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타(본명 김석중)는 1956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고, 창
원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미국 캔사스시 사진센
터(SCP)의 초대전 〈뮤지엄 프로젝트〉를 비롯, 12회의 개
인전을 가졌으며, 호주현대사진센터에서의 〈눈뜸전〉
(2001), 오덴사 포토트리엔날레(2000), 서남미술전시관의
〈시간의 선분전〉(1999), 시카고 현대사진미술관의 〈이화
와 동화전〉(1998), 예술의전당 미술관의 〈한국사진의 흐
름 1945-1994전〉(1994) 등의 기획전에 참가했다. 《뮤지
엄 프로젝트》(2002), 《아버지》(1990), 《정신병자》
(1987) 등 세 권의 사진집과 한 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2001년 영국 페이돈 프레스가 기획한 ‘세계 100대 사진
가’에 선정되었으며, 2002년 3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 열
리는 〈제25회 상파울로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로 참가
할 예정이다.
진동선:
작년과 올해 상당히 바쁘셨지요? 국내외의 굵직한 전시들
을 제외하고서도 세계적 권위의 사진전문지 《아파추어
(Aperture)》가 아타 김을 특집으로 다룬 일이나, 영국의
페이돈 프레스사가 주관한 ‘세계 100대 사진가’에 선정
된 일, 그리고 브라질 상파울로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초대
받은 것은 개인을 넘어 국내 사진계에도 매우 뜻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진이 국제무대에서 제
대로 모습을 드러낸 일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본인
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아타:
솔직히 제가 한 일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
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사진가라면 한번쯤 꿈
꾸게 되는 《아파추어》에 작품이 실린 것은 행운이었습니
다. 2000년 3월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된 포토페스트에 초대
받아 갔는데, 그곳을 찾았던 《아파추어》의 부 편집장 멜
리사 해리스가 제 작품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이 계기가 되
었습니다. 그리고 영국 페이돈 프레스가 4년마다 국제적인
사진디렉터와 큐레이터에게 의뢰하여 기획되는 ‘세계 100
대 사진가’에 선정된 것은 휴스턴포토페스트의 수석큐레이
터 웬디 와트리스(Wendy Watriss)와 호주 시드니 사진센터
의 디렉터 앨라스데 포스터(Alasdair Foster)가 절 추천해
서 선정된 것입니다. 이 둘은 제 개인적인 사안이기 때문
에 부담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측 커미셔너인 윤진섭 선
생께서 추천하여 이뤄진 상파울로비엔날레의 경우는 한국
을 대표한다는 것과, 다른 훌륭한 작가들이 많은 데도 제
가 추천을 받은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낍니다.
<아트워크로서의 사진>
진동선:
처음부터 사진과 미술을 자유롭게 넘나들긴 했지만 〈뮤지
엄 프로젝트〉 이후 더욱 영역을 초월하고 있는데 최근의
국내외 굵직한 전시에 참가하면서 사진에 대해 변화된 생각
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지요.
김아타:
제가 순수사진에서 출발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까지의 제 작업에서 보여지듯 사진 안에서만 안주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미술계가 저를 사진 쪽 계열로 선을 그었
다고나 할까요? 저는 사진과 미술을 장르로서 구별하지 않
습니다.
다만 제가 확인했던 것은 국제전일수록, 특히 명망 있는 기
획자가 기획한 전시일수록 사진과 미술을 구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진을 강력한 표현매체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
다. 제 작품을 사진으로 분류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표현수
단으로서 혹은 아트워크 자체로 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
었습니다.
진동선:
장르로서의 사진이 아닌, 미술의 영역에서 표현을 위한 아
트워크로 보고 있다는 점에 저도 동의합니다. 그렇다고 했
을 때 그들이 가장 눈여겨보았던 사진적 표현성, 혹은 관심
을 가진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아타:
《아파추어》의 멜리사 해리스의 경우, 사람을 박스 안에
고착시킨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이더군요. 옷을 벗는 것 자
체는 자연스런 것이고, 동양적 무드는 저의 토양이기 때문
에 그것이 전적인 흥미를 끌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크릴박스를 사용했던 것, 그리고 사람들을 그 속
에 박제화시켰다는 컨셉트에 큰 의미를 가졌다고 봅니다.
아마 이 점이 제 작품에 대한 국내와는 다른 평가라고 할까
요?
진동선:
맞습니다. 《아파추어》의 멜리사 해리스가 특집 제목을
“BOXING KIM”으로 했던 것을 보면서 ‘우리와 다르게 보
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멜리사는‘박스’에 상당
한 의미를 두었고, 아크릴박스를 ‘복싱’으로 연결지어 생
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녀는 네모난 아크릴박스
에 옷을 벗은 채 박제화된 인간들을 지극히 서구적인 관점
에서 사각의 링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투쟁과 갈등의 의미
로 보고, 또 그것을 아타 김의 정신적 투쟁과 동축으로 연
결시켰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네모난 ‘박스’의 의미를
사각의 정글이라는 ‘링’과 동의어로 받아들이고, 그 링
의 주체를 작가 “KIM”으로 보면서 투쟁의 주체가 모델이
아닌, 작가 자신으로 보고 있다는 데서 다른 관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김아타:
전 거기까지 생각지는 못했지만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면
이 크군요. 멜리사의 경우는 비교적 제 과거 및 현재의 작
품을 다 보았고, 충분히 컨셉트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같은 생각을 했다고 봅니다.
