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파도키아에서 아이들과 총 2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한번은 카파도키아에서 필요한 경비를 단체협상으로 한번은 콘야에서 필요한 경비를 개인협상으로 진행하였다. 개인협상을 하면서 일기와의 대화를 하면서 한국에서 힘든 점이나 궁금한 것 등등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기와의 대화를 하면서 석준이는 내가 꼭 철학자같다고 한다. 하긴 한국의 교육에서 철학이 없기 때문에 늘 헛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주니 기분이 좋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일기와의 대화를 통해 난 아이들과 치유하며 소통한다. 교육에 관심이 많다보니 관련서적이나 영상을 보면서 공부하다보면 교육에 대한 해법은 참 많은 것을 느낀다. 하지만 정작 본질은 늘 방치한체 헛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철학보다는 처세, 대부분 기본적 지식쌓기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몇달전 독일에서 한 17세 여학생이 올린 트위트 글이 화제가 되었다. "나는 곧 18세가 된다, 하지만 세금, 집세, 보험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독일 교육 현실을 비판했다고 화제가 되었다고 하지만 난 오히려 이런 독일 교육이 부럽다. 기본적으로 현실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은 사회 진출하면 금방 배운다. 왜, 어떻게 살것인지에 대한 삶의 철학이 더 중요하다. 물론 삶의 철학 또한 살아가는 지식을 습득하면서 세워지기도 그 또한 중심은 삶의 철학을 바로 세우는데 있어야 한다.
한국의 아이들에게 이런 고민이 없을까? 참 많다. 단순하게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다. 엄마 잔소리가 심하다. 왜 공부하는지 모르겠다. 친구들 관계가 힘들고 학교가 짜증나는데 정작 학교 관두면 심심할 것 같다. 졸업하고 나서 취직하기 힘들 것 같다. 좋은 대학가야하는데 성적이 안나온다. 등등. 너무 많다. 일기와의 대화를 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저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첫번째는 공감하고 두번째는 원인이 뭔지 고민한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개인협상을 하면서 아이들과 약속한 것은 절대 다른 친구에게 비밀로 하기로 하였다. 협상내용이 빨리 전파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얼마 받는 것에 신경쓰지 마라는 의미도 있다. 이웃 사촌이 땅을 사던지 얼마 벌든지 그건 내 삶과 상관없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짜 필요한지 그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파서 밥을 많이 굶은 ㅋㅋ 서윤이는 돈이 많다며 조금만 요구하였다. 그외 친구들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 또한 얼마되지 않는다. 첫번째 협상을 하고 난 후라 그런지 이제 제법 요구 조건들이 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한다. 그래서 대부분 아이들이 제시하는 금액에 동의하였다. "어~~왠지 속는 기분이 드는데. 뭔가 다른 것 있지? " 그래 늘 의심하는 태도는 좋아. 찝찝하면 생활해보다 콘야 이후 에이르디르 협상때 더 올리면 될거야.
카파도키아에서 콘야까지는 3시간 다행히 버스는 우등버스처럼 좌석이 옆으로 3칸 앞뒤 간격도 제법 넓다. 또한 모니터에 게임도 된다. 오~오랜만에 컴퓨터 게임한다. 얼마 하더니 멀미나고 별 재미없다고 다들 그만둔다. ㅎㅎ 그래서 습관이 무섭다.
콘야에 도착 점심 먹고 숙소를 구한 후 곧바로 목욕탕에 가기로 하였다. 터키도 목욕탕이 있다고? 물론 터키탕이라고 유명하지않는가. 다만 터키사람들은 고인물을 죽은 물, 나쁜 물이라 인식해서 몸을 담글 수 있는 탕은 없다. 대신 사우나와 큰 대리석이 있어 따뜻한 열기가 올라와 찜질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덧붙여 한국처럼 때밀이와 거품맛사지가 있다. 다른 도시보다 콘야가 저렴하고 잘 즐길 수 있고 여행의 피로도 풀겸 하맘(터키목욕탕)체험을 하기로 하였다. 유현이가 목욕탕은 열이 많아서 못간다며 남겠다고 하자 계속 방을 같이 쓰는 영찬이가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도 안간다고 한다. 어쨌든 몇친구들을 제외하곤 모두 하맘체험에 나섰다.
오랜만에 여행의 피로를 푸니 참 좋다. 뜨거운 사우나가 얼마만이던가. 게다가 때밀이와 거품맛사지. 억...때가 때가 왜 그렇게 많이도 나오는지. 한국 사람들은 다 때가 많은 줄 알겠다. ㅎㅎ
다음날 달팽이 여행의 묘미인 미션수행, 알라딘 언덕에 갔다오기. 메블리나 박물관에 갔다오기.
