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부침개 오코노미야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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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友人 M씨의 글에서 보듯이 오사카 사람들은 자신들이 오코노미야키를 좋아하는 것처럼, 토쿄 사람들도 모두 몬쟈야키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오사카가 오코노미야키의 원조(元祖)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 곳이든 상점가에만 가보면 반드시 한 군데라도 오코노미야키 가게가 있고 맛있는 냄새가 사람을 부른다. 내가 살던 동네에도 어떤 가게가 있었는데,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저녁식사 겸해서 먹기로 하고 들어가 보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이것저것 재료가 다 들어간 것을 하나만 주문하니 약 1500엔 정도(약 15000원). |
한참을 냄새만 피우다가 드디어 나왔는데 직경이 약 15cm정도의 작은 오코노미야키가 철판 위에서 지글대고 있었다. 비싸지만 않았다면 두 개를 주문하는 것을... 두 사람이 작은 것 하나를 놓고 먹자니 좀 민망... 뜨거운 것을 참아가며 얼른 배고픈 김에 한 입 넣으니 복잡 미묘한 이 맛. 대충 밀가루, 계란, 새우, 가리비 조개, 돼지삼겹살, 생라면, 양배추, 파, 카츠오부시(훈연 가다랭이), 파래 가루 그리고 짜면서도 무척 달고 시큼한 맛의 검은 소스... 소스가 맛있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재료들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맛있게 먹고 나왔다. |
그러나 아직도 차지 않은 배를 생각해서 돌아오는 길에 이번에는 좀 가격이 저렴한 곳을 들어갔다. 이 전의 가게보다 좀 허름하고 젊은이들보다는 샐러리맨들이 회사가 끝나고 잠시 들러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안주 삼아 오코노미야키를 먹는 분위기이다. 대충 5-600엔 정도의 기본 되는 것을 하나 주문했는데 나온 것을 보니 영... 거의 밀가루와 양배추, 파, 카츠오부시, 소스가 전부로 딱딱하면서 좀 두꺼운 부침개와도 같았다. 아무리 가격이 다르다고 해도 먼저 먹은 것과 맛이 너무 다르니 어느 것이 진짜 오코노미야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사실은 다 오코노미야키(お好み燒き, 일본식 부침개)인데 이 것에도 지역 차이가 발생하였다. 물론 만드는 법에서 차이가 있지만 토쿄(東京)의 일부 지역에서는 몬쟈야키(もんじゃ燒き), 오사카에서는 오사카流의 오코노미야키, 히로시마(廣島)에서는 히로시마류의 오코노미야키가 번창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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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밀가루 부침개에 조금 다른 재료를 넣어 기름에 부치는 방법을 달리 해서 그 나름대로의 맛을 내는 것이다. 이런 부침개는 戰後의 궁핍한 생활에서 나온 것으로 원래는 아이들의 간식 정도로 그저 밀가루에 야채나 조금 넣어 부쳐서 간장이나 물엿에 찍어먹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야채와 고기류가 들어가 어른들의 간식, 때로는 주식이 된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류의 음식이 더욱 발전하게 된 것은 戰後에 서양 음식이 들어오면서 고기 음식에 맞는 우스타소스(Worcester sauce)가 색다른 맛으로 일반인들의 입을 자극하게 되었는데, 그 소스가 이 오코노미야키에 쓰이면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
가리비 조개살이 들어간 몬쟈야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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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세 종류의 부침개를 기본적인 조리법을 통해서 그 차이점을 알아보면...
1. 몬쟈야키(もんじゃ燒き)
①새우, 오징어, 튀김 부스러기, 채로 썬 양배추를 준비. ②물에 우스타소스를 넣어서 엷게 밀가루를 풀기. ③1인분의 양인 밀가루액 270cc에 건더기 재료들을 넣기 ④프라이팬에 먼저 건더기만 꺼내 둥글고 얇게 펴서 익힌다. ⑤어느 정도 양배추가 늘어지게 익으면 가운데 부분의 건더기를 바깥쪽으로 몰아 둑처럼 만들고 가운데에 남은 밀가루액을 붓는다. ⑥밀가루액이 어느 정도 끓어오르면 주위의 건더기들과 섞어서 넓고 얇게 펴서 살짝 익힌다. |
몬쟈야키로 좀 질퍽한 느낌이 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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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사카流 오코노미야키(お好み燒き)
①채로 썬 양배추, 파, 튀김 부스러기등을 밀가루액에 넣어서 섞는다. ②프라이팬에 20cm 크기로 넓고 얇게 한다. ③이 위에 돼지 삼겹살을 3장정도 얹고 뒤집어서 재료들이 서로 붙도록 눌러준다. ④어느 정도 고기가 익으면 다시 뒤집어서 돼지고기가 맨 위로 오게 해서 그 위에 마요네즈와 소스를 바른다. ⑤마지막으로 카츠오부시와 파래가루를 뿌린다. |
오사카식 오코노미야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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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히로시마流 오코노미야키(お好み燒き)
①뜨거워진 철판 위에 밀가루액을 붓고 얇게 펴놓는다. ②그 위에 카츠오부시 가루와 파래 가루를 조금 뿌린다. ③채로 썬 많은 양배추, 튀김 부스러기, 파, 숙주나물, 돼지 삼겹살 3장정도 순으로 얹고 밀가루액을 조금 부어서 재료들이 흩어지지 않게 한다. ④조금 누르고 뚜껑을 덮어서 양면을 고루 익힌다. ⑤한 쪽 편에서 익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라면 국수에다 소스를 넣어서 볶아둔다. ⑥④가 어느 정도 익으면 볶은 국수 위에 얹고 가볍게 눌러서 라면 국수와 돼지고기가 있는 쪽이 붙도록 한다. |
계란과 국수가 들어간 히로시마식 오코노미야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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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그리고 옆에서 계란을 풀어 이 크기로 만들고 ⑥을 얹은 후 뒤집어 계란이 맨 위로 나오게 한다. ⑧소스를 바르고 파래 가루를 뿌린다.
이렇게 조리법을 적어 보았는데 역시 먹기에 푸짐한 것은 히로시마의 오코노미야키이다. 각 가게마다 여러 재료를 넣어 새로운 부침개를 개발하고 있지만,이런 부침개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소스인데 어느 가게를 가 보아도 대개 "오타후쿠(オタフク)"라는 상표의 소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회사에서는 이런 저런 요리에 쓰라고 다른 이름의 제품들이 많이 나오지만 결국은 거의 같은 맛의 소스이다. 토마토, 양파, 사과, 귤, 복숭아, 당근, 마늘, 설탕, 소금, 식초, 조미료, 간장 등을 적당히 섞어서 만들어낸 소스는 양식뿐만 아니라 오코노미야키와 타코야키(たこ燒き, 문어 풀빵)의 맛을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
오타후쿠 소스로 500g 330엔이다 | |
밀가루 역시 집에서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도록 여러 양념이 들어간 제품이 팔리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의 부침개용 밀가루도 여기서 본 따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소스의 일본화, 재료의 다양화가 한낱 아이들 간식인 '밀가루 부침개'를 여태껏 스러지지 않고 '국민적 음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람들이 웬만큼 다 좋아할 만한 "맛"을 찾아내 상품화할 수 있는 노력을 누구나 다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코노미야키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보이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