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카르타. 공식명칭은 욕야카르라지만 옛표기법대로 족자라 많이 부르는 도시, 과거 네덜란드 독립전쟁 때 임시 수도라서 혁명의 도시라고 하며 대학이 많아 교육의 도시 문화의 도시라고 합니다. 족자에 도착하곤 곧바로 휴식. 그저 푹 쉬었습니다. 다음날도 또 쉬니 조금씩 회복이 되더군요. 인니와서 처음으로 단체협상을 했습니다. 식사 값과 약간의 음료 값. 31만 루피아. 족자 있는 기간 협상금이지요. 음식값이 조금 많지만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금액이라 저는 무조건 찬성이지요.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작스러운 찬성에 달팽이 친구들은 잘했는 건지 분간이 안되나봅니다. 좀 더 높게 부럴걸.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요. 합의는 이미 끝났지요. 그러면서 배운는 것이지요.
다음날 쉬면서 약간의 미션과 수행금 덧붙여 더 주었습니다. 저도 많이 좋아져서 3일째 길을 나섰습니다. 지금도 왕이 살고 있다는 끄라똔 왕국으로 향하는 길은 수많은 상점들이 있네요. 의류가 많고 값도 저렴하네요. 상품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사고 파는 모습이 제에겐 더 흥미롭게 합니다. 걸어가는데 재헌이가 피곤한 모습이네요. 머리 만져보니 감기 몸살기가 있네요.
왕궁은 큰 볼거리가 없네요. 간단히 둘러보고 재헌이 쉬라며 다시 호텔에 돌아 왔습니다. 점심은 과일로 대신하고 물을 많이 먹을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간단히 침 한방. 지우가 자기도 맞고 싶다네요. 부작용 없이니 그럼 너도 한방. ㅋㅋ
나머지 아이들과 점심 먹고 다시 물과 과일을 넣어주었습니다. 애초 보르부드르 사원과 쁘람바난 사원은 천천히 현지버스타고 갈 계획이었는데 다들 조금씩 아프기에 계획을 바꾸에 6인승 차를 빌렸습니다. 사실 가격은 별 차이 나지 않습니다.
저녁 재헌이가 조금 좋아지긴 했으나 스프 끓여주고 감기약 딱 한알만 주었습니다. 다음날 감쪽같이 다 나았네요. 역시 아이들은 빨리 낫네요.
다음날 8시. 보르부드르 사원에 먼저 갔습니다. 산 위의 절이라는 뜻, 3대 세계 불교 유적지 중 하나. 최대 불교 건축물. 멀리서 사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계단 한층 올라가며 벽에 새겨진 벽화의 모습을 구경합니다. 재헌이는 지금이라도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라네요. 종모양의 스투파들이 인상적입니다. 72개의 스투파 안에 역시 불상이 있는데 많은 불상이 목이 잘려나갔네요. 산 위의 절답게 사방은 모두 밀림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더 전망을 아름답게 합니다. 가만히 보니 미얀마 바간, 앙코르 왓 모두 숲속에 있네요. 아마 가장 훌륭한 자연 속에 건축물도 더 위대해 지는가 봅니다. 아이들도 자연에서 더 놀고 자라게 해야하는데 늘 도시에 가둬두는게 안타깝네요.
점심은 운전기사가 소개하는 식당. 어디나 소개비가 있는듯 음식 값이 제법 비싸네요. 협상금을 주었지만 비싼 밦값은 제가 한번 쏘아야겠지요. 비싼 만큼 맛은 있네요. 밥을 먹고 쉬는중 막내 지우가 약간의 실수를 하네요. 어제 재헌이가 아픈데 조금 섭섭하게 이야기 했는 모양입니다. 저는 야단칠 때 큰소리 치지 않습니다. 아주 조용하게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눌려고 합니다. 10분정도 조용히 지우에게 잘못된 것을 이야기하고 난 후 어떻게 생각하냐니까 말이 없습니다. 또 10분. ㅋㅋ 눈에서 눈물이 떨어질 뻔 하는데 끝까지 안웁니다. 자존심이 참 큰 친구지요. 그 자존심도 살려주어야겠지요. 토닥토닥. . .
쁘람바난 사원. 힌두교 사원입니다. 대부분 이슬람을 믿는 자바섬 사람들의 현재 모습과 아주 대조를 이루네요. 멀리서도 조각미를 자랑하듯 빨리 오라며 손짓하는 듯 합니다. 어느새 밝아진 지우가 제 옆에서 이것 저것 묻네요. 시바신전 브라마 비슈누 3대 신을 모시는 신전을 주축으로 역시 벽면의 벽화는 아름답습니다. 하루 다른 종교 다른 느낌의 두 사원을 천천히 감상하네요.
족자에서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편히 쉬는 날이지요. 내일부터 2박 3일 브로모 이젠 투어의 힘든 일정이 기다리니까요. 오전에는 그래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다들 맑은 친구들이라 큰 걱정은 없네요. 여행 반이 넘어가기에 부모님과 통화도 한번 해야겠죠. 씩씩하게 부모님과 통화를 하네요. 어느 부모님은 통화하고 한참 멍하니 그리고 울었다는데 달팽이 친구들은 잠깐 부모님 생각하더니 아이스크림 사먹는다고 밖으로 나가더군요. 부모 자식간은 역시 내리사랑이라더니 다 이유가 있네요. 저는 총각이라 부모의 마음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늘 부모님께 부탁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만큼 아이를 자유롭게 스스로 판단하고 실수할 수 있게 지켜보는 것이 더 잘 자란다고. 부모 마음대로 하면 부모 마음처럼 살 수 없습니다.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라면 그 마음만 두고 아이를 편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기대고 싶을 때 기댈 수 있는 곳이 사회 또는 학교 가정이 되어야 하지만 사회 학교는 당장 바꿀 수 없습니다. 사회도 학교도 못하기 때문에 가정이라도 안식처가 되어야 합니다.
여행하다 귀국할 때가 다가오면 돌아가기 싫다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또는 한국에 잠깐 갔다가 다시 여행하고 싶다는 아이들도 많지요. 사회가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요. 저도 늘 부족함이 많아서 배우고 있는 중이지만 달팽이여행이 아이들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많이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외 선택은 아이들이 하는 것이지요.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솔자이자 친구처럼 지내지요. 그러다보니 당연히 달팽이 여행을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음 소식은 브로모 이젠 화산 투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