미션을 내어준 후 혼자 시간을 즐기고 싶어서 사진기를 들고 길을 걸었다. 늘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다보면 터키 사람들의 일상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좋다. 터키에서는 과일도 참 싸다. 물론 물건너온 바나나는 더 비싸다. 오렌지과인 만다린이라는 과일은 1kg에 1.5리라(약 650원) 완전 싸다. 포도도 싸지만 철이 지나서 그런지 많이 팔지는 않고 있었다.
기도 시간이 다 되어가는 모양이다. 자미(사원)옆에는 항상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있다. 신께 기도하기 전 몸을 정갈히 하면서 어떤 소원을 빌까? 추운 겨울이지만 깨끗하게 발을 씻고 있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종교의 힘이 느껴진다. 하긴 여긴 이슬람 신비주의 메블리나 교단이 창시된 곳이지. 과거 아타튀르크가 세속주의를 주창하며 학교나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못쓰게 하고 복장도 많이 바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슬람의 힘이 많이 남은 콘야지역의 메블리나 교단과 당연한 마찰이 존재했을 것이다. 때문에 많은 탄압도 받았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터키 정치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속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에 분쟁을 잘 이해해야한다.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세속주의 영향때문에 여행은 많이 편해졌다는 생각이다. 술이 금기시되나 판매가 되며 많은 부분 개방적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여행객의 입장일 뿐이지만 섣부른 판단은 여기까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걸어가다보니 친구들과 만났다. 콘야도 좁은 모양이다. 이렇게 길거리에서 만나다니. 알라딘 언덕의 이슬람 사원에 들어가 히잡쓰며 기념사진 한장~~~다들 멋있는데.
추운 겨울 영찬이가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닌다. 안춥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오히려 갑갑한게 싫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쳐다본다. 얼마나 신고 다녔으면 하얀 슬리퍼가 나중에 한국오니 완전 까매졌다.
터키에서 길거리 음식도 맛볼까? 옥수수에 소금 약간 버터넣고 작은 냄비에 약간 요리를 한 후 다시 케찹도 주는데 제법 짭쪼름하니 맛있다. 콘야는 물가가 다른 대도시보다 싸다. 여기서는 단돈 1리라,
뭐가 그리 좋을까? ㅎㅎ 솔직히 말하자만 공부 스트레스 없고 부모님 간섭없고 간혹 꼰대같은 꾸미가 있지만 심하지는 않고 ㅋㅋ
마음껏 놀 수 있고 터키의 여러가지 신기한 모습도 볼 수 있고. 그래서 좋지않을까? 그래 신나게 치유하고 가자.
사과에 설탕을 발라놓은 것인데 이것도 싸다. 1리라.
점심먹고 난 후 메블리나 박물관으로 걸어가다 잠깐 쉬고 있었다. 잠시후 두 터키여성이 자꾸 쳐다보며 망설이다 말을 건넨다. 그것도 한국말로. "한국에서 왔어요" "네. 한국말 참 잘하시네요."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하는 두 터키여성 은혜와 새봄이라는 한국이름도 있다고 한다. 서양여성은 성숙되어 보인다고 하더니 나이가 만으로 17세 18세라고 한다. 기념사진도 찍고 한국말로 한참 대화를 하다 메블리나 박물관에 간다고하니 자기들이 안내해도 되는지 묻는다. 당연하지. 때로는 청소년들이 놀 때는 어른들이 빠져주어야한다. 나는 숙소에가서 책을 보며 쉰다고하며 살며시 빠져주니 은혜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자신을 믿어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 터키에와서 터키 또래와 함께 노는 것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이후 친구들과 메블리나 박물관에 공짜로(원래 10리라 입장료가 있었지만 학생이라고 터키인이 이야기해서 공짜로 들어갔다고 한다) 구경하고 여러가지 설명을 해 주었다고 한다. 한국말은 그렇게 유창하지 않아서 막히는 것도 있지만 사실 대화라는 것이 언어를 매개로 하지만 때로는 그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영어, 한국어 등등 간단한 이야기를 통해 한참을 놀고 들어왔다.
한국어를 배운다며 교재도 보여주었다. 열심히 메모하는 교재를 보며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공부공부 그렇게 강요를 하고 돈도 많이 투자하지만 난 학교공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필요하겠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인생의 철학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필요한 공부가 있기에 공부잘하는 비결, 방법 등등 여러가지 소개가 되고 있는데 공부잘하는 비결 첫번째는 동기이다. 왜 공부해야하는지 본인이 동기가 확실하게 잡혀있으면 하지 말라고 해도 공부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정말 공부는 왜 하는 것일까? 나의 대답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성인들은 학교를 마친 후엔 책 한권도 제대로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공부는 평생 해야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강요된 공부에 싫증을 느끼며 강요가 사라지면 더 멀리하게 된다. 난 지금도 공부하고 책을 보면서 내 삶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성찰하고 있다.
