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중순쯤일까요..?
월드컵으로 한창 온나라 분위기 들썩거릴때였습니다...
xx은행 카드대금결제하러 은행에 갔습니다..
결제일이라 손님이 무척 많더군요..
우선 번호표 뽑고 커피 한잔 마시며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사람들 구경하느라 눈 돌리고 있는데 평소 못보던 여직원이 창구에 앉아 있더군요
어..새로왔나보네..참으로 참하고 예쁜 아가씨다...라고 생각들더군요..
유니폼도 잘어울리고..계속 저도 모르게 눈이 그쪽 아가씨한테만 가더군요..
요즘 sbs의 윤현진 아나운서와 많이 닮았습니다..(아시는분이 계실려나 ^^)
한참동안을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이윽고 띵동..5xx번 손님..~~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헉!!목소리까지 예쁘다..@@)
나:넵~~
그녀:카드결제는요~직접 창구에 내시지 말고 밖에 있는 기계에 입금하시면
자동으로 계좌에서 빠져나가니까요..
번거롭게 창구까지 직접 오실필요 없으세요..
나:제가 기계치라 저 기계 잘모르겠더라구요..
그녀:아~그러세요? ^^ 네 다 되었습니다..
나:예` 수고하세요...
그녀: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나왔습니다..
그날부터 자꾸 그녀 얼굴이 아른거렸습니다..
아~ 참 맘에드는 여자다,저 여자랑 진지하게 사귀어 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일이 손에 안잡히더군요...
도대체 몇년만에 이런감정이...
참으로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내 나이 몇인데 이런감정이 드는걸까..
이제 막 대학입학한 새내기도 아니고..
꽃다운 20대초반 젊은이도 아닌데...
밤에 잠도 안오고 시간이 갈수록 그녀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더군요..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하나...쩝
여러가지 고민 고민끝에 대쉬하기로 했습니다..
에라이~ 여지껏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맘에 드는 여자에게
말한번 못해보고 그냥 그렇게 맘에서 떠나보낸 여자가 몇명이냐..
모진 세상의 풍파가 나를 강하게 만들었으니...
까짓거 퇴짜를 맞더라도 대쉬해보는거다...
뭐 어때.. 한번 쪽팔리면 그만이지..쿠쿠쿠..
후회는 없을것이다....
은행에 갈일있으면 무조건 창구로 갔습니다..
기계로 입금하면 될것을 일부로 창구입금을 했습니다..
여전히 그대로 그자리에 앉아있는 그녀가 보이네요..@^^@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띵동~~~ xxx번 손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앗..!! 내 차례군..ㅋㅋㅋ
xxx번 손님..~~
네~~ 저 여기 있어요~~~~ (^.^)/
그녀:어서오세요(역시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나:오늘도 안녕하세요..^^
그녀:예`(하던일 계속 함..)
나:.....(앗!! 반응이 없다..역시 나의 존재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작전상
일보 후퇴..)
그녀:입금 다되었습니다...
나:예~ -.-; 수고하세요..
그녀:안녕히 가세요...
은행문을 나오면서..여러 연애고수님들의 명언이 뇌리를 스쳐갔습니다..
대쉬할때는 먼저 눈도장을 찍어라...!!
이때부터 은행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꼭 은행에 가야만 그녀를 볼수있기 때문에 은행에 갈 핑계가 있어야했죠..
집 공과금부터 시작해서 은행에 돈 낼일이 있으면 제가 다 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동생것도 제가 대신냈습니다..
나:야..너 은행에 돈 낼일있냐..?
동생:어..
나:줘봐..형이 내줄께..
동생:아니야..내가 내야하는건데..내가 내야지..이따가 은행에 들러야지..
나:줘봐..내가 내준다니깐..
동생:아니야..내가 낼꺼야..
나:(버럭 소리 지르며)줘봐..임마 내가 내준다니깐..
동생:(황당해하며)알았어..그래라...-_-;
나:^^(ㅋㅋㅋ.짜식이..)
몇날 몇일을 그렇게 은행에 들락 날락하니..그녀도 이젠 저를 알아봅니다..
먼저 알아보고는 가볍게 눈인사도 합니다..^^
오늘도 눈인사...
내일도 눈인사...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몇달을 그렇게 그렇게 눈도장만 찍고 가벼운 인사만 주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추석연휴 전)..
내가 이런 노력을 하지만 그녀에게 애인이 있다면
그동안 공든탑이 헛수고가 되는거네..? 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앗차..제일 중요한걸 왜 이제야 생각한것이란 말인가..
역시 아직 난 수행이 더 필요한거구나...
그녀에게 남자가 없을수가 일을까..? 설마......
왜 바보같이 그걸 간과하고 있었을까....참나...
다시 작전 변경이다...T.T
우선 그녀의 남자친구 존재여부부터 알아야했죠..
다음날 그녀를 보자마자 손부터 봤습니다..
오른쪽손,왼쪽손, 차례차례 봤죠..
어느손에도 반지는 없더군요...
흠..일단 반지는 없군..안심이다..ㅋㅋㅋ
그렇게 그것만 확인하고 나왔습니다..
다음날(추석연휴 전날), 연휴전이라 그런지 사람 무지하게 많았습니다..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데...그녀가 먼저..
그녀:오셨어요..?오늘은 좀 기다리셔야 할것 같네요..조금만 기다리세요..^^
나:네~~안녕하세요...좋은 아침입니다...
주위 손님들:-_-?
나:..(앗!! 주위반응이 안좋다....-_-)
손님들이 많아 시간이 한참 걸릴것 같더군요..
밖에 나가서 담배 한대 입에 물고 찬찬히 생각했습니다..
죽도 밥도 안되겠네..이러다가..안되겠다..
