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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문학 스크랩 일본의 시인 야마오 산세이의 시 8편
멩이 추천 0 조회 150 12.08.31 14:4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여기에 사는 즐거움




*일본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야마오 산세이(山尾三省)의 시 8편을 소개한다. 원래는 ‘두루 읽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뜻에서 내가 운영하고 있는 북카페의 ‘책이야기’에 올리기 위해 마련한 ‘파일’이다. 본격적인 서평이 아니라 그야말로 ‘책소개’ 용으로 소략히 정리한 글이다. 8편의 시는 ‘비평고원’의 여러 사람에게 들려주어도 괜찮겠다 싶어서 새겨두면 좋은 구절 몇 마디와 함께 여기에 소개한다.







야마오 산세이가 월간지 “아웃도어”에 1996년 7월호부터 1998년 6월호까지 2년에 걸쳐 연재한 21편의 글을 묶은 “여기에 사는 즐거움 - 시인으로 농부로 구도자로 섬 생활 25년”(이반 옮김, 도솔, 2002)은 읽기에 다소 따분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책이지만 차분히 꼼꼼히 새겨 읽다보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영혼을 튼튼하게 하는 책입니다. 한꺼번에 읽기보다는 일부러 짬을 내어 틈틈이 읽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인류는 생물과 무생물의 무수하게 쳐진 네트워크 중의 한 매듭에 지나지 않고, 그 전체에 속할 때만이 존재할 수 있는 하나의 종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내가 그와 같은 생각을 부여받기에 이른 하나의 궤적이라고 보아도 좋다.”

책머리의 지은이의 말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그가 일생을 걸고 일관되게 꿈꾸고 바래왔던 평화로운 세계를 조용하게, 그리고 깊게 실천해가기 위한 방법이 쓰여 있습니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이란 ‘여기에 사는 슬픔’이자 ‘여기에 사는 괴로움’인 동시에 ‘여기에 사는 기쁨’이자 그것들을 넘어서 ‘모든 것은 즐거움’이라고 하는 삶에 대한 찬가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엮은 것이 이 책입니다.”

지은이의 아내인 야마오 하루미가 곁들인 말입니다.

심상치 않은 책읽기를 예고하는 말들입니다.

마침 이 책을 소개한 글이 있어 이어놓겠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최종규 기자가 쓴 ‘[책읽기가 즐겁다 114] “여기에 사는 즐거움” 함께 읽기’입니다.

웹 주소는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28096입니다.

‘환경과 생명’ 사이트(http://greenera.or.kr/main.html)의 ‘서평 모음’ 20번에는 작가이자 풀꽃세상 사무처장인 최성각 씨의 서평 ‘백목련이 피면 나도 피고, 백목련이 지면 나도 진다’가 있군요.

물론 언론재단의 ‘KINDS’에서 신문들을 검색하면 신간 안내 기사들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책 소개와 본문보기에서 이러저러한 것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옮긴이 이반(본명 최성현)은 책 뒤에 붙인 '야마오 산세이'를 말하다'에서 그가 1968년 6월에 2만1부가 발간된 "부족" 제2호에  쓴 "부족의 노래"에서 일부를 인용하고 있는데 귀담아 들을 만해 여기에 다시 옮깁니다.

   “이 세계에는 여러 가지 피라미드가 설치돼 있다. 그중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는 전 세계를 모조리 뒤덮고 있는 중앙 집권적인 정치 형태이다. 러시아와 미국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사람들은 이 피라미드를 만드는 하나의 작은 돌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정치 세계만이 아니다. 세계 전체로 퍼져 있는 기독교, 불교, 회교, 힌두교와 같은 종교의 세계도 역시 욕망의 피라미드를 만드는 합법적인 방법의 하나다. 중세의 유럽이 종교 피라미드의 모양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힌두교 신자들에 의한 카스트 제도 또한 같은 욕망에 뿌리를 두고 유지돼 가고 있다...... 태어나서부터 우리는 이 피라미드의 암흑 속에 있다. 학교에 간다. 그것은 계단을 하나 올라가는 일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온다. 이것도 또한 계단을 하나 올라가는 행위다. 회사에 들어간다. 계장이 된다. 또 계단을 하나 올라간다. 스스로 원하며 그와 같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 욕망의 대 피라미드 속의 작은 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욕망의 피라미드가 지배하지 않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우리 ‘부족’의 인간은 이와 같은 피라미드의 게임에 참가하기를 거부했다. 그리고 경찰관을 앞세운 법률이란 큰 권력이 있다는 것을 안 우리는, 더욱이 그들 권력이 금전에 대한 욕망과 견고하게 유착돼 있다는 것을 안 우리는, 이 사회를 버리고 정해진 직업이 없는 방랑자가 되었다......” (274-275쪽)


아울러, 새겨두면 좋은 구절 몇 마디와 그가 쓴 시 여덟 편을 따왔습니다. 앞의 두 편은 “여기에 사는 즐거움”에서 만난 것이고, 뒤의 여섯 편은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입니다.




