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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윌리스 써클", 대구일보 2008,4,10
뇌혈관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윌리스 써클이 그것이다. 이것은 17세기에 영국의 해부학자인 토마스 윌리스(Thomas Willis, 1621-1673)가 발견하였는데, 그 생김새나 역할이 아주 특별하다. 뇌혈관은 심장에서부터 네 갈래로 시작하여 올라가다가 뇌의 내부로 들어간 후에 세 갈래로 변하고, 이 혈관들을 윌리스 써클이 서로 연결하면서 원형을 이룬다. 이런 모양의 혈관이 뇌 외의 다른 부위에는 없다. 또한, 윌리스 써클은 우회로의 기능을 하는데, 뇌혈관 중에서 하나가 동맥경화로 막히더라도, 다른 혈관을 통해서 뇌혈류가 계속 유지되도록 한다. 그런데, 윌리스 써클이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은 정상 성인에서 20% 정도 뿐이며, 나이가 들수록 그 비율이 줄어든다. 이것은 동맥경화로 인하여 혈관이 좁아지다가 막히기도 하기 때문인데, 윌리스 써클은 비상용 우회로이기 때문에, 윌리스 써클이 부분적으로 막혀있어도 평상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동맥경화는 혈관이 있는 동물에게는 모두 나타나는 현상인데, 노화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동맥경화는 나이가 10세 경일 때부터 시작되는데 복부 대동맥에 가장 먼저 나타나고, 경동맥, 심장동맥, 뇌동맥의 순서로 나타나서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복부 대동맥의 동맥경화는 동맥류를 유발하는데, 복부 동맥이 풍선처럼 늘어나 있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다. 인공혈관으로 교환하는 위험한 수술로 치료하지만, 환자의 나이가 많을 때에는 수술을 할 수가 없다. 경동맥의 동맥경화는 뇌혈류가 일시적으로 저하되는 상태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잠시 한 쪽 눈이 안 보인다든지, 반신이 마비되었다가 좋아지는 증상으로 흔히 나타난다. 또는, 경동맥의 동맥경화 부위에서 떨어져 나온 콜레스테롤 덩어리나 핏덩어리가 뇌경색을 유발하기도 한다. 경동맥의 동맥경화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경동맥을 열고 동맥경화반을 잘라내거나, 대퇴부의 동맥을 통하여 특수한 철사줄을 경동맥까지 넣어서 혈관을 넓히는 방법이 있다. 심장동맥의 동맥경화는 부분적으로 혈관이 막혀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심장이 빨리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장동맥의 경화를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다리의 동맥을 떼내서 심장에 붙이거나. 와이어로 심장동맥을 넓히는 방법이 있다. 뇌동맥의 동맥경화는 윌리스 써클 주위의 동맥에 잘 생기는데, 수술치료는 불가능하고, 와이어로 동맥을 넓히는 방법이 일부 시도되고 있지만, 대부분 약물로써 치료한다. 윌리스 써클의 동맥경화가 어릴 때 부터 생기는 것을 "모야모야 병"이라고 한다. 신체의 어떤 부위에서 혈액의 공급이 모자라면, 혈관세포가 증식하면서 동맥이 새로 만들어지는데, 뇌로 공급되는 혈류가 모자랄 때에는 뇌동맥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이런 동맥들은 굵기가 아주 가늘고 여러갈래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혈관촬영으로 보면 마치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모양 같다고 하여 일본에서 "모야모야"라고 이름붙였다. 모야모야 병의 치료는 두개골을 열고 두피의 혈관을 뇌에 붙여놓는 수술이다.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육식을 적게하고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아스피린이나 스타틴과 같은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런 약들은 위장관출혈이나 뇌출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히 득실을 따진 후에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동맥경화가 정상 기준보다 많이 진행되어 있을 때에만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다. 비교적 쉽게 검사할 수 있는 동맥은 뇌동맥과 경동맥이다. 뇌동맥의 동맥경화는 윌리스 써클 주변에 잘 생기는데, 이 부위의 동맥을 초음파 도플러로 검사하는 방법이 미국의 의사인 스펜서(Spencer)에 의하여 1974년에 최초로 소개되었으며, 스위스의 공학자인 아살리드(Asalid)가 1982년에 두개골을 통과할 수 있는 초음파 기술(경두개 도플러 방법)을 개발하였다. 한편, 경동맥은 귀 아래 5cm위치에서 손가락으로 살짝 누를 때 박동이 느껴지는 부위에 있는데, 일반 초음파 기계에 고주파 탐촉자를 부탁하여 관찰하면 경동맥을 확대하여 자세히 볼 수 있다. 이 때 경동맥 혈관벽의 두께와 혈류속도를 측정하여 동맥경화의 정도를 평가한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 하는 질환이 뇌혈관 질환이다. 뇌동맥 검사는 윌리스 써클 주위의 동맥경화의 정도를 판단하여, 약물복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준다. 이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윌리스 써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과 동맥경화에 대한 병리학적 지식이 필요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식사와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려는 특별한 의지가 필요하다. 동맥경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생활습관에 대한 실천이 없이 약물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은 좋지 않다. 뇌혈관에는 특별한 것이 있는 만큼, 그것을 검사하는 지식이나 보호하려는 의지도 특별해야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