< 왜 벗어야하나? >
진동선:
〈해체〉에서 〈뮤지엄〉 시리즈까지 꽤 긴 시간이었습니
다. 그 속에서 철학, 종교,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현실적
인 면까지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그 사이에서의 컨셉트와
의미의 변화를 말씀해 주시죠. 특히 아크릴박스의 의미와
인물이 옷을 벗어야 하는 미학적 혹은 종교적인 이유 같은
것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김아타:
아마 카프카가 말했을 겁니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시
간의 이미지들이며, 자신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이
미지와 싸우는 것이다”라고 말이지요. 일단 〈해체시리
즈〉부터 〈뮤지엄 프로젝트〉를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상과 소재가 달라졌을 뿐, 제 의도나 컨셉트의 근간은 달
라진 게 없다고 봅니다. 그 둘은 새로운 인식에 따른 시간
의 이미지들과의 즐거운 게임이라는 생각입니다. 〈뮤지엄
프로젝트〉의 컨셉트와 의미에 대해서는 해리스가 보았던
것처럼 초점은 옷을 벗은 모델이 아니라 사각의 유리 혹은
아크릴박스입니다. 사각의 박스는 서양적 가치관·미학·사
전적 의미로서의 ‘박물관’을 상정한 것입니다. 사전적 의
미의 박물관을 사적인 박물관으로 치환한 것이기 때문에 박
제된 박스는 일종의 제 사상적 울타리로서의 포르말린이자
인식적 거리 두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몸은 중요합
니다. 정화열의 ‘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이 역사
의 주체이듯, 몸도 인간의 주체임에 틀림없습니다. 벗는다
는 것은 그 점에서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는 행위라고 봐주
었으면 합니다. 육신이 사실 가장 아름다운 자연 아닙니
까?
< 표본실의 청개구리>
진동선:
〈뮤지엄 프로젝트〉를 제작할 때 저도 현장에서 지켜 본
적이 있습니다만 옆에 있는 사람조차 상당히 긴장된 마음
을 갖게 합니다. 엄격한 프로세스, 주변 상황에 대한 통
제, 치밀한 계산, 모델과의 호흡 등 영화제작처럼 뛰어난
디렉팅 능력이 요구되는 것 같은데 작업에서 가장 힘든 부
분은 어떤 것입니까?
김아타:
모든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것
은 아닙니다. 작업자체가 스케일이 있고, 현장에서 생방송
하는 것이니까 분명 긴장감이 큰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가
끔은 벅차기도 하지만 모델 섭외·장소 헌팅·오브제의 제
작·최종 세팅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아트워크로서
그 자체가 즐겁고 재밌습니다. 과정상 많은 위험요소를 안
고 있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정신적 에너지를 꿈꾸기 때문입
니다. 그렇지 못하면 지치거나, 원하는 이미지, 원하는 세
상과 만나지 못하겠죠. 저는 어떤 때 제 작업과정을 ‘임상
실험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따금씩
위험스럽게도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제 몸을 대상으
로 삼기도 합니다.
< 니르바나·지저스·차이나·뉴욕...>
진동선:
그렇군요. 상파울로비엔날레가 얼마 남지 않았지요? 어떤
작품을 선보일 생각이며, 이와 관련하여 혹시 희망사항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김아타:
뮤지엄 프로젝트〉는 현재 #165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상파
울로비엔날레에서는 〈필드 시리즈〉, 〈창녀 시리즈〉, 그
리고 〈니르바나 시리즈〉 중에서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특별히 희망하는 것은 없습니다만, 대표로
참가하게 되었으니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고, 또한 제
작업에 자극제가 되는 일과 더 열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계기들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진동선:
디스플레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묻겠습니다. 얼마 전
SFMOMA에서의 제프 월 작품도 그런 문제가 있었는데 트랜스
퍼렌시 라이트박스를 사용하면 효과는 만점입니다만 자칫
조명문제를 등한시하면 그 효과가 반감되기도 합니다. 상파
울로비엔날레에서 트랜스퍼렌시 라이트박스를 사용하실 것
같은데 라이트박스의 조명 퀄러티 문제를 어떻게 하실 건가
요?
김아타:
이 부분에 대해서 저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잘 아
시겠지만 트랜스퍼렌시 라이트박스는 일반 액자와 다르게
외부조명이 아니라 이미지 안에서 빛이 나오는 내부 투사방
식의 조명입니다. 그런 만큼 광질도 중요하고, 적절한 빛
의 세기도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 광
고용 와이드 컬러의 제작 경험은 많았지만 아트워크로서 트
랜스퍼렌시 라이트박스를 완벽하게 제작해본 경험은 드물었
습니다. 그래서 조도가 균일하지 못하거나 색온도에 문제
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신경
을 쓰고 적절하게 조절하면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진동선:
끝으로 앞으로의 작업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김아타:
〈지저스 시리즈〉를 현재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작업
과는 다소 다른 면이 있는데, 투명 아크릴박스를 통해 서구
의 상징적 아이콘들에 대해 생각한 것들입니다. 상파울로비
엔날레 이후에는 중국 천안문 등에서 〈차이나 시리즈〉를
준비중이고, 〈뉴욕 시리즈〉도 현재 생각 중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어 그 동안 제 작업에 참여해준 많
은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