여기에 산다는 것은 호화로운 즐거움을 찾는 게 아니다. 그런 즐거움이 있어도 물론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내게는 일상 속에서 계속되는 즐거움이야말로 가장 좋고, 조몬 삼나무가 그리 하듯이, 텃밭 한 귀퉁이에 놓은 통나무에 앉아 날마다, 아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잠시 쉬는 시간이야말로 참 시간이라 말할 수 있다.

--‘조몬 삼나무 앞에 서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 27쪽.



지구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우리는 거꾸로 이 지역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에서 제대로 사는 게 중요해진다. 그래서 나는 지구가 곧 지역, 지역이 곧 지구라는 입장을 취하며 살아왔는데, 게리의 생명지역주의에도 당연히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구를 제집처럼 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배우는 것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삶의 방식의 하나다. 하지만 그런 삶을 대다수인 우리가, 더욱이 일생 계속할 수는 없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배움과 동경의 여행은 끝나고, 여기에 사는 게 시작된다. 때때로 떠나는 여행도 포함하여, 여기에 산다고 하는 것은 대다수인 우리에게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인생 여행의 참다운 시작이다. 

--‘서부 숲길’. “여기에 사는 즐거움” 93쪽.

[게리는 시집 “거북섬(Turtle Island)”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시인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이다. 그의 여러 시집에서 골라 펴낸 시선집 “무성(No Nature)”이 번역돼 있으며(강옥구 옮김, 한민사, 1999), 시집 “이 현재의 순간”(서강목 옮김, 들녘, 2005)도 있다. 그리고 그의 산문집으로는 “야성의 삶”(이상화 옮김, 동쪽나라, 2000)과 “지구, 우주의 한 마을“(이상화 옮김, 창비, 2005)이 번역되었다. 야마오 산세이와 게리 스나이더(ゲ?リ? スナイダ? )의 대담집 “하나로 이어진 성스런 지구(聖なる地球のつどいかな)”는 1998년에 일본어로 간행되었다.]



좋은 땔감을 때면 자연스레 불길도 좋다. 또한 이상하게도 좋은 기분으로 불을 때면 그것만으로도 저절로 좋은 불길이 생긴다. 그날은 삼나무이기는 해도 손수 골라 온 좋은 땔감으로, 그리고 좋은 기분으로 불을 지폈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없는 불길이 조용히 타올랐다. 겨우 목욕물을 데우는 일뿐이기는 하지만 그런 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생은 완벽한 것으로,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는 듯이 느껴지곤 한다.

--‘땔감 구하기가 주는 즐거움’. “여기에 사는 즐거움” 111쪽.

 

 


그 사이 내 나름대로 몸과 마음을 다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그것이 지구 위의 어느 장소이든, 사람이 한 장소를 자신의 터전으로 선택하고, 거기서 나고 죽을 각오를 하면 그 장소에서 끝없는 여행이 시작된다고 하는 사실이다. 그것은 물론 이런 저런 실제의 여행이나 모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생을 방랑자나 모험가로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리라.

하지만 나의 여행은 '여기에 산다는 것' 속에 있다. 여기에 산다는 것은 삼라만상 속에서 삼라만상의 지원을 받아 가며 거기에 융화돼서 사는 것이다.

숲, 강, 바다, 풀, 벌레, 꽃, 도시, 그리고 인간은  지금 그 존망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삼라만상의 일원으로서 여기 살 수 있으면 작은 혹성이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적어도 앞으로 천 년이나 2천 년의 문명을 이 지구는 우리에게 허락해 줄 것이다.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다. 

--‘끝없는 여행’. “여기에 사는 즐거움” 269쪽.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바다여

우리의 병든 몸과 마음을 고쳐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고쳐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산이여

우리의 병든 욕망을 치유해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으로 우리를 치유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강이여

우리의 병든 잠을 고쳐 주셔요.

그 푸른 시냇물 소리로 편안한 잠자리를 되찾게 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우리 내면에 있는 여래여

우리의 병든 과학을 고쳐 주셔요.

모든 생명에 봉사하는 과학의 길을 찾아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나무여

우리의 침울해 하고 슬퍼하는 마음을 축복해 주셔요.

그 곧게 선 푸른 모습에서

우리들도 또한 조용하고 깊게 곧게 설 수 있는 길을

배울 수 있게 해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바람이여

우리들의 닫힌 호흡을 풀어 헤쳐 주셔요.

그 푸른 길로 해방시켜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하늘이여

우리의 산란한 마음을 가라 앉혀 주셔요.

그 한없이 푸른 투명함으로 진정시켜 주셔요.


당신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대지여

우리들의 병든 문명 사회를 고쳐 주셔요.

그 깊고 푸른 호흡의 당신을 우리에게 주셔요.

   --기도

[재일 한국인 2세인 가수 이정미(李政美)는 1994년에 야마오 산세이와 만난 뒤 그녀가 깊은 감동을 받은 이 시 ‘기도(祈り)’에 곡을 붙인 노래로 음악 활동을 재개했다. 잡지 ‘자연생활(自然生活)’ 제9집(1995년 여름호, 野草社 刊)에 이정미와 야마오 산세이의 대담이 실려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고요함이다.

