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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게임중독이 범죄로 연결되는 경우도…
[사회] 2001년 09월 17일 (월) 19:41
“컴퓨터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를 흉내냈을 뿐이예요.”
친구를 마구 때려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혀놓고 처벌받는 것을 오히려 억울해 하는 최모(14? 서울 S중2)군의 항변이다.
“한해 수백명의 청소년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 전과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의 발표처럼 게임중독 범죄도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다.
무엇보다 걱정스런 대목은 최군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이 현실과 게임의가상세계를 혼동해 아무런 목적이나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힌후에도 반성이나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점. 훨씬 엽기적이고 끔찍한 게임중독 범죄가 계속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주는 징후다.
3월 광주에서 중학생이 초등학생 남동생을 숨지게 한 사건은 게임 중독이얼마나 참담한 비극을 부를 수 있는 지를 보여주었다. 잔혹 게임에 탐닉하던 이 중학생은 동생 살해 후 흉기를 가방에 넣고 나와 “40~50명을 더 죽이려 했다”고 스스럼 없이 털어놨다.
게임 중독 청소년 범죄의 초기 유형은 PC방 게임비용을 조달하거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절도 또는 컴퓨터 해킹 등이다. 영토 빼앗기 게임인 ‘리니지(Lineage)’에 빠진 김모(15·서울 K중3)군은 게임 상대의 컴퓨터를해킹해 보호망토와 사각방패 등을 상습적으로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또 박모(15·서울 D여중3)양은 부모가 집에서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자PC방에 가기 위해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했고, 윤모(14·서울 S여중2)양은 밀린 PC방 게임비 5만원 때문에 주인에게 몸을 팔았다.
중독이 더 심해지면 스스로를 폭력 게임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게임에서 본 폭력을 ‘적용’한다.
“불량학생의 교내 폭력과 돈 뺏기는 전에도 있었지만, 게임을 따라 한다며 온갖 무술과 흉기를 동원해 친구들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게 요즘의 새로운 양상”이라고 중학교 교사 박명자(朴明子· 38)씨는 말했다.
YMCA 청소년 상담소 송언희(宋彦熺) 상담원은 “게임 중독으로 탈선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으나 그것이 게임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 좀처럼 치유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2,3.
[게임] '게임중독' 위험수위 넘었다
[속보, 기타] 2001년 03월 06일 (화) 13:18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남에게 해를 입히는 안타까운 현상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지난 2일 성남 남부경찰서는 지난 11월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하다 져서 무기 등 아이템을 잃은 뒤 상대를 찾아가 때리고 감금한 혐의로 김모씨(22) 등 2명을 구속했다.
사흘 뒤인 5일 광주에선 살인사건이 터졌다. 온라인게임 <조선협객전>에빠져 있던 중학생 Y군(14)이 초등학생 동생(10)을 흉기로 살해한 것. Y군은 최근 게임에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도끼를 실제로 구입, 날까지 세웠다고 한다.
사실 '게임 중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게임 초창기인 78년 미국에서는 오락실용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로 인한 초등학생들의 결석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고 90년대엔 한 고등학생이 <듀크뉴켐 3D>라는 액션게임을 본떠 극장에서 총을 난사한 사건까지 일어났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을 실제로 돈을 주고 거래하는 일은 다반사고 그 과정의 사기 및 폭행 사건도 잊을 만하면한 번씩 터졌다. 또 지난해 PC방 주인이 게임에 중독돼 건강 이상으로 사망한 사건도 두 차례나 있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게임 전문가들은 " '현실의 모방'인 게임이 오히려 '현실에서 모방할 대상'으로 바뀐 예"라며 "특히 자신의 분신(아바타)을 키워 나가는 온라인 게임에서 이런 혼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게임 안에서 다른 게이머를 폭행하는 'PK'(Player Killing)가 '현피'(현장 피케이)로 이어지거나 50만원도 넘는 현금으로 아이템을 사고파는 일이 가능한 것도 아바타와 실제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게임을 무조건 금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게임평론가 이익재씨(30)는 "시뮬레이션(현실모방)과의 동일시는 게임의 본질적인요소"라며 "게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게이머들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의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남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인터넷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 청소년이 조사 대상의 33%나 차지했다. 또한 약 55만명의 청소년이 인터넷 중독 의심자로 추정되고 있다.
