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작품상 수상자/손흥기
수상작품(평론부문) : 절제의 미학, 그리움의 시학(최병헌 시인 연구)
【손흥기】
경기 이천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계간 『시와세계』 신인상 문학평론 등단
-시론집 『시에게 길을 묻다』, 평론집 『박인환을 다시 읽다』
-늦봄 문익환문학상, 강원도문화상(문학), 강원환경인상, 인제군민대상(문화예술부문),
고대문우상 등 수상
-강원문인협회 부회장, 인제문인협회 회장, 만해문학박물관장, 만해청소년수련원장
【 수상소감】
비와 빗소리, ‘비마을 사람들’이 내 문학의 시작
손흥기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로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김소월 「왕십리」 일부
춘분(春分)지나고 봄을 재촉하는 가랑비 구죽죽이 내리는 날, 자박자박 내리는 빗소리를
안주로 막걸리 한 잔 하는 중 휴대폰 벨이 울렸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제5회 강원문학작품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빗소리와 함께 문득 40여 년 전의 낡은 풍경들이 떠올랐습니다.
80년대, 한 끼의 라면 값을 걱정 할 만큼 주머니엔 찬바람이 쌩쌩 불었지만 꿈이 있었고,
그래서 세상이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던 꿈 많던 청춘시절, 나는 정말이지 비가 좋았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말만 잘하면 외상술도 주곤 하던 채석장 가는 철길 옆 목노집에서
낡은 슬레이트 지붕의 투탁거리는 빗소리를 듣거나 연탄화덕 석쇠 위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껍질을 씹으며 껌정물 들인 미제 야전잠바 깃을 세우고 마치 대단한 시인이라도 된것처럼, “비가 온다 / 오누나 / 오는 비는 /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소월의 시를 읊고는 했습니다.
그 시절, 이를테면 시시껄렁하고 남루한 문학청년 시절 우리는 비가 오는 날이면 약속이나 한 듯 할머니 집에 모여 시에 대해, 문학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이곤 했습니다.
김소월, 백석, 이용악, 서정주로 시작해서 보르헤스, 밀란 쿤데라, 라캉에 이르기까지
설익고 난삽하고 치기어린 논쟁을 벌이고는 했습니다.
그런 날 저녁이면 연탄불 꺼진지 오래된 자취방에서 군용담요를 덮어쓰고 친구들과의
난상토론을 노트에 옮겨 쓰고는 했습니다. 이것이 설익고 어설픈 나의 문학의 출발입니다.
‘문학평론’...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문학작품의 의미와 구조, 가치, 작가의 세계관 등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논평하는 일”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언감생심焉敢生心, 제가 감히 어느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고
논하겠습니까.
저는 다만 좋은 시인, 작가의 작품을 독자에서 소개하고 작가와 독자 간의 행복한 만남을
주선하는 안내자 역활이 평론을 하는 사람의 임무이자 작은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독후감상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큰 감사드립니다. 게으르고 나태하지 말고 더 열심히 쓰라는 격려와 채찍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빗소리 더욱 깊어갑니다.
비 오는 날, 빗소리를 좋아하는 몇 몇 친구들을 불러내서 내설악 원통시장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잔 나누겠습니다.
모두 화사하고 넉넉한 봄 맞으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5회 작품상 수상자 /금시아
수상작품(시 부문) : 노을을 캐다
【금시아】
광주 출생, 강원대학원 수료.
2014년 《시와표현》 시 등단, 2022년 《월간문학》 동화 등단.
시집 『입술을 줍다』, 『툭,의 녹취록』, 『금시아의 춘천詩_미훈微醺에 들다』.
산문집 『뜻밖의 만남, Ana』.
제3회 여성조선문학상 대상(2011), 제16회 강원여성문학상우수상(2019), 제14회 춘천문학상(2016), 제17회 김유정기억하기전국공모전 ‘시’ 대상(2010).
【수상소감】
네? 작품상이라니요?”
금시아
‘작품상’ 소식은 실수로 잘못 분류된 수신 거부 해제와 함께 왔습니다. 문득 양손에 들린 큰 시장바구니가 하나도 무겁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런 여행 앞에서 촉박한 시간을 두고 두서없이 기쁜 소감을 씁니다.
오래전 남쪽 안골포를 지날 때였습니다. 동그란 포구 저 끝까지 물이 빠진 개펄에서는 새빨간 용암처럼 노을이 흘러넘치고 있었는데요. 길옆에 차를 세우고 노을을 쫓다 나는 그만 조개를 캐는 노부부의 긴 그림자를 훔쳤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연히 훔친 사진을 들여다보다 드디어 나는 파닥거리는 노을을 캐냈습니다.
저의 가장 큰 변화는 호기심입니다. 어떤 새로움이 제게 들어오면 뭐지? 하며 자꾸 꼬리를 잡고 늘어집니다. 문학이 저와 동행하는 동안 저는 보채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것들과 모든 곳을 응시하면서 낯선 호기심을 묵살하지 않겠습니다. 세상을 점점 더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겠습니다. 소중한 저의 문학세계를 응원해주신 강원문인협회와 여러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2022.3.31. 아침, 금시아 올림