산에 둘러싸인 작은 밭에서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플 때까지 괭이질 하며

가끔 그 허리를

녹음이 짙은 산을 향해 쭉 편다.


산 위에는

작고 흰 구름이 세 조각 천천히 흘러가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고요함이다.


산은 고요하다.

밭은 고요하다.

그래서 나는 고향인 도쿄를 버리고 농부가 되었다.

이것은 하나의 의견인데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고요함이다.


산은 고요하다.

흙은 고요하다.

벌이가 안 되는 것은 괴롭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것은

고요함이다.

   --고요함에 대하여




입동의 들길에 핀

털머위 노란 꽃은


제 행복의 단편이자

인생의 의미입니다


입동의 들길에 핀

털머위 노란 꽃 속에


은하계가 깃들어 있고

인생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바탕의 털머위 꽃은

한바탕의 은하계


저는 그것이자

그 행복의 한 조각입니다

   --털머위 꽃




너는 왜 도쿄 대학에 갈 생각을 않느냐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물었다

저는 와세다 대학에 가고 싶습니다 라고 대답했지만

그 때 나는

키에르케고르 전집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미 시험 공부할 사이가 없었다

왜 너는 대학을 그만 두냐고

대학 3학년 때 아버지는 물었다

나는 방자하게도

졸업장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비겁한 사람이나 하는 일이고

중학교만 졸업한

아버지의 길에도 거스르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왜 너는

아나키스트가 되었냐고

올 삼월에 암으로 죽은 친구가 물었다

그 친구는 깊은 연민과 큰 힘을 가지고

평생을 사랑 하나로 일관한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나는 그에게

어디나 다 중심이고

또 거기에는 그 나름의 질서가 있으니

정부 따위는 필요없는 게 아니냐고 대답하지 않고

너 또한 아나키스트일 게 분명하다고 대답했다

왜 너는

도쿄를 버리고 이런 섬에 왔느냐고

섬 사람들이 수도 없이 물었다

여기에는 바다도 있고 산도 있고

무엇보다도 수령이 7천 년이나 된다는 조몬 삼나무가

이 섬의 산 속에 절로 나서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지만

그것은 정말 그랬다

조몬 삼나무의 영혼이

이 약하고 가난하고 자아와 욕망만이 비대해진 나를

이 섬에 와서 다시 시작해 보라고 불러 주었던 것이다

왜 그대는

지금도 외롭고 슬프냐고

산이 묻는다

그 까닭을 저는 모릅니다

당신이 저보다도 훨씬 외롭고 슬프고

훨씬 풍요롭게 거기에 계시기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그 까닭을 저는 모릅니다

   --왜-아버지에게




진심은 어디에 라고

조용히 물었던 분이 있다

수많은 마음속에서

우리는

진심이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잊고

그리고

거짓되게 사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떠난 분이여

떠난 분이여

투명하게 맑은 하늘의 적란운이여

진심은 어디에 라고

조용히 물었던 분이 사실은 있다.

    --진심은 어디에

[“오키나와의 최대 도시인 나하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기나모리오가 마흔 여덟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 1997년 6월의 일이었다. ... 그 사람은 내 시의 애독자이기도 해서 3주기에 즈음하여 '적란운'이라는 추모문집에 나도 시 한편 봉헌할 수 있었다.”]




삼라만상이

진실하다는 것은

개미 한 마리가

진실하다는 것이다

때로 인간이란 생각을 벗어버리고

한 마리 개미가 되어

엄숙하고 조용히

이 야산을 걸어보지 않겠는가

   --개미 한 마리



귀뚜라미가

조용히 한 마음으로 울고 있다

문명도 진화도 멸망도

거기에는 없다

땅의 것이고

땅이기도 한 귀뚜라미가

조용히 한 마음으로 울고 있다

   --귀뚜라미의 울음




별을 보며 마음의 때를 씻는다

별빛을 받으며 새 힘을 얻는다

죽으면 갈 별을 정하고 죽을 때를 기다린다

별을 보며 아름다워진다

별빛을 받으며 신의 은총을 느낀다

죽으면 갈 별을 정하며 하늘과 사귄다

별을 보며 깊어진다

별빛을 받으며 땅에 산다

죽으면 갈 별을 정하고 거기로 돌아간다

   --별


별과 관련하여 이 책의 제목으로 딴 글인 ‘여기에 사는 즐거움’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여러 날 바라다보고 있노라면 거기서 나도 모르게 이끌리는 별과 그 정도는 아닌 보통의 별로 구별이 생긴다. 내 영혼이 온 별은 어느 것이냐고, 또 내 영혼이 돌아갈 별은 어느 것이냐고 진지하게 몇 밤을 투자하여 자기 별을 찾는다면, 마침내 친화력이 발동하며 그 별을 찾게 되리라.

오리온의 세 별이 내 별이 된 것은 그와 같은 경위를 거친 것이다. 그처럼 일단 한번 어떤 별이 자기 별로 정해지면 우주 한가운데 우리는 또 하나의 나를 가질 수 있다. 거기서 내가 태어나고, 거기로 귀환하는 내 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232-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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