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팩 출시, 장기보관 가능해지고 쌀로 빚은 '웰빙 술' 각광 딸기·키위 칵테일 막걸리에 더덕·인삼 건강 막걸리까지 “맛있고 싸다” 젊은층에 인기… 일본 등 해외 수출도 크게 늘어
효능
필수아미노산 10여종… 피부에 좋은 비타민B 함유 신라대 연구팀 “암·간·갱년기 장애에도 효과 있다”
2007년 경북 포항시 대보면 호미곶 등대 인근에 있는 수령 300년인 노송이 고사 직전 막걸리를 먹고 회생해 화제가 되었다. 노송뿐 아니다. 막걸리는 그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되었음은 물론 같은 농도의 주정을 함유한 다른 술에 비하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월등히 좋다.
막걸리는 순수한 미생물에 의해서 자연 발효시켜 유익한 효모가 살아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증편이나 찐빵을 만들 때 막걸리로 반죽하면 발효가 되어 잘 부푸는 것도 이 효모의 작용이다. 효모는 술을 만들게 할 뿐 아니라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 또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영양성분이 많아 부담을 주지 않고, 사람에게 유용한 필수 아미노산이 10여종이나 함유돼 있다. 게다가 여느 술과는 다르게 막걸리엔 1.9%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우유의 단백질이 3%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양이다.
막걸리 이외의 다른 술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보면 청주가 0.5%, 맥주 0.4%이며 소주에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밖에도 막걸리에는 비타민B와 이노사톨, 콜린 등 B복합체가 모두 들어있다. 또 유기산을 0.8%가량 함유하고 있는데 이 유기산은 새큼한 맛을 내는 성분으로 갈증을 멎게 할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막걸리에 들어있는 비타민 B복합체는 피부 미용에 좋다. 신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전통 막걸리가 암 예방뿐만 아니라 간 손상 및 갱년기 장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효능은 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에 주로 포함돼 있어 막걸리는 잘 흔들어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세계로
미·일 등 14개국에 수출… 연 500만달러 육박 중국·동남아 비롯해 신규 시장들도 속속 개척
막걸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기도 하지만 달달한 맛과 낮은 도수 때문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인들의 입맛에도 적격이다.
막걸리는 이미 한(漢)나라 때부터 낙랑주(樂浪酒)라 하여 중국의 여러 시문에 오르기도 하였다. 양나라 때 기록을 보면 곡아주(曲阿酒)라는 술이 나오는데 이 역시 고구려의 막걸리가 뿌리다. 또한 일본에서 받들어 모시는 주신(酒神)이 수수코리(須須保利)인데, 그는 서기 300년을 전후하여 막걸리를 일본에 전래시킨 백제 사람이다. 이 막걸리는 후에 일본의 대표주인 ‘청주’로 발전됐다. 이렇듯 막걸리는 옛 중국이나 일본에서 인기 있는 수출상품 또는 보세가공 상품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막걸리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막걸리의 장기보존이 가능해지면서 이제 막걸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효자 술이 되었다. 막걸리의 대(對) 일본 수출은 2001년 149만달러에서 2007년 263만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2008년 상반기에만 168만달러 상당의 술을 수출하면서 전년 동기보다 42%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2009년의 경우 막걸리 전체 수출이 500만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막걸리 축제행사장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
1993년 한국 막걸리 최초로 일본 현지에 지사를 설립하고 막걸리를 수출했던 ‘이동주조’는 현재 매년 20~30%의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08년 10월까지 250만달러를 수출, 이미 전년 실적 230만달러를 초과했다. 이밖에 우리술, 초가, 배혜정누룩도가, 국순당 등이 수출에 적극적이며, 2009년에는 국내 매출액 1위인 ‘서울탁주’가 일본의 식품 전문 유통회사인 ‘명성’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수출에 참여할 계획이다.
서울탁주제조협회는 국내산 백미 100%만을 사용한 ‘서울막걸리’를 장기보관 가능한 페트병과 캔 제품으로 제조한 뒤 수출할 계획이다. 탁주는 현재 일본, 미국 등 14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일본 수출이 9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최근 중국, 동남아 등 신규시장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탁주협회는 ‘막걸리의 부활’에 대해 “경기침체로 인해 ‘서민의 술’인 막걸리의 소비가 늘어난 면도 있지만, 고유의 맛과 멋을 지키면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막걸리 업계의 변신이 막걸리 소비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막걸리를 사랑했던 천상병 시인의 ‘주막에서’라는 시의 한 대목이다. 굳이 시인이 아니더라도 한잔 술과 함께하는 저녁 어스름은 하루의 보람이며 삶의 낙일 것이다. 오늘 저녁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막걸리 한 사발하며 마음의 정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 다양해진 막걸리들 |
울릉도 호박·강진 복분자·가평 잣막걸리… 우리 지방 특산품으로 만든 막걸리 맛 보세요!
‘호박막걸리’부터 ‘복분자 막걸리’까지 들어나 보셨는지? 각 지방마다 특산품을 막걸리에 조합시킨 그 지방 고유의 막걸리들이 속속들이 탄생하고 있다. 맛도 그만큼 천차만별이다.
울릉도에서 호박엿만큼이나 유명한 ‘호박막걸리’는 달달하고 걸쭉한 맛이 특징이다. 홍천에는 ‘더덕 막걸리’가 유명하다. 시원하고 조금은 톡 쏘는 맛에 향긋한 더덕향이 일품이다. 인삼이 첨가된 강화 ‘인삼막걸리’는 건강에도 좋고 인삼의 향을 음미하며 마실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지닌다. 2008년에는 주류업체 국순당이 가격이 전년도의 절반에도 못 미쳐 폐기처분될 뻔했던 배를 이용해 ‘배 막걸리’를 개발해 냈다. 전남 강진군에서는 ‘복분자 막걸리’를 개발해 일본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예쁜 분홍빛의 ‘복분자 막걸리’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경기 가평에는 ‘잣 막걸리’가 있다. 잣 특유의 고소한 맛이 매력이다. ‘누룽지 막걸리’ 또한 그만의 구수한 맛으로 막걸리 매니아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밖에도 경기도 한방막걸리 ‘오래오래’, 연천의 ‘율무막걸리’, 충남 청양의 ‘구기자 막걸리’등 각양각색의 막걸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