새봄이라는 친구는 한국에 유학올 거라 하는데 이 친구에게는 한국어를 배워야할 동기가 확실한 것이기에 빨리 늘 수 밖에 없다. 한국 사람만 만나면 대화하고 이야기하고. 은혜라는 친구는 영어도 제법 잘 하였다. 한국의 아이들은 그렇게 영어를 배워도 제대로 대화도 못한다. 늘 수동적이며 듣기만 할 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 늘 평가만 있을 뿐이다. 나는 영어를 그렇게 잘 하지는 못한다. 콩글리쉬도 많다. 하지만 내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기에 부끄럽지 않다. 그렇기에 다소 틀린 표현이라고 계속 말을 한다.
메블리나 박물관에서 터키친구 은혜와 함께
두 터키 친구들이 돈까지 인출해서 한국의 친구들에게 차도 사주고 과자도 사주었다고 한다. 호텔에 돌아온 친구에게 선물로 줄 건 없고 기념으로 한국 돈 천원과 500원짜리 하나를 주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차도 몇개 나누어주고. 선물이란 이런 것이겠지. 비싼 것보다 마음이 오가는 것. 지금도 친구들과 카톡을 한번씩 주고 받는다고 하니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저녁 먹고 난 후 메블리나 문화센타로 향하였다. 이곳에서는 토요일마다 무료 세마공연을 하기 때문에 사실 콘야에 온 것은 이유이기도 하다.
메블리나가 활동했던 13세기 대부분 사람들은 아랍어로 쓰여진 코란을 읽을 수 없었다. (이후 아타튀르크가 쉽게 읽을 수 있게 언어를 만들었다) 그러다 고민하며 만든 것이 세마춤이다. 코란을 읽지 않고 신을 체험하는 것이 세마춤 무아지경에 빠지는 순간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널리 유행하였다.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을 회전시키며 천천히 도는데 오랫동안 엄청난 속도로 돌고 그자리에 반드시 멈춰선다. 그리고 춤은 이어진다. 그러기를 30여분 계속 이어진다. 신과 하나가 되었기에 가능하다고 하는데 머리를 지구 자전축 15도로 기울어서 가능하기도 한다.
수의를 뜻하는 흰색 긴치마와 저고리 위 무덤을 상징하는 검은 망토를 입고 묘비를 의미하는 갈색 모자. 세마춤을 보면서 그 신비로움에 빠져들어 저절로 숙연해진다. 이스탄불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 형식으로 세마춤을 추는 것을 잠깐 보았는데 이곳 콘야의 메블리나 문화센타의 세마의식에 비하면 그저 흉내내는 것으로 느껴졌다. 2008년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터키인들의 종교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세마공연장에는 외국인보다는 오히려 내국인들이 더 많았고 함께 종교의식을 치르며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콘야에서 일정을 그렇게 끝이났다. 짧은 2박 3일의 일정이지만 다시 또 이동해야한다. 내일 천천히 에이르디르로 향해볼까?
*다음날 에이르디르로 출발하기 전 오전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부모님과 통화를 하였다. 콘야에 도착하자 한국 뉴스기사에 IS로 잡입했다는 김모군의 뉴스에 부모님들이 걱정하신 모양이다. 제빠르게 소통하는 밴드에 올렸지만 그래도 터키에서 한번쯤 목소리를 듣는 것이 좋을 듯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님이 섭섭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걸 왜 해요? 꼬 해야 하나요? 라고 묻는 친구도 있지만 그래도 모두 통화하니 좋았던 모양이다. 석준이는 처음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는지 한참을 말도 못하고 운다. 한결이는 엄마하고 통화는 잘하더니 할머니와 통화하니 눈물이 글썽인다. 그래 사실 말로는 씩씩하게 왜 하냐고 묻지만 그래도 부모다. 아이들에게 묻는다. 부모님과 통화해서 좋냐? 아뇨..잔소리만 많이 하던데요. 여행 재미있게 하고 즐겁게 하고 많이 보고 느끼고 사진 많이 찍고 아프지 말고..아이들이 과연 언제쯤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이 부모가 되면. 또 이렇게 되풀이 되겠지. ㅎㅎ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다. 부모님들이 바뀌기는 힘들다. 원래 부모님들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그게 부모 마음이니까.
첫댓글 아,이런..저도 즐겁게 여행하고 사진도 찍으라했는데..듣는 입장에선 이것도 잔소리였군요..ㅎㅎ
이렇게 또 타인과 나를 마주보게되는군요
세마춤보고 한참 멍했던 생각나요,,
30분후에 딱그자리에 서있을수 있을까?
얼마나 연습했으면,,,우리도 코잡고 돌아 본적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