의해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직업성 암을 예방하려면 그러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대체물질이 없거나 있더라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 기왕 사용한다면 작업관리를 통해 노출농도를 최소한으로 낮추어야 한다.
그러나 소량에 노출되어도 암이 발생할 수 있는 발암물질의 특성에 따라 일단 이러한 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는 나중에 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퇴직 후에도 정기적 건강진단 필요
▶▶▶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에게 직업병이 발생할 수 있는데, 현직에 있을 때는 사업주가 건강진단을 통해 관리를 해주고 있다. 그런데 일반 유해물질은 더 이상 노출되지 않으면 새로운 직업병이 발생하지 않지만 발암물질은 더 이상 노출되지 않더라도 과거 노출에 의해 직업성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즉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퇴직한 후에도 현직일 때 노출되었던 발암물질에 의해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는 퇴직 후에도 정기적인 건강진단이 필요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가능하면 발암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데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경우에는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건강관리를 해 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부터 건강관리수첩이라는 제도를 통해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었다가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초기에는 퇴직한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여 이직자 건강진단이라고 하였으나 2000년부터는 현직자로 대상을 확대하여 건강관리수첩이라고 하고 있다.
건강관리수첩은 산업안전보건법 제44조에 의해 11개 발암성 물질에 일정기간 노출된 근로자에게 수첩을 발급해 주는 제도이다. 베타-나프틸아민, 벤지딘, 베릴륨, 비스-(클로로메틸)에테르, 석면, 벤조트리클로리드, 염화비닐, 크롬, 코크스오븐배출물(COE), 삼산화비소, 특정분진 등 11종의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2005년부터는 카드뮴, 벤젠, 니켈 등 3개 물질이 추가되었다.
건강관리수첩소지자 건강진단은 건강진단의 한 종류이지만 직업성 암의 조기진단이라는 목적이 있으므로 건강진단 항목과 사후관리가 기존의 건강진단과는 다르다. 발암성 물질이라고 해서 모든 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물질별로 잘 발생하는 특정 암이 있다.
베타나프틸아민, 벤지딘은 방광암, 베릴륨, 비스-클로로메틸에테르, 삼산화비소, COE, 특정분진, 크롬은 폐암, 염화비닐은 간혈관육종, 석면은 폐암과 악성중피종이 잘 발생한다. 새로 추가된 카드뮴은 폐암과 전립선암, 니켈은 폐암, 벤젠은 백혈병이 잘 발생한다.
건강진단은 이러한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항목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차 검사 후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암 조기발견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초음파검사 등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건강관리수첩은 전국에 소재한 한국산업안전공단 지역본부 및 지도원에서 현직 및 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발급되고 있다. 현직이나 사업장내의 전직 근로자는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것으로 갈음되며, 해당 사업장에서 이직한 근로자는 일 년에 1회 무료 건강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건강진단은 일 년에 한 번 대상 근로자가 수첩을 소지하고 전국의 110여개 특수건강진단기관에 방문하면 받을 수 있다. 검사 결과는 공단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취합하여 해당 근로자에게 통보하고 관리하고 있다. 건강진단비용은 근로자가 지불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해당 건강진단기관에 직접 지급하고 있다.
이직근로자 건강진단 수검률 매우 낮아
▶▶▶ 건강관리수첩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근로자들과 사업주의 인식부족으로 수첩을 발급받지 않았거나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는 근로자가 많다. 아직 일부 사업주는 건강관리수첩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수첩 발급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업주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수첩 발급 대상이 되는지 수첩을 발급 받아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수첩을 발급 받은 근로자들 중에서도 건강진단을 하찮게 생각하여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04년도에 이직한 근로자들의 건강진단 수검자 수는 460명 중 142건으로 수검률이 매우 낮다. 건강진단수첩 발급자 수는 2004년 말 현재 3,292명이며, 이 중 현직 근로자가 2,475명으로 75% 이고, 이직자와 작업전환자는 각각 460명, 303명이다.
이미 사망한 근로자는 18명이고, 주소 변경 등으로 도저히 추적이 불가능한 수첩 발급자가 36명이 있다. 사망한 근로자는 대부분 직업성암과 무관하였으나 한 명의 근로자에서 벤지에 의한 방광암이 발생하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스스로 정기 건강진단에 적극 참여해야
▶▶▶ 발암물질에 의한 직업성암의 긴 잠복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미 확인된 발암성물질의 발암성에 진위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독성이 덜한 벤지딘 염산염을 소량 사용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방광암이 발생하겠냐는 의문이다. 실제도 우리나라에서 벤지딘을 활발히 사용하던 때에는 이로 인한 암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벤지딘에 의한 방광암이 처음으로 두 사례가 확인되었다. 모두 이직한 근로자들이었다. 53세의 한 근로자는 벤지딘계 염료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20년을 근무하다가 퇴직하였는데 바로 방광암이 발견되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공정에 25년간 근무하였던 58세의 근로자는 퇴직 후 방광암이 발생하였다. 이 근로자는 방광암 발생 후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재발하자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벤지딘계염은 이미 사용을 중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이로 인한 방광암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건강관리수첩 제도는 작업 중 불가피하게 노출된 발암물질에 의한 직업성 암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와 보상을 해 주기 위한 제도이다. 아직도 암치료에는 많은 비용이 드는데, 직업성암이 발생한 근로자들은 비용 부담의 걱정없이 산재보험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암이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잘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건강관리수첩 발급자는 작업전환을 하였거나 이직을 하였더라도 반드시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현직일 때 발암성 물질을 취급하였는데 아직 수첩을 발급받지 못한 근로자들은 지금이라도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지도원에 방문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과거 근무기록 등을 조사하여 요건이 충족되면 언제라도 수첩을 발급받을 수 있고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는 건강관리수첩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6년부터는 매년 해당 사업장을 조사할 예정이다. 발암성 물질의 노출 정도를 파악하여 등급화하여 관리하고 대상근로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건강관리수첩 제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안내 홍보 팜플렛도 제작하였다.
이제부터라도 건강관리수첩 소지 근로자들은 스스로 자기 건강관리를 한다는 생각으로 정기적인 건강진단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