가까운 슈퍼에서 바나나우유 하나 사왔습니다..(싱싱한놈으로..)
바나나우유 하나 사들고 은행에 들어가는길에
커다란 전신 거울이 있네요..
다시 한번 거울보고 옷단장....
거울에 비친 바나나우유를 들고 있는 제 모습이 참으로 어색합니다..
그렇게 우유를 한참동안 들고 있는데...
띵동~~xxx번 손님.. 그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바나나우유 들고 그녀에게로 갔습니다..
그녀가 먼저 이야기 합니다..
그녀:오늘은 어디에 입금하세요..?
나:네..거래처에요...
그녀:네~~주세요...
옆 창구에 있던 젊은 학생이 이순간의 의미를 아는지...제 얼굴 한번,그녀 얼굴
한번 번갈아 보더니..피식~ 웃더군요...
아..학생은 무슨뜻인지 아는구만...하하.. 학생 나 잘했지..? ㅋㅋㅋ
한참동안의 어색하고도 긴 침묵이 흐르고 그녀가 입금증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녀:다 되었습니다..좋은하루 되세요..손님..(평소그대로 아무일 없다는듯..)
나:아..네..수고하세요...T.T(역시 보기좋게 퇴짜 맞는구나..)
입금증 받아들고 최대한 잽싸게 은행을 빠져나왔죠..
돌아오는길이 얼마나 무겁던지..쩝
역시나 무리였군..대쉬방법이 잘못 되었든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내가 영~그녀에게 어필이 안되는거군..
결론은 이 두가지로 압축이 되더군요..
그렇게 추석을 보냈습니다..(연휴때도 그녀가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추석지나고 다시은행 갈일이 있어서 갔습니다..
여전히 그자리 그모습 그대로 그녀가 앉아 있네요..
추석때 맛난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살이 조금 불은것 같네요.
그래도 여전히.....
띵동~~ xxx번 손님..
무조건 지나가는 택시 잡았습니다..
기사아저씨:어디 가세요.?
나:하남시 신장사거리요..
기사아저씨:거기 지역외 할증 주셔야됩니다...
나:알았어요..빨리만 가주세요..
기사아저씨:예~그럽죠..
15분정도 걸렸습니다..
그녀가 어느아줌마하고 같이 앉아서 떡볶이를 먹고 있더군요..
태연하게 인사하고 옆에 앉았습니다..
그녀:어서오세요...떡볶이 많이 시켰어요..맛있게 드세요..
나:네..잘먹을께요..(사실 매워서 잘못먹겠더군요..@@)
그렇게 그렇게 두여인네들끼리만 얘기하고 저는 땀 뻘뻘흘리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내 생전 그렇게 맛있게 먹은 떡볶이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와 같이 온 언니라는분은 불숙 나타난 저에 대해서 그렇게 궁금해하는것
같지가 않더군요.. 그녀가 저 오는동안 간단히 귀뜸해주었나봅니다..
어색한 떡볶이 시식(?)을 마치고 나오는데..그녀가..
그녀:어쩌죠.. 다시 일하러 가야하는데..
나:어저긴요..일 하셔야죠..정말 잘먹었습니다..맛있네요..^^
그녀:예~그러셨어요..^^그럼 저희 들어갈께요..안녕히 가세요..
나:저기 잠깐만요..
나:저..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박xx씨 정말 맘에 들어 사귀고 싶습니다..
참으로 이말 하기가 어려웠네요..막상 말씀드리니 후련하네요..하하..
그녀:네..우유 주셨을때 참 난감했어요..사람들 많은데서..
나:오늘 시간 있으세요..?(정말 흔한 데이트 신청법..^^)
그녀:예..
나:언제 끝나세요..?전 벌써 끝났는데..롯데월드 가실까요..?
헉! 왜 롯데월드 얘기가 나왔지..참나..실수했다..영화보러 가자는건데..
이놈의 입이 말을 안듣는다...
그녀:오늘 쉬는날인데..토요일이잖아요..
나:아..맞다..은행은 토요일도 쉬는구나..^^
그녀:하하하..
나:이따가 5시 어떠세요..?
그녀:네..5시 좋아요..어디서 뵙죠..?
나:지하에 작은 분수대 하나있는데요..거기서 뵐까요?
그녀:네..그렇게하죠..이따 뵐께요..
나:네..그럼 그때 뵈요..우리..
그렇게 통화를 끝내고 사우나가서 샤워하고 말끔하게 이발도 하고..
지금 시간이 좀 남아 겜방에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마음이..꽃다운 청춘시절 데이트 나가는것 마냥 좋네요..^^
dp여러분 두서없이 기분대로 써내려간 글을 읽어주시느라 감사드리구요..
주책이라 욕하지 마시고 저에게 용기를 주세요..
차근차근 작업(?)에 들어갈까..합니다..
즐거운 주말 잘보내시구요...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아직 5시 안되었는데, 롯데월드 지하작은분수대 앞으로 갑시다. ㅋㅋㅋ 잘 되길 빌께요.. 정말 부럽군요. 용기도... 저는 마누라에게 물려서(?) 결혼했는데.. 이런 재미있는 추억이 아마 별로 없던걸로 기억됩니다. 다른것은 용기있게 하겠는데..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작업들어가는 것.. 정말 힘듭니다. 특히, 용기가 많이 필요하죠.. 나중에 경과보고하는 것 잊지마세요!!! 기대만땅입니다.
크흑 T.T 정말 용기 있으시군요 규태님 남의 일 같지 않게 잘 읽었습니다 저랑 상황이 너무 비슷해서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알게된 카운터 보는 여자가 요즘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고 두근거려서 한번 대쉬해 볼라고 하는데 막막하기만 했는데 ㅎㅎ 꼭 저도 벤치마킹 해서 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