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은 동학농민혁명의 요람이에요.
전봉준은 1855년 태어나 13세 무렵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예요.
이 노래를 새겨 놓은 돌만이 쓸쓸히 반겨주는 작고 아담한 집.....
아무도 없는 집...
체구가 작아 '녹두장군'이라고 불렸던 전봉준은 갑오년인 1894년,
인근의 고부 군수 조병갑의 학정으로 농민들이 봉기하자,
무장(지금의 공음면 구수암리 구수내마을)에서 4000여 명의 농민군을 모아
최초로 무장창의 포고문을 선포하고 조직적인 항쟁에 들어갔어요.
그러나, 한때 호남지방을 휩쓸며 기세를 올리고 자치를 실시했던 농민군은 공주 우듬치 전투에서
신식 무기를 앞세운 일본군에 패하고, 얼마 뒤 전봉준도 체포돼 교수형에 처해졌어요.
농민들이 모여 훈련을 했던 구수암리에는 동학농민혁명발상지 표석과 동학농민혁명 기념탑이 세워져 있어요.
하지만 그곳에는 들르지 못했어요.
권력의 수탈에 맞아 용감히 싸우다 죽은 농민군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안쓰러웠어요.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앉아 있는데 눈앞에서 조그만 새가 집을 짓느라 들락날락....
그 모습을 한참 쳐다보았어요.
여행을 하면, 이렇게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마술 같은 여행...
전봉준 생가 바로 옆에 있는 '뚜라 조각공원'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뭐 그저 그렇겠지...
그러나....들어서는 순간.....
천국이 따로 없네요.
작지만 주인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공원이었어요.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을 둘러보았지요.
생각보다 꽤 괜찮은 걸..하며...
이렇게 녹슨 느낌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이런 설치 작품에 관심이 많아요.
늘, 산모퉁이를 아름답게 꾸밀 생각에 빠져 있거든요.
괴로운 표정일까?
씁쓸한 표정일까? 삐쭉이는 것 같기도 하고....
밧줄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어요.
무언가를 간절히 열망하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저는 이런 작품들이 좋아요.
형상화된 작품보다는 동화적인 작품이...
머릿속에 꽃을 담고 다니는 사람, 가슴 속에 바람개비를 담고 다니는 사람, 또 새를 담고 다니는 사람...
나는 어떤 것을 담고 다닐까?
머릿속에는 어떤 것을, 가슴 속에는 또 어떤 것을...
제목이 적혀 있는 작품이 눈에 띄네요.
여태까지 제목이 적혀 있는 것은 못 보았거든요.
'가치관의 혼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합니다.
공룡 한 마리와 아기 공룡 둘리의 모습..
복을 가져온다는 두꺼비....
남자의 머릿속엔 여자가 들어 있고
여자의 머릿 속엔 남자가 들어 있습니다.
이게 바로 사랑인가요? 아니면 욕망인가요?
나무에도 온통 여러가지 조형물을 대롱대롱 걸어 놓았어요.
석고로 된 것, 스티로폼으로 된 것, 철로 된 것 등등...
이렇게 구경하다가, 공원의 주인인 김용태를 만났습니다.
그는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길을 가는 부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조각가입니다.
사실, 우리도 처음 본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금세 친해졌어요.
작품활동을 하는 짬짬이, 뒷산에서 황토흙을 퍼와 벽돌을 찍어
이 황토집을 6개월 걸려 지었답니다.
황토집에 관심있어 하는 우리를 위해 그는 자신의 집도 기꺼이 구경시켜 주었어요.
열 평 짜리 작은 집이었지만 자연과 가장 친밀하게 지은 집..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아주 따뜻하답니다.
방금 전 자신의 누나가 밭에서 땄다면 복분자를 가져왔어요.
'참 좋은 것이니까 많이 드세요.' 하며 자꾸만 권합니다.
세 살, 일곱 살짜리 아이를 둔 중년의 남자인데도 이렇게 순수한 미소를 가질 수 있을까요?
순박한 청년 같은 이 남자, 김용태......
이런 사람들이 고향을 지키고 있으니 고창은 얼마나 좋을까요?
방금 밭에서 따온 농익은 복분자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밭에서 따와 팔 것임을 알기에 한 개 두 개 집어 먹으니까
"한 주먹씩 쥐고 드세요'하는 김용태....
돌아가는 길, 그는 자신이 만든 두꺼비 한 마리를 들고 달려왔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그의 아이들이 읽을만한 책들을 챙겨 보내야겠습니다.
자, 다음은 어디로 갈까?
그래, 미당 서정주를 만나러 가는 거야!
우리는 차를 몰고 선원사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첫댓글 ㅎㅎ, 흰통에 담긴 열매는 복분자가 아니라 오듸네요.
뚜라 조각공원, 이런 곳은 더 많이 알려져야 될 것 같군요. 의미있는 이런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우와... 오디... 이렇게 많이 쌓여 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저걸 한움큼 먹으면 어떤 맛이 날까? 어릴 때 오디를 감질나게 따먹으며 '맛있다..'했던 기억이 나요. ㅎㅎ
저기 오디는 집에 와서 술 담궜어요. 차 타고 가면서 먹으라며 한 봉지 싸주던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