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화려한 것은 여기까지다. 경찰대 1기들은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넘게 지난 다른 대학 졸업생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위치에 나뉘어 있다. 1985년 경위로 임관한 경찰대 1기생은 111명이다. 그 중 14명은 이미 제복을 벗었다.
2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작 그대로인 경위에 머물러 있는 이도 2명이다. 겨우 한 계급 승진해 경감으로 재직 중인 이도 3명이다. 후배들의 추월도 시작됐다. 지난 2006년 인사에서 벌써 3기 중에서 '경찰의 별'인 경무관(한광일 전북지방경찰청 차장)이 나왔다. 총경의 수도 후배 기수들(67명)이 1기(52명)보다 더 많다. 경찰대 1기 중 4할 정도는 후배들보다 밑의 계급에서 일하는 셈이다.
때문에 경찰 조직 밖에서 길을 찾는 경우도 나타났다. 지난 7월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된 임창수 경무관도 경찰대 1기다. 2004년부터 인천에서 근무하던 그는 아예 해양경찰로 자리를 옮겼다. 2006년 해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했고, 올 들어 지방해양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일선서의 한 경찰은 "한 해에 120명씩 경찰대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니 경찰대 출신들끼리도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임 경무관도 경찰에 있었으면 지금처럼 빨리 승진하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경찰 밖에서 길을 찾은 이도 있다. 1기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조권탁 변호사는 1985년 경찰대 졸업 후 서울 태릉경찰서 형사반장을 지내던 지난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5년부터 검사로 일했다. 2003년 변호사 개업을 했고, 같은 해 천용택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군납비리 연루사건을 변호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단원에서 일하며 삼성사건의 변호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혀 다른 길을 갔지만 그와 경찰과의 끈은 여전하다. 조 변호사는 2006년부터 한국경찰과학연구소(민간기구)의 소장을 맡고 있다.
정용기 대전 대덕구청장도 경찰대 1기다. 그는 지난 2월 경찰대로부터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경찰대 재학 시절 학내에 독서토론 모임 '아프락사스'를 만들었다가 1984년 불법 이념서적 소지 등의 혐의로 퇴교 조치당했다. 1991년 민주자유당 공채 1기로 정당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덕구청장에 당선됐다. 24기와 함께한 졸업식에서 그는 "아직도 경찰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