놀 곳도 마땅치 않고 남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청소년들을 무작정 게임에 빠지게 한 책임은 어른들이 져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가벼운 게임 중독 현상을 겪기도 하지만 현실과 게임을 혼동할 수준은 아니다. 주변의 무관심이 일부 청소년들을 깊은 구렁에 빠뜨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씨는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무작정 PC를 못 켜게 하는 것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게임에 대해 물어 보고 함께 해보는 것도 가까워지는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4.
인터넷 공간에서 '사이버 부부'나 '1촌 맺기' 등으로 10대 청소년들을 가출하도록 유인한 뒤 상습적으로 성폭행, 성추행하는 사이버 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이버 범죄는 판단과 사고가 미숙한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사이버 공간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고, 이성관계나 가출 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점을 악용한 수법이어서 철저한 교육과 대책이 요구된다.
울산 남부경찰서는 22일 인터넷 미니홈피를 통해 여중생 A(13)양을 가출하도록 유인한 뒤 성폭행한 혐의(실종아동 등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위반)로 이모(24·전북 군산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울산에 사는 A양을 남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뒤, 자신의 주거지인 군산으로 데려가 나흘간 세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씨는 지난 3월 A양의 미니홈피에서 A양의 사진 등을 확인한 후, 사이버상에서 1대1로 친밀한 관계를 설정하는 '1촌 맺기'를 신청하는 등 의도적으로 A양에게 접근해 수개월 동안 채팅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A양에게 '함께 살자'고 유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특히 A양에게 자신이 구입해 준 휴대전화만 사용토록 하고, "부모에게 연락하면 오빠가 경찰에 잡혀간다"며 교육을 하는 방법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김양이 부모에게 남긴 "나는 잘 있으니 찾지 마라"는 문자메시지를 단서로 휴대전화를 추적,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이씨가 같은 방법으로 미성년자 2명과 1촌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여죄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인터넷 공간에서 울산지역 초등학교 여학생과 '사이버 부부'관계를 맺은 뒤, "서울로 가면 커플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며 가출을 유도한 김모(30)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김씨는 이 여학생을 찜질방과 모텔 등지로 데리고 다니며 성관계를 시도하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시청소년성문화센터 이선영 실장은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는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컴퓨터를 가까이하는 아이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이 같은 범죄 뉴스 등을 함께 보고 토론하는 등의 사례 교육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5.
5일 오후 10시30분 대구 북구 복현동의 한 PC방. 3일 오후 9시에 들어온 이모(28ㆍ무직)씨는 50시간째 온라인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빠져 있었다. 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던 이씨는 갑자기 앞으로 쓰러졌다.
사람들이 달려와 병원으로 옮겼으나 3시간여 만에 숨졌다.
경찰은 이씨의 사인을 과로에 따른 심장마비로 추정했다. 이씨는 게임을 하는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였다. 지난달 초에는 게임을 하느라 자주 결근하는 바람에 다니던 회사에서도 쫓겨날 정도로 심각했던 게임 중독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취미나 여가생활로만 여겨져 온 게임이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될 수도 있어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중독성이 강한 신종 게임이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광주 동구 서석동의 한 PC방에서 8시간 넘게 게임을 하던 배모(29)씨는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져 숨졌다. 사인은 식사를 거르고 장시간 게임을 한 데 따른 탈수 현상. 배씨도 일정한 주거 없이 밤이면 PC방을 전전해 온 게임 중독자였다.
사는 기쁨 신경정신과의원 김현수 원장은 “게임에 중독되면 과도한 각성과 집중 상태에서 고정된 자세로 오래 동안 앉아 있기 때문에 비행기를 장시간 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이코노미 증후군’처럼 혈액이 응고돼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음료를 마시지도 않고 담배를 심하게 피우면서 게임을 하면 탈수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시각이나 청각 등 특정 신경계만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탓에 생리적인 통제가 불가능한 과로 상태로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다.
게임 중독은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관계자는 “게임에 중독돼 음식도 먹지 않고 게임에 몰두하면 시력저하,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질 허약, 근골격계 이상 등 심각한 비정상적 발육이 나타날 수 있다”며 “청소년들은 통제력이 약해 게임에 몰두하면서 가정과 학업에서 더욱 멀어지고, 심하면 현실 세계에서 도피하기 위해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위정현(경영학과) 교수는 “게임 중독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통제력 차이 때문에 발생하지만 최근의 온라인 게임들은 게임을 할 때마다 연속성을 갖도록 만들어져 강한 중독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며 “담뱃갑에 담배의 해악성을 표시하는 것처럼 게임의 부정적인 효과를 게임 초기 화면에 설명해 주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이 